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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굳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해태라는 팀을 기억할 것이다.
1980~1990년대의 해태타이거즈라는 팀은 한국 야구사의 수많은 기록이 담긴 숫자로만 설명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결코 그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이라는 책을 주목해볼 만 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야구팀을 조명함에 있어 야구 이외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라는 틀 안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1970년대의 박정희 독재정권부터 해서, 유신정권 종말과 신군부의 쿠데타에 의한 전두환 정권, 그 정권이 자행한 5.18 광주항쟁의 아픈 시련이 있었고, 1987년 그 뜨거웠던 민주화투쟁의 열정이 채 식기도 전에 들어선 노태우정권, 민자당 야합이라는 정치사의 대 반전 속에서 양김 시대의 헤게모니 투쟁이 있고 김영삼 문민정부, IMF와 김대중 정권.. 이렇게 수많은 굴곡과 같은 터널을 지나온 한국의 20세기 말 역사 속에서 해태타이거즈라는 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다른 여타의 설명은 차지하고라도, 바로 한국의 수많은 정치권력투쟁의 산물이었던 지역주의, 지역감정이라는 폐단이 낳은 영호남의 갈등, 바로 그 핵심에 한국 프로야구가 존재했다.
가장 열위에 있던 스폰서와 여권의 희생양이 된 호남이라는 지역연고의 배경속에서 해태타이거즈는 최고의 팀으로 군림한다. 한두해도 아니고 장장 10년이 넘도록 해태타이거즈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호남사람들과 광주시민들이 암울했던 정치사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고 낙이었던 해태의 승승장구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본다.
김봉연, 김성한, 선동렬, 이종범... 이런 해태타이거즈의 스타들을 이 책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야구와 관련된 책으로서는 당연한 기쁨이자 낙이다.
한국 사회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투영하고 있는 해태타이거즈라는 전설은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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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경기장, 야구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즐비한 포장마차, 곰장어 굽는 냄새, 그리고 젓가락 장단에 섞인 노랫소리. 즐비한 닭장차와 전투경찰들의 훈련 연습. 못해도 2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에 있었건만... 실제 야구 경기를 보러간 기억은 두번밖에 되지 않는다. 한번은 지루해서 나왔는데 뒷덜미를 때리는 함성소리에 아쉬워 했었다. 나머지 한번은 '해태' 타이거즈의 마지막 경기라고 해서,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서 동기와 후배들과 함께 갔다. 그날도 타이거즈는 라이온즈에게 졌었다. 그런데... 타이거즈가 13연패란다. '해태'였던 시절에도 없었던, '기아'로 바뀐 뒤로도 처음이란다. '삼미'의 18연패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떠돈다. 지던 경기도 악착같이 달라붙어 기어코 역전을 시켜 이기거나, 지더라도 이긴 팀에게서 "징헌넘들~"이란 말을 들었던 타이거즈가... 13연패란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광주에서, 아니 호남에서 '야구', '타이거즈'의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한 운동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성장하면서 해태가 우승하는 걸 눈으로 직접 보고, 내가 꿈꾸던 팀에 들어오니까 비로소 관중들의 응원에 설움이 많이 배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욱더 열심히 한다는 걸 느꼈죠. 물론 선수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뛰는 거긴 하지만요. 많은 팬들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걸 보면서 '저렇게 한이 많을까, 저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우승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태 선배들도 그랬고, 저희 아버님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 그랬습니다. 그 뒤 일본에 갔다 오고 나니 정권도 바뀌고…, 이젠 그런 게 없어졌더군요." - 2009년 11월 5일자 한겨레신문, 이종범의 인터뷰에서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타이거즈'의 누리집만이 유일하게 추모 페이지를 올렸었다.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진보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몇몇 사람들은 국제축구대회(World Cup)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Nationalism(국가주의, 민족주의, 애국주의)의 광기에 소름끼치게 전율한다고 했다. 그럼 지역 연고에 바탕을 둔 프로야구, '타이거즈'에 대한 유별난 의미 부여는 '망국적인 지역주의'에 다름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일까? 저자는 해태 '타이거즈'를 리그에서 가장 빈약한 재정지원을 받는 팀.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무참하게 짓밟혀온 호남(광주)에 연고를 두는 팀. "약한 자들의 강인함을 상징했다"고 말한다. 올해가 백호(白虎)의 해라는데... 원정에선 적호(赤虎)의 기세로, 안방에선 백호의 기세로 승승장구 하길 바랬는데... 아... 타이거즈가 13연패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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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타이거즈, 광주, 그리고 73년생이 엮이면 그림이 그려진다.
