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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선인장이 마구 붙은 여자지만 바탕은 하늘색의 청명함이 자리한다. 꽃잎 서너 송이가 자유롭다.
<이책은> 자음과모음 카페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책 읽고 느낀 바> 이 책을 읽으며 2011년 3월에 읽었었던 '손톱이 자라날 때' http://blog.yes24.com/document/3565526 가 떠올랐다. 십 대의 불안한 자의식이 빚어내는 광기와 고통 그리고 좌절도 있었다. 애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일을 벌리는데 경악했기에 오래전 읽었음에도 그 느낌은 고스란히 남았다. 섬뜩하고 상당히 불편하게 읽었던 책인데 그보다는 덜하나 유사한 느낌을 다시금 받았다. 첫 만남이 되는 저자인데 글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이해하기는 쉽다. 여덟 편의 단편인데 이름이 없는 경우도 많다. 여자, 남자, 아이, 작은 아이 식이다.
너의 봄은 맛있니 여경과 '나'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절친이다. 둘은 같은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다르다. 나는 여경과 산부인과를 같이 갔고 그 날 여경은 장선배를 만나 수술 얘기를 했다. 장선배는 여경의 그런 결정이 무섭다며 이별 통보를 했다. 여경이 유학을 준비할 때는 나에게 말려달라고 했던 사람이건만. 장선배는 고지식해서 임신=결혼이라 생각한다며 임신해서 하는 결혼은 싫다고.
나는 도현과 과감하게 헤어졌다. 내가 도현을 찬 건데 한참을 매달리다 미련없이 돌아서자 다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 건 여경과 산부인과를 다녀오면서다. 도현은 내게 뭐든 처음이라는 말과 첫 이라는 말을 같다 부쳤다. 그게 처음엔 참신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첫' 이라는 단어만 봐도 짜증이 확 인다. 도현에게 난 첫 여자가 아니다. 고교 시절 남자 친구와 첫 키스를 했고 그의 부모님이 집을 비웠을 때 영화를 보다 첫 경험도 했다.
배반의 역사를 보건대 첫 경험이었음에도 혈흔이 없었고, 처음 담배를 피면서도 기침을 안해 골초로 오해받고 처음 술을 마시면서도 시원하고 맛있는 데다 몽롱해지니 좋기만 했다. 도현은 CD를 선물해도 '최초의 교향곡'. '최초의 한국인 연주가', "최초의 록' 이런 식의 문구를 붙여서 줬다. 광적으로 흰색 마니아라 자신의 모든 차림새나 소품이 흰색. 가장 값이 싸서 선택한 이불을 알몸으로 둘둘 말지를 않나...박하사탕을 한 개 입에 넣었다. 전에 보지 못한 뚜껑 안 메모에는 자신 최초의 손톱과 발톱, 머리카락을 담았다고. 어머니가 모아놓은거라고 나중에 관에 넣어달라고.
'나'도 평범한 성격이 아니고 도현도 집착하는 정도가 보통은 넘는다. 그렇기에 둘이 잘 맞나 싶었는데 그게 결별하는 이유가 된다. 여경의 독단적 행동도 문제다. 좋아서 관계를 가지면 아이가 생길 수도 있음이라. 혼전 임신이 싫다면 더 조심했어야고 대처하는 방식이 그게 뭔가. 장선배를 다 안다는 생각이 주제넘음이요 그런 중대사를 혼자 처리했음에 질리지 않겠는가. 이런 여자와 알콩달콩 살기가 겁나지 않을까나.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장선배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이라도 해얄텐데 그러지 않음은 헤어지고 싶어나 봐 라는 생각만 하게 했다.
사과 교사인 나는 임신을 했는데 입덧이 시작되자 오로지 사과만 당긴다. 시댁의 사과는 과즙이 많고 맛있다. 다른 사과를 사서 먹어도 되건만 남편은 시댁의 사과만을 고집한다. 사과가 떨어진 그 새벽에 시댁으로 달린다. 남편은 시댁의 사과라야된다는 집념이 강하기에 지금은? 이라는 말로 시댁에 갈 때까지 참을 수 있어 라는 말을 대신한다. 따라서 응? 이라는 말로 괜찮음을 표시한다. 가는 도중 곳곳에서 보여지는 사과는 점점 참기 어려워지고 아직 멀었어 라는 말이 자꾸만 빨라지면서 자주 튀어나온다.
