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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블로그에서 발견한 공부할 때의 흔적들... 2006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할 때도 국문과에 원서를 넣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국문과를 졸업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분리되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입학한 대학에 국문과와 영문과가 학부제로 존재했었고, 한 학년을 마치고 난 이후에 나는 국문과 대신 영문과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저 신입생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대부분 영문과를 지원한 것. 그게 전부였다. 영문과 전공 수업은 영문학과 영어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문학은 말 그대로 영국, 미국의 문학-시, 소설, 드라마, 비평 등-이며, 영어학은 영문법, 음성학, 음운론, 영어사, 통사론 등 이다. 졸업을 할 때까지 가능하면 영어학 전공은 듣지 않고, 영문학 과목만 수강하려고 했지만. 간혹 전공시수를 채우기 위해 수강한 영어학 과목들은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학점을 받았다. 오히려 3학년 때 까지 들은 국문과 수업 때문에, 영문과 전공시수가 모자라, 방학 기간의 휴식을 모두 계절학기에 반납해야 했다. 이런 영문과 전공을 들으며 아쉬웠던 점이 하나있다면, 바로 국문과 수업에 대한 갈망이었다. 국문과를 선택한 동기들이 아직도 가끔씩 내게 영문과를 선택해서 후회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때마다 국문과를 지원했다면, 조금이나마 학업에 충실했을텐데 하고 우스갯 소리로 넘겨버리곤 한다. 낮은 학점 그리고 전공을 했다고 부끄러울 정도의 영어 실력. 하지만 영문학 공부를 하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순간들도 있었으니, 20대 초중반에 무언가에 빠질 수 있었다는 추억으로 만족하고 살아가고 싶다.
갑자기 리뷰에 앞서서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오래 전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했던게 너무나 많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문학에 대한 내 조그만 아쉬움 까지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소설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하는가. 그리고 유명한 몇개의 작품을 예를 들어서 분석도 한다. 처음부터 편하게 읽으려고 꺼내 든 책은 아니었다. 앞으로 조금이나마 내가 책을 읽는데에, 그리고 취미로 쓰는 글쓰기 실력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책에 밑줄을 그으며, 노트에 정리를 해가면서 봤는데, 말 그대로 공부를 한 셈이다. 그래서 리뷰에 남길 내용도 왠지 책 요약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차라리 편하게 글을 쓰자 생각하고 내 얘기를 먼저 꺼내들었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권하고 싶다. 읽고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다 잊으시라고. 소설 쓰는 일반적인 방법 같은 것은 없다. 그 방법이란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요, 스스로 찾아낸 것이야말로 유일한 방법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제목은 소설 쓰기의 첫 걸음 이지만, 서문에서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모두 잊으라는 말을 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아마 작가가 왜 그런 말을 서문에 달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리뷰를 마칠까 하다가, 요약한 책의 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은 최인석 작가가 강의를 하면서 엮은 책이기에, 예를 든 부분도 많고, 작품을 분석한 분량도 상당해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밑줄친 몇개의 문장들을 단순하게 배열한 것을 적어둔 것이라 미흡하기도 하다.
#1. 소설의 요소. (인물/이야기/구성/주제) 소설에서 한 가지 주제가 온전히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인물과 이야기, 구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야기는 인물로 부터 나오며, 그 이야기를 통해 인물이 묘사되고 발전한다. 이렇게 발전된 인물을 통하여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이야기를 빚어가는가 하는 것이 구성이다. 이와 같은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상승작용을 하여 어떤 주제를 드러내야 한다.
#2. 소설과 이야기의 차이점. 주제는 우리 각자의 작은 세계 그러나 이 세계 전체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의 세계, 그에 대한 우리의 나름의 사색과 통찰로 얻을 수 있다. 하나의 인물, 하나의 이야기나 에피소드 자체는 주체가 될 수 없고, 그것과 주제와는 구별해야 한다. 재미있는 인물이나 에피소드는 물론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소설의 주제는 다르고, 따라서 그것 자체가 소설이 될 수는 없다. 주제가 모호할 때에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락한다. 소설과 이야기를 갈라서게 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주제이다.
