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8%
  • 리뷰 총점8 12%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10.0
  • 50대 9.0

포토/동영상 (4)

리뷰 총점 종이책
시대착오적인 인물의 탐욕이 화를 초래하다.(파블 12기 7-6)
"시대착오적인 인물의 탐욕이 화를 초래하다.(파블 12기 7-6)" 내용보기
마음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았던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면 심호흡하면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내게로 오는 것이라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에너지를 모았다.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그저 고마운 것은 불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증상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
"시대착오적인 인물의 탐욕이 화를 초래하다.(파블 12기 7-6)" 내용보기

   마음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았던 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면 심호흡하면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내게로 오는 것이라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에너지를 모았다.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그저 고마운 것은 불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증상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일 계속되는 고온다습한 폭염을 식혀 줄 한 줄기 바람에도 감사할 줄 아는 평온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태평스러운 시간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주권을 짓밟혀 살아갈 힘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은 광복을 위한 항일 운동을 벌이며 일제의 야욕을 종식하려 했다. 하지만 반민족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빈한한 이들을 대상으로 고리(高利)로 돈놀이하여 재산제국주의의 야욕 아래 핍박받던 굴욕적인 시대에 국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아하였다. 강제 징용과 징집으로 불귀의 객이 된 이들도 부지기수였고, 갖은 세금 공출에 부역으로 의식주 해결에 어려움이 따라 민생고는 극에 달하였다. 일제의 끄나풀로 힘없는 백성들 위에 군림하여 뱃속을 불리던 반민족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국민들은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외형적인 가치를 높이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윤 직원은 그동안 축적한 부로 치세하려는 이기심을 버리지 않았다. 을 불린 만석꾼으로 자리한 윤 씨 집안은 균형을 잃어갔다. 윤 직원은 그의 아버지 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은 자산을 지켜 치부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하등의 욕구를 충족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부도덕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부인을 먼저 보내고 여러 여자를 만나던 일흔 둘인 윤직원은 열다섯 살 춘심을 꾀어내 수작을 부리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윤 직원 슬하의 자녀들은 적정한 때에 결혼하였지만 부부 중심의 조화로운 가정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첩을 두어 딴 살림을 차리는 아들, 바깥으로 겉돌면서 생과부를 만드는 손자, 윤직원의 증손자 경손은 할아버지가 아끼는 춘심과 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배금주의에 찌든 윤 직원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인력거 삯을 주지 않았고 큰돈을 버스비로 내어 공짜 차를 타려는 등으로 행동하였다. 그의 아버지 말대가리 윤용규가 화적패에게 수차례 봉변을 당하다 목숨까지 잃는 것을 목격하고부터 세상을 향한 증오심은 더했다. 일본인들의 강제 점령과 철저한 감시 아래 놓인 시대적 상황을 일본 순사들이 불한당들을 막아 주는 보호막 덕분에 태평하게 되었다고 만족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반민족적인 언행을 이어갔다.

   윤직원은 족보를 도금하여 새롭게 꾸미고, 양반 직을 사고, 양반 자제와의 혼인으로 신분 상승을 도모하려 했으며, 손자 종수와 종학이를 군수와 경찰 서장으로 만들어 가문을 빛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집안의 불화는 끊이지 않았고, 윤 직원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지만 뒤돌아서서는 뒷공론을 일삼는 며느리와 손자며느리의 언행은 이지러진 집안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들 창식은 노름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고, 손자 종수는 군수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있지만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다는 점을 망각하고 지낸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패에 참섭을 하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경찰 서장을 만들겠다고 동경에 유학을 보냈던 둘째 손자 종학이가 사회주의 운동에 연루되어 투옥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윤 직원 영감은 울분을 터뜨리며 광분한다. 믿었던 수재 종학마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일과도 멀어져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라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개인적인 치부와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 하등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일에만 관심을 두는 이기적인 만행은 일제강점기를 태평천하로 여기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n*****9 2017.07.13.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2016년결산][서평]태평천하-채만식
"[2016년결산][서평]태평천하-채만식" 내용보기
채만식. 이광수의 추천으로 단편으로 등단하여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태평천하]로 유명한 작가이다. 국어시간에 시험에 잘 나오지 않으면 이전 소설가들은 그저 이름도 모른채 묻어버리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한 가족들을 통해서 벌어지는 사회상까지도 짐작할 수가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채만식 직
"[2016년결산][서평]태평천하-채만식" 내용보기

채만식. 이광수의 추천으로 단편으로 등단하여 [레디메이드 인생], [탁류], [태평천하]로 유명한 작가이다. 국어시간에 시험에 잘 나오지 않으면 이전 소설가들은 그저 이름도 모른채 묻어버리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 시대상과 더불어 한 가족들을 통해서 벌어지는 사회상까지도 짐작할 수가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채만식

직업
소설가
출생
1902.06.17. (전라북도 군산)
데뷔
1925년 단편소설 '새 길로'
학력
와세다대학교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을 연상케 한다. 인력거를 끌고 다니는 주인공은 아침부터 운이 좋았다. 손님도 딱딱 맞춰 태우는가하면 돈도 많이 벌었던 그런 날이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보니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져 있다. 그에게 과연 그 날은 운수좋은 날이었을까.

