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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시를 읽지 않는 편에 속해서 이번에 이 책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을 읽게 된 계기도 그림과 함께 시도 읽고 그 시에 담긴 저자의 생각도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시를 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소설등의 긴 글에 비해 당장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즐거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가끔씩 특별히 마음에 와닿는 시가 눈에 띄면 외우거나 하지만 실제로 시를 접하는 기회란 것이 일부러 시집을 펼쳐보지 않는 이상 일상생활 중에서 만나는 것이 드문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때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시를 읽지 않는 나에겐 참 좋은 기회로 다가왔고, 영미시의 원문도 더불어 접할 수 있어 더욱 반갑기도 하였다.
.. 이 책에서는 그림과 시,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책의 저자인 복거일님은 평소 외국소설을 자주 읽던 나에겐 부끄럽게도 생소한 분이셨는데, 책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림과 시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사회문제나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밝히는 이야기들이라 오히려 읽기엔 더욱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필처럼 가벼운 제목들을 따라 생각날 때마다 읽기에 좋다.
..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책속에 실린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는 결코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이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함께 실린 영국 시인 오스버트 시트웰은 킬링타임이라는 것은 시간이 우리를 죽이는 다양한 것들중 하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했다. 참 무서운 지적이 아닌가 싶다. 괜시리 시라는 것은 학창시절에 했던 것처럼 1연, 2연 각각의 구절구절마다 그에 담긴 뜻을 헤아리고, 글자수를 세고, 뒷면에 담은 저자의 생각을 읽어내야만 하는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만 했던 나에게는 꽤 유쾌한 직설화법으로 다가와 오히려 더욱 재미있는 싯구였다. 더불어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은 가는 세월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흐르는 세월에 말을 거는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로 다사다난하고 성과없이 바쁘기만 한 소시민 삶의 하루를 위로받는다. 한번에 다 읽어내기엔 내용이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는 하루하루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단락씩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싯구를 몇 번씩 되새기고,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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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에 대한 내 지식은 '소설가'라는 이미지 뿐, 그의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을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 그의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이라는 길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제목의 수필집에 마음이 간 건 왜일까?
서정적과 보나르 풍, 복거일 이 세 단어가 나에게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나른함이었다. 메마른 감정에 '서정적 글과 보나르의 그림'이 촉촉히 단비 내려주길 '복거일'이라는 소설가에게 기대했던 것 같다.
머릿말에서 제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를 설명한다. 글에 서정시들이 들어가면서, 서정적 풍경이 딸에게 부탁한 삽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분위기가 어려, 보나르 풍의 그림이 덧붙여진 사연.
아버지와 딸의 합작품이라서일까.. 아니면 시들이 주는 아름다운 느낌때문일까. 읽는 동안 간간히 보이는 '나른함과 따뜻함을 가진 그림들'과 복거일의 수필과 수많은 시인들의 시가 어우러진 글은 무겁게 다가오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내게 읽으라고 권해주거나 책장에 꽂혀 있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 아니면 아예 그 존재조차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시인들이 그의 글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휘트먼, 노천명, 김광섭, 토마스 하디, 이철균, 육유, 이용악, 박목월, 키츠, 에밀리 디킨슨, 박이문, 에드몽 아로쿠르, 조지 버다드 쇼, 윤동주, 서정주, 김춘수 등등.. 정말 나열하기 끝이 없을 정도로 동서양, 시간을 초월해서 많은 이들이 인용되었다.
복거일의 일상에서 흘러나온 생각들이 그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시로 이어지고, 다시 그 시가 그의 생각이 되고, 시가 되는 그러한 수필과 시의 경계가 없는 글들. 그의 바람대로 수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음미할 기회가 나오도록 마음을 쓴게 느껴진다.
그중 요즘들어 내 관심사이자 주된 이야기거리...
부모에 관한 이야기들, 시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로 시작하는 노래가 원래는 소월의 <부모>라는 시였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된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ㅁ라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그가 말한 그대로 우리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부모 마음 아프게 한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아놀드 베네트가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했다는데.. 내리사랑일 수 밖에 없는가...
