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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나? 학년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아마
1학년?- 국어 교과서에 큰 바위 얼굴이란 소설이 실려 있었다. 글쓴이의 이름은 나다니엘 호돈-이 책에서는 너새니얼 호손이라고 표기한다.-. 그때가 호손의 이름을 내가 안 처음이었다. 그리고는 그 유명한
주홍글자를 포함해서 단 한 편도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는데 왠지 그의 작품에 짙은 기독교 정서가 배어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뭔가 교훈을 강제하려 한다는 인상을 큰 바위 얼굴에서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저명한 작가니까 뭐래도 하나 읽어둬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의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단편집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읽다가 그만두어도 별 손해는 안 나겠다 싶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든 작품이 놀라움을 준다. 헉, 하고 숨을 멈추게 되는 결말을 던져주는 작품도 있고 인간이 지닌 본성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모든 작품에서 호손은
사람과 사람의 일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선이 이기는 것도 아니고 악이 패퇴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상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탐욕스럽거나 구차한 행위들을 크게 소리내지 않으면서 고발한다. 종교나 과학이라는 이름의 겉옷으로 자신들을 덮고 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을 단호하게 질타한다. 아마 호손은 무신론자였거나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매우 비판적인 신자였으리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기독교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던진다. 그의 작품을 읽는 이들은 호손의 시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손이 이토록 또렷한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본 줄 알았더라면 훨씬 더 일찍,
훨씬 더 많이 그의 작품을 대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섯 편 중 한 편만 구체적으로
감상해보겠다.
호손은 책의 제목과
같은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천재 예술가의 모습을 그린다. 자신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짜여진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타인의 삶까지도 그 한계 속에 한정하려고 하는 인간들 틈에서 천재는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한계와 인간의 구속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예술의 힘은 현실을
극복하는 데에서 발휘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생각의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가는
그 섬세함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강한 힘을 소유해야 한다.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철저한 불신을 무기로 공격해 올 때 그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켜야 하며,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그 재능이 지향하는 목표의 철저한 추종자가 되어 인류 전체에라도 맞서 대항해야 하는 것이다 (p.
93).
이 작품의 주인공인
오웬 워랜드가 만든 작품-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어떤 작품인지 언급하지는 않겠다.-을 다루는 장면에서는 파베르제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파베르제의 달걀로
유명한 그가 만든 작품 중에 거미가 있는데 불현듯 그 거미가 머릿속에서 연결되었다. 오웬의 작품은 상상의
차원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는 하지만.
호손의 작품을 더 많이 읽어봐야겠다.
P.S.
이 책은 쏜살 문고라고 해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으로 발간된 것들 중 일부의 내용을 덜어내어 만든 시리즈 물 중의 하나이다. 내가 본 이 시리즈의 장/단점을 거론하면
장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보다
읽기 편하다. (판형, 페이지 당 여백 등이 눈을 덜 피로하게
한다.)
2. 휴대성이 좋아서
들고 다니다 아무 곳에서나 꺼내 읽을 수 있다.
단점:
1. 이미 발간된
세계문학전집을 구입하는 게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책에는
여섯 편이 실렸지만 전집에는 열두 편이 실렸음을 참조 바란다.)
