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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뇌과학의 소통 가능성과 한계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요즘이다. 결국 종착점은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데다가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적 글쓰기를 할 줄 안다는 마이클 가자니가의 책이 되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똑똑한 논증과 적절하고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책에서 본 같은 실험을 훨씬 맛깔나게 이야기해주는 점도 가자니가를 좋아하게 만든다.
이 "윤리적 뇌" 말고도 "사회적 뇌"라는 책도 있는 모양이다. 비슷한 논조와 소재, 실험결과들이 겹치는 것을 보면 그의 이런 저런 책들을 모아 "왜 인간인가"에 종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왜 인간인가"에 비해 이 책은 그가 과학자임을 실감케하는 것 같다. 그를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이에 줄 세우면 스펙트럼이 비교적 인문학 쪽에 가깝기는 할 것 같은데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 영락없는 과학자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1. 과학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2. 과학기술 발전의 폐해(어차피 인위적인 규제로 막을 수도 없을 뿐더러)는 인간 이성(도덕 포함)을 통해 자연 조절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3. 윤리적 문제 때문에 연구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을 통해 합리주의이면서도 실용주의적인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느 뇌과학자 같은 단정적인 어투가 아니라 '믿는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모르겠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인문학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공 정책과 관련이 되면 성별 선택이라는 개인적 자율성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그래도 재생산 기술의 이런 측면을 담당하는 전문가 공동체는 분별 있는 반응을 한다. 흥미롭게도 많은 의사들과 보건 정책자들은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윤리적 감각을 제외하고는 어떤 실제적인 기준 없이 규칙을 만든다... 이런 규칙들은 분별력 있는 것이고, 새로운 기술들에 우리가 합당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p.80)
마치 샌델의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는 책 같다. 샌델도 가자니가도 부시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함께 연구를 했었나보다(그나저나 이 책 번역이 좀 읽기 불편한데 나만 그런가, 게다가 샌델이 산델이 되어 있다... 외국 인명이기는 하지만 보통 샌들이나 샌델로 부르지 않나??). 아마 샌델의 서술 태도도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스펙트럼에서 매우 극단적인 인문학자 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둘이 비슷한 위치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4일 이전의)배아를 세포로 보거나, 강화가 아닌 치료로서의 유전자 조작을 적극 찬성하는 등 공리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입장이어보이는 의견을 제시한다.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는 수정된 배아는 당연히 인간으로 봐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배아는 아직 뇌가 생기지 않았으므로 도덕적 책임을 져야할 인격으로 볼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았다.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스럽게 시작한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스럽게 끝난다. 그는 '뇌 안에 각인된 윤리학'이 있다고 믿는다.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본성이 있다고 믿고 그 중 대부분이 (태생적으로?)뇌에 들어있으리라고 보는듯 하다. 여느 뇌 과학자들처럼 자아나 의식이 좌뇌 해석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로서 일종의 착각이나 환상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과학자치고는 꽤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의 핵심적인 결론은 "맥락적인 보편윤리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맥락'은 좌뇌 해석자가 만드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인듯 하다. '보편윤리'는 (태생적으로?) 다른 존재와 구별되게 본성으로 주어지는 직관적 도덕감을 말하는 것인듯 하다. 과학자로서의 그가 뇌 속에서 찾아내기 어려운 마음과 도덕, 가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견고한 진리들로 만들어지는 보편 윤리가 아니라, 맥락적이고, 감정에 영향을 주고, 생존을 돕게끔 고안된 구체적인 상황들로부터 만들어지는 보편 윤리를 찾아야 한다... 도덕이란 것이 맥락적이고 사회적이며 신경 메커니즘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알면,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뇌의 신경 구조를 바탕으로 사물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주어진 특정 맥락에서 가장 좋거나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직관적 본능을 논의하는 것이다.(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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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연구한다. 병원에서 첨단의 장비를 갖고 '마음'의 생물학적인 근거를 취급하다 보니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더더욱 모를, 미궁의 더더욱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 "윤리적 뇌"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최소한의 됨됨이라는 '윤리'를 기준으로 바라 본다. 그리고 철학적인 윤리의 정의와 실천이 자연과학적인 윤리의 정의와 실천에 얼마나 멀리 놓여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계성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뇌'의 '이상', 즉 다른 사람과 달리 경계성인격장애를 나타낸 그 '이상'을 형평성을 고려해 볼 때 어떻게 취급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경계성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안와전두피질(the orbitofrontal cortex)의 대뇌포도당대사가 떨어져 있다. 이것이 윤리에 앞서는가? 윤리가 이것에 앞서는가? 이 문제를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엽기적인 범죄행각의 발생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인 시각은 인터넷을 포함한 여론과 맞물려 집단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 하였으며 이에 대법원의 판결이 번복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누구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의 행각을 고려 해 봤을 때 마땅히 극형 중의 극형이 나를 포함한 국민들의 억울함 (?) 을 풀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만일 그가 애초에 싸이코패스로서 그리고 아동성도착자로서 정상인과 비교될 수 없는 대뇌신경학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판결이 더 옳고 어떤 의견이 더 옳은가? 아직 법조계와 우리들은(나를 포함한) 이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 하다. 법조계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뇌과학'의 파장을 받아 들일 준비가 전혀 안되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많은 일을 이루어 놓았다. 우리가 연구하는 마음의 원리가 지금 당장 일상의 생활에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범위가 더욱 넓어 질 것이 분명하다. 생활이란 어딘지 끝에 있는 것으로서 기반구조(infrastructure)가 온전히 확립된 후에야 시작된다. 사회에서 토목만이 사회의 기반구조가 되지 않고 법률은 기반구조의 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수단일 것이다. 뇌과학의 발달로 이와 같이 법률의 기반이 되었던 철학과 윤리가 애초에 잘못 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면 서둘러 뇌과학의 발달에 발맞추어 오류를 수정하고 이제는 뒤바뀐 철학과 윤리의 근거를 법률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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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입장에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언급들이다. 1. 배아는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가지는가? 이 문제는 줄기세포와 낙태의 문제의 이슈가 될수 있으며 인간의 지위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일단 현재 통용되는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을 과학적 사실로 할것이냐? 공동체 가치로 할것이냐? 배아와 산모의 가치의 충돌의 문제를 어떻게 볼것이냐? 2. 뇌의 노화나 질병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자아감을 상실 했을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3.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원하는 형질을 가진 아이만을 선택적으로 낳거나 그런 아이를 만들어 낳는것은 문제가 없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는 상당히 물리적 실체를 가진 뇌를 인간생명의 기준으로 보고 그것을 위한 행위에 대한 옹호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뇌가 법적 문제나 종교, 도덕에서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결과들을 나열하고 있기에 판단의 도움이 되긴 하나 워낙 결과를 요약하면서 저자의 강한 의견이 들어있기에 조심스럽게 해석 하면서 비판적 시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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