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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신간들을 살펴보다가 눈이 가는 로맨스하나를 보게 되었다. 윤이수님의 십일야라는 작품이었는데 다른분들의 리뷰를 살펴보니 십일야를 읽으려면 그 이전에 비단꽃신먼저 읽어야 소설에 더 흥미를 느낄것같은 마음이 들었다. 실은 이전에 윤이수님의 작품 [나비궁]을 읽었었는데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지못한데다가 책이 배송되어 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않아서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펼치자 나비궁에서 느꼈던 기분과는 다르게 속도가 붙는다. 비단꽃신을 먼저 읽고 좋으면 십일야를 읽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되면 십일야까지... 남장여인의 코드는 이미 여러작품에서 사용된바가 있어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같은 재료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의 조화가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비단꽃신 또한 이 남장여인 백은서의 이야기다.
홀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위해서는 여자라는 이름보다는 남자라는 이름이 더 이득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은서는 여자를 버리고 남자가 되기로 했다. 용우관에서 양반자제들의 대련상대를 해주며 생활하고 있던 은서를 주시하던 용우관의 주인은 은서의 무공을 한눈에 알아보고 대련을 신청하더니 은서에게 금군이 되라고 한다. 그깟 금군따위가 무에 대수라는 반응을 보이던 은서는 지금 버는 돈의 곱절은 될것이라는 용우의 말에 금방 금군이 되겠다고 수락을 하는데..
기억나는 기억부터 아비와 어미는 늘 냉담하게 돌아서들 있는 분들이었다. 사랑보다는 미움이 많았던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위겸은 그들의 분위기속에서 웃음을 잃어갔었다. 그러다 기어이 어머니였던 중전이 폐위되고 자결로 생을 마감하면서 위겸의 안에 있던 모든 미움들이 아비인 임금에게로 향하게되었다. 세자따위 되고 싶지않았다. 여인을 보는것도 내키지않았다.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제부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그래서 허수아비 세자를 세워놓고 금군의 우림위장으로 자리하고 있던 위겸의 눈에 새로이 들어온 은서가 들어온다. 마치 계집처럼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은서에게 자꾸만 눈이 가더니 은서가 계집이길 바라게되고 계집인걸 확인하게 되니 이제는 제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은서의 어미 화령이 일을 하러가게된 곳은 병판의 집이었다. 십수년전 비단꽃신 사오마고 길을 떠난 지아비는 돌아올줄 모르고 어린딸 은서는 아비에 대한 원망을 담아가며 어른이 되버렸는데..시력을 잃어 볼 수는 없어도 귓가에 들리는 저 목소리는 꿈에서도 잊어본적 없는 낭군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야속한 님은 은서와 화령을 모르는 이들이라 칭하는데. 기억을 잃었구나..그래서 그 긴 시간 그이가 돌아오지못했구나.
위겸의 곁을 지키는 박내관의 코믹함이 진지한 분위기를 일순간에 반전시키는 재미가 있다. 위겸이 은서에게 마음이 있는줄 알고 위겸을 위해 은서를 내관으로 만들어 곁에 두려는 충심을 보인다던가 하는 몇몇 장면들은 정말 코믹하다. 위겸의 부모에게 있었던 일의 전막을 알게 된 것은 2권에 들어서도 한참 지나서였는데. 한사람의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운명이 뒤틀려버린것인지. 비단꽃신의 주인공 위겸과 은서의 딸 단의 이야기가 말미에 잠깐 나오는데 그 단이 바로 십일야의 주인공인 것이렸다.다른분의 리뷰에서 보니 박내관의 깨알같은 재미는 여전하다고하니 십일야 얼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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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위겸과 은서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들을 바라보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의 미소는 깊어져만 갔다. 오래전 한 남자의 비틀린 사랑으로 인한 계획된 연서戀書로 왕과 왕비의 사이에는 금이가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엉뚱하게 끼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20년간 잊고 지내야만 했던 아비와, 어느날 갑자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끝내 죽음을 맞는 어미...그네들의 불행했던 사랑과 삶을 지켜보며 커야했던 위겸과 은서까지도 그 비틀린 복수자의 음모의 회오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남주가 잘생기고 무예에 출중한 세자라는 점과 여주가 예쁘장한 남장무사라는 점만 보면 이혜경님의 <비단속옷>과 설정이 비슷하지만, 호위무사였던 여주가 세자를 위해 목숨 걸고 보호해주었던 비단속옷과 달리 이 글속 남주는 여주를 위험의 순간마다 구해준다. ^^ 어쩌면 신분이나 정체를 더 오래 속이고 있는 쪽이 남주라 당연한건지도.
