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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에 의한 동심을 위한
동심을 고스란히 담은 동시집을 만났다. 아이들의 맑은 숨결이 마치 물결에 파닥이는 송사리처럼 느껴지는 이 동시집은 소박하고도 화목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고 있다. 동생이 내 일기장을/몰래 보는 것 같아/나도 동생 일기장을/훔쳐보았다.//8월 5일 파리를 잡았다고 썼다./100마리 넘게 잡았다고./너무 웃겨서/100마리에서 00을 지 웠다./그래서 1마리가 되었다.//다음 날/어떻게 알았는지/동생이 내가 쓴 8월 5일 일기를/몽땅 지워 놓았다./눈치는 치타처럼 빨라서.//시원하게 복수할 방법을/고민하다/일기만 이틀 치 밀렸다. -‘동생의 거짓 일기’ 전문 코흘리개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읽는 순간 뻥!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이 시는 독자를 단번에 사건의 현장 속으로 끌고 간다. 파리를 100마리 넘게 잡았다는 동생의 얄미운 거짓말을 바로잡아 주는 행위는 화자가 얼마나 참되게 살고 있는지 보여 주며, 독자에게도 바르게 살 것을 은근히 제시하고 있다. 또한 복수를 바로 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화자에게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넉넉히 읽혀진다.
별은 똥도 이뻐/별은 똥도 빛나//별은 똥도/그냥 버리지 않아//소원 있는 아이에게/날아가/소원주머니/하나를 열게 해//꼬리가 짧은 게/흠이지만/별똥 꼬리가 저 멀리/사라지기 전에/간절한 소원 하나 재빨리 꺼내야 해/“어어?”/“뭐였드라?”/머릴 긁적이는 순간/반짝 달아나니까//내 소원이 뭐지/“……”아하!/별똥별 꼬리를 자세히/오래 보는 거였어. -‘별똥별’ 전문 화자의 소박한 삶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시는 ‘별’, ‘똥’, ‘소원’, ‘꼬리’ 등 반복되는 시어로 인해 즐겁게 읽힌다. 화자의 따듯한 눈길은 늘 끝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도 사라지는 것들에게로. 그러면서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짧은 인생을 못내 아쉬워하며 꿈을 향해 부지런히 살기를 바라고 있다. 더불어 ‘별은 똥도/그냥 버리지 않아’라며 화자의 검소한 생활을 드러내며, 무엇이든지 함부로 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별똥별 꼬리를 자세히 오래 보는 게 소원인 화자의 욕심 없는 삶은 깊은 울림을 주며, 독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꽃게잡이 나간 아버지/일곱 밤을 바다에서 자고/드디어/돌아오시는 날//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동생과 나는/우리 집에서 가장 튼튼한/하늘색 우산을 챙겨서/바닷가로 급히 나갔다.//우산을 활짝 펴서/바위에 올려놓고/아버지 태운 배를 찾아/고개를 기웃거리는데//파도가 먼저 달려와/허락도 없이/우산을 가져가 버렸다.//아버지 태운 배가/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데/우산이 먼저 마중을 나가버렸다. -‘바다로 간 우산’ 전문 소나기 내리는 날, 동생과 함께 우산을 들고 바닷가로 아빠 마중을 나가는 화자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독자의 가슴을 잔잔히 적신다. 튼튼한 하늘색 우산을 들고 아버지 태운 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장면은 울컥, 눈물을 쏟아낼 만큼 아름답다. 더 이상 가만히 서서 아버지를 기다릴 수 없어서, 비장한 각오로 파도를 따라 바다에 뛰어 든 우산은 거친 삶의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화자의 모습이 아닐까? 또한 ‘가장 튼튼한 우산’과 ‘허락도 없이’라는 시어는 아버지를 향한 화자의 사랑이 바다보다 깊고 넓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할머니가 시집올 때/장만해 온/장미꽃 테두리가 예쁜 거울이/군데군데 빛을 잃어/더는 쓸모없어/외양간 옆 기둥에 세워 놓았다.//송아지는/거울에 비친 제 모습 보고/음메~/거울에 비친 사람들 보고/음메에~/온종일 거울만 보느라/큰 눈이 더 커졌다./환한 빛이 외양간에 듬뿍 쏟아졌다. -‘송아지와 거울’ 전문 할머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낡은 거울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외양간 옆 기둥에 세워 놓은 화자의 마음이 장미꽃처럼 예쁘다. 그런 화자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거울을 자꾸자꾸 들여다보는 송아지. 그럴 때마다 점점 커지는 송아지의 눈. 어쩌면 음메~ 소리까지 비칠 것 같은 거울. 그런 거울에 비친 송아지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순한 송아지의 눈빛과 거울의 눈빛이 만나 눈부시도록 환한 빛의 세례를 받는 외양간이 문득 거룩해 보인다.
