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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세계명작시리즈-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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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이 읽고 있는 5, 6월 윤독도서 중 한 권이다. 정작 그 유명한 어린왕자를 원전으로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교과서에 실렸거나 동화 형식으로 쉽게 편집한 글을 보았을 뿐이다. 20세기 초를 살았던 문호의 글을 읽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와 지금 시대 상황과 사고방식이 달라져서일까, 프랑스와 우리 문화의 차이 때문일까, 번역으로 걸러지면서 문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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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이 읽고 있는 5, 6월 윤독도서 중 한 권이다. 정작 그 유명한 어린왕자를 원전으로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교과서에 실렸거나 동화 형식으로 쉽게 편집한 글을 보았을 뿐이다. 20세기 초를 살았던 문호의 글을 읽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와 지금 시대 상황과 사고방식이 달라져서일까, 프랑스와 우리 문화의 차이 때문일까, 번역으로 걸러지면서 문체에서 왜곡이 일어난 것일까. 적어도 삶과 죽음, 자연과 자유, 인간과 인간, 전쟁과 정신 같은 인간사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은 사실 도덕 교과 관련 도서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생떽쥐베리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비행'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 듯하다. 색 마지막 부분에 실린 그의 생애와 연표를 보면 매 순간 비행과 연관된 사건이 많다. "어린 왕자"나 "야간 비행"만 보더라도 그는 비행에 대한 많이 글을 썼다. 이 책 역시 비행을 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경험을 풀어낸 자전적 소설이다. 읽는 내내 수필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생떽쥐베리가 비행기에 앉아 땅에서 꼬물꼬물 살아가는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쓴 글이라던 역자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생떽쥐베리는 자신을 비롯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러고보니 쁘띠프랑스에 생떽쥐베리 박물관이 있었다, 미스터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내용도 좀 더 자세히 보고 올 걸 그랬다).

 

그는 1900년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시기를 비행기를 조종하기도 하고 군인으로 지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면서 보냈다. 이 책에서 그는 기계화되고 전쟁에 미쳐 있는 세태 속에서 낭만을 잃지 않는 태도로 인간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정신의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몸을 가진 존재이기에 자연을 거스를 수 없기도 하다.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어 있음을 믿지 않으면 결국 무의미한 삶, 인간답지 않은 삶이 된다.

 

그는 자신이 비행을 하고 다니면서 했던 다양한 경험 속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검증해나간다. 정해진 항로를 이탈하여 창공에서 밤에 땅의 모습을 내려다볼 때 인간이 작은 존재임을 생각한다. 비행기에 조금의 결함이라도 생겨 추락하게 된다면 먼지처럼 실종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그렇게 동료를 잃기도 했다. 자신을 데리고 도망쳐달라는 노예를 돈을 주고 사서 자유와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었을 때 그 노예는 동네 아이들에게 노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가진 자유인의 신분으로 많은 선물을 사서 나누어준다. 새 삶을 시작하려면 그 돈을 그렇게 낭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지인의 말도 무시한채 노예는 나누어주는 기쁨을 누린다. 주인공은 비행하다 추락해서 동료와 물 한 방울 찾기 힘든 사막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갈증을 참지 못해 여러 번 환각을 보기도 하고, 어렵게 모은 물을 마셨다가 구토를 하기도 하지만 쉽게 삶을 포기하려는 충동을 참아내고 결국 사람 있는 곳을 찾아가 구조된다.

 

주인공의 경험담은 어딘지 모르게 암울하고 고통스럽지만 이야기는 희망차게 마무리된다. 어머니 아버지는 자식을 낳고, 인류는 삶을 이어간다. 주인공은 기차 안 가난한 동유럽인 부부의 아들 얼굴에서 어린 왕자의 모습을 본다. 자연에 속해 여러 제한을 받으면서도 정신을 가지고 있기에 얼마간은 그 한계를 이겨낼 수도 있는, 이 대지는 그런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지금 유럽에는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했으나 의미 없이 살아가는 자의 수가 2억이다. 공업은 이들에게서 농민의 피가 흐르는 언어를 송두리째 빼앗고, 이들을 거대한 격리구역에 가두었다. 시커먼 화물 차량으로 미어터지는 조차장과 비슷한 그 '게토'에 말이다. 노동자들의 도시 깊숙한 곳에서, 이들은 깨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모든 직업의 굴레에 사로잡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즐거움도 모르고, 종교적 즐거움이나 앎의 즐거움이 금지된 자들도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저 먹여주고, 입혀주고, 필요로 하는 것만 갖다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차츰 쿠르틀린의 작품에 나오는 중산층과 마을의 정치가, 내면의 삶과 단절된 기술자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비록 이들을 잘 교육시켰을 지라도, 더 이상 이들의 정신을 고양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교양이라는 것이 그저 공식만 잘 암기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낭설이 생겨나는데, 수학 보충수업을 받는 열등생이 자연이나 순리에 대해서는 데카르트나 파스칼에 대한 지식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법이다. 정신의 성장의 행보가 과연 같을 수 있겠는가?" p. 291-293.

 

책 속 삽화가 예쁨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을 듯하기도 하다. 중학생용 추천도서는 대체 누가 선정하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들은 책을 다 읽고, 중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책을 선정하는 것일까?? 가끔 아침 윤독 시간에 이보다 더 괴로운 시간은 없을 것처럼 멍 때리거나 조는 소수의 학생을 보고 있으면 책 읽기에 질리도록 고문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느낌이다. 모두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려면 적어도 윤독 도서가 중학생들이 충분히 흥미있어할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3.06.30.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