게다가 남주 위겸은 자신도 상처가 있으면서도 항상 여주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감싸주려고 하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강하면서 마음도 넓고, 유머감각까지 있으니 아주 마음에 든다. ^^)
여주 은서 역시 강하면서도 귀엽고 당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가족을 잊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내들에 대한 반감을 갖고있어 처음엔 위겸의 사랑을 거부하지만, 짜증나고 이해안갈 정도록 질질끌지 않아서 좋았고, 반대로 기억을 되찾은 아버지의 경우엔 속없는 것마냥 단박에 용서하는 씬을 연출하지 않고 타당하게 상황에 맞추어 마음을 움직여주는 모습이 또 좋았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눈빛에서 상대를 알아보고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 밝고 이쁘게 표현되어 있어서 기분 좋게 읽었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얘기만은 아니다. 엇갈리고 비틀린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타인에 의해 원인도 모른채 인생이 불행해진 사람의 이야기가 기반이 된거라 억울하고 불쌍하단 느낌이 많이 들고 가슴이 아린것이 정은궐님의 <해를 품은 달>과도 느낌이 비슷하다. 그만큼 많이 촘촘하고 어둡지는 않지만.
아,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었던 캐릭터, 박내관도 재밌었다. 은서를 내시로 만들려고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에필로그 부분에선 은서와 위겸의 딸(공주)를 모시고 대륙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장면까지 새로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천방지축 공주 단의 이야기도 시리즈로 나올 것인가 사뭇 기대가 된다. ^^
------------------------------------------------------------------- 그리워? 그립다고? 위겸은 스스로의 생각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를 더 당황하게 한 것은 눈앞에 서 있던 은서였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휘청거리던 그녀가 기어이 바닥으로 허물어지고 만 것이다.
"이런!"
생각 같은 것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반사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간 위겸은 은서를 끌어안았다. 순간, 그의 손끝에 닿는 낯선 감촉. 위겸의 눈에 한순간 이채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가슴 속에서는 수많은 의문이 폭우처럼 휘몰아쳤다. 하지만 속마음과는 달리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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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사....왕이라 하여도? 내가 이 나라의 왕세자라 하여도 너 겁먹지 않으련?"
"위장님이 무엇이든, 누구든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위장님이 왕이나 왕세자 같은 높은 분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
"그런 분이라면...그리 올려다보기에도 벅찰 만큼 높은데 계신 분이라면 곁에 있을 수가 없질 않습니까...."
"내가 무엇이든 간에 너는 내 곁에 머물러야 한다. 네가 감히 올려다보지 못할 곳은 이 세상에 없다. 내가 그리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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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동안 잘 지내야 해" "우리 걱정 말고 당신이나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은서녀석, 말썽피우걸랑 아비 오면 혼내준다 하고. 알았지?" "알았어요. 그러니 그만하고 어서 가셔요. 이러다 날 새겠어요." "으응." 두 사람만 남겨두고 집을 떠나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 좀처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화령은 떠나는 상덕을 향해 두 팔을 흔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손을 둥글게 말아 입가에 댔다. "여보....!" "으응?" "돌아오실 때, 우리 은서 꽃신 하나 사다주세요!" "꽃신?" "네. 패랭이꽃 수놓인 비단꽃신 하나 사다주셔요. 우리 은서 닮은 귀엽고 앙증맞은 꽃신 하나 사다줘요!" "그러리다...알았소. 우리 은서 꽃신 살 때, 령이 당신 꽃신도 하나 사서 돌아올 것이오." --------------------------------------------------------------------
16년전 기억을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온 상덕의 품에 꼭 안겨있던 것은 비단 보퉁이에 쌓인 비단꽃신 두켤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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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92페이지, 25줄, 25자.
조선시대를 일부 차용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일부 차용한'이란 것은 조금만 읽어보시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 무협 소설도 일부 차용했습니다. 나머진 모두 개념이 불명확하게 마구잡이로 차용된 느낌입니다. 로맨스 소설에서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고요.
그래서 본론으로 가면 백은서는 돈벌이를 하러 전 내금위장 한용우가 만든 무도관 용우장에서 일을 하다 한용우의 추천으로 금군이 됩니다. 금군은 내금위, 겸사복, 우림위로 구분되네요. 왕궁 경호대가 추천만으로 채용된다니 이상합니다. 게다가 우림위장이 세자가 신분을 숨기고 수행중이라는 대목에서는 아찔합니다. 하긴 남장을 한 것은 더 심하겠지요. 우림위장은 한용우의 추천인을 벌써 네 명이나 내친 바 있고, 은서는 다섯 번째입니다. 그러다가 여자임이 발각되고 둘은 몸을 섞네요.
아내가 먼저 읽었는데, 전에 본 것과 비슷하다고 투덜거리더니 그래도 열심히 읽어내려갑니다.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110901-110901/11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