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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본다면 영락없는 문명사 책이지만(그래서 나도 샀지만), 문명사 책이 아니다. 서양 문명의 몰락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서양문명(1540-2093)이 몰락한 지 300년이 된 시점에, 계몽의 후손이라 불리던 이들이 대체 왜, 어떻게 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확실한 정보와 앞으로 펼쳐질 재앙에 대한 지식을 갖고도 대응하지 못했는지를 파고든다. (11쪽)
1970년대에 접어들어 과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필연적으로 지구의 물리적, 생물학적 기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인류로 인해 지구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 人類世 Anthropocene라고 부른다.(22쪽) 왜 뚜렷한 인식론적 근거도 수학적 근거도 없는 95퍼센트 신뢰수준이라는 기준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는지는 역사학계의 오랜 의문이다.(41쪽)
어쩌면 저자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반대론자, 혹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실증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실증주의에 대한 언급은 다소 의외다.
이 시대 최대 역설은,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했던 신자유주의가 결국 정부가 대규모로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83쪽)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는 모든 기후위기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이 저자들의 다른 책, <<의혹을 팝니다>>를 읽어본 후에야 알 수 있을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