도저히 안되겠다며 아무데서나 사과를 먹어야겠다는 말을 내뱉으며 차를 세웠다. 우적우적 사과를 먹으며 좁은 길을 가다가 남편도 먹어보라며 사과를 들이대고 그러지 말라며 밀치다 사고를 냈다. 아이의 무릎을 다쳤는데 한사코 괜찮다며 병원가기를 거부하는 혼혈아는 남편 친구의 아들이다. 순간 아는 아이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스치자 낯이 화끈거린다. 아이 아빠는 찬석 씨로 20년 차이 나는 베트남 아내를 얻어 아이가 줄줄이. 여섯 째를 임신한 상태서 찬석 씨가 교통사고사 했다.
그런 엄마를 도와 아이가 사과를 따다가 이들의 차에 상처를 입었다. 남편은 세미나에 늦지 않기 위해 잠에 빠진 나를 두고 갔다. 단잠을 깨고 나니 사과가 먹고 싶었고 사과향에 끌려 밖으로 나왔다. 책자에서 본 사과나무를 떠올리며 다가가니 나무는 보호할 생각이 없고 오로지 사과 열매만을 위한 장치를 보며 사과맛이 떨어진다. 허기진데 먹을 생각이 없어진거다. 시멘트 덩어리가 가지를 누르고 있는 형상. 이런 사과를 먹지 못해 안달했나 싶으니 몸서리가 쳐진다.
다친 아이와 여동생이 대화를 나누고 여자 아이가 칭얼대자 등을 내준다. 아이는 업인 채로 잠들고 베트남 엄마는 아이를 받으려다가 집으로 향한다. 기미가 덕지덕지 낀 얼굴의 엄마는 아이를 뉘고 젖을 먹이는데 다른 아이는 목에 매달린다. 사과를 가리키자 씻어다 주는데 대개는 병들었고 상처투성이들이다. 그럼에도 베트남 엄마는 우적우적 잘도 먹는다. 먹어야는 본능이자 먹을게 그것뿐인 모양이다. 나는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것에 먹먹해진다.
찬석 씨는 20년 이나 차이 나는 베트남 아내를 얻었다면 오래나 살지. 아이는 왜그리도 많이 낳았나. 너무 기막힌 상황에 할 말이 없어진다. 봐서 불편한 심정. 어쩌지 못하는 이 마음은 마치 이웃에 이런 가족이 있다면 그들을 보는게 고통일 것 같다. 뭘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딱한 이웃이 있음을 알고 아무렇지 않게 살기는 불편한 일이다. 도와주면 되지 라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기가 어렵다지 않는가. 찬석 씨네 남은 가족의 이야기는 납덩이를 얹은 듯 불편했다.
중략
여덟 편의 단편들은 이렇듯 범상치 않는 내용들이다. 내용은 이해하겠는데 풀어내는 방식들이 보통의 예상들을 뛰어넘는다. 참신할 수도 있겠으나 좀 괴기스럽다. 그로테스키하다. 극단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감성이지만 단절이다. 임신 중절 수술을 혼자서 하고, 20년 나이 차이나는 베트남 아내가 아이를 여섯이나 길러야고 어이없게도 남편은 죽었다. 타국살이와 현실이 녹록치 않을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 여기에서 독자는 고통스럽다. 그네들의 삶이 현실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서다.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이 가시로 변했고, 줄기는 물로 가득 차 있다. 선인장은 뾰족뾰족한 가시를 지니고 있지만, 그건 강인한 생명력의 표시이다. 나는 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선인장을 본다.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서도. 222페이지
작가의 말에서 사람들에게서 선인장을 무뎌지게 하는 일이란 세심한 관심과 배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선인장 가시가 최고로 위용을 자랑하는 절정의 상태, 우울의 최고봉들로 읽혔다. 그네들의 그 가시가 너무나 날카로웠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봤다. 여지가 없다는건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은 딱히 희망을 말하지도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시의 정점이자 우울의 절정 상태를 그렸다고 본다.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결말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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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를, 반대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엄청난 공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별에서 각각 지구로 온 남녀의 설정은 그러한 어려움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그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직접 자신만의 경험을 통하여 각각의 성에 대하여 이해하기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책은 그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물론 저자의 관점에 따라 어느 정도의 치우침은 있겠지만,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좀더 폭넓게 읽을 수 있으니 그러한 것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김연희 작가의 <너의 봄은 맛있니>는 그러한 관점에서 여성들의 삶과 심리에 대하여 좀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다가가게되니 그 시작은 어렵지 않으리라. 물론 그 내용을 이해하기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쓰여진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너의 봄은 맛있니>를 이러한 질문을 시작으로 읽게 되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난해하다 또는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인 차이일지 몰라도 직관적으로 다가오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직관의 영역 밖으로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덟 편의 이야기에 대하여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읽는 다는 것에 대하여 약간의 부담감도 느끼게 된다. 