#3. 플롯이란. 플롯이란 작가가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하여 동원한 방법, 그 방법의 총체를 일컫는다. 다시말해 인물, 사건, 줄거리 등을 엮어낸 방법의 총체가 곧 플롯이다. 단순화시켜서 플롯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인물 구성 및 배치' 와, '이야기 구성 및 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4. 시점의 종류. ① 일인칭 시점 : 주인공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직접 서술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친근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사건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그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보다는 사건과 인물의 내면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데 이점이 있는 서술 방식 이다. ② 일인칭 관찰자 시점 : 일인칭의 화자가 등장하여 서술하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은 아닌 경우를 말한다. 인물이나 사건이 있는 그대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의 시점을 통하여 그의 해석과 설명을 통해 제시된다.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 사건들이나 인물들에 관한 서술을 최소화 하거나 생략할 수 있으며, 그들의 생각이나 갈등, 감정이나 심리를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관찰하여 서술 할 수 있다. ③ 삼인칭 시점 : 서술자는 작가 자신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추측, 예상 등을 배제하며, 인물에 대해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나 가치 판단은 배제해야 한다. ④ 전지적 시점 : 작가가 인물들의 내면과 외면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파악하여 훤히 아는 듯한 관점으로 자유롭게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가가 인물의 성격이나 그의 윤리적 태도 같은 것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할 때에 그것은 독자의 상상력에 제약을 초래하고 작품의 밀도를 떨어뜨린다.
#5. 단편소설. 단편의 미덕은 단순한 이야기를 통하여 삶의 단면과 인간의 일면을 감동적으로 드러내는 것, 인간의 외면이나 세계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면에 감춰진, 겉으로 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결정적인 부분을 좌우하는 진실, 그것을 포착하여 적발해내는 것 이다. 복잡한 인물 구성이나 이야기 구성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단순한 인물과 이야기 구성으로 인간과 삶과 세계의 진실에 육박해 들어가는 것, 거기에 단편소설의 재미가 있다. 문제는 인간과 세계의 감춰진 진실을 어떻게 드러낼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감춰진 진실을 포착해내는 힘이,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가 작가에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 이다.
#6. 좋은 소설이란. 좋은 소설이란 특별한 한 인물, 특별한 한 이야기, 그것을 통하여 보편적인 진실을 획득해내고, 보편적인 감동을 끌어내는 것 이다. 작가로서 가지는 생명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아는 그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통찰하고 그것을 보편적 이해와 감동의 영역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 소설은 자연과학이나 철학과는 좀 다른 방식의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이다. 그 탐구는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통해 얻어진다. / 소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집단의 차원, 관념의 차원, 이념의 차원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개인의 차원에서, 어쩌면 가장 낮고 낮은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그 가운데 어떤 집단이나 관념 또는 이념으로도 부정될 수 없는 인간적 진실을 제시하는 것이다. /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싹트고 자라나는 생각이 우리들의 작품을 새롭고 충만하게 만들고, 감춰진 진실의 눈이 반짝이게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고서 소설이란 장르가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쓰는 입장이 아닌, 남이 쓴 소설을 바라본다면, 작품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 - 여기서 리뷰 강제 종료 !!!