 

[태평천하]라는 제목과 걸맞지 않게 이 책도 비슷한 결말을 보이고 있다. 이 '태평천하'에 만석꾼의 아들이 부랑배당에 들어가 경찰에 잡혀 들어갔다니 이 만석꾼의 집은 동네 떠나가랄듯 울어제낀다. 태평쳔하라는 제목과 상반되는 엔딩인 셈이다.

 

이야기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전개되어진다. 누군가 변사가 따로 있어서 이 사람은 어떻고 저 사람은 어떻고 하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방식이다. 요즘의 이야기 전개와는 사뭇 달라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한번 동화되고 나면 절로 얼쑤 소리를 내면서 그 장단에 같이 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전체가 전부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로써는 읽기 힘듦을 더 토로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굵직한 사투리를 들어보겠냐라는 생각으로 한글자씩 따라 읽다보면 또 어느샌가 그 지방에 직접 가 있는 듯이 현장성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맨 웃어른 되는 윤직원 영감이 그렇게 싸움을 줄창치듯 하는가 하면, 일변 경손이는 태식이와 싸움을 합니다. 서울아씨는 올케 고씨와 사움을 하고, 친정 조카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경손이와 싸움을 하고, 태식이와 싸움을 하고, 친정아버지와 싸움을 합니다. 고씨는 시아버지와 싸움을 하고, 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시누이와 싸움을 하고, 다니러 오는 아들과 싸움을 하고, 동대문 밖과 관철동의 시앗집[남편의 첩이 사는 집]에 가끔 쫓아가서는 들부수고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싸움, 싸움, 싸움, 사뭇 이 집안은 싸움을 근저당 해놓고 씁니다.(93p)

 

싸움에 싸움에 싸움을 연속으로 해대는 이 집안. 양반집입네 하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못하다. 더군다나 딸네부터 며느리, 손주며느리까지 과부에, 진짜 과부에, 그냥 과부에, 과부 아닌 과부들까지 모조리 같이 사는 이 집안이 이 조용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 아닐가 싶을 정도로 일이 끊이지 않는 윤직원네 영감집이다.

 

"거참 아라사놈덜은 그렇다데그려...그놈의 나라으서넌 부자 사람의 것을 말끔 뺏어다가 멋이냐 공군놈덜허구 노동꾼놈덜허구 나눠주었다지?"(143p) 아라사. 지금의 러시아를 가리키는 말인데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그나마 많이 없어졌을 시대에 지어진 이 책에서도 여전히 그들의 구분이 엄격히 존재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아주 오래 긴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그들에게 러시아가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큰 이슈였을 것이다. 그런 러시아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온 북한의 제도도 그렇고. 작가는 개성에서 작품생활을 했기에 그 런 면에서 좀더 잘 알수가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윗대에서 불려놓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면서 할일없이 잘 살았던 한 영감의 집을 통해서 바라본 이 시대는 태평천하라 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어 하고 있었고 사회는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태평천하라 이름 붙인 것은 아마도 그 세대를 비웃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태평천하에 부랑자들 당에 들어간 손자를 탓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신부터 사람들에게 조금은 나눠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이다. 과연 태평천하는 누구에게나 태평천하였을까.

 

이달의 사락 b***8 2016.12.15.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채만식, 《태평천하》 : 오냐, 우리만 빼고 다 망해라!
"채만식, 《태평천하》 : 오냐, 우리만 빼고 다 망해라!" 내용보기
p.60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 "오-냐.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채만식의 《태평천하》는 염상섭의 《삼대》와 더불어, 조선이 망하고 일제강점기가 들어서면서 그것에 적응해가는 민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당히 명확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삼대》에 비해, 《태평천하》는 작품 전체가 비꼬는 투라서 처음엔 읽기가 좀 거북할 수 있다.고등학교 시절,
"채만식, 《태평천하》 : 오냐, 우리만 빼고 다 망해라!" 내용보기

p.60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 "오-냐. 우리만 빼고 어서 망해라!"


채만식의 《태평천하》는 염상섭의 《삼대》와 더불어, 조선이 망하고 일제강점기가 들어서면서 그것에 적응해가는 민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당히 명확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삼대》에 비해, 《태평천하》는 작품 전체가 비꼬는 투라서 처음엔 읽기가 좀 거북할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태평천하》를 교과서의 지문으로 접했을 때 윤직원의 오줌 건강법(세수+음용)을 소개한 부분과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둘째 아들이 일본에서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윤직원이 속된 말로 ‘멘붕’하는 장면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생각보다 길이가 길었다. 300페이지 내외니 중편 소설쯤 되려나? 그리고 《태평천하》의 내용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실은 《삼대》의 내용이었다. 《삼대》가 미니시리즈라면 《태평천하》는 시트콤 같은 느낌이랄까? 폭소와 실소를 오고 가는 내용이었다.