첫번재로 수록된 <너의 봄은 맛있니>의 주인공인 나와 여경의 모습은 그러한 느낌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젊은 여성들의 당당함이 묻어나던 두 여대생의 모습이 일순간 심각하게 이그러지는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혼전임신을 한 여경이 장선배와 헤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라든지 산부인과 대기석에서 못내 불안한 심경을 토로하는 주인공 나의 모습은 함께 계절의 맛을 대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던 당차면서도 꿈많은 그들의 모습과는 왠지 달라 보인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나로서도 도현의 행동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최초의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여자친구에게 의미있는 것이라 말하며 선물하는 그의 행동, 첫사랑에 대한 강한 희망과 마치 순결을 상징하는 듯한 흰색에 대한 그의 집착은 왠지 부담스럽다. 일본에서 돌아온 도현에게 바로 이별을 선언하는 주인공 나의 모습은 도현이 자신을 첫번째와 순결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속박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별을 통보받은 이후에 도현이 그토록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주인공에게 맡긴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린 그이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그녀가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즉, 도현이 추구하는 것은 주인공에 대한 속박 내지는 소유가 전제되어야 실현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젊은 여성들의 이러한 불안의 심리가 남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왠지 불편하면서도 그것이 또한 현실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단편이지만, 그 흐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아직까지도 남성에 예속된 여성의 삶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사과>는 결혼을 한 여성의 출산에 대한 심리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신과 동시에 사과에 대한 무한 식욕을 보이는 나에게 있어서 사과의 의미라 새롭게 정의가 된다. 사과 자체가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사과가 여성의 주요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까지 떠올리면서 그녀는 사과에 집착을 한다. 출산에 대한 기대와 행복이 오롯이 사과로 전이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의 생각은 사과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인하여 여지없이 무너진다. 남편의 고향 선배의 베트남 출신 아내가 아이를 계속 출산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불안의 공포로 엄습해온다. 심지어 사고로 남편이 죽었기에 베트남 여자는 타국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 고단한 삶에 놓여 있다. 갑자기 주인공의 시선에 들어온 가지에 잔뜩 매달린 사과들의 모습에서 그녀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과들로 인하여 휘어진 나무 줄기는 출산에 대한 기쁨을 출산에 대한 고통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다가오기에 그녀는 사과에 대한 식욕을 순식간에 상실하게 된다. 사과를 소재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여성의 심경 변화를 담아낸 <사과>. 남자인 나로서도 힘겹게 휘어진 사과나무 줄기가 왠지 부담스럽게 다가오게 된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과 <블루테일> 역시 이혼과 결혼한 여자의 삶을 통하여 남성으로서는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여성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는 여성을 곤경에 처하고 유혹하는 여성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다. 아이를 시댁에 보내고 돈 많은 남자에게 재혼을 권유하는 친정 어머니, 가정 주부에게 쾌락의 세계로 가자고 유혹하는 동성 친구는 여성들 사이에서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라 보여진다. <서천꽃밭 꽃들에게>는 이야기의 초반과 달리 공포스러운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 공포가 바로 작은 아이의 죽음으로 비롯된 것이며, 공포를 느끼는 장소가 아이의 죽음에 대한 보험금으로 장만한 집이라는 사실은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느끼는 상실감을 공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너의 봄은 맛있니>에 수록된 작품들은 애초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 상당 부분 부합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성들의 삶의 모습과 심리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작가로서 아마도 카프카에게 큰 감명을 받은 것처럼 작품 안에서 카프카를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카프카 신드롬>이라는 작품에서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로 보여주는 것도 꽤 관심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완전히 모든 것을 이해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하여 여성의 심리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수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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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봄은 맛있니」라는 제목과 하늘색의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됐다. 예쁜 표지만큼 8편의 단편 모두 마음에 들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다. 