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제국의 초상을 집필했던 저자의 후속작이다. 영국이라는 국가의 근대화 과정에 대해 제3자의 시선으로 덤덤하게 기술하는게 퍽 인상적이다. 영국의 근대화는 전통과 혁신의 긴장 상태에서 모호한 타협과 절충의 결과이며 오늘날까지 영국 사회가 낡은 전통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의 근대화 과정을 기술하면서 영국이라는 타자의 경험에 비추어 오늘날 동아시아의 한국의 삶의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많은 내용중에서 영국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계에 대한 당대의 시각을 조명하며, 왜 방적산업이 발전했는가에 대한 이유로 당시의 경쟁이 치열했음을 논증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혁신은 역시 인센티브로부터 출현하는가, 다만 그 성장의 결과를 다시 사회적 차원의 공동의 선을 구축하는 합의에까지 이르게 하는게 바로 정치의 기술이라 하겠다. |
|
영국사 깊이 읽기/이영석/푸른 역사/2016 한국인이 쓴 외국 역사책. 이런 거 좋아합니다.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흡수하기 바빴던 시절에는 이런 책들이 없었죠. 우리 눈으로 본 세계 역사 이런 거 정말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책 영국사 깊이 읽기 입니다. 얉게도 모르는데 깊이 읽기라니... 이건 좀 너무 건너뛴 거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꼭 순서대로 공부하는 게 능사는 아니죠. 1부는 영국 근대사의 단면들을 보여줍니다. 당시 사회의 변화를 정치적인 변화의 측면에서 다룬 흔한 역사서술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당시 사람들이 생활에서 체감했던 변화라는 아주 밀착적인 소재들에서 거시적인 변화드을 읽어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런던 대화재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가지가 본의아니게 상징했던 근대화, 한파로 얼어붙은 텐즈강에 세워진 겨울 시장이 은연중에 이끌어냈던 상설시장, 무역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했던 소매업의 발달, 근대화를 이룩한 초석인가 도시 빈민을 생산한 주범인가 야누스적인 면모의 의회 인클로저, 그리고 모든 나라들이 이른바 발전 단계에 있을 때는 한번씩 다 취한다는 그 국뽕의 절정이었던 만국막람회의 허와 실에 이르기 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주었던 여러 영향들과 이에 대한 풍부한 연구자료들을 섭렵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2부는 영국과 외부 세계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세계사에서 영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1부에 비해서 학계의 연구 결과가 더 날카롭게 대립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근면혁명, 방직 기계를 통한 식민지 무역의 수지 역전, 이를 통한 자신감으로 촉발된 기계 예찬 그리고 거의 최초의 진정한 제국이었던 영국을 거시사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부딪치는 각종 가설들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저자는 여러 관점들을 소개하면서 의도적으로 기계적 중립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또 여러 연구들에게 대해서 일괄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여기 소개된 이들의 저작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서구 문명이 아주 처음부터 약탈문명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기계적 중립이 불편하긴 하지만요.
저는 영국인들이 꽤 슬기롭게 근현대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극한까지 가서 결국 유혈 사태를 보는 것으로 점철된 프랑스와 달리 영국의 왕가들은 프랑스의 왕가들에 비해서 경제적인 면에서 더 취약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귀족이나 젠트리, 신흥 계급들과 지속적인 타협을 해가면서 왕권을 유지해야 했고 그 바람에 극한의 상태에 가기 전에 타협하여 비록 본인의 권한이 조금씩 뺐기는 과정을 겪긴 했지만 큰 유혈사태 없이 근현대를 보냈습니다. 그 국력을 외부로 뻗어 제국을 이루었고, 비록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영국의 유산은 미국이 그대로 이어받았죠. 그런데 그랬던 영국이 브렉시트라니 안타깝습니다. 왜 그런 피곤한 일을... ㅜㅜ
미시사를 통해서 본 거시사라는 재밌고 흥미로운 접근으로 잘 읽히는 책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