기승전결이 딱딱 떨어지는 《삼대》는 상당히 모던하다. 조의관-조상훈-조덕기로 이어지는 삼대 간의 의식 변화와 유산을 가지고 벌어지는 암투, 그리고 조선의 독립과 계급적 평등을 위한 사회주의 운동! 그리고 버려진 첩과 주인공 친구의 자살… 아, 한 편의 연극이어라!


p.173 윤직원 영감의 이 계집애에 대한 흥미는 일찍이 고향에 있을 때부터 촌 계집애들을 주무른 솜씨라 오늘날에 비로소 시작된 것이 아니라면 아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계집애들은 열칠팔 세가 아니면 기껏 어려야 열육칠 세이었었지, 열네 살베기의 정말 젖비린내 나는 계집애에까지는 이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태평천하》의 주인공 윤직원은 70대가 되어서도 어떻게 하면 10대 여자 아이를 꼬실까 고민한다. 게다가 그의 아들들, 딸, 며느리들, 심지어 증손자 윤경손까지 어떻게 하면 돈을 윤직원한테서 뜯어낼까 혹은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하는 내용이 이 책의 팔할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삼대》보다 《태평천하》를 높게 평가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단순히 ‘악’으로 치부하는 친일파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채만식이 작품 내내 보여주는 ‘비꼼체’는 덤덤한 듯 보이면서도 그들의 행태가 잘못됐음을 넌지시 보여준다.


p.125 "……여보게 이 사람아……! 아 자네버텀두 날더러 팔자 좋다구 그러지? 그렇지만 이 사람아, 팔자가 존 게 다아 무엇잉가! 속 모르구서 괜시리 허넌 소리지…… 그저 날 같언 사람은 말이네. 그저 도둑놈이 노적가리 짊어져 가까 버서, 밤새두룩 짖구 댕기는 개, 개 신세여! 허릴없이 개 신세여!"


일제는 제국주의 국가인 동시에 근대적 국가 체계를 조선 땅에 뿌리내리게 했다. 이전까지 조선은 외척들이 다 해먹으면서 나라의 기본적 시스템마저 거의 무너진 상황이었다. 막판에 대원군이나 고종이나 복구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막차는 떠난 지 오래였다.


p.146 "참 장헌 노릇이여……! 아 이사람아 글시, 시방 세상으 누가 무엇이 그리 답답히여서 그 노릇을 허구 있겄넝가……? 자아 보소. 관리허머 순사를 우리 죄선으루 많이 내보내서, 그 숭악헌 부랑당놈들을 말끔히 소탕시켜 주구, 그래서 양민덜이 그 덕에 편히 살지를 않넝가? 그러구 또, 이번에 그런 전쟁을 히여서 그 못된 놈의 사회주의를 막어내 주니, 원 그렇게 고맙구 그렇게 장헐 디가 어디 있담 말잉가…… 어 참, 끔찍이두 고맙구 장헌 노릇이네……!"


과거 화적 때들과 고을 군수들에게 하도 시달림을 당한 윤두섭(윤직원)은 국가가 나서서 치안을 다스리고 법률로 제한을 두는 ‘일제’를 보고는 ‘이런 태평천하가 어딨냐’고 말한다. 나라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구한말을 살아간 그에겐 일제야말로 축복이고 평화인 것이다.


p.310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병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하지만 윤직원의 평화는 그 속에서부터 천천히 무너져간다. 어떠한 시대정신도 없고 단지 부에 집착할 뿐인 윤직원을 그의 가족들은 마음속으로 멸시하고, 그나마 싹수가 있어보이던 둘째 아들은 오히려 사회주의에 눈을 떠 그의 기대를 배신한다.


시니컬한 묘사, 막장가족 그리고 숨겨진 풍자.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태평천하》를 읽으면서 미국 애니메이션 〈The Simpson〉이 떠올랐다. 다양한 인물군이 있지만 특히 번즈와 스미더즈의 관계가 《태평천하》의 윤직원과 전대복의 관계와 닮았다.


p.145 "아 글씨, 누가 즈더러 부자루 못 살래서 그리여? 누가 즈 것을 뺏었길래 그리여? 어찌서 그놈덜이 그 지랄이여……? 아, 사람 사람이 다아 제가끔 지가 타구난 복대루, 부자루두 살구, 가난허게두 살구, 그러기루 다아 하눌이 마련한 노릇이구, 타구난 팔잔디…… 그래, 남은 잘살구 즈덜은 못산다구, 상판 남의 것을 뺏어다가 즈덜 창사구(창자)를 채러 들어? 응……? 그게 될 말이여……? 그런 놈덜은 말끔 잡어다가 목을 숭덩숭덩 쓸어 죽여야지……! 야 이 사람아, 만약에 세상이 도루 그 지경이 되구 보면 그 노릇을 어쩐담 말잉가? 응?"


번즈는 엄청난 부자이지만 더 부유해지고 싶어 돈을 아낄 궁리만 한다. 그의 비서 스미더즈는 그를 돕는 게 인생의 낙이다. 윤직원과 전대복도 비슷하다. 일단 에누리를 걸고 보는 윤직원과 목욕 주기를 일주일에서 보름으로 늘려 돈을 아끼는 전대복의 행태는 놀라울 지경이다.


이외에도 온갖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 응축되어 있는 소설이다. 길이가 짧기 때문에 술술 읽히면서도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곱씹을수록 진한 맛이 나는 소설이다. 역시 고전은 고전인가 보다.

b******9 2016.12.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채만식 태평천하 새움출판사 장편소설 추천
"채만식 태평천하 새움출판사 장편소설 추천" 내용보기
채만식 태평천하 새움출판사 장편소설 추천12월에는 연말 모임도 많고 뭐가 그리할 일이 많은지...그래도 책은 읽고 살자는!ㅎㅎ새움출판사 신간도서가 있어 읽어 보았어요.   신랄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풍자소설의 대가 채만식의 대표작인장편소설 태평천하!     태평천하의 저자는 이미 타계하신 분이더라고요~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시다가 편집에 종
"채만식 태평천하 새움출판사 장편소설 추천" 내용보기

 

 

 

채만식 태평천하 새움출판사 장편소설 추천
12월에는 연말 모임도 많고 뭐가 그리할 일이 많은지...
그래도 책은 읽고 살자는!ㅎㅎ
새움출판사 신간도서가 있어 읽어 보았어요.

