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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이해 불가였던 일들이 주마간산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그 중 몇이나 우린 해결에 성공했던가. 단지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만족해 모든 것을 잊은 건 아닌지를 묻게 된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문제를 다시 한 번 심혈을 기울여 분석하고 해결해도 부족한데, 당장에의 성취감이 너무도 큰 나머지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분석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정부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온 우주의 힘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샤머니즘 정부’라고 했는데, 거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시대착오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랐으니 반발이 이는 건 당연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경험은 끔찍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은 버거웠을 뿐만 아니라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룩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에너지를 오로지 한 영역에만 집중해 쏟아 부었다. 그게 바로 경제였다. 모두를 위한 파이를 키운 후에 나누는 건 해도 괜찮다며 사람들은 희생을 감당했다. 국가가 나서서 강압적으로 철칙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들을 단죄했다. 경제 외의 많은 것들은 생존을 위해 외면하는 기이한 상황이 몇 십 년간 전개됐다. 지금도 우리는 ‘경제성장’에 목말라 하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저자는 말했다. 친일 세력에 기반한 반공적, 친미적 비자주적 국가. 이런 나라에서 내 자신이 살고 있다 하였을 때 기분이 좋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적극적 부역 세력에 속하는 이들 역시도 부인하기 바쁠 거란 짐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독립운동으로 가산을 탕진한 이들은 광복 이후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경험은 사회 각 분야에서 널리 쓰임 받지 못하고 견제 당했다. 권력을 한 번 손에 쥔 이들은 부역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제 주인만을 바꾸어 과거와 동일하게 구는 그들을 당할 재간이란 없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또한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고는 한다. 이미 권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아는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대다수의 가난한 이들이 아닌 극소수의 부유한 재벌과의 동행을 택했다. 각 가정의 밥상에 반찬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보다 특정 재벌의 소유 부가 증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국가는 잘 알았다. 재벌 총수가 법을 어기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국가가 나서서 적극 비호했으며, 오히려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를 할당하며 재벌의 몸집 키우기에 힘을 보탰다. 방만한 경영을 하다가 휘청거려도 결국에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리라는 강한 믿음이 형성됐다. 이는 재벌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A기업이 망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식의 말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에 우린 살고 있다. 잘못은 한 영역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릇된 설계가 모두에게 문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로파간다의 조작이 필수다. 역사 분야에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바른 언어 사용을 이유로 다분히 권위적이고 뒤틀린 관점의 시선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로 제시한다. 국가 기관이므로 일정 정도 권위를 지녔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 권위에 복종한다. “미친 국립국어원”이라는 말이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객관성의 탈을 쓴 국가 지상주의적 시야가 오늘따라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나의 부모 세대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과거에 비한다면야 빈도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 세대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란 문장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2007년경 이는 조금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주의적 색채가 여실하다. 국가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말살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국가를 위한 존재였던가. 만에 하나 그럴지라도, 내가 위해야 하는 국가가 나 숨통을 끊어놓는 형태의 국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