나에게 해태타이거즈는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었고, 또래 친구들과 섞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강력한 소재거리였으며, 담배값만한 무등경기장 입장권 때문에
돈의 경제에 눈을 뜨게 해주었던 그런 '거시기'였다.
그리고 김대중...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그들에겐 있다.
혹자는 '한', '애환', '애증'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너무 정치적으로 이 책을 읽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해태의 팬이었다면, 그 시절 김봉연과 김성환과 김준환과 선동열과 이순철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좋은 추억을, 동시에 아쉬운 이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이 책이 그런 사실을 반증한다.
단지 숫자만으로 이렇게 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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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라는 팀, 추억 속으로 사라진지 벌써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근성이나 집중력을 잊을 수가 없네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고 역경에 대처하던 그 들의 모습에서 많은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거 같네여... 경제가 어렵다는데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을 화끈하게 불사르던 타이거즈 선수들의 열정에서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르는 기회가 되었던거 같습니다.... 잠시나마 참 좋아했던 해태타이거즈라는 팀을 추억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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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어렸을 때 아빠가 쉬는 날 야구를 볼때면 그 지루하고 단조로운 해설자와 아나운서 목소리를 듣다 깜빡 잠이 들었고, 자라서는 승부에 흥분하는 모습이 내 기질과 맞지 않아 가까이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타이거즈의 팬인 광주 출신의 남편은 야구가 있는 날이면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나 그들의 기록 등을 열심히 찾아보곤 한다. 덕분에 야구는 9명이 하는 것이고, 세 개의 아웃이면 공수가 바뀐다는 것 이외의 것들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야구는 내 기호품은 아니다.
그러기에 야구와 타이거즈에 대한 무슨 애정이 있어 이 책을 본 건 아니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냄새로 인해 야구와 정치를 한 번 같이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나의 얄팍한 기대와 일 때문에 거의 전공책 외에는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그도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특한 생각이 더해져서 보게 된 책일 뿐이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재미와 감동을 느낀 글이 되었다.