 

신랄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풍자소설의 대가 채만식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태평천하!


 

 

태평천하의 저자는 이미 타계하신 분이더라고요~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시다가 
편집에 종사하시다가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셨어요.

 

일단 첫 장을 넘기기 전에
일러두기 먼저 꼭 읽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ㅎㅎ

태평천하는 
1938년 1월부터 9월까지 조광에 연재된 작품이라는데요. 

원본은 따로 있다니 현재 맞춤법을 최대한 맞췄겠지만 
방언이나 속어, 대화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
참고하시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욕처럼 찰지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나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ㅎㅎ

 

윤직원 영감이 주인공이긴 한데
점점 다인칭 시점으로 느껴지는 줄거리처럼 느껴졌는데요.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윤직원이라 불리는 건지...
그리고 나이가 72세인데 15살인 기생 춘심이와 어떻게 교제하게 되었는지...
까면 깔수록 웃긴 스토리의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ㅋㅋ

 

부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몇 푼 안되는 인력거 삯은 안 내려고 꽁무니를 빼려는 치사한 캐릭터.
요즘 같아선 짠돌이가 아니고 양심불량이라고 할 수 있다죠?ㅎㅎ

 

 

젊었을 적 윤두꺼비라 불릴 당시,
부친이 화적패들로 인해 돌아가시니
그러한 고난과 풍파 속에서 피까지 적신 재물이다 보니
더욱 돈 한 푼에도 벌벌 떠는 사람이 되었던 건 아닌가 
공감해봅니다.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란 말을
곱씹다 보면 참 못된 말이다 싶기도 하지만
윤직원 영감의 삶을 비추어 볼 때 
부질없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윤직원 영감은 모든 가족들에게 
찰지게 욕도 참 잘 하더라고요~ㅋㅋㅋ

단 한 명 신경 쓰고 이뻐하는 이가 있다면
증손자와 동갑이지만 첩의 아들인
환갑이 가까워서 본 막내둥이!

15살인 막내둥이가 내용으로 봐서는 
다소 지능이 낮은 캐릭터로 느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살뜰하게 챙긴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정은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알고 보면 윤직원 영감이나 
다른 등장인물이나 모두 웃기는 인물인데요.
저자의 내용 표현도 참 재미있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아요.

윤직원 영감의 집에는 과부만 몇 명인지~
그 스토리 하나하나 읽어보면 다 딱하고 안됐고...
그래서 그 캐릭터가 왠지 이해가 되고 그러더라고요~

특히나 이 집안은 싸움을 근저당 해놓고 쓴다는 대목에서 
뻥 터졌답니다.ㅋㅋㅋ

 

 

나이는 72살인데 애인을 몇 번을 바꾼 것인지...
뭐 바꾸고 싶어서 바꿨다기보다는
다 이유가 있었지만요.
그래도 15살 애인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막 성인용 야한 대목은 전혀 없어요.
딱 요 정도 대화 수준.

중요한 건 윤직원 영감님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것이 문제!
알고 보면 애인이라는 춘심이는 
동갑인 윤직원 영감의 15살 증손자와 연애 중이라는~ㅋㅋㅋ

읽다 보면 윤직원 영감이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본인의 오줌으로는 눈을 씻고

 

돈으로 산 어린아이 오줌은 먹기까지...!
정말 옛날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은~ㅠ.ㅠ
말로만 들었다가 소설로 읽으니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상상에...

그만큼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큰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윤직원 영감은 돈 몇 푼 아끼려고 정말 치사하고 놀부 같은 심보인데
아들이나 손자나 돈 퍼다 쓰는 정도가 정말 대략난감.

예를 들어 그렇게 궁상떨고 투자한답시고 해서
내 돈 900원 벌었다고 좋아하지만
곧 있으면 그 열배 가까운 9,000원이 날아갈 판...

아들과 손자가 물 쓰듯 돈을 축내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는~

여기서 말하는 900원이나 9,000원은 
그 시대적 가치를 판단해서 생각해주셔야 해요.ㅎㅎ
지금의 900원이 아니라는!

1930년대 후반 친일 지주 계층의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인 욕망과
행위를 판소리 투의 풍자적인 어조로 비판한 소설 태평천하!

 

 
 
 

 

믿는 구석이었던 미래의 경찰서장 감인 손자가 
동경 유학 도중 사회주의 운동가로 체포됐다는 소식에 
윤직원 영감의 배신감 어린 절망스러운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죽일 놈! 죽일 놈!