2. 글쓴이의 일생을
정리한 연대기도 없고 작품을 쓴 연표도 포함되어있지 않아 불편하다. 등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구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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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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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 인간의 내면이 잘 녹아져있는 그의 스토리는 이야기의 상황과 잘 엮여 흥미로운 스토리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그런 흥미로운 스토리지만 그저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 그 속에 깊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겨져 있다. 그의 문체는 역시나 이 6개의 단편들에서도 화려함이 드러난다. 그 이유로 난 이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 <야망이 큰 손님> 9월 어느 날 밤, 산골짜기에 자리한 화목한 집에 한 젊은이가 머물기 위해 들른다. 그는 자기 이름을 죽기 전에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야망이 있는 젊은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산사태가 난다. 과연 그의 운명은??? 그 젊은이가 지닌 성격의 비밀은 높고 추상적인 야망에 있었다.그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무덤 속에서 잊히고 말 삶은 참을 수가 없었다. 간절한 욕구는 희망으로 변하고, 오래 간직해 온 그 희망은 하나의 확신ㅡ즉 그가 지금 이처럼 눈에 띄지 않게 여행을 하고 있지만 그의 모든 여로에, 비록 그가 걷는 동안에는 아닐지라도 결국 영광의 빛이 환히 비치리라는 확신ㅡ으로 바뀐 것이었다.즉 후세 사람들이 과거의 어둠을 뒤돌아보게 될 때, 그들은 하찮은 영광들이 사라져 갈 때 더욱 빛나는 자신의 밝은 발자취를 추적해서 결국 한 재능 있는 인간이 아무도 그를 알아봐 주는 일 없이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는 자신의 여로를 마치고 떠나갔음을 밝혀 주게 될 것이라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2 석판이 됐건 대리석이 됐건 화강암 기둥이 됐건 사람들의 마음속의 영광스러운 기억이 됐건, 어떤 기념비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4 아 슬프도다, 지상에서의 불멸을 꿈꾸던 고매한 정신의 젊은이여! 그의 이름과 존재는 영원히 알려지지 않았고, 그가 살아온 길, 그가 살아가는 방식, 그의 계획들은 영원히 알아낼 수 없는 수수께끼로, 그리고 그의 죽음, 그의 실존까지도 영원한 의문으로 남은 것이다.ㅡp20 <웨이크필드> 웨이크필드는 그가 없이도 가정이 잘 돌아가는지 궁금한 나머지 자기 집 바로 옆길에 숙소를 정하고 이십 년 동안 관찰을 하는데...... 우리 모두 자신은 결단코 그런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은 그럴 수 있으리라고 느끼는 것이다. 생각은 항상 그 자체의 추진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상한 사건도 그 나름의 교훈을 지니고 있는 법이니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22 먼 훗날 그녀가 아내라기보다는 과부로 여러 해를 살아가고 있을 때 그 미소는 줄곧 다시 떠오르며 웨이크필드의 모습을 회상할 때마다 그 위를 퍼뜩 스쳐갔다. 수많은 명상 속에서 그녀는 본래의 미소에 여러 가지 환상적인 모습들을 덧씌우기도 했는데 그 모습들은 그 미소를 이상하고 으스스하게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그가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할 때면 그 작별의 미소는 그의 창백한 얼굴에 얼어붙어 있었고, 그가 천국에 있는 꿈을 꿀 때면 축복받은 그의 영혼은 여전히 조용하면서도 간교한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ㅡㅡㅡㅡㅡp24.25 인간의 정에 틈새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오. ㅡㅡㅡㅡㅡㅡㅡp26 그녀의 슬픔은 이제 사라졌거나 아니면 가슴에서 떼어 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돼 버려서 좀처럼 즐거움으로 바뀔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ㅡp31 혼란스러워 보이는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개개인은 어떤 체계에 아주 잘 적응하고 또 각각의 체계들은 서로서로, 그리고 전체의 체계에 아주 잘 적응해서, 한순간이라도 거기서 벗어나면 인간은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잃는 끔찍한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말하자면 웨이크필드처럼 우주의 방랑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34.35 < 목사의 검은 베일> 후퍼 목사는 어느 날부터인가 검은 베일을 쓰고 설교를 하기 시작하는데...... 목사의 기도는 부드럽고 슬픔에 가득 차서 가슴을 녹이면서도 천국의 희망들로 물들어 있는 까닭에, 마치 죽은 이가 퉁기는 천국의 하프 선율이 목사의 슬픈 어조에 섞여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다.ㅡㅡp43 서로를 보며 두려워하십시오! 오직 이 검은 베일 때문에 남자들은 나를 피하고 여자들은 동정심을 보이지 않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난 것입니까? 