저자는 '해태'(기아가 아닌 해태이다) 타이거즈라는 한 팀의 성쇠를 통해서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역동적이었고 가슴이 벅차올랐던 시대이며, 좌절의 시기이기도 했던 80년대와 90년대를 돌아본다. 시작부터 정치적이었던 우리의 프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고, 가장 소외받던 이들의 팀이면서 가장 악바리같던 팀인 해태 타이거즈는 단순한 프로팀이 아니었으며, 그러기에 '약한 자들의 영웅이자 희망'으로서 해태 타이거즈와 전라도, 김대중은 하나로 묶여서 이야기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1세기의 지금, 냉혹한 신자유주의의 공세 속에 해태는 이미 사라졌고, 가슴이 터지도록 원했던 소중한 가치들마저 부동산과 각종 재테크 방법의 거센 비바람에 퇴색한 듯 보이는 지금, 만 여명이 모여서 목포의 눈물을 부르던 열정이 사라진 지금, 저자는, 그리고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나는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하며, 그것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감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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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팀 삼미의 옛 팬이 오늘 해태 타이거즈를 그리워한다.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싸웠고 승자였지만 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팀. 그래서 약자와 패자들도 얼음 계곡물에 몸 한 번 담그고 정신 바짝 차리면 강자의 발목이라도 한 번 물어뜯을 수 있다고 악을 쓰며 항변하는 듯했던 그 몸짓들을 그리워한다.” ‘위대하신’ 전두환 각하의 넓으신 아량과 백성을 어여삐 여기신 마음으로 탄생한 한국 프로야구. 한때 절대로 3S(Sports, Sex. Screen) 정책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프로야구를 우습게, 아니 야구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열광하는 이들을 하찮게 보곤 했다. 도대체 저 인간들은 제 정신인지, ‘광주의 피울음’이 아직 생생한데, 군사 독재정권의 폭압 아래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저들은 이미 잊은 것일까. 아니 부러 기억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나 역시 어린 시절 위대한 각하의 의도대로 야구에 푹 빠졌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만수와 류중일에 환호했고, 선동렬의 믿을 수 없는 방어율에 전율을 느끼며, ‘과연 그를 꺾을 수 있는 타자는 누구일까’고심했다. 삼미와 청보, MBC 청룡과 OB 베어스의 기억은 아직도 나에겐 그립고도 서러운 유년시절과 함께 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성장기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그리고 그 시절 힘든 이들을 울고 웃게 해줬던 그라운드의 모든 영웅들에 대한 헌사다. 그리고 역대 9회 우승이라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화를 만들었지만, IMF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진 전설의 구단 ‘해태 타이거즈’에 대한 그리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뿌리 깊은 지역감정의 역사를 함께 이야기한다. 해태와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전라도 지역. 그리고 전라도를 향한 근거 없는 악의에 찬 비난과 차별의 기억들. “어떤 조건도 필요 없다. 전라도 여자만 아니면 된다.”, “전라도 것들은 은혜를 모른다.” 저자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전라도에 대한 비난들은 그대로 내 기억과도 겹친다. 온 나라가 서슬 퍼런 총칼에 숨죽이고 있을 때, 결코 대한민국이 썩지 않았음을, 불의에 겁먹지 않았음을 피로써 증명한 광주 시민들, 그리고 모진 핍박과 멸시 속에서 오직 야구장에서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한을 달랠 수 있었던 전라도 사람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계속 불편했던 이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는 서울이었고, 서울이며, 서울일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자원들이 가장 많이 섭취되고 소화되며 배설되는 곳 역시 서울이다. 그러나 1980년 5월 이후 대한민국의 심장은 광주였다. 서울의 1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도시 광주의 5월은, 대한민국이 그저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피가 돌고 맥박이 뛰는 생명체일 수 있게 해준 힘찬 박동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어디에서든 ‘전라도’운운하면 따가운 비난을 받거나 매우 용감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시절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또 비겁한 키보드 워리어들의 자판질에는 ‘전라디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민주시민, 상식 등을 운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영웅들의 서사시 한국 프로야구, 여전히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신종플루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갈 때도, 사람들은 야구장을 찾아 서로 침 튀기며 응원했고, 삶이 팍팍하고 고단 할 때도 우리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치어리더들의 흥겨운 응원이 있는 야구장으로 향했다. 이제 더 이상 프로야구를 ‘각하’의 ‘업적’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을 성싶다. 