 

h******4 2016.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태평천하
"태평천하" 내용보기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었다. 사회 풍자로 유명한 작가. 시험에도 나왔다고?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았던 나는.. 처음보는 글이었다...이 책의 주인공 윤직원은 부자이다. 부자이지만 굉장히 짠돌이.. 가진자가 없는 자에게 어떻게 행패를 부리는지 아주 잘 나와있다. 읽다보면.. 나이 먹고(70대 노인) 뚱뚱한(107kg) 노인이 얼마나 꼴시럽게 아끼고 말을 막 내뱉는지 너무 생생해서 미간이
"태평천하" 내용보기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었다. 사회 풍자로 유명한 작가. 시험에도 나왔다고?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았던 나는.. 처음보는 글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윤직원은 부자이다. 부자이지만 굉장히 짠돌이.. 가진자가 없는 자에게 어떻게 행패를 부리는지 아주 잘 나와있다. 읽다보면.. 나이 먹고(70대 노인) 뚱뚱한(107kg) 노인이 얼마나 꼴시럽게 아끼고 말을 막 내뱉는지 너무 생생해서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이다.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윤직원의 부친인 윤용규는 재산을 불렸으나 화적들의 습격을 받고 살해당한다. 이 후 윤직원은 일제시대에 그들과 결탁하더라도 돈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아둥바둥 한다.
아들 하나와 손자 둘이 있지만 어느하나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그나마 기대를 걸만했던 손자 종학이 경찰서장을 할것이라고 믿고 있던 그 손자가 사회주의 사상 문제로 경시청에 붙잡혔다는 전보를 받고 윤직원이 죽일놈 하며 부르짖는 소리로 소설은 끝이 난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하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너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하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물론 소설이지만 100% 소설 같지가 않다. 그 당시 사회를 잘 풍자해놓은 작품이다. 태평천하, 그 말 그대로 태평천하가 아닌 어이가 없는 태평천하인것이다. 소설에는 착한 놈, 긍정적인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일본의 지배를 받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왜곡된 사회상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h*****k 2016.12.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2016결산][태평천하] 2016년의 언어로 읽어보는 '채만식의 태평천하'
"[2016결산][태평천하] 2016년의 언어로 읽어보는 '채만식의 태평천하'" 내용보기
이 책은 '대한민국 스토리DNA' 시리즈 중 13번째 이야기『태평천하』이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장편소설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나가려고 하는 새움 출판사의 야심 프로젝트이다.『태평천하』
"[2016결산][태평천하] 2016년의 언어로 읽어보는 '채만식의 태평천하'" 내용보기

이 책은 '대한민국 스토리DNA' 시리즈 중 13번째 이야기『태평천하』이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장편소설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나가려고 하는 새움 출판사의 야심 프로젝트이다.『태평천하』신랄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풍자소설의 대가 채만식의 대표작이다. 조금만 읽어보아도 이 책이 왜 포함되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시험을 위한 공부로 만났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제강점기 왜곡된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비판한 1930년대의 기념비적인 작품『태평천하』를 만나는 시간이다.

 

 

먼저 본격적으로 소설 읽기에 들어가기 전에 '일러두기'를 통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모두 여섯 가지가 있지만, 이 중 세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언제적의 소설인지 알아야 하고, 맞춤법 표기가 어떻게 맞춰졌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은 큰 틀은 유지한 채, 현재의 우리와 간극을 줄이고자 조절되어 있다.

1.『태평천하』는 1938년 1월부터 9월까지《조광(朝光)》에 연재된 작품이다.

2.원본: 1948년 동지사에서 출간된『태평천하』를 원본으로 삼았다.

3.맞춤법 표기는 작품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2016년 현재의 원칙에 따랐다. 다만, 작가의 의도가 담긴 일부 표현, 방언이나 속어, 대화체의 옛 표기 등은 되도록 원본을 살렸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 지겹도록 줄거리나 문체 등 전반적인 정보를 배우고 익히고 외웠을 것이다. 읽어나가다 보면 예전에 외웠던 지식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다 잊어버린 줄 알았던 것이어서 그런지 신기할 정도다. 제목 자체에서부터 물씬 풍기는 반어적 느낌에 더하여, 판소리사설체이기에 반어적 풍자효과가 더 와닿는다. 그 시절 윤직원 삼대의 실상과 몰락을 제 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과 오버랩시킨다. 그때나 지금이나 태평천하인 것인가.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담은 태평천하가 아니라, 한없이 비꼬며 헛웃음을 짓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태평천하' 말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 그림을 그리듯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읽는 맛이 있다. 이 소설은 계동의 이름난 장자[큰 부자] 윤직원 영감이 인력거를 타고와 대문 앞에서 내려선 데에서 시작한다. 이십팔 관, 하고도 육백 몸메(107.25kg)의 거구인 윤직원 영감, 그를 인력거꾼이 젖 먹던 힘까지 아끼지 않고 겨우겨우 목적지까지 끌고 간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소설 속 표현에 의하면 '허파가 터질 뻔 한 오늘'이라는 인력거꾼의 고충과 차마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있는 자의 횡포를 보는 씁쓸함이 있다.

윤직원 영감은 인력거꾼을 짯짯이 바라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풀었던 염낭끈을 도로 비끄러맵니다. 인력거꾼은 어쩐 영문인지를 몰라 뚜렛뚜렛하다가, 혹시 외상인가 하고 뒤통수를 긁적긁적하면서, "그럼, 내일 오랍쇼니까?" "내일? 내일 무엇 하러 올랑가?"(11쪽)

 

이 소설은 언어 사용의 구수함에 맛깔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특징이다. 이야깃꾼이 멋들어지게 술술 풀어나가면 시선을 고정하고 푹 빠져들게 되는, 그런 분위기를 연상하면 된다.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 연기 잘 하는 악역 배우가 출연한 장면을 보듯, 쯧쯧쯧 혀를 차며 읽게 되는 것도 이 소설의 문체가 주는 매력이다.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낯선 단어를 해설하여 괄호 안에 넣은 것도 이 책을 막힘없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바탕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보면, 책뒷표지에 있는 말이 뼈가 되어 들어와 박힌다.

