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한 건 이제 거의 두 달 전의 일입니다. 따로 감상보다는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리오우에 관한 걸 중심으로 몇 가지 코멘트. 미리니름은 다소(꽤?) 포함됩니다.불화살은 미끈하게 빛나며 순식간에 카즈아키의 심장을 관통하며 어딘가 날아가 버렸다. 관통당한 카즈아키의 심장은 반사적으로 울컥 피를 쏟아냈다. 격통인지 황홀함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내 손에 권총을]의 리오우는 눈으로 불화살을 쏘는 남자입니다.(웃음) 카즈아키와 리오의 첫 만남은 이런 식으로 '첫눈에 반한다'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뒤를 보면 리오우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니, 어느 쪽이 마성인지요? 이 문장에서 마음에 든 건 [心臓は反射的にどっと血を押し出した]란 문장입니다. '반사적으로 울컥'이라니. 보통 피를 반사적으로 흘린다는 표현을 쓰던가요. 다카무라 카오루는 미묘하게 어긋난 수식어를 쓰는데, 그게 정말 제 취향입니다. 그 얼빠진 얼굴로 스파이라면, 나도 스파이다.이런 식의 리오우 비하 발언(?)이 여러명의 입에서 여러 차례 나옵니다. 꽤 얼렁뚱땅. [리오우]의 리오우는 그야말로 완벽하지요. 언어구사에서도 완벽한 베이징어, 일어도 일본인과 다를 바 없이 사용합니다. [내 손에~]의 리오우는 상하이 사투리를 쓰며, 일어도 약간은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런 리오우도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신선과 예술가와 장사꾼과 갱을 전부 합쳐서 나눠 놓은 듯한 남자다. 수상함도 애교도 적의도 전부 섞여 있다. 맛을 보면 분명히 팔보채 맛이 날 것이다.리오우는 팔보채 맛이랍니다. 리오우는 진심으로 이상하다는 듯 어깨를 흔들며 웃고는, 동시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습기가 없는, 모래 같은 눈물이었다.[しめっぽさのない、砂のような]란 문구에서 갑자기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플래시백. 제가 리뷰에도 옮겨 놓았던 예의 정사신(!!)에서 [이윽고 그것이 분출되어 흐르고 스며들어가는 사막에 누워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고다는 또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라는 문장이 번쩍. 사막과 모래라는 그 텁텁한 무미건조함 쓸쓸함, 그리고 그 무한함 같은 게요. 다카무라 카오루다워서 좋습니다. 괜찮아, 신경 쓰지마. 솜을 넣은 한텐을 입더라도 너는 너다. 타치바나 아츠코다.리오우 관련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 문장은 정말 너무 좋아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는 너다, 타치바나 아츠코다'라고 말하는 카즈아키의 애정이 절절합니다. [리오우]에선 꽤 담백했던 두 사람 관계가 [내 손에~]에선 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사키코에 대한 카즈아키의 애정이 건조한만큼, 타치바나 아츠코에 대한 상념은 폭풍같지요. (한텐이란 건 좀 나이드신 분들이 주로 입는, 방한용 겉옷입니다.) “하라구치와 연을 끊지 않은 당신을 원망해. 나보다 하라구치 품속을 택한 당신을 원망해. 원망해도 당신만은 처리할 수가 없어. 그게 가장 분해.”리오우의 이런 열렬한 고백. 딱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라기보단 말이죠. 여기서 리오우 말투가 굉장히 좋아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리오우가 이런 말투를 씁니다. [これが人間の心の不思議なところよ] 이 부분이요. 이 말투가 이상하게 저한텐 오다 노부나가 같은(!!) 박력을 느끼게 해요. 폭군 리오우, 좋다.(웃음) 내 손이니까 뭘 하든 상관없지만, 같은 손으로 가족을 대했던 것에 대해선 나 자신에게 해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마루에게가 아니다. 아이와 사키코에 대해, 죄스러웠다.가족을 만졌던 그 더러운 손을 스스로 자해하는 카즈아키. 끝끝내 가족에겐 나쁜 남편이었던 카즈아키. [리오우]에서의 카즈아키는 가족을 꽤 사랑하는 모습에 충분히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다고 생각합니다. [내 손에~]에선 결국 카즈아키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남자지요. 한 마디로 나쁜 남자였습니다. 가족을 갖고도 정착하지 못한 자신의 운명을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결국 이기적인 남자의 변명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장면의 비장함은 좋아합니다. “그 신은 당신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신이라면 내 쪽이 훨씬 나아. 난 당신에게 나에게 반하라고 말하겠어.”나도 반하겠어, 리오우. 50발의 총성이 줄곧 귀에서 떠나지 않은 채, 눈을 감자 망막에 핏빛 꽃이 진다. 그것 또한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아름답다.눈부신 마지막 장면. 가족도 뭣도 다 버리고 리오우와 도망자의 길을 택한 카즈아키. [리오우]에 비해 [내 손에~]가 비극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리오우]의 두 사람은 완벽한 평화와 안식을 얻었지만, 아마도 [내 손에~]의 두 사람은 부와 함께 위험도 같이 얻은 채, 언제 변사체가 될지 알 수 없는 운명을 껴안고 살아가겠지요. 그러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그저 두 사람인 걸로 이렇게 찬란한데. 남자 하나 미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