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라카미 류의 데뷔작이다. 당시 무라카미 류가 이 작품을 발표해 군조신인상을 탄 해는 1976년으로 일본에서 진보 쪽은 쇠퇴를 향해 가고 있었다. 60년대 진보를 꿈꾸던 사람들은 일제히 전향을 했으며 80년대 소비사회가 도래했다. 이 소설은 그런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60년대 히피문화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지 작품 내내 몽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고 마약과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마광수나 장정일의 책이 심심하면 판금을 먹었고, 지금도 거슬리면 판금을 먹이려고 시도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선 나오기 어려운 글이다. 재밌게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 원서를 샀을 때 원서엔 빨간 19금 딱지가 붙여져 있지 않았다. <GOTH>는 붙였으면서 말이다. 번역본은 빨간 딱지를 받고 나왔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일까.아. 새로 나온 번역본은 안 붙여져 있긴 하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인물들 이름이 특이하다는 감상이 먼저 들었다. 작가 본인 이름에서 딴 듯한 `류`, 오키나와 지명에서 따온 듯한 `오키나와`. `오키나와`란 이름에서 저절로 연상되는 건 오키나와 미군 기지였다. 역시 이 소설은 미군기지가 있는 거리의 클럽 하우스를 중심으로 주인공 `류`와 그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며칠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약을 하고, 섹스하고, 연인들은 싸우다가 결국 헤어진다. 겉표지를 보기 전엔 이 책이 나온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냥 화류계 사람들의 어두운 이야기를 사소설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가 싶었다. 그런데 배경이 미군기지의 하우스고 책 안에서 아마도 일본 주둔 미국 군인일 흑인들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오 분 후의 세계』에서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과 적대하는 언더그라운드의 싹은 이미 이 작품에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화자 `류`는 책 한 권 내내 벌어지는 많은 일을 그저 담담하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자신의 처지에 애써 눈감고 허황한, 꿈같은 희망을 늘어놓는 소심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현실의 지저분함, 고난에 눈감지 않고 묵묵히 있다가 남자들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간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자를 그렇게 굴리는 걸 보면서 작가의 대담함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