PS. 리뷰 안 쓸 생각으로 본 책인데, 어느새 리뷰까지 다 써버렸네요. 지금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보고 있습니다. 박민규 작가가 전에 학교에서 강연회를 했을때, 우연히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그의 작품을 보니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네요. 물론 이 책을 다 읽고난 후에도 같은 생각이 들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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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접했을 때 책이 작고 깔끔해서 놀랐다. 쓰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기에는 너무 얇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에서부터 책속에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도 다시 펴보게 되는 페이지가 바로 첫페이지다. 작가는 책머리에 '나는 아직도 더 자유롭고 싶다.'라고 썼다. 글을 쓰는 이유, 그것이 자유라고 했다. 그 말은 글에 부담을 가지고 있던 내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면 일종의 잠언집일 뿐이다. 작가는 유명한 작품들을 예로 좋은 소설은 어떻게 만드는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그렇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소설을 우습게 보았었지만, 지금은 소설을 경외하게 되었다. 이제 최인식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 겠다. 이 책처럼 내 마음에 물결을 일으키는 작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나는 자주가는 카페에 갈때 이 책을 주머니에 넣는다. [인상깊은구절] 어린 시절, 내가 소설에 매달린 가장 큰 동기 가운데 하나는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자유로웠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ㄷㄴ 자유, 그것이 소설 가운데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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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와 잡지사를 통해 작가로 등단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 중에서 성공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며,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작품인 것도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글 가운데, 「소설」은 우리에게 가장 친밀한 문학장르 중 하나다. 때문에 독자의 폭이 넓은 만큼 습작가 군단에서도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등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과거 자신의 습작물을 공개하기 꺼려하던 이들까지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려놓는 풍토가 유행하며 소설이라 불려지는 글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풍부해졌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소설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고 꿈꿔 온 역작을 완성된 형태로 탄생시킨 예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개중에는 빼어난 작품도 물론 있지만, 그들의 <소설>이 <소설>의 기준에서 결격되는 경우 역시 상당수인 게 사실이다. 왜 그들의 글은 소설이 될 수 없었던 걸까. 하나의 글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째서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소설로 평가받지 못하는가.
본책의 저자는 소설과 이야기를 분리시키는 결정적 기준이 <주제의 유무>에 있음을 콕 집어서 지적한다. 주제의 중요성을 거의 모든 챕터를 통해 거듭 강조하고 있어, 독자는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제란 무엇이며 소설 속에서의 주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쉬지 않고 생각하게 된다. <주제>란 단어 자체를 잊어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만드는 의도적인 반복. 저자가 그토록 같은 말을 되풀이한 이유인즉슨, 다름아닌 <소설의 주제>가 본책의 주제인 <소설의 조건 파악하기>와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소재이자 플롯인 까닭이다.
이 세상의 어떤 소설도 <주제>를 빠뜨린 예가 없다. 바꿔 말하면, 작가 스스로 소설이란 장르로 이름 붙여놓은 글에서 독자가 글의 주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소설에서 한낱 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위 말하는 글쟁이,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예비작가들은 소설을 읽고 쓰는데 숙련된 저자의 일침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창작에 대한 열의를 갖고서 그저 열심히 쓰는 것만으로,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야기를 펼치듯이 글로 엮어가는 것만으로, 그들의 꿈과 노고의 산물이 완전한 「소설」로 태어나는 것이 아님을, 글을 쓰는 매순간 숙지해야할 것이다.
소설을 쓰는 데 원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른 글쓰기는 분명 존재한다. 명확한 주제 아래 짜임새 있는 플롯. 즉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물의 형상화, 그리고 일관성 있는 시점은 소설을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한 뼈와 살 같은 것이다. 이것을 하나라도 간과하지 않고 탄탄하게, 현실감 있게 풀어써야만 작가가 의도하는 소설의 핵심을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의 준비물인 <소재>의 질이 제 아무리 반짝거린들 주제가 명확하게 노출되지 않으면 소설로서의 가치가 희미해질 것이고, 뚜렷한 목표 아래 훌륭한 주제를 내세운들 그것을 지루하게 표현한다면, 결국엔 독자를 몰입시키지 못한, 완성도 낮은 그저 그런 글로 평가될 것이 자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이야기로 다가오는 친숙함과 허구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매력에 빠져 소설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고 싶어졌다면, 그 안에서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소설을 쓰기 앞서 소설의 개념만은 잊지 말아야 할 터. 최인석 작가의 이 작은 교본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강론식으로 풀어쓰듯 엮인 이 책은 분량도 필체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교본치고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만큼 쉽게 읽힌다. 쉽지만, 글을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충분한 예와 설명이 있다. 그리고 짧고 강렬한 깊이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며 미처 몰랐던 혹은 알고도 무심히 지나쳤던 소설의 조건을 파악하다보면, 소설 쓰기에 필요한 도구를 얻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서 소설을 어떻게 '끌어내는가'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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