서민들의 고단함을 풀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야구는 고마운 친구다. 그 친구가 어디에서 왔던, 아버지가 누구이든, 친구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글이 있어 옮겨본다. 그립다. 그 시절 그 사람들, 그 열정들이…. “그래서 전라도라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눌리고 짓밟히면서도 고개 빳빳이 쳐들고 일어섰던 해태 타이거즈의 기억을 빌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밀쳐지고 떠밀려지는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래, 물론 지금 우리는 해태 타이거즈가 싸웠던 것보다도 훨씬 능글맞고 쌀쌀맞은 21세기, 그 중에서도 해태 타이거즈마저 휩쓸고 가버린 IMF의 유산 신자유주의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그래도 노리고 휘두르면 선동열을 상대해서라도 1할 7푼을 칠 수 있지만, 포기하면 18연패 끝에라도 구원받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최강이었지만 가장 약한 자들의 영웅이었으며 돈 앞에 무릎 꿇고 사는 이들의 가슴에 남겨진 야구팀, 사라지고 없는 해태 타이거즈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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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야구 관련 세번째 책이다. 작가 김은식의 책 중 야구의 추억과 돌아오지 않는 2루 주자가 인상적이었기에 이번책이 나온 것을 보고 읽기로 했다. 제목부터도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했을법한 해태 타이거즈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라고 쓰여있었으니까 어릴 적 나는 사자(삼성 라이온즈)와 호랑이(해태 타이거즈) 중에 단연 호랑이를 더 좋아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름에 범 호(虎)자가 들어간다는 것과 사자 보다야 호랑이가 더 멋있다는 생각 그리고 왠지 삼성이라는 나랑 상관없는 회사보다 해태라는 나랑 많이 상관있는(아이스크림, 과자) 회사가 더 끌렸기 때문. 인천과 강원을 연고로 하는 팀이 있다고는 하지만 강원은 연고지 취급도 하지 않는 인천 연고팀보다야 맛있는 과자 많이 주는 호랑이가 좋았고, 매번 이겨주는 호랑이가 좋았다.
이 책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로 바뀌기 직전까지의 이야기, 김대중의 민주화 운동때 부터 대통령 당선 때 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정치사 이야기를 하고 정치와 야구가 어떻게 얽혀있었는지, 그리고 당시 어떤 루머들이 있었는지도 자세히 말해준다.
저자는 내가 미처 몰랐던 해태 타이거즈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약한 자들의 강인함을 상징했다는 부분. 읽고 보니 해태 타이거즈는 강팀이 될 조건에서 한참 미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자리를 9회에 걸쳐서 지켜냈다. 빈약한 재정지원, 차별받고 천대받는 지역 연고. 하지만 그 속에서 일궈낸 강자의 모습. 그리고 차별받고 천대받는 이들의 대변자이고자 했던 민주투사 김대중 어쩌면 그 둘의 이야기는 결국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즐거운 책 읽기 였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또 다른 야구 이야기들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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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이라는 공통 분모 말고는 그닥 떠오른 그림이 없었다. 예전에 책을 사보기 전, 어떠한 전개 구도와 그림이 그려질지 예전 책을 책 이름만 보고 너무나 궁금했던 책 중 하나였다. 어린시절 타이거즈를 좋아하는 키드'였기 때문이다.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박정희 대통령때를 시작으로 하여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의 전반적인 경제와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는 물론이요. 정치 대립 구도 및 그에 따른 사회적 흐름의 틀에서 1982년 태동하게 된 한국 프로야구의 모습을 큰 스케일로 잡아 시간적 순서로 훑어주니 야구 이야기 말고도 뭔가 한편의 현대사 강의를 들은 것 마냥 그 시대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게 마음에 든다.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 기아, LG등 브레인 스토어에서 최근 출간되고있는 "때문에 산다" 야구 시리즈 책도 물론 좋지만 그 전에 타이거즈 팬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그렇다고 김은식 작가가 해태 타이거즈의 팬은 아니다. 그리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인천의 팀 '삼미'의 팬임을 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도 자신이 응원하던 팀을 이겨댔던 해태 타이거즈에서 희망을 느끼고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 또한 그 애증의 해태 팬들의 가슴을 후벼하며 그 팀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추억하게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볼만하다. 사실 어디 작가 뿐이겠는가? 