윤직원 일가의 행태에 실소를 보내던 우리는 멈칫하게 된다.

그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맨얼굴이 현재의 우리와도 몹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책뒷표지 中)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한 정사,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310쪽)

윤직원이 손자가 사회주의에 가담하여 경시청에 피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르는 장면은 전체 소설을 다 읽고 마지막에 만나야 한다. 지금껏 시험을 위해 이 부분만을 읽고 문제를 풀었지만, 앞부분부터 읽어나가니 그 맛이 다르다.

 

인간 삶의 한 단면인데다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소설이지만, 그 시절의 시대상을 담아냈기에 의미 있는 소설이다. 삶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게 된다. 옛 소설로 들려주는 메시지를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전달 받아 의미를 파악해보는 시간이다. 이런 점이 문학의 생명력이자 소설의 힘인가보다.  

s*****a 2016.12.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태평천하_ 시절이 하 수상하여라…
"태평천하_ 시절이 하 수상하여라…" 내용보기
비틀린 시국 속에서 제 것만 지키고 있으면 태평천하라, 시대를 읽어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을 완성한 한국 문학의 대표작!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 이조 판서를 지낸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며 지은 시 ‘가노라 삼각산아’에 나오는 구절이다. 때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시점으로 당시의 시대가 꽤나 혼란스러웠음을 표현한 것이다. 역사 이래 태평
"태평천하_ 시절이 하 수상하여라…" 내용보기

비틀린 시국 속에서 제 것만 지키고 있으면 태평천하라,

시대를 읽어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을 완성한 한국 문학의 대표작!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 이조 판서를 지낸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며 지은 시 ‘가노라 삼각산아’에 나오는 구절이다. 때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시점으로 당시의 시대가 꽤나 혼란스러웠음을 표현한 것이다. 역사 이래 태평성대한 때가 어디 자주 있었겠나만, 작금의 ‘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 거대한 혼란 속에서 태평천하를 찾을 길이 깜깜하게만 느껴진다. 이러고 보니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날카로운 펜과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뜻이 유독 사무친다.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를 잃고도 민족의식이나 시대의식 따위 없이 그저 내 것만 지니고 있으면 이 땅이 태평천하라고 부르짖던 한 노인의 어긋난 시대상을 비판한 작품, <태평천하>가 바로 그러하다. 새삼 오늘에 와서, 아니 오늘에 견주어 하등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시절이지만은 이 고전이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와 닿는 이유는 시대에 대응하여 문학이 할 수 있는 사명과 존재론적 가치를 냉철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만 빼놓고 다 망하라던, 윤직원 영감이 사는 법!

 

때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로, 느닷없이 졸부가 된 아버지 윤용규로부터 가산을 물려받아 이제껏 잘 키워온 노인 윤직원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72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100kg이 넘는 홍안백발의 좋은 풍신에 오래 살고, 부유하고, 귀해 보이는 인상을 지녔으며 의관 또한 번지르르한 것이 누가 봐도 있는 집 대감으로 보임직 하다. 부패한 지주이자 은행에 넣어둔 돈과 고리대금업으로 이자를 받아가며 남부럽지 않을 부를 누리니 열다섯 살인 어린 기생을 애인으로 삼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 소리를 듣는 낙으로 사는 것 또한 영락없이 팔자 좋은 노인이라. 그러나 인색하기 짝이 없는 구두쇠, 자린고비 영감이라 인력거꾼의 삯을 깎아들려고 하질 않나 나라에 내는 세 마저도 흥정을 하고, 명창대회 구경을 가서 하등석 표를 끊어놓고 상등석에 기어코 앉는 등 옹색한 구석이 다분한 자이다. 심지어 진시황이 영생불사를 하고 싶어 불사약을 구하려고 다녔듯, 오줌도 먹고 보건체조도 하고, 좋은 보약도 먹고 해서 만석의 부를 길이길이 지키고 가문에 양반을 만들어 대대로 영광을 누리고자 혈안이 되었음이다. 큰 집안의 웃어른이자 넉넉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 뻔뻔한 면면들을 보고 있자면 우습기 짝이 없고 못나기도 이렇게 못날 수가 없다. 양반이나 지배층을 놀림거리로 삼았던 가면극이 그러하듯 우스꽝스러운 윤직원 영감의 행태들은 이 소설을 지배하는 풍자의 근거가 된다.

 

 

 

 

 

나라와 민족이 어찌되었든 일신의 안녕과 가족의 이익만을 오로지 중요시 여기는 윤직원 영감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아버지 윤용규가 살아있었을 적에 화적떼가 들이닥쳐 집안의 남자란 남자는 반죽음이 되게 매질을 하고 가산을 훔쳐가는 것은 물론, 탐욕스러운 수령이 공연히 잡아다가 보석금을 받아 챙기기 일쑤이니 하루라도 마음 편안할 날이 없었다. 느닷없이 또 화적떼가 등장하여 옷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윤직원이 꽁무니에 불이 나도록 도망치던 시각, 숱하게 당하고 당한 것이 억울하고 분하였던 윤용규는 악에 받쳐 칼을 휘두르다 기어코 죽음을 맞게 되었다. 뒤늦게 돌아온 윤직원은 참혹하게 죽어 넘어진 부친의 시체를 안고 땅을 치며 울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나니 개인의 안전과 가솔들의 안녕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따위야 어찌 되든 망해버리라고 분노할 만하다. 고난과 풍파를 겪고 마침내 피까지 적신 재물인 만큼 한 푼에 벌벌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고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진정하고도 불끈 일어서 이를 부드득 갈면서,