‘어떻게 이런 동심을 구사할 수 있을까?’ 이는 시인이 아이들 주변을 맴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영 시인의 『바다로 간 우산』은 동심에 의한 동심을 위한 동시집이어서 우리 아이들과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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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우산, 김영, 푸른출판 저자 김영은 전남 목포 달리도에서 태어났다. 2004년 시에 2005년 푸른문학상 동시에 신인상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장생문학상·한국 안데르센상·5.18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떡볶이 미사일』, 『바다로 간 우산』이 있다. 『바다로 간 우산』에는 시인이 쓰는 시의 배경이 되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50편의 동시 곳곳에 등장하는 바다가 시인의 고향, 달리도가 아닌가 한다. 그 바다에는 항상 아빠가 등장한다. 바다 못지않게 큰 울타리 가족은 바다와 한 세트 같다. 표제작인 아래의 시 또한 넓은 바다와 가족이 등장한다. 꽃게잡이 나간 아버지 일곱 밤을 바다에서 자고 드디어 돌아오시는 날 중략 파도가 먼저 달려와 허락도 없이 우산을 가져가 버렸다 아버지 태운 배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데 우산이 먼저 마중을 나가 버렸다 -「바다로 간 우산」 중
지금쯤 그 우산은 어디에 가 닿아 있을까? 또 다른 배를 마중하러 더 먼 바다로 나갔는지 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 왔는지. 「바다로 간 우산」을 따라 시인의 고향 달리도를 한 바퀴 돌고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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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베개를 하고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저 아이는 무슨 꿈을 꾸는 것일까? 표지 그림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집은 시골이었다. 집 뒤엔 산이 있었고, 집 앞으로는 논과 밭이 계단처럼 있었다. 까만 밤이 되면 밤 하늘의 별이 총총히 빛났다. 지금도 가끔 학교 다니면서 바라 보았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생각 날 때가 있다. <바다로 간 우산> 표지 그림을 보면서 난 또 10대로 돌아가 본다.
<바다로 간 우산>은 제 1 부 울다가 웃다가 제 2 부 여름 밤 모임 제 3 부 태풍의 눈 제 4 부 단짝 친구 로 50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여름밤 모임
시원한 수박과 달콤한 참외 껍질 안을 하루 종일 들락거려 통통해진 배를 두드리는 파리
자는 아기 배꼽 위에 앉고 싶어 윙윙 비행하다 쫓겨 온 모기
풀잎에 앉아 친구 기다렸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한 초록 사마귀
조금 서둘러 집 나온 신세대 귀뚜라미
마당 한 귀퉁이 꽃밭에 모여 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아기별들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느라 밤새 반짝반짝 눈 뜨고 있다
시를 보며 여름밤 모임하는 파리, 모기, 사마귀, 귀뚜라미 그리고 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 영 작가의 동시는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가 많았다. 마음 따뜻해져 오고, 그 땐 그랬었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고 해야할까? 한여름 시골 평상에 누워 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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