이렇듯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이야기들, 시인의 이야기들, 나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공지영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같이 곁에 두고 들춰보면 좋을 그런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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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부모님께서는 날 절이나 박물관에 자주 데리고 가셨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놀이동산 같은 곳에 가지 않고 재미도 없는 이런곳에 데리고 가시는 부모님이 밉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이런 추억들이 날 좀더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것 같아서 고맙기만 하다. 박물관 등에 가기만 하면 몸을 배배 꼬면서 빨리 나가자고 부모님을 졸랐던 어린시절에도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품,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 등은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아름다움들이 나의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된 요즘은 좋은 그림을 보거나 멋진 풍경 등을 보게 되면 깊이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것 같다. 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햇살 좋은날 등산을 하면서 시나 소설 등을 지어 보기도 하고, 유명 화가들의 특별 전시회 등에 찾아가서 그림을 보며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지 상상해 보기도 한다.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그림과 시, 수필을 함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책의 제목만큼이나 이 책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작품이다. 소설가이자, 시인 그리고 사회 평론가인 이 책의 저자 복거일은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을 통해 독자들을 문학으로의 여행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책 속에는 그의 수필과 함께 휘트먼, 윤동주, 서정주, 12세기 송나라때의 시인 육유 등에 이르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인들의 시가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수필과 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피에르 보나르의 분위기가 어린 유화들은 독자들을 서정적인 풍경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피에르 보나르는 프랑스의 화가로 고갱의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독특한 시각에서 잡는 기지적 구도로, 풍경, 멱감는 나부, 정물·사람이 모인 부드러운 실내정경 등을 소박하면서도 감미로운 정감으로 그려 높이 평가받고 있는 화가이다. 특히 60세 이후 부터는 선명한 명색의 조화를 추구하였으며, 독자적인 색채의 세계를 확립하여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었다.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을 읽으며 피에르 보나르라는 화가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어, 그의 그림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사진 몇 장이 내가 본 전부이지만, 이 책 속에 실려있는 삽화들은 보나르 풍의 그림을 완변히 재연해 놓은듯 하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저자의 따님이다 보니 저자의 글과 더욱더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저자가 책 머리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수필과 시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수필과 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 책에는 문학이 있고, 사랑이 있고, 사람이 있고, 자연이 있고, 인생이 있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지칠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필에서 가벼운 얘기를 듣고 시에서 그 얘기의 보편성을 느끼고 그림에 명상의 눈길이 머문 독자가 있다면, 나로선 큰 행운일 터라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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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수필로 전해, 자연스럽게 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들이 많이 들어가있다. 그림으로 인해서 평소에 딱딱해서 잘 보지 않았던 시들도 편하게 볼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평소에도 잘 안보던 시들을 편하게 볼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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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루의 일과는 늦은 저녁이 되어야 마무리된다.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큰 대자로 뻗어 하루의 피곤을 달래고 있다. 씻고 책을 좀 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게 평상시의 일과다. 요즘 회사에서 대학 업무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낮 시간에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학교 중앙에 자리잡은 널따란 잔디밭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바람,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분수, 유쾌한 웃음소리들이 어우러져 봄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한 시절인가.