“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또한 웅장한 절규이었습니다.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 60p

 

 

이러한 연유로 돈도 돈이지만 집안에 문벌을 세워야겠다는 그의 생각은 더욱 절실해졌을 것이다. 듬직한 뒷배나 연줄이 있어야 안위를 보장 받고 자신의 가문을 함부로 대하는 자가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그는 가문을 빛나게 할 네 가지 방책을 세운다. 이천 원의 돈을 들여 족보를 새롭게 꾸미기, 자신의 이름 앞에 직함이 붙어야겠으니 아쉬운 대로 학교의 우두머리 자리인 직원(直員)이라는 벼슬자리 구하기, 찢어지게 가난해도 양반집에서 며느리 구하기, 손자 둘이 있으니 하나는 군수요 하나는 경찰서장으로 양성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에도 버젓이 부정청탁과 부정입학으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자들을 짓밟고 올라가는 세상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세상이 오로지 자신의 재산과 안위를 지켜줄 때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 믿는 그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옹호하기 어렵다. 이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부조리한 사회의 일그러진 정의와 윤리의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 소란한 시절은 갔다고, 이 얼마나 태평한 세상이냐고, 가진 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세상을 이치로 삼는 그의 이기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식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송도 말년(松都末年)에는 쇠가 쇠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던게 지금은 다 세태가 바뀌고, 을축갑자(乙丑甲子)로 되는 세상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쇠가 쇠를 낳기로 마련이니 그건 무슨 징조일는지요.

아무튼 그놈 돈이란 물건이 저희끼리 목족(睦族)은 무섭게 잘하는 놈인 모양입니다. 그렇길래 자꾸만 있는 데로만 모이지요? / 121p

 

 

 

새어나가는 바가지, 마음의 빈민굴!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이러한데, 가족들이라고 해서 어디 올바른 사람이 있겠는가. 흥미롭게도 <태평천하>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순되거나 누구하나 바른 윤리관이나 사회의식을 지닌 이 하나 없다. 윤직원에서 아들 윤창식으로, 손자인 종수와 종학에게로 새끼를 치듯 이어지는 속물근성과 무너진 윤리기강은 전염병 같다. 모두들 하나같이 윤직원의 재산에 의지해 탕진만 해댈 뿐이고 건실하게 살뜰히 살피는 사람이 없으니 결말을 보지 않아도 이 집안이 어찌될지 불 보듯 뻔하다. 이러고 보면 몇 푼 쓰는 것이 아까워 혼자서 벌벌 떠는 윤직원의 모양새가 참 딱할 지경이지만, 집안이 콩가루가 되어 가는지도 모르고 어린 기생과 오입질 할 생각에 침을 흘리고 앉아 있는 꼬락서니를 보면 말을 다한 셈이다. 오늘날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밖으로 도는 남편들 때문에 집안의 여자들 역시 한없이 무기력해있으며 소외된 채 그저 방치된 모양새도 참으로 불편하다. 이렇듯 윤용규로부터 5대째 자식과 또 그 자식들이 부를 누리고 살고 있지만 윤직원네 일가는 실상 언제 다 샐지 모르는 구멍 난 바가지이고, 헛헛하기 짝이 없는 마음의 빈민굴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생과부, 통과부, 떼과부로 과부 모를 부어 놓았으니 꽃모종이나 같았으면 춘삼월 제철을 기다려 이웃집에 갈라 주기나 하지요. 이건 모는 부어 놓고도 모종으로 갈라 줄 수도 없는 인간 모종이니 딱한 노릇입니다. / 73p

 

 

 

무너지는 태평천하

 

세상 다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마지막 희망은 있다고, 윤직원 영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자랑이자 희망은 손자 종학이다. 동경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착실하게 경찰서장이 될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그야 말로 집안의 보배이자 든든한 재산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동경에서 날아온 전보 한 통에 만리장성이 무너져 내리듯 허물어진다. 사회주의에 동조하여 경시청에 붙들렸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사회주의라니, 가진 자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자유주의 세상을 두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재산을 나눠야 하는 사회주의에 다름 아닌 손자가 동참했다는 사실은 그를 절망에 빠뜨리게 한다. 일찌감치 윤직원은 일제 순사들 덕분에 흉악한 화적들이 사라지고, 중국과의 전쟁으로 사회주의를 막아내 주니 이토록 고마울 것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하거나 사회주의를 비방하였기에 종학의 소식은 더욱 비통하게 느껴진다.