김연희 작가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고 싶을 정도다. ◎ 너의 봄은 맛있니 : 도현의 처음에 대한 집착에 주인공 못지않게 소름이 돋았다. 특히 박하사탕 병에 담긴 머리카락, 손톱, 발톱을 죽으면 함께 묻어 주겠다니, 진짜 몸서리 쳐지게 기분 나쁘다. 처음이라는 것이 소중하고 의미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병이다 병. ◎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 이 소설에서 세컨드와 전남편도 짜증나는 사람들이지만, 가장 나를 화나게 만든 인물은 여자의 친정어머니다. 아이를 전남편에게 줘버리고 스무살 연상의 남자에게 시집이나 가라는 친정어머니의 무책임한 언동에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났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고 산다는게 무슨 죄라도 되는가? 그리고 여자와 아무런 상의없이 아이를 보내는 건 아무리 부모라도 해서는 안될 짓이다. ◎〔 김마리 and 도시〕: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는 궁금하면 무조건 검색하고 사전을 찾아보는 버릇이 나에게도 존재하기에 마리의 검색병에 공감이 갔다. 학원 뺑뺑이에 너무 공부공부 하며 아이들의 정서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부모나, 예전과는 달리 순진하지 않은 무서운 여중생들의 실태를 잘 표현한 소설이다. ◎ 사과 : 임신으로 사과만 먹게 된 여자의 이야기. 임신을 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잠이 많아진다고들 하지만, 여자의 태도는 남편이 불쌍할 정도로 이기적이다. 자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뺑소니 치고 도망갈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화내고, 사고 문제로 남자 아이의 집에 찾아갈 때도 태평하게 책 읽으며 잠이나 자고 있으니,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 아 유 오케이? : 마음의 헛헛함을 물건을 소유함으로서 채우고자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명품을 사들이고 치장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범죄로 인한 죄의식까지 함께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 블루 테일 :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쌍둥이 엄마에게 어느날 뜬금없이 찾아온 대학동창 래인. 래인은 강남빌딩 부자 애인으로 여자에게 크리니나탄 즉 세계 부호의 하렘으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여자는 친구의 제안으로 잠시 일탈을 꿈꾸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저 부유하고 몸매 가꾸기에만 관심있는 래인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여자의 삶이 더 행복하고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 카프카 신드롬 : 실종된 가족이 튤립, 토마토, 택시 등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믿음은 사라진 가족으로 인한 슬픔과 자책의 표현이기 때문에 그들이 미쳤다거나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부 여자가 주인공인 단편집인줄 알았는데 이 소설만 유일하게 주인공이 남자라서 의외였다. ◎ 서천꽃밭 꽃들에게 : 작은 아이의 죽음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라서 독자를 소름 돋게 한다. 엄마는 임신했을 때의 즐거움으로 아이를 더 낳고 싶어하고, 아빠는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으며 아이의 죽음으로 생긴 경제적 이득에 매우 만족한다. 첫째 아이는 동생의 죽음으로 생긴 경제적 여유에 만족하고, 친구 예서네 엄마를 부러워하며 심지어 엄마가 죽어서 아빠와 예서 엄마가 재혼하길 바란다. 이런 가족간의 삐걱거림이 아이가 녹음하는 삼신 할머니 동화와 어우러져서 무언가 섬뜩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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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봄은 맛있니>라는 제목에 끌렸다. 쌀쌀해지는 가을, '봄'이라는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단어와 그런 봄이 맛있느냐는 물음이 신선했다. 저자 김연희는 2009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등단했는데, 기성작가들의 익숙한 상상력과 구별되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비약적인 상상력은 동어반복의 서사에 지친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책의 소개에서 저자가 +와 and와 같은 검색 연산자를 통해 이해되지 않는 세상의 모든 것을 검색하는 작품 속 인물처럼 의미를 아는 것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탐색을 해나간다고 했다. 공대를 다녀서인지 익숙한 연산자들을 통해 세계를 탐색해 나간다는 저자의 발상이 기발하면서도 더욱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와 and 연산자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검색하는 인물이 나오는 에피소드는 총 여덟 편의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다.
단편의 대부분의 시점은 '여성'이다. 이 여성들은 결혼-임신-출산-육아의 굴레에 단단히 묵여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밑바탕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도 보인다. 여성의 삶의 조건을 생물학적인 여성성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이를 가부장적인 가족구조나 사회적 통념과 결부시키는 방식은 다소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나 상황 등이 각기 다른 여러 여성 인물들이 저마다 부딪히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곤경들을 묘사하면서, 그들을 구속하는 삶의 굴레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저자는 여성 인물들 사이의 직관적인 동질감과 연민이 부각된 다정하고 따뜻한 정서를 드리우기도 한다.
