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랜덤이라 걱정했는데 엄청 예쁜 거 와서 좋았어요. 다양한 나라의 여성 시인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실린 시들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가득 실린 시들이라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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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언어를 주자'는 이 시집의 제목은 『맥베스』에서 가져왔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4막 3장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오 말하지 않는 큰 슬픔은 무거운 가슴에게 무너지라고 속삭인다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을 읽으면서 내내 이 문구를 곱씹었다. 그리고 슬픔에게 언어를 준다는 의미와, 그것이 왜 여성들과 여성 시인들에게 중요한 것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이 시집엔 꽤나 많은 한국 여성 시인들의 시가 실렸다.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장정심, 강경애, 노천명, 지하련, 백국희. 무려 여덟 명의 시인들이다. 한국의 시인이 쓴 시로 열어서 한국의 시인이 쓴 시로 시집을 닫았는데, 연 시는 김명순의 「내 가슴에」이고 닫은 시는 나혜석의 「이혼 고백장」이다. 시들이 모두 의미심장했지만, 나에게는 나혜석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집에 수록된 근대 여성 시인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자발적으로든 타의에 의해서든, 능동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그들이 한 '친일' 혹은 '부일' 행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친일파'이기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하기엔 그 당시의 유명한 남성 인사들이나 문인들이 꽤나 많고, 그들이 아직까지도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친다는 게 걸리긴 한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근대 여성 인사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살지 않았었는데, 이 시집을 통해서 100여년 전에 이 땅을 먼저 살다간 여성 (지식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것이 이득이라면 이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간 건 강경애였으나,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 건 나혜석이었다. 각 시인들의 시들을 수록하면서 맨 앞 부분에 시인의 이름과 함께 시인이 사진이나 그림을 실었는데, 시만큼이나 오랫동안 시인의 얼굴들을 들여다보았다. 자신들의 슬픔에, 동시대를 산 여성들의 슬픔에, 앞서 살다간 여성들의 슬픔에 언어를 부여하고자 했던 그들의 몸부림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이 언어를 지금에 다시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내 주변의 여성들(어머니, 누나, 아내 등등)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던 인간 (남성)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