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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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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뜻있게 살기도 어렵거니와, 사실은 단 한 마디 뜻 있는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백 년을 사는 인생이 한 마디 말을 뜻있게 가꾸는 그 촌각의 사무를 짓기가 그처럼 어렵다니, 우리네 인생의 헛됨, 그러면서도 그 풍부한 가능성의 스펙트럼(알찬 인생부터 허송되는 인생까지의)에 다시금 놀라게도 됩니다. 흑과 백의 양대 기치에 중간이란 없다며 서양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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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뜻있게 살기도 어렵거니와, 사실은 단 한 마디 뜻 있는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백 년을 사는 인생이 한 마디 말을 뜻있게 가꾸는 그 촌각의 사무를 짓기가 그처럼 어렵다니, 우리네 인생의 헛됨, 그러면서도 그 풍부한 가능성의 스펙트럼(알찬 인생부터 허송되는 인생까지의)에 다시금 놀라게도 됩니다. 흑과 백의 양대 기치에 중간이란 없다며 서양 고전의 일 구절을 왜곡하여 가장 격렬한 실천의 미덕을 입에 올리던 자가, 알고 보니 제 직장에서 전문 직능의 발휘는커녕 초보적인 처세술에조차 지극히 서툴러 그 알량한 책상을 빼앗기는 걸 보면, 말과 실제의 삶이 얼마나 극한적인 괴리를 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경악하게 됩니다. 도시 빈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꾸고 더 질박한 삶을 살려 노력해야 할 판에 명품과 사치에 눈이 멀었으니, 거리로 내몰리고 남들에게 모멸을 사는 것도 세상의 당연한 이치에 불과하죠.

그래서 옥좌를 순에게 내어 준 요 임금이 청사에 길이 빛날 선례를 남긴 바, 이를 가리켜 "양위"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은 데에 우리는 주목할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양위" 역시 이후 중국사에서 반복된 대로 그저 힘을 잃은 권력자가 새로이 실력을 갖춘 이에게 밀려난 사실을 그저 미화했을 뿐이라고 지적하는 새로운 흐름도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었건 간에 후손들에게 교시할 가르침의 뼈대를 사가와 종실이 세운 소치라고 넉넉히 이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요 임금이야말로 이후 숱한 간신과 역적들이 창궐하게 한 큰 원인"이라고 극언을 한 분도 나왔으나 이 역시 지나침이 모자람만 같지 못한 사례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을 가려 대접하라(신상)" 못지 않게 중요한 교훈은 "무능자에게 제때 응보를 가하라(필벌)"라고나 하겠습니다.

손빈의 경우 <사기> 열전에 그 "장대한 복수극(저자님의 표현)"을 마무리한 위인으로 잘 소개되어 있지만, 과연 인간이 일생을 통틀어 그 절치부심함을 현실에서 제 의지대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시라소니" 이성순이 불구가 된 후 이정재를 거리에서 저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를 용서하고 포기했다거나 하는 일화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 진실성에 의문이 가지만 여하간 결론에는 찬동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복수에 성공하는 손빈을 찬양하기보다(너무도 작위적인 사연이라 역시 신빙성에 회의가 들죠), 무능의 극치를 보이며 패퇴하는 방연이 더 한심하게 여겨졌습니다. 아마 이 자도 사석에서 실제의 궁리에 힘쓰지 않고 터무니없는 인문을 판다며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부류였을 가능성이 높죠. 상사가 제때 쳐내지 못한 게 그의 조직을 위해 한을 남길 뿐입니다.

난득호도, 즉 총명하기도 어렵고 멍청하기도 어렵다고는 하니, 사실 조직을 망치고 책상을 뺏기며 주위에 크나큰 피해를 남기기도 정상적인 분자라면 쉬운 게 아닙니다. 사람이 능력은 없어도 마음 한 구석에 양심은 있기 마련이기에, 일을 못 해도 주변에 남 하는 요령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만 해도 중간은 가게 마련입니다. 이게 안 되는 사람은 뭔가 마음에 악하고 비틀린 구석이 있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편 전쟁 당시 외국 상선에 적재된 아편을 불사르고 국제법을 거론하며 제국주의자들 앞에서 당당히 만국 공법(물론 이에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공법이 아닌 상사법 관행도 들어 있었을 텝니다)의 이치를 역설한 임칙서야말로, 사람이 궁하면 통한다는 그 적나라한 처세의 요령을 잘 보여주는 모범입니다. 세상에는 이처럼 청사에 이름을 빛낸 청백리가 있는가 하면, ... 더 이상은 되풀이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민폐의 궁극을 보여 주는 도적도 있기 마련이죠. 우리가 일상을 분골쇄신하는 각오로 살 때, 조직에서 일대 종사의 장엄한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전념할 때, 세상은 마치 당태종과 관롱집단의 바른 철학과 도리 위에 선 양 "정관지치"의 재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른 생각에서 바른 말이 나오는 건 만고의 진리라 하겠습니다.

v*****7 2016.04.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