[+김마리 and 도시] 라는 제목의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마리는 항상 무언가를 검색한다. 검색을 자주 하다 보니 검색 연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산자는 +와 and였다. 김마리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상류층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인 kkk와 오드를 자동차로 학원에 데려다주고, 중학교 필독 도서 독서기록장을 대신 적어주고, 논술과 언어 과외를 해주며 한 명당 250만원씩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마리는 휴학을 한 상태였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취업 준비를 하려는 거냐고 휴학 중인 이유를 물으면 취업 준비를 해야할 것 처럼 느꼈다. 매우 공감이 많이 되었다. 돌파구가 될거라고 생각했던 휴학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을 보며 초조하게 느끼는 마리의 모습에서 말이다. 대학을 다녀도, 휴학을 해도, 졸업을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생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 더욱.
마리는 희곡을 구상하고 있던 터라, 학원을 마치고 차에 올라탄 kkk와 오드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감정이 불안정했다. 이는 어느 날의 논술 시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논술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 마리는 무슨일인지 알고 싶지 않아 시간이 되자마자 방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연극을 구상하느라 조사했던 청소년에 대한 기사를 떠올린다. 원조교제를 빌미로 남자를 유인해서 금품을 갈취한 일, 술에 취해 어머니를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하고 칼로 찌른 일, 지적 장애 친구들 폭행하고 태워 죽인 일 등등. 그 후로 아이들은 마리의 눈치를 봤지만, 마리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모르는 척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은 마리에게 임신 테스터를 사다달라고 말한다. 환한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온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마리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에 메스꺼워졌다. 그리고 평소처럼 검색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마리의 검색의 결과는 매우 신선했다. 보톡스에 대한 검색의 결과와 견해도 재밌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마리가 구상한 희극이 현실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류층 여자들의 교육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 때문일까. 마치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눈 앞에서 바로 본 것 같았다. 거리 양쪽 건물에 빼곡히 붙어있는 학원 간판, 학원 앞에 주차된 수십 대의 자동차들, 그 안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들, 성적 순으로 역할이 정해진 어머니들의 모임, 새벽부터 밤까지 쉬는 시간 없이 짜여진 스케쥴 표 등등 아마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지 않을까. 마리의 고민과 여중생들의 이야기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마리의 이야기 외에도, 청춘의 방황과 쓰린 성장담을 보여주는 [너의 봄은 맛있니], 비난과 편견을 무릎쓰고 흡혈귀로 상징된 삶으로 들어서지 않는 한, 여성은 필연적으로 억압과 구속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임신과 출산의 굴레에 얽매인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감을 보여주는 [사과] 등 현실의 수많은 불가능들 앞에서 산산이 깨지고 부서진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되는 삶을 보여주며 그 아픈 시간들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긴 단편들이 수록되어있다. 저자는 자신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보듬어 안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을 두 팔로 힘껏 안아주고 싶다고도 했다. 아픈 시간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여덢 편의 짧은 이야기들로 위로를 건넨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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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이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긴 호흡의 상상력이 필요하고 내 상상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글빨이 필요한데 너무 어려우면 읽기가 싫어지고, 너무 풀어내놓으면 재미가 없고, 상상이 너무 극으로 치달으면 짜증이 나고, 상상이 비약하면 화가 난다. 그러다보니 입맛에 딱 맞는 소설을 발견하면, 짜릿함이 든다. 소설책보다 동화책, 육아서를 잡는 날이 더 많았던 몇 년이 지나고 어느날 훅, '나'를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내 책, 내가 숨쉴 수 있는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맛에 맞는 책 발견!