복거일의 에세이집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북마크, 2009년)을 읽다보니 한낮의 대학풍경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금은 쉬이 가질 수 없는 여유로움.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하자는 생각은 많이 해봤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움직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그의 글을 읽다가 여유로운 풍경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그가 자꾸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바쁘게 길을 걷다가도 잠시 아스팔트 사이로 핀 꽃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그의 글이 바로 이와 같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주변의 사물을 세밀히 관찰한다. 이를 읽는 독자 또한 같은 마음일 때 작가의 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복거일은 이 미천한 독자를 위해 한 편의 시와 풍경과 자신의 감상을 잔잔히 소개한다. 보나르 풍의 그림과 함께. 한 편의 글은 시에 대한 감상이자 풍경과 일상에 대한 자신의 소회다. 인위적이지 않기에, 마음 가는대로 쓰고 자연스레 연상되는 시를 소개하기에 그의 글에 대한, 시에 대한 감상이 더 농밀하게 다가온다. 보나르 풍의 그림은 이 책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써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평소 저자의 성향이 글 중간에 나타나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보다는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들이 간혹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번에 그 대학에 또 가게 된다면 나도 잔디에 잠시 앉아 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들과의 다툼에서 우리는 수사를 만들어낸다; 자신과의 다툼에서 우리는 시를 만들어낸다. - 예이츠” (78쪽)
by 꽃다지, 2009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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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아래쪽에 자리 잡은 2003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애써 꺼내게 된 건 복거일 때문이었다. 그의 책은 읽지 않았지만, 글은 읽었던 기억이 나서인데 바로 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추천 우수작인 복거일의 <내 얼굴에 어린 꽃>이다. 당시에는 대상 수상작인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그리고 특별상인 전상국의 <플라나리아> 등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거의 잊고 있다가 다시 읽어버렸다. 그렇게 복거일의 글은 편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복거일이 수필과 시에 대해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삽화는 그의 딸이 보나르 풍으로 그렸다. 그래서 제목이 조금 길다. 서정적 풍경은 복거일의 수필과 시 때문이며,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딸의 삽화를 배려한 제목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궁금한 보나르 풍이라는 그림은 찾아보니 삽화와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 자체가 몽환적이며 전체적으로 차분해서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참 예쁜 책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독자들이 수필을 읽으며 시도 음미할 수 있도록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책머리에서부터 나타난 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시와 산문의 거리를 좁히며 독자에게 편안하게 들려준다. 물론 그의 생각과 기호에 맞게 썼기에 주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시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학창시절에 심취했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 테니슨, 키츠, 휘트먼, 황동규부터 교과서에서 만났던 박목월, 김소월, 서정주, 박성룡 그리고 관심 있는 김수영, 김춘수, 노천명, 프로스트, 육유에다 새롭게 발견한 담백한 시인 박이문까지.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잔잔하고 때로 가슴이 뛰며 또는 뭉클해지기까지 한 수많은 시를 데려온 저자는 마치 여행을 떠나는 독자에게 미지의 장소로 안내하는 사람 같았다. 느리게 가는 옛날 기차에 앉아 창밖을 보듯 수필과 시로 이어진 끝없는 길을 보여주었다. 구름으로 뜬 조각의 시들,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스쳐가는 나무 같은 글들. 그래서 복거일이 안내하는 기차는 완행열차일 수밖에 없다. 시집을 읽으려 하지만 다소 주저하는 중이라면 이런 책도 괜찮을 거 같다. 아름다운 삽화와 편안한 글, 다양한 시를 만나다 보면 굳이 시와 산문을 구분할 필요도 없어지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가 시인만을 위한 게 아니듯 독자도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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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평론가인 복거일의 신작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이 나왔다. 시를 읽으며 시인을 만나고 세상을 살며 느낀 감상들을 딸인 조이스 진의 보나르 풍 그림과 함께 수필로 묶었다. 길은 늘 주막보다 낫지(15쪽)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휴가철에는, 공휴일에는 여행을 가지 말아야지. 좁은 땅에 사람들로 북적인 탓에 여행은 하지 못하고 지쳐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사람구경만 하다 돌아오곤 했다. 작가도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세르반테스의 얘기를 인용하면서 나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떠나야 한다고. .....걱정하고 분노하고 비판할 것들이 이미 너무 많은데 하루가 멀다고 새로 더해져서, 누구도 차분하게 성찰할 여유를 지니기 어렵다.....(21쪽)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따라 가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느리게 세상 구경을 하며 걸어가고 싶지만 목적지엔 사람이 너무 많아 늦게 도착하면 앉을 자리, 아니 서서 비집고 들어갈 자리조차 없다. 하긴 기억들은 모두 소중하다. 기억들이 우리의 자아를 이룬다는 뜻에서, 하도 끔찍해서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만일 그런 기억들이 지워진다면, 우리의 자아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57쪽) 어떤 가수가 노래하지 않았던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아픈 기억은 지우고 싶었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픈 기억도 나를 만들었구나 생각을 하니 그 기억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멸하고 싶지 않다. 예술은 약한 사람들이 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93쪽) 예술가들의 창작품들을 보면 경외가 쏟아진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뽑아내는 일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고통 뒤에 어머니와 아내와 가족의 눈물이 있었다는 걸. 그래서 로스 맥도널드의 말은 진리다.
