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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철환 교수님을 찾아 갔을 때, 교수님이 주신 책이다. 용산 참사 일가족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이 책을 여러 권 사셨다고 하셨다. 꽤 많아 보이는 똑같은 책이 쌓여 있길래 궁금해 하던 차였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비로소 철거민의 눈높이에서, 철거민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인 개발 현장과 공권력의 단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철거민들의 투쟁 천막이나 망루를 볼 때 무의식중으로 이들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때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최근의 용산 참사과정에서 주류 언론들이 떠들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의 불법 투쟁’이라는 단어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동의를 했던 것이 사실이고, ‘전철연’이라는 단체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는 모르지만,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철거민들이 같이 투쟁을 했다는 것이 조금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이 책을 통해 철거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내 심금을 울린 몇 몇 표현들을 옮겨 본다. 김중기 지금 개발은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 몰아버리고 돈 많은 부자들을 들어앉히는 거에요. 기존에 살던 사람들도 살 수 있는 개발을 하라는 거에요 이영희 중요한 건 침묵하지 않는 거에요. 천막에서 공동체 생활 하는 게 즐거웠어요. 박명순 철대위나 사회단체들 다 보면 말 그대로 자기들 문제를 해결하려고 단체를 만드는 거잖아요. 근데 특히 전철연은 폭도로 보고 그러는지, 왜 그러냐고요 철거민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요. 박해성 이런 일들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비난을 받지도 않는 이유는 이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으로 포장되어왔가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유·무형적 자산을 단지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개발 과정에서 빼앗겨버리고, 그것이 법으로 제도화 되어 있다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잘못된 것이고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침묵이 오래되면 무언의 동의가 되어 버린다. 남경남 자본의 폭력에 대해서 헤이해져 버렸어요. 서울 복판에는 잘사는 사람, 인근에는 조금 덜 잘사는 사람, 못하는 사람들은 변두리에서 살게 됩니다. 이거야 말로 자본주의의 독재입니다. 박선영 조합 사무실에 딱 가면 “지주세요, 세입자세요?” 이걸 먼저 물어봐요. 너무 아파서 때리지 말라고 하니까 저는 안 때리더라구요. 우린 진짜 죄인이에요. 그분들 뵐 낯이 없죠. 너무 힘들어요. 죄송해서 얼굴도 못봐요. 고개 숙이고 낮은 자세로 다녀야 돼요. 이선옥 부끄러워하고, 고개 숙여야 할 자들은 저리도 뻔뻔하고 질긴데, 위로 받고, 사과 받아야 할 이들은 끔찍한 상처 속에서 지금도 허우적댄다. 지석준 지금까지 하루 한두 시간밖에 못 자요. 잠들면 떨어지는 꿈을 계속 꾸는 거에요. 떨어지면 눈앞이 하얘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두 다리에 힘이 빡 가니까 아파서 비명 지르면서 깨고, 땀은 또 줄줄 흐르고, 매일 그래요.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했는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시장 갔다가 하나라도 더 팔려고 밤 12시까지 장사를 했는데 재개발이란 게 뭔지..... 걔네들이 생각하기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조그만 가게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그게 꿈이고 희망이었거든요. 으리으리하지는 않았지만 일일이 손 안 간 데 없을 정도로 내 정성과 땀이 묻어 있는 내 꿈이었는데. 좀 더 낫게 살겠다고 가게를 한 거였는데, 하루아침에 빈 거기가 되어버렸으니까,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후회는 안 해요, 평생 두 발로 못 걷는다고 해도. 전영신 내가 맞아봤기 때문에 저사람 이해하고 절박한 거 알고 서로 도와주는 입장이에요. 이 사람들은요, 범죄자가 아니고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상현 한편으로 걱정되요. 잊힐까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종민 잠시 보이던 아버지의 눈물 돈이요? 아니에요. 다만 가족들과 같이 사는 거, 그게 이분들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박수정 국가 폭력에 죽어간 이들한테 붙여지던 꼬리표들. 조세희 우리 시대 어느 아이 하나가 배고파 밤에 울면, 그 아이 울음소리 그치게 하지 않고 나두는 것도 폭력이라고 그랬다고. 그 범죄행위, 학살행위를 막지 못한 게 우리 죄라는 거지. 그래서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는 다 같은 죄인이야. 전쟁에서 이기는 건 이성을 가진 여러분이야. 