 

 

“청국을……? 청국두 그놈의 사회주의라냐. 그 부랑당 속을 맨들어……? 그게 무어니무어니 하여두 이 사람아, 알구 보냉개루 바루 부랑당 속이지 별것이 아니데그려……? 자네는 모르리마넌 옛날 죄선두 활빈당(活貧黨)이라넝 게 있었너니. 그런디 그게 시체 그놈의 것 무엇이냐 사회주의허구 한속이더니…….” / 143p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더냐……? 재신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 310p

 

 

지식인으로써 사회주의에 몸을 담은 종학을 그나마 긍정적인 인물로 보아야 하는가 하면 이 또한 의아하지만 어쨌든 태평천하라고 믿었던 윤직원의 세상은 사실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태평천하>는 이미 그 말 속에 수많은 반어와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결말이지만, 무엇보다 모두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던 작가의 투철한 사회의식에 감탄과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풍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든, 2016년의 대한민국이든 우리들은 욕망의 그늘에서 멀찌감치 물러설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가 이러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시대가 급변하고 더욱 자유로워진다 하여도 시대의식은 오히려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불편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내내 지켜봐야하는 시대일수록 말이다.

 

 

시점이니, 문체니 하는 관념적 구조 속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고전의 매력에 빠져서 읽었다. 분명 학창시절에도 <태평천하>를 읽었을 텐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학습에 얽매여 일부만 읽느라 이렇게 개성 있는 인물과 언어유희가 가득한 소설인줄도 모르고 읽었나보다. 고전은 영원하다더니,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올해에도 다양한 책들이 나왔지만 다시금 고전이 새로이 기획되고 계속해서 출간되는 것이 새삼 반갑다. 지금 읽어도 좋은 고전들은 자주 찾아 읽어봐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h***s 2016.12.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의 고전 [태평천하]
"한국의 고전 [태평천하]" 내용보기
태평천하는 '고전'이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소설은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현대의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향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현 시대 상황과도 크게 동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바로 그 고전이다. 열에 아홉은 태평천하를 기억할 것이다. 국어 교과서에 여러번 실렸고 권장 도서로 지정되
"한국의 고전 [태평천하]" 내용보기





태평천하는 '고전'이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소설은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현대의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향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현 시대 상황과도 크게 동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바로 그 고전이다. 열에 아홉은 태평천하를 기억할 것이다. 국어 교과서에 여러번 실렸고 권장 도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특히 고전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데 (정확히 말하면 고전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 보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 쪽에 가깝지만) 태평천하는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것으로 기억하다. 먼저 그 시대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충분히 현대 상황에도 적용 가능한, 너무 적절해 놀라울 정도다. 

한 문학 교수는 고전을 이렇게 색다르게, 하지만 누구나 공감 할 만 한 정의를 내놓았다. 


'누구나 읽은 척 하지만 사실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 없는 책.' 


교과서를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 다 안다고, 편안하게 접근했던 것까지는 좋았지만 교과서에는 극히 일부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설왕설래]매관매직 2008년도 기사 삽화



정말 나만 잘 살 수 있을까?

윤직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틈 타 당시 성행했던 매관매직을 통해 계층을 '산' 사람이다. 족보를 바꾸고 양반가와의 혼인을 통해 진정한 신분 상승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에서도 자신은 누구보다 '태평'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나라를 잃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그는 나라 걱정은 커녕 당장 자신의 손익이 더 우선순위이다. '우선 나 부터 살고 봐야지.'라는 말이 딱 그에게 어울린다. 오히려 그는 '나만 잘 살면 된다.'하는 상당히 이기적이면서도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나만 잘 살자, 태평하다. 라는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는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가 도적 떼들의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많은 것을 잃고 나서 그는 '나라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지?' 라며 나라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된다. 이런 속사정을 알고 그의 과거가 안타깝다고 한순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잘못된 가치관을 지지한다거나 인정할 수는 없다. 사실 이 부분 외에도 그가 안타깝다고 느낀 부분은 이렇게까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명예, 신분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주변인물들이 그것들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있다는 사실은 참 답답했다. 인력거 꾼을 삯을 깎을 것이 아니라 자신 주변 인물들 단속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인데 말이다. 여담이지만 윤직원의 외모 묘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의 키는 180에 달하고 몸무게가 107키로의 거구라는 사실이 조금 놀랐다. 그리고 내 안에서 그렸던 윤영감이 느낌이 바뀌었다. 그의 행동과 움직임이 더 확연하고 강하게 그려졌달까. 사실 외모 묘사를 보지 못하고 혼자 그린 윤직원은 바싹 마르고 조금 고양이 같은 느낌의 남자였지만 예상과는 조금 달라 신선했다. 이제라도 일부가 아닌 전문을 읽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전 <태평천하>의 매력

먼저 상당히 '찰지다'. 이야기는 판소리투로, 마치 한 사람이 나와 직접 이야기해주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 직접 연극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인물들을 다소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웃음이 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끌어낸다. 

작가는 '정말 나만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면서 작품을 소비하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윤직원처럼 이 기회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강한 이들의 밑에서 힘을 키워온 세력들을 윤직원에 대입해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 시리즈 열세 번째 

이 <태평천하>는 고전이 흔히 가지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말들) 이해가 쉽도록 풀었으면서도 그 어투 특유의 재미는 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담이지만 책날개에 있던 대한민국 스토리 dna시리즈의 취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므릇 이야기로 된 세상에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아득한 옛날부터 이야기는 있어 왔습니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을 구성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던 요즘 첫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스토리펀딩에 1인당 약 2만원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스토리펀딩이 '컨텐츠에 돈을 소비한다.' 라는 개념에 힘을 싣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처럼 현대 사람들은 감성, 스토리텔링을 중요시여기고 있다. 이 점에서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DNA 시리즈는 태평천하까지 총 13편이 나와 있는데 차례대로 출판사에서 선정한 이 열 세 권을 그 흐름을 맞게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8****8 2016.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