이 천조각을 그처럼 무섭게 만든 것은, 그것이 막연히 상징하는 알 수 없는 신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친구가 친구에게, 연인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연인에게 속마음을 다 보여 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이 가증스럽게 자신의 죄를 남몰래 쌓아 가며 창조주의 눈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이제껏 내가 그 밑에서 살아왔고 죽어 간 이 상징물을 보고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지금 내 주위를 둘러보면, 보시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검은 베일이 드리워져 있지 않습니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p57 < 젊은 굿맨 브라운> 굿맨 브라운은 해질녁 여행을 떠나고자 아내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무로 빽빽한 숲에 들어선다. 그러고선 숲에서 잠이 드는데...... <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오웬 워랜드'는 젊은 시계 제조공이지만 정작 시계라는 기계에는 관심이 없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어 나비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오웬의 귀는 그의 감정만큼이나 예민하잖아요.ㅡㅡㅡㅡㅡㅡㅡㅡp84 생각의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가는 그 섬세함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강한 힘을 소유해야 한다.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철저한 불신을 무기로 공격해 올 때 그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켜야 하며,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그 재능이 지향하는 목표의 철저한 추종자가 되어 인류 전체에라도 맞서 대항해야 하는 것이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92.93 이 노인의 차갑고 상상력을 결여한 현실적 지혜만큼 그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은 없었다. 그 지혜와 마주치기만 하면 물리적 세계의 아주 견고한 물질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한낱 꿈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95 시인이든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예술가든 아름다움을 내면적으로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후딱 사라져 가는 그 신비를 영적인 영역의 경계 너머까지 쫓아가서, 그 가녀린 신비를 육체적인 힘으로 움켜쥐어 결국 찌그러뜨러야만 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ㅡp97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격리된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 인류를 앞서가는 선각자나 인류로부터 소외된 사람들, 이들은 때로 얼어붙은 고독한 극지에서처럼 자기들의 정신을 떨게 하는 도덕적 냉기를 느끼게 되는 법이다. 예언자, 시인, 개혁자, 범죄자 또는 인간적인 열망을 지녔지만 야릇한 운명 탓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소외의 감정을 오웬 워랜드도 지금 느꼈던 것이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99.100 밤은 이제 그의 모든 지적 활동이 추구하는 그 하나의 생각을 재창조해 내는 점진적인 작업 과정의 시간이었다.ㅡㅡㅡㅡㅡㅡp98 천재적인 인간에게 있어서 영적인 부분이 흐려지면 세속적인 부분이 더욱더 걷잡을 수 없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왜냐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와는 달리, 신이 특별히 아주 정교하게 조정해 놓은 예민한 균형 상태로부터 인격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오웬 워랜드는 방탕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시험해 보았다. 그는 술이라는 황금의 매체를 통하여 세상을 보고, 술잔 가득히 유쾌하게 넘쳐흐르며 즐거운 광란 상태로 공기를 채우는 환영들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즐거운 광란의 모습들은 곧 유령처럼 고독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런 음울하고 불가피한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그리고 그 환상이 삶을 어둠 속으로 집어삼키고 또 그 어둠을 자기를 조롱하는 유령들로 가득 채우더라도, 그 젊은이는 여전히 매혹의 술잔을 계속 퍼마셨을 것이다. 술에 취해 있을 때는 고통 속에서도 모든 것이 하나의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역겨운 정신 상태에서는 무거운 고뇌가 바로 실재의 삶인 탓이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01.102 즉 오웬 워랜드가 돌았다는 것이었다! 이 세계의 가장 평범한 한계를 벗어나는 모든 것에 대한 설명으로서 이 손쉬운 방법은 얼마나 효과적이며, 또 편협함과 아둔함으로 물든 감정에 얼마나 만족스러운 위안을 주는가! 사도 바울 시절부터 우리의 가련한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현명하고 대단히 휼륭하게 말하고 행동한 사람들의 언행에 담긴 모든 신비를 설명하는데 바로 이 부적 같은 설명 방법이 적용되어 온 것이다.ㅡㅡㅡㅡㅡㅡㅡㅡp103 오직 그의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을 철저히 믿게 되었다. 