때때로 나는 비겁하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쉬바르츠-바르트는 <정의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사람>이란 소설에서 이 세상은 36명의 정의로운 사람들 위에 얹혀 있는데 정의로운 사람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세상은 괴로움을 겪는다고 했다. 정의로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옳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다. 매미는 천적을 피하려고 소수인 13이나 17을 주기로 생식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생각하면서 나름의 생존법칙을 깨닫는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겐 성찰이 필요하다. 느리게 간 사람은 빨리 간 사람이 보지 못한 소중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몽환적이면서도 아련한 꽃그림과 먼 곳을 꿈꾸는 듯한 사람들의 그림이 멋지다. 지식을 쌓기 위한 책들을 읽다가 이런 글을 읽으니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편하다. 처음엔 봄보다 가을, 겨울에 읽어야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멋진 가을과 겨울을 맞으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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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은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은 현실이 아니라 기억이고, 추억을 넘어 명상이라고 말한다. 먼저 보나르 화풍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서 검색을 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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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유로운 풍경에 대해 묘사를 하라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사물이 하나 있다. 시집과 전원적 풍경이 그려진 그림. 거기에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 은은한 노래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그런데 왜 하고많은 책 중에서 시집일까.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는데. 그건 답을 요구하지 않는 열린 느낌과 짧지만 여운이 남는 문장들 때문이리라.
슬슬 날이 더워지던 어느 일요일 오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열었다. 표지는 딱딱한 인문서같던 <서정적 풍경>. 그런데 책을 열자마자 그 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따뜻한 파스텔 풍의 그림과 시와 에세이가 함께 어우러진.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 (다만 에세이의 내용은 다소 건조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복거일의 에세이집이다. 그냥 저냥 사는 얘기도 있고, 다소 이슈화된 주제의 내용도 있고. 그러나 책의 주를 이루는 건 '시'다. 그냥 저냥 이야기가 자연스레 시로 옮아가고, 이야기는 시인과 시의 배경을 설명해준다. 때로 그 설명에 시인의 또 다른 시가 궁금해져 메모를 해둔다. 언젠가 찾아봐야지란 게으른 마음으로.
사실 '시'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들부터 한다. 뭔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분석부터 하려하는 모습들. 어쩌면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의 폐해일지도. 그러나 이 책 속의 시들은 글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삶에서 시로, 한 편의 시에서 시인과 시의 세계로 자연스레 넓혀져갈 수 있달까.
저자의 딸이 그렸다는 책의 삽화그림들 또한 책의 풍미를 더 하는 맛깔스러움이다. 각 장의 주제나 싯구와 묘하게 어울리는 유화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책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더 만끽할 수 있으리라.
여기까지는 감성을 중시하는 나의 독서. 그런데 너무 감성만 앞세워 읽은 탓일까? 읽을 땐 좋다를 연발했는데 막상 다 읽은 후에 남은 건 막연히 좋다는 느낌 뿐. 이 느낌을 전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시나 에세이라는 게 그렇지 않을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막연한 느낌.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인 듯 하다. '읽다보면 알아.'
참. 이 책에는 시들의 원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능력이 안 된다면 번역된 걸 읽으면 그만이지만, 능력이 된다면 원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즐거움도 누려보길. (특히 시는 번역의 과정에서 그 맛이 많이 사라지게 마련이니.) 부담없이 쉬엄 쉬엄 읽기 좋을 책이다. 여느 수필집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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