<너의 봄은 맛있니> 작가 소개 페이지에서 앳 된 모습의 김연희 작가를 마주했다. 작고 여린 모습에 첫인상은 별루. 뭐, 얼굴이랑 글이 상관은 없겠지만 왠지, 글에 힘이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약학과 출신 소설가라니......! <너의 봄은 맛있니>는 신인 김연희 작가의 여덟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차례 너의 봄은 맛있니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김마리 and 도시] 사과 아 유 오케이? 블루 테일 카프카 신드롬 서천꽃밭 꽃들에게 『너의 봄은 맛있니』를 시작으로 김연희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주인공의 남자친구 이름이 아들의 이름과 같아서 꽤 흥미있게 시작. 신인작가의 첫 소설집이다보니 "어디 얼마나 잘 썼나 보자~" 눈에 불을 켜고 읽었던 것 같다ㅎ * 첫 느낌은 내가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김난주 번역가가 번역한-과 비슷하다! 따뜻하게 감싸안는게 아니라 툭툭, 현실을 감정없이 내뱉는 듯 한 문체들. 에쿠니 가오리보다 군더더기나 부연설명이 많긴하지만 흐름이 깨질 정도는 아니었고 어려운 단어 하나 쓰지 않고도 인물들의 감정이 객관적으로 잘 표현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에서부터는 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여자는 아니 엄마는 '자식'앞에서 맥을 못 추리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스스로 모성애가 결여되었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바닥까지 모성애를 쥐어짜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겁이 많은 나는 '흡혈귀'라는 얘기에서부터 어깨가 움츠려들었고 출근길에 아이를 맡기러 친정에 갔으나 그녀의 어머니가 집에 없는데 아들이 '트란실바니아'를 보러 Q의 집에 가겠다고 할 때부터는 심장이 뛰었다. 전 남편의 돈 요구에는 욕지꺼리가 목구멍까지 차 올랐고 글의 마지막에서는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아팠다. 내가 '나'의 곁에 있었으면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을지도. 휴... 직장맘으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고열이 나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들여보낸 사람이라면 지금 내 마음 알리라...
김연희의 소설들은 주인공이 대부분 여자다. 아가씨도 있지만 대부분 엄마다. '여자, 엄마'라는 존재의 강하지만 강함을 숨기고 부드럽게(나약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삶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글에서 여자는, 엄마는, 나약함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고 있다. 누에고치를 뚫고 나가는 누에나방처럼. 그녀가 그리는 사건들은 일상적인듯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시선을 담고 있다. 아이를 전남편에게 주고 스무살 차이나는 부자남자와 새출발하라는 친정엄마가 있거나 사과만 먹는 임산부이거나 여섯 번째 아이를 임신했는데 남편이 죽었거나 도둑질로 산 명품으로 토사물을 닦거나 '처음'에 집착하는 남자친구를 뒀거나.... 스펙터클한 사건은 아니지만 뭔가 일상적(또는 정상적)이지 않은 사건의 연속이다보니 점점 흥미롭게 빠져들게 되고 그 중 한 둘은 내가, 또는 내 주위에서 겪은 일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에 더 주의깊게 보게된다. 내 마음도 이런 것이었을까? 흡혈귀에게 목덜미를 내놓으러 가고 싶은?
서천꽃밭: 제주도 巫歌에서, 서역 어딘가에 있다고 믿어지는 꽃밭. 여기에 피는 꽃을 죽은 사람에게 뿌리면, 살살꽃은 살을, 뼈살꽃은 뼈를, 도환생꽃은 영혼을 되살아나게 해준다고 한다. 글의 의도가 이것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서천꽃밭 꽃들에게』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잘 해 줘야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단지 내가 겪지 못한, 겪고 싶지 않은 일을 당한 주인공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 주인공 가족의 정신 상태를 너무도 와닿게, 풀어내는 작가가 내게 닿았으리라. * 김연희 작가, 어리고 여리게만 보였는데 '엄마'라 그런지 세상을 살아가는, 그 살아가는 것을 글로 풀어내는 힘이 보통이 아니다. '역시, 작가는 타고 나야해. 나는 작가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어!'를 다시 한번 느끼며 책을 덮었다. 나의 봄은 맛있을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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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표지에 꽃이 날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대충 봐서 그런지 마냥 이쁘다고만 생각했어요. 날리는 꽃 아래 선인장이 박혀 있는 소녀가 있다는 것은 뒤늦게 알았죠. 아름다운 바탕 속에 가려진 쓰디쓴 내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시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강인한 생명력의 표시입니다. 그런 강인한 면을 지닌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그려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불안, 열등감, 자괴감 속에서도 가시를 피워 끝끝내 살아남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들의 삶에 빛이 비추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선인장이 몸에 피어 있는 소녀처럼 강인한 가시로 곤두서 있는 제 위에도 이제는 꽃이 내려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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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기만한 바람으로 움츠러진 요즘. 가슴까지 시려서 괜스레 조금은 따뜻한 커피와 같은 책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파스텔톤의 책표지 속의 꽃들. 제목에서의 '봄'. 하지만 왠지모르게 가시가 나 있는 선인장을 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 책의 문구들.