1980~90년대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한 야구팬'들이라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타이거즈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것은 맞으나 그만큼 밉고도 싫은 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해태가 IMF를 지나 재정 상태가 열악해지며 2000년대에 다다르자 팀의 선수를 팔고 결국은 해체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해태 하면 생각나는 최강의 팀 이미지 마저 급속도로 사라져갈 뿐더러 이빨 빠진 호랑이란 이미지에 더이상 한국 프로야구에서 맹수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같은 타이거즈지만 해태가 보낸 세월과 최근 10여년이 지난 기아의 성적은 엄연히 너무나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보급 투수이자 해태의 상징과도 같았던 선동열이 직접 던지는 걸 본 세대는 아니지만,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면 이겼고 무서울 것 없는 최강의 팀을 응원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으쓱한 어린 시절이 나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열' 인지.. '렬' 인지.. 이름도 헷갈렸던 어린 아이였을 뿐이었다. 전라도 사람은 아니지만 지역별로 따져서 응원팀을 가릴 만큼 내가 좋아했던 이유 역시도 나에겐 없는 강인함 모습 그리고 강인함 속에 그들의 프라이드가 빨갛게 검게 베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길은 해태 타이거즈가 걸어온 길과는 조금 다르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기구한 운명을 살았고 그러한 운명 개척을 위하여 더 나아가 정권을 잡았을 무렵인 1998년 부터는 오히려 해태 타이거즈가 몰락이 이어졌다. 항간의 음모이론에는 해태와 김대중의 운명을 사람들이 기이한 우연이고 묘한 역설이라고 비 꼬아서 만들어 냈다. 그렇지만 끝까지 지지해준 호남 국민들에게 김대중은 또 다른 해태 타이거즈 이기를 바랬고 해태 타이거즈가 해체에 이르고 나서는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 모른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전라도 사람들에게 안긴 국가의 억압. 그들이 풀 수 없는 욕구를 우승으로 보답해준 팀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그들의 자존심과 같았던 고 김대중 대통령. 둘다 지금은 다시 볼 수 없고 추억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사라져간 그들의 역사에는 뭔가 꿈틀하게 하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이를 잘 대변한 글은 사람의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작가의 이야기 중에서.. "오늘 해태 타이거즈를 그리워한다.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싸웠고, 승자였지만 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팀. 그래서 약자와 패자들도 얼음계곡물에 몸 한번 담그고 정신 바짝 차리면 강자의 발목이라도 한번 물어뜯을 수 있다고 악을 쓰며 항변하는 듯했던 그 몸짓들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전라도라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혹은 이런 저런 이유로 눌리고 밟히면서도 고개 빳빳이 쳐들고 일어섰던 해태 타이거즈의 기억을 빌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밀쳐지고 떠밀려지는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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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사람을 기다리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슬쩍 아무데나 들춰보고는 두 쪽도 다 읽기 전에 사서 읽겠다고 맘 먹었다. 물론 재밌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어렸을 때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했던(아마 그때는 그냥 잘 하고 맨날 이기니까 그랬겠지) 기억 때문에 더 재밌게 읽었지만, 그 정도로 끝났으면 서슴없이 별 5개를 주지는 않았을텐데, 광주와 김대중을 타고 올라가지 않으면 공갈빵이 돼버리고마는 8, 90년대 역사와 그 시절 프로야구에 대한 기억을 절묘하게 엮어낸 작가의 통찰력과 부사와 형용사를 좀 남발하는 것 같긴 하지만--어쨌든 그 시절을 묘사하는 데 더없이 적절하잖나 싶은 느낌을 주는--단단한 문장력 때문에 더더욱 재밌게 읽었고, 책을 덮고 진하게 남아있는 향수가 밝은 아침 햇살에 날아가버릴까봐 잠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해태 타이거즈의 불굴의 의지가 놀라운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지나간 청춘과 같이 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다 읽고난 후 뭉클할지언정 가슴벅찬 감동이 올라온 것은 아니기에 굳이 '향수'라고만 했는데, 그렇다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상이 시간낭비만은 아닐 것이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할만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 게다가 잘 몰랐던 해태 타이거즈와 그 외 초기 프로야구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가득 담겨 있으니 야구 얘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야구장에 간 것도 대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나보다. 그동안 야구장에도 안 가고 어떻게 살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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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출신이지만
전라도 출신 부모님에 의해 리틀 해태 타이거즈였고
지금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부산에 연고를 둔 롯데를 좋아하지만
2009년 기아의 V10을 누구보다 감명깊게 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후로
야구라면, 야구에 관련된 책이라면
유난히 눈길이 가는 변두리 야구팬.
