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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섯 번째 책은 사회와 철학연구회에서 펴낸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과학적 사실에 대한 오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2008년의 촛불시위는 깊이 성찰할 가치가 있는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회학적 견해이건, 철학적 견해이건, 진보적 측면에서 혹은 보수적 측면에서 다양한 분석과 해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는 <사회와 철학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9명의 학자들이 촛불시위에 대하여 조명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철학 연구회>는 우리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고자 하는 취지로 모인 학회라고 합니다. 동 학회의 편집위원장인 김석수교수가 머리말에서 “촛불은 우리에게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길을 열어주는 희망적인 사건이었는가, 아니면 스며드는 어둠을 막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사건이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촛불집회의 운동양상이 우리 현대사의 그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항과 축제, 투쟁과 놀이가 함께 전개된 매우 독특한 양상이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면 전개된 전대미문의 새로운 운동형태를 보여주었다고 정리하였다. 이런 양상의 운동형태에 대하여 ‘다중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는 주장과 주체적 자각과 합리적 판단 위에서 실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대중의 순간적 감정놀이’에 불과했다는 주장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석수교수가 9편의 글에 대하여 요약하고 있는 머리말을 읽어보면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촛불집회와 시민사회>라는 제목의 권용혁교수는 “개개인의 자율성이 너무 강조되고 참여의 형태가 일회적, 분산적인 형태를 지니게 됨으로써, 또한 온라인의 소통이 지니고 있는 즉시성, 일회성, 개별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저항의 터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생명을 위한 촛불>이라는 제목의 김상봉,김기숙교수는 “기존의 운동이 주로 남에 대한 저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촛불집회의 저항은 자기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촛불항쟁을 통해 싹튼 생명에 대한 연대는 자기만이 아니라 동시에 자연과 생명 일반을 위해 필연적으로 자기의 욕망을 스스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촛불집회를 통해 본 정치와 문화의 연관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제목의 나종석박사는 “촛불집회의 대중에 대한 지나친 힐난이나 신비화를 견제해야 함을 지적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참다운 우애와 연대성에 기반을 두고 정당정치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제도들이 합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촛불과 지성>이라는 제목의 박구용교수는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를 거부하거나 국가 바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우려하고, 촛불이 탈주체성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상화 주체성의 정치를 지향해야 하며, 시민의 일상적 삶에 뿌리를 둔 생활정치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촛불축제시위와 세계사적 의미>에서 박병섭박사는 “촛불집회는 기존의 운동과는 달리 생명운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강조하고 기존의 부당한 권력구도를 흔드는 근원적 생명운동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촛불, 이념인가 이해관계인가?>에서 선우현교수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한 불만과 분노감에서 시작되었지만,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비판을 통해서 이해관계가 이념에 의해 적절히 조정․제어 되면서 이념적으로 계몽된 촛불로 진화되어 나갔다.”고 평가했습니다. <2008촛불은 진정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변혁과 자기성찰을 이끌 힘인가?>에서 임경석박사는 “촛불집회가 특정세력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들을 감시하려고 하는 태도에 경고를 던진 중요한 사건으로 해석하고, 2008촛불이 보여준 진보적이고 자율적인 시민의식의 참여가 존속되어야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무자년 촛불 항쟁’과 다중성 시민, 그리고 농성권력>에서 홍윤기교수는 “지난 촛불항쟁이 ‘국가 내 준내전’의 성격을 지니며 촛불항쟁의 주체를 ‘다중-시민’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정치적으로 아직 미성숙체’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그들은 아직 '국가를 전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율적 연대를 창출하지 못하였지만, 시장독재로 흘러가는 신자유주의정책에 제동을 건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말을 적은 김석수교수는 <촛불집회와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을 통하여 “촛불집회의 주체들의 과학성이나 도덕성에서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감정적 주체로 격하시키는 것을 우려하며, 우리 현대사의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주체들이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정치꾼의 주체가 아닌 생황자치의 주체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머리말의 요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집필자들은 진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촛불시위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촛불시위가 일과성으로 끝난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2008년 촛불시위는 새 정부에서 내놓은 개혁적인 정책들에 대하여 불만을 가진 계층이 인터넷 등을 통하여 확산된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소문에 촉발되어 정부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위가 이념투쟁으로 변질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감소하였다고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선우현교수는 촛불시위가 이념에서 시작해서 이해관계로 정리가 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시위가 이념이 다른 세력에 의하여 주도되어 파괴적인 운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결국 동인(動因)이 당위성을 얻지 못한 시위에 부여된 의미가 과연 타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계층의 목소리나, 시위에 동의하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들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은 볼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의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