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의 백해무익함을 알지만 담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기호품 중 하나이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흡연자들의 모습, 오늘도 내 앞에서 유유히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어떤 이 때문에 나는 코를 막고 한 동안 숨을 죽여야 했다. 하지만 담배의 해로움과는 별개로,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담배에 열광하는지는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담배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점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이 책은 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담배를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들 보다는 담배 그 자체의 역사 쪽에 보다 많은 초점이 맞추어진 듯 싶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물론 현실에 대한 타진은 담배 산업을 둘러싼 정부와 담배 생산 기업 간의 스릴 넘치는 알력관계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역사는 그러한 매력을 시대를 초월해 느낄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서양, 즉 유럽 사회에서 비롯된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 싶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담배의 역사는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지극히 유럽적인 표현이다!)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콜럼버스를 위시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대륙의 토착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의 의미를 뛰어넘어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담배가 처음부터 유럽인들의 입맛을 자극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콜럼버스는 담배의 매력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을 그냥 바다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담배에 중독되기까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듯 싶었다. 유럽인들의 담배 중독의 역사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신대륙에 대한 지배역사와도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토착민들의 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무시하였고 그러한 태도는 담배를 대함에 있어서도 이어졌다. 미개한 문명에 속한 이들이 즐기는 미개한, 비기독교적인 담배. 하지만 그러한 배척 속에서도 담배는 서서히 유럽 사회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담배가 아메리카 대륙에서와는 다른 의미를 지녔던 것 같다. 그들에게 담배 연기는 신의 존재를 흉내내는 불경한 것으로 여겨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담배를 이용해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확장해 나갔었다. 담배 무역을 통해 번성했던 네덜란드인들, 담배를 통해 아프리카 노예를 구입하는 것 등, 그들은 담배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뽑아내려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이러한 태도는 영국의 담배를 향한 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너무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함으로 인하여 많은 남성들이 성인이 되었을 대 심장질환으로 군대에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영국정부는 청소년 흡연을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아동,청소년 복지적 측면에서 그들의 건강을 걱정하였기 때문이 아닌 영국의 직접적인 이익과 상충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담배는 10대들과 여성들에게 기성세대, 권위주의적 문화에의 저항 차원으로 애용되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가를 거부하고 보다 간편한 시가렛을 이들의 모습은 구세대에 대한 신세대들의 반항과도 같아 보였다. 담배는 전형적인 남성성의 상징이었으며, 이러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약자들에게 강자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담배를 피우는 스타들의 멋진 모습을 여과없이 방영하였으며, 담배 회사들은 자신들의 담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성적인 농도가 짙은 그림을 담배곽에 삽입하는 등의 전술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담배 산업을 독점하기 위해 싸웠고, 그러한 싸움은 모든 이들을 흡연자로 만들 수 있다는 꿈이 깨어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담배속의 니코틴 등이 중독성을 지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오늘날 담배는 각종 암 등에 노출되는 가장 지름길로 이야기되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담배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도 어느 순간부터 담배의 악영향에 대해 담배곽에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담뱃값 인상의 문제를 둘러싸고 각 부처간의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비롯 과거와 같은 의학적 층면은 더 이상 부각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오히려 담배의 악영향에 대한 자료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부는 담배의 유통을 금지하는 등의 강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체적 의존은 덜한 마리화나 등의 약물을 마약으로 규정하여 엄중히 처벌할 따름이다. 역사 속에서 담배의 위상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청교도적 사상에 의해 때론 배척되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담배 없는 삶을 상상치 못한다. 이러한 담배에 대해 살펴봄에 있어서 역사적인 관점은 앞으로의 담배의 위상변화에 대해 예측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관점에서 지극히 객관적인 나머지 사실 기술 이상을 넘어서고 있지 않은 듯 싶다. 역사는 객관적일 때 독자들에게 많은 판단의 여지를 남긴다. 만약 이 책을 백인 아닌 아시아인이나 남미인이 썼다면 어떠한 논조의 책이 되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