이것은 정신적인 고귀한 부분을 잃어버리고, 천박한 이해로 인식할 수 있는 것들에만 점점 더 동화되어 가는 사람들의 불행인 것이다. ㅡㅡp108 인생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한 우리는 인생을 잃어버릴까 하며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반면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삶을 희구할 때 우리는 삶의 결이 아주 연약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아주 고귀한 정신이 어떤 시기에 인간의 형태로 나타났다가, 인간의 판단으로 볼 때 이 지상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받지 못한 채 일찍 죽어 간 예를 허다하게 보여 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09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사물들이 신선한 빛을 잃고 우리의 영혼이 섬세한 지각을 상실해 가기 시작할 때, 바로 그런 때에 아름다움의 정신이 가장 필요한 거지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12 의심이나 조롱의 분위기 속에서는 그 정묘한 감수성이, 그것에 자신의 삶을 불어넣은 사람의 영혼이 그러듯이, 심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ㅡp118 예술가가 진실로 아름다움을 성취할 만큼 높은 경지에 이르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을 감각하게 하는 상징물 자체는 그다지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의 정신은 상징물이 아닌 실체 자체를 즐기게 될 테니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20 < 라파치니의 딸 > 지오바니는 파도바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머문 다락방 숙소 앞집에 정원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집에는 라파치니 교수랑 베아트리체라는 딸이 사는데...어느 날 정원에서 베아트리체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아침의 밝은 햇빛 안에는 해가 저문 후, 혹은 밤의 어둠 속에서, 또는 음울한 달빛 속에서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그릇된 환상이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주는 묘한 영향력이 있는 법이다.-------------------------p130 지옥의 벌건 불길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밝음과 어둠의 무시무시한 혼합이 아니던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39
운명은 우리를 이처럼 어긋나게 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또한 열정은 제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왈칵 달려들면서도 정작 적절한 상황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때에는 뒤에서 미적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45 그 추악한 것들은, 우리의 의식이 완전히 깨어 있는 대낮을 넘어선 으스름한 저녁의 영역으로 몰려드는,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생각들 속으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었다.ㅡㅡㅡㅡㅡㅡㅡp151 사랑이란ㅡ상상 속에서만 타오르고 가슴속 깊은 곳에는 뿌리내리지 못한 사랑이라도ㅡ믿음이 운명적으로 희미한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그 믿음을 붙들고 거기에 매달리는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51 냄새란 감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혼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착각을 일으키기가 쉽죠.어떤 향기에 대한 회상이라든가 그 향기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실제로 향기가 난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55 그 순간 지오바니의 분노가 마치 어두운 구름이 토해 내는 번갯불처럼 음울한 불쾌감으로부터 갑자기 터져 나왔다.ㅡㅡㅡㅡㅡㅡㅡㅡp163 절대 고독 속에, 넘치는 군중의 삶에 의해서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 짙은 고독 속에 서 있는 것이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66 당신이 한 증오의 말들은 내 가슴속에 납처럼 무겁게 남아 있어요. 하지만 그 말들도 내가 천국으로 오를 때 다 사라져 갈 거예요. 아, 처음부터 나의 본성보다는 당신의 본성에 더 많은 독이 담겨 있었던 게 아닐까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p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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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성하려 오늘에야 책장을 넘겼는데 목차부터 첫번째 수록된 단편 ‘야망이 큰 손님’편이 기울게 인쇄되어있네요..애매하네요..읽는데 크게 지장은 없어 일단 첫단편만 읽었는데.. 읽고나니 줄거리가 뭔지 막막해서 더 거슬리네요..고요함 연약함 항상성 고립 희망따위의 키워드들이 소박하고 쓸쓸하게 어우러지다 느닷없는 파국에 도달하는 내용입니다..일부러 기울게 인쇄한건가하는 의심이 조금 드네요..여튼 문의를 통해서 교환요청 한번 해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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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여쪽 분량의 얇은 문고판 책에 무려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왜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인지 알아볼 기회일 것 같다.