어렸을때 리틀 해태 타이거즈였다고 하니
롯빠인 동료가 '귀하신 왕족 출신'이라더라. ㅎㅎ
강자였지만 약자의 방식으로 싸웠고
승자였지만 패자의 사랑을 받았던 팀 해태 타이거즈.
죄 없는 시민들이 피를 흘려야 했던 광주의 원혼을 풀듯
해태는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겼다.
가장 열악하고 지원이 없었던, 가난했던 그 팀은 신들린 듯 이겼다.
그 누가 승리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1승 2승도 아닌 9승은, 운과 웬만한 실력만으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성적이다. (그것도 한국시리즈에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프로의 세계 속에
우아하게 (혹은 처절하게) 일부러 지는 철학을 이야기했다면
<해태타이거즈와 김대중>은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의 역사를 씨줄로,
대한민국의 우울했던 근현대사를 날줄로 엮어내고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이기고 성공할 수 있다는 낭만적 시대의 성공담을 추억한다.
전라도라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혹은 이런 저런 이유로 눌리고 밟히면서도 고개 빳빳이 쳐들고 일어섰던 해태 타이거즈의 기억을 빌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밀쳐지고 떠밀려지는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중략)... 그래도 노리고 휘두르면 선동열을 상대해서라도 1할 7푼을 칠 수 있지만, 포기하면 18연패 끝에라도 구원받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책 맨 마지막)
저자는 오늘 지고, 내일 지고, 18연패를 해도
집중해서 투지를 발휘하면 1할 7푼이라도 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게 사필귀정이며 맞는 말이지만,
2011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국민들이 '이렇게 열심히 했지만, 안될거야 우린. 아마.'
라는 패배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일게다.
돈 있고 빵빵한 집안이어야만 잘 살수 있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배경 없고 가진 것 없어도 재능있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접받고 잘 살게 되는 그런 사회여야
역전 만루 홈런까지는 아니어도
솔로 홈런정도는 한번쯤 노려볼만한 사람 살 맛 나는 사회이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어째서 야구는 이렇게도 인생과 닮았는지. ㅎㅎ
개인적으로는 해태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 외에도
현대 유니콘스의 인천 배신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의 학살극이 '국가권력이 필요에 따라서는 나에게 총구를 들이밀 수도 있다'는 싸늘한 깨달음을 주었다면, 1999년 초 현대의 인천탈출은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구단도 저희들 사정과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든 팬들을 버릴 수도 있다'는, 그리고 야구단에게 있어서 팬들의 사랑이란,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각성의 계기가 되었다. (p.240)
그래. 이런게 세상이다.
이런게 세상이지만,
이래서는 안된다. 세상이 이렇게 더러워서는 안된다.
문제는 2011년인 지금에 이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비극과 절망이 되풀이되는 것은 역사의 되풀이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되풀이니까 백성이 참으면 안돼요. 그건 정치적 성향이 아니에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이외수편)
IMF를 맞아 사라진 해태는 아름다운 전설을 남긴채 역사가 되었지만
이 어두운 시기, 어둠을 부른 누군가는 신자유주의의 괴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어둠이 짙어지면 아침이 밝아오듯 당연한 것이 대접받는 세상이 언젠간 오리라 믿는다. 그 믿음 하나로, 어두운 지금을 버틴다. 사필귀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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