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 청춘의 편린들! 그 애틋한 시간에 건네는 위로 같은 소설 이 책을 통해 따뜻함보다는 커피처럼 향은 좋지만 떫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일 듯 하여 한 번 읽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 속엔 여덟 편의 단편들이 있었습니다. 첫 단편부터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리고 소설들은 간결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하기에 더 공감을 하면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편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모두가 미성숙된 모습에서 성숙함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다그쳐보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들의 이야기들이 아려왔고 어쩔 수 없음에 한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의 봄은 맛있니>에서 인상깊었던 문장. 나도 몸을 돌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오가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고 내렸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취방이 있는 골목에서는 아직도 봄 안개 냄새가 날까. 도현이 뒤집어 들고 흔든 파인애플 상자에서 떨어진 박하사탕 유리병은 어떻게 되었을까. 멀쩡할까? 깨졌을까? 나는 유리병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하얀 박하사탕이 눈 녹은 길바닥에 흩어져 더럽혀지고 부서지기를 원했다. 갑자기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맛이 번졌다. 어쩌면 이게 봄의 맛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 쓰디쓴 맛을 기꺼이 삼키며 여경의 고모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 page 29 청춘들에게 봄이란...... 요즘들어 봄이 있긴 한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것 처럼 아직은 젋기에, 청춘이기에, 봄은 쓰고 떫은 맛일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간 봄이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한 맛만 있기를 빌어봅니다. 그녀를 통해서 본 여성들의 모습에서 저에게 마치 다정히 말을 건네며 우리는 할 수 있다며 다독여 주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굳이 헤쳐나가겠다는 투쟁보다는 그 속에 어우러짐으로써, 자신에게 재촉하기 보다는 너그러워지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우리들의 봄의 책 표지처럼 화사해질 것이라 믿어봅니다. |
| 마치 친구에게 이런 저런 안타깝거나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듯 활자는 생동감있게 움직여 머릿 속에 박혔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에선 Q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 나 또한 안달이 났다. 가슴에 저절로 피어난 선인장 하나쯤은 갖고 있는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을 나 또한 똑같은 선인장이 몸을 감고 있어 아프지 않다며 안아주고 싶었다. 작가가 봄의 맛을 열심히 찾아 헤맨 이유도 아픈 청춘을 위로할 가장 완벽한 말을 찾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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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을 좋아한다. 짧은 시간,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그 순간에 희열이 온다. 육아에 찌든 일상에서 가끔씩 나는 틈에 읽기 딱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첫 작품을 읽는데 이게 좋았다면 나머지 작품들을 한 번에 읽지 않고 나눠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보게 된다. 첫 작품이 별로였다면 그냥 패스가 되는 거고.
신인 작가의 단편이 좋다. 신인 작가의 보석처럼 반짝반짝하는 단편을 만날 때면 글솜씨 없는 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글을 끄적거리게 된다.
이 책은 첫 작품이 좋고 반짝반짝하는 신인의 단편집이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만큼 산뜻하다고 생각했던 표지가 다 읽고난 지금은 몸에 돋은 선인장에 눈이 가고 아프게만 보인다.
읽기 전 작가를 들춰봤을 때 우리집과 가까운 대학의 약대를 나온 이력과 차분한 인상에 눈이 갔다. 읽고 난 후 다시 들춰본 작가는 표지의 선인장을 떠올리게 했다.
표제작인 '너의 봄은 맛있니'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나에게 봄이란 시골 뒷산에서 폭포처럼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와 비명을 지르듯 터지는 핑크빛 진달래와 밤새 목 놓아 우는 개구리였다(13쪽) -갑자기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 맛이 번졌다. 어쩌면 이게 봄의 맛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 쓰디쓴 맛을 기꺼이 삼키며 여경의 고모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29쪽)
나는 온갖 '처음'에 집착하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이별을 맞은 가족과도 같은 친구에게 향하는 결말에서 갑자기 떫은 맛이 입에 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추워지기만 하는 날씨에 문득 밖을 바라보며 봄은 얼마나 남았나를 중얼거렸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선인장은 몸에 가시를 뒤덮고 있으나 줄기는 물로 가득 차 있고 그건 강인한 생명력을 말한다. 나 역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주인공인 여성들에게서, 가만히 보고있으면 '힘내'라는 말을 해 주고 싶게 하는 그 선인장을 봤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