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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에세이 같은 형식을 빌어서 쓴 소설이다. 그리고 이어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 모든 것을 긍정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곳들 위주로 둘러본다. 사물의 원리를 알고 싶은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말고 '돌아가지 않는 세상들의 원리' 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염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본다. 균형 잡히지 않은 내 인생을, '어떻게 하면 더 안 잡히게 할까' 알고 싶기 때문이다. 자기도 느껴지는 바가 있긴 하다. 잘못된 바닥에 떨어져 썩지도 못하는 것들. 그런데 정말 비수기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사람을 발견한다. 내가 확실하게 눈치를 안 보면 남들이 보는, 맘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 없는 전문가의 경지.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비공감주의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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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티그리스는 지어낸 말이다. 곰하고 호랑이가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어쩌고 저쩌고..하는 신화에서 따온 말인데 말 그대로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 호랑이. 뭐하나 제대로 참지 못하고 결과물을 내지 못한 사회 부적응자를 지칭하는 말일듯. 결국.. 도망치듯 어딘가로 떠난 그런 존재가 남긴 글과 그림이 이 책의 내용이고 화자는 자신이 발견한 기록물을 옮기는 형태로 호모 티그리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고 무엇하나 진득하니 참아내지 못한 우울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호모 티그리스가 선택한 행선지는 포르투갈. 거기서도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는 방황하고 관찰하고 삶을 소진한다. 그리하여 비수기의 전문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되는 것이다. 김한민의 책을 꽤 여러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로 남은 건 혜성을 닮은 방( http://blog.yes24.com/document/8107043 ) 시리즈. 이번 책은 상상력이나 이야기의 밀도면에서 혜성을 닮은 방보다는 좀 못하다 싶지만 그래도 훌훌 넘겨가며 읽을만하다. 다만.. 이 책을 머릿속 어디쯤에 넣어두고.. 누구에게 추천을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할까. 호모 티그리스의 우울을 그린 책이므로 쓸모 또한 그 정도이겠지만 스스로의 허접함이랄까 비루하고 구차함이 증폭되는 기분이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 또한 별로 들지 않는다..정도로 정리할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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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페소아> 편을 읽고 김한민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페소아>와 닮았는데, 실제로 페소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포르투갈에서 생활한 적 있는 저자의 (경험담으로 짐작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 책에는 '이방인'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누구나 태어난 곳이 있지만 모두가 그곳에서 평생 살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살 수 있지만 살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이 책의 화자는 전자인 동시에 후자이기도 한 것 같다.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고 어느 것에도 마음 줄 수 없어서 화자는 떠난다. 가장 애정하는 시인 페소아의 나라, 포르투갈로 떠난다. 포르투갈은 페소아의 조국이지만 나의 조국은 아니다. 비자가 만료되면 속절없이 떠나야 한다. 사람들과 말도 안 통하고 관습도 문화도 다르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어도 떠올리는 생각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것이 싫지 않다. 모두가 공감하는 건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저자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비공감주의란 모두가 공감해야 할 만한 것 따윈 없다는 주의다. 무언가가 진짜일수록 공감하기 어렵다는 주의다. 공감하기 쉬울수록 가짜라는 주의다.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것이 있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협을 느낀다. 특히 이런 시대의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람, 생각, 물건, 발명품, 작품 등은 사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제하는 주의)다. (95쪽)
화자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들 사이에서만 편안하다. 불완전한 언어를 사용할 때 비로소 자유롭게 소통하는 기분을 느낀다. 때로는 외롭고 불안하지만, 어디든 외롭고 불안하다. 태어난 나라에서도, 익숙한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외로워질 수 있고 불안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자발적으로 고독을 택하고 싶다. 안정을 버리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해도, 누구에게나 이런 마음이 있지 않은가. 그런 마음이 여실히 그려져 있는 책이다. 단번에 이해되지는 않지만 자꾸만 곱씹게 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