「야망이 큰 손님」
『주홍글씨』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너새니얼 호손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내면 어두운 심연을 정교하게 결합시킨 소설들을 써 왔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측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편 이 소설에는 예술가로서의 너새니얼 호손의 고통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민도 드러난다. 소설의 내용은 지상에서의 불멸을 꿈꾸던 고매한 정신의 젊은이들이 그들이 살아온 길, 살아가는 방식, 그들의 계획까지 영원히 알아낼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기고 죽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로써 그의 실존까지 영원한 의문으로 남긴 이야기다. 슬프다. 그 죽음의 순간에 그 고통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웨이크필드」
너새니얼 호손이 바라보는 '인간'이란 존재, 더 깊이 보자면 인간의 '심연'의 깊이에 기가 질린다. 세상 경험도 충분히 하고 인간의 이면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할 만큼 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리는 인간과 인간사는 조금은 질식할 것 같은 측면들이 있다. 구태여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이 소설은 어떤 시스템 안에서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시스템에 잘 적응한다. 그리고 시스템들도 전체 체계에 잘 적응하며 산다. 미국이라는 신대륙에서 너새니얼 호손이 목도하고 경험한 인간군상들,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땠던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목사의 검은 베일」
이 책에 실린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들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쓰인 소설들인데, 이전에 읽은 두 작품과 이 작품은 모두 1930년대에 지은 소설들이다. 1930년대에 쓰여진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인간 본성, 인간의 운명, 죄의식, 청교도 정신 등 호손의 일반적인 관심사를 대체로 개인의 차원에서 탐색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러하다. 특히 이 소설은 고딕적 분위기를 많이 풍긴다. 그 예로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본다.
「젊은 굿맨 브라운」
이 소설 역시 1930년대에 쓰여졌는데, 어제 읽은 「목사의 검은 베일」과 마찬가지로 고딕적 성격이 강하다.
참고로 '굿맨'은 자작농 신분의 사람에 대한 경칭으로 '젠틀맨'보다 한 단계 아래의 계층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페이스(Faith)라는 이름의 젊은 아내와 살고 있다. 둘은 결혼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다. 브라운은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밤길을 나선다. '사악한 목적'을 위해서다. 그는 도중에 한 남자를 만나 함께 숲길을 걷는데, 그 노인은 독실한기독교 집안이었던 브라운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알고 있다.
40일 금식후 사탄의 시험을 받는 예수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역시나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과 운명, 죄의식 등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탐색하고 있다.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이 책의 표제작이다.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는 「야망이 큰 손님」과 마찬가지로 창작자로서의 고통과, 현실적 삶과 이상적 예술 사이에서의 고민과 갈등 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 책의 표지엔 나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비'가 이 소설 전체에서 꽤 중요한 모티브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표지 디자인에도 커다란 나비를 그려넣었다는 것을. 여기서 '나비'가 상징하는 것은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그 자신이다. 실용성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를 상징하는데, 당연하게도 예술가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오웬 워랜드는 피터 호벤든이라는 시계공 밑에서 도제생활을 하고 그가 늙자 그의 시계방을 물려받는다. 사람들이 그에게 원하는 건 정확한 시계이지만, 그가 추구하는 건 아름다운 시계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예술과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힘을 써서 일하는 대장장이 로버트 댄포스(그는 오웬의 옛 동창생이기도 하다. 모든 점에서 이 둘은 비교가 되는 셈이다)가 바로 대극점에 서 있다. 피터 호벤든에는 애니라는 딸이 있는데 오웬과 애니는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으나 애니는 결국 로버트 댄포스와 결혼한다. 오웬은 애니를 위해 만든 결혼선물을 가지고 둘의 집을 찾아가는데... 이 소설의 결말을 읽노라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가의 내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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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편의 영화로 리메이크될 만큼 독자들과 영화관객들에게 익숙한 19세기 미국소설가의 나사니엘 호돈의 단편 여섯 작품의 우리말번역집이다. 사실 이 단편들은 개별작품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 단편들에 등장하는 주요 남성인물들과 여성인물들의 이미지나 상징성은 호돈의 대표작품인 "주홍글자"의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 그의 딸 펄,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목사신분을 숨긴 체 가짜 형이상학, 가짜 신학이념으로 자신의 비도덕을 숨기는 딤스데일 목사와 유사한 이미지들을 찾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사실 19세기라고 하지만 시기상으로 1800년대에 작품들이기에 현대독자들에게는 유럽적이 가부장제의 폐습과 억압적 분위기가 종교로 포장되었던 미국사회, 청교도이념이 정치이데올리기와 결합되어 도덕을 강조하는 청교도우익사회에서 남성들은 가부장인 것이 당연시되었던 사회였다. 그런데 호돈은 이러한 경직된 종교관과 가부장적 이념들에 대해 이 단편들을 통해 "주홍글자"에서 미국사회상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처럼 소설가로서 퓨리탄사회의 위선과 억압적인 단상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에피소드들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