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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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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소중한 생명이 하나 자살로 제 생을 마감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모델이었던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아마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스무 살인 그녀의 숨이 이토록 허무하게 멎어야만 했다는 사실은 어딘가 모르게 서글프다. 누구에게나 생은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헬렌 켈러만큼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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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소중한 생명이 하나 자살로 제 생을 마감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모델이었던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아마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스무 살인 그녀의 숨이 이토록 허무하게 멎어야만 했다는 사실은 어딘가 모르게 서글프다.

누구에게나 생은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헬렌 켈러만큼 버거운 삶을 짊어져야 했던 이는 드물 듯하다. 다들 잘 알겠지만 그녀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태어나던 순간에는 평범했으나 생후 19개월 병을 앓은 후 그녀는 자신만의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만일 내가 그녀와 같은 조건 하에 놓였더라면 아마도 난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그녀가 전개해 나가게 된 데에는 물론 앤 설리번, 폴리 톰슨의 희생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걸어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헬렌 켈러 자신의 몫이었다.


그녀는 생전 많은 글을 남겼다. 이 책의 제목인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녀의 나이 쉰셋에 작성된 글이며, 이 책에는 그 외에도 <나의 이야기>, <낙관주의>, <내가 사는 세상>, <이루어지는 꿈들>이 수록되어 있다. 몇몇 이들은 그녀의 생을 과장되게 찬미했고, 몇몇 이들은 사실을 말해야 한다며 그녀의 목소리가 쇳소리에 가까웠다는 식의 기술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와 같은 복합 장애를 가진 이가 이와 같은 글들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신선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이었던 점은 바로 그녀의 너무도 낙관적인 관점이었다. 사실 난 비관주의자에 가깝다.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집착을 많이 하고, 그 탓이 기뻐해야 되는 순간을 자주 놓치곤 한다. 조건만 놓고 보면 난 그녀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부족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그녀는 세상이 과거보다 분명 나아졌음을 언급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까지 했다. 촉각과 미각, 후각 등 시각, 청각 따위에 비하면 보조적일 것만 같은 감각에 의존해 세상을 인지하면서도, 그녀는 마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는 듯했다. 스물 여덟 살에 발표했다는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글에서 만날 수 있는 풍요로운 각 감각들은 실로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인지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가던 시절은 평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이 곳곳에서 쉬이 일어났던, 아마도 많은 이들이 절망했을 것이다. 세상을 세밀하게 인식할 수 없는 그녀의 단점이 세상의 추한 모습에 대한 무지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내면에 깔린 낙관주의의 힘을 빌려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했다. 수시로 마음의 병이 도져 삶을 외면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녀의 건강한 내면은 실로 본받아야 마땅한 것이라 하겠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단순치 않다. 행복에 이르는 길 역시 험난하다고 난 믿는다. 그렇지만 그녀의 글을 읽고 나니 생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2 2009.11.20.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