우리는 우리 이성으로서 힘을 만들 수 있지만, 적은 그 힘으로 이성을 만들 수 없어. 외국군이 들어왔을 때 백전백패 했어요. 동족을 상대했을 때는 백전백승을 해요. 어제 들어갔던 경찰은 조선시대 어늘 날 삼치창으로 동족을 찔렀던 그 조선시대 관군과 똑같아요. 20대들, 희망을 갖고 희망의 끈을 절대 놓치지 말라고 해주세요. 5. 18이 화석이 돼버렸어. 역사는 죽어버렸어. 빛나는 역사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면 우리가 인간의 생명, 인간의 고통을 다룰 때는 조심스럽게 갈 수가 있지. 한국이 부족한 건 집이 아니에요. 지혜가 부족한 거지. 한국에서는 ‘올바르게 생각을 하자. 늘 바르게 살자’하면 그렇게 힘이 들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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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한번의 긴 심호흡이 필요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과 신문을 만들기 위해 지금과 같이 벚꽃이 피어갈 봄 무렵에 봉천동 철거촌을 찾아 취재했던 기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가는 관문에서 이 사회의 참혹한 현실에 처음 맞닥뜨린 어린 시절의 충격. 그리고 "상계동 올림픽"이니 하는 민중 운동격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끓어올랐던 분노. 이런 기억들은 뭔가 준비를 하고 끌어올리지 않으면 나를 긁고 아프게 하기 때문에 뭔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겪어내야 할 또 다른 아픔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거의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개발' 이라는 이름 아래 똑같은 현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뉴스로, 용산의 불탄 건물의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웠으나 이미 나이가 들어서 타성에 젖고 타협해 버린 것인지 어떤 행동을 하기에는 게을렀던 나. 언젠가 우연히 그 용산 현장을 지나가게 되면서 속으로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주택 보급율은 100%가 넘었으되 아직도 국민의 절반은 집이 없는 세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의식주의 하나로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의 하나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하여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수십 년 동안을 고생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하는 개발이어야 하나 실상은 몇몇 가진 자들의 부와 건설사, 개발사 등의 배를 불리는 개발이 되고 있다.
철거 투쟁에 대하여 TV나 신문 등의 언론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은 그저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며 때로는 '얼마나 보상을 더 받으려고 저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인터뷰를 하는 철거민들 또한 실제로 철거민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니. 그렇지만 저 가진 자가 아닌 사람은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다. 상위 몇 프로로서 주거 지역이 확 밀려 버릴 위기가 없는 곳에 살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이사갈 수 있거나 하는 사람을 빼면 언제 자신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일에 맞닿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에 가서는 이 책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 - 이주 대책, 삶의 터전에 대한 확보 내지는 확실한 대책 - 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개발이란 누구나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수만을 위한 개발이란, 개발이 아닌 숨겨진 착취에 가깝다. 이러한 룰을 깨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철거 투쟁 등에 쏟아지는 비용은 실 대책 비용을 넘어설 수 있다. 경찰력 동원, 철거 용역 동원 등등을 생각해 보면 보다 진지한 대책을 초기부터 세운다면 여러 사람에게 윈윈할 수 있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으로 현실이 돌아가는 것은 강한 자에게 유리한 저 룰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합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처참하게 돌아간 서민들의 목숨값 만한 것은 없으며, 그들과 목숨과 바꿔서 점차 살아갈 만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20년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현실.. 앞으로의 20년은 이래서는 안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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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건설대통령 이명박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