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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져야 문학이다'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뭐가 뒤집어 져야 한단 말일까? 이는 사물의 전복의 개념이 아니라 문학을 작품으로만 해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만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문학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첫째 작품 자체만 바라보는 방법 즉 시라면 시적화자의 정서, 시의 어조, 운율, 주제 등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것이며, 소설이라면 작품의 배경, 갈등구조, 전개 과정 등을 중심으로 작품에 국한하여 감상하는 방법이다.둘째는 문학 작품은 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반영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감상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는가라는 차원에서 감상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일생과 가치관, 성장환경, 성격, 취미 등 작가와 관련된 일체의 요소들을 기준으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뒤집어야 문학이다'라는 명제는 감상방법의 네번째에 해당한다. 이 책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성장환경과 생활, 작품 외적인 요소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일반 독자들은 작가의 내면과 작품 외적인 배경지식을 풍성하게 배울 수 있다.오랫동안 문학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정통한 작품해설과 작가들에 얽힌 가십거리를 흥미롭게 버물리고 있어 그 어떤 딱딱한 이론서보다 참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작가들을 섭렵할 필요가 없다. 대형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만 구입하듯 자기 입맛에 맞는 작가를 찾아 읽어 보면 된다. 나 또한 가급적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만 골라서 그들의 작품 이면에 숨겨져 있는 창작동기와 개인과 가족사의 불행, 작가의 생애를 들추어 보았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외계 행성에서 지구별로 추락한 듯한 박민규, '너도 가끔 자위를 하냐'고 물어보는 김선우,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펑펑 대낮부터 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신경숙, 고집스러운 듯 총명한 눈빛을 가지고 시대의 희망을 허무로 말하는 김훈, 우리 시대의 왕구라 황석영, 대학 1학년 때 의식화 필독서 난쏘공의 조세희, 안개 속의 본질적인 자아를 찾아 떠났던 무진기행의 김승옥, 전통적인 한의 정서로 다가오는 이청준,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으로 거론되는 고은과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박완서, 마지막으로 통영으로 돌아가 고향의 토지에 묻힌 박경리 등. 모든 작가들의 문학 외적인 이야기들은 작품을 더욱 더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막가는 대로 살 것같은 박민규는 금주와 금연을 일삼는 절제주의자이며,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상호소통하고 갈등 구조를 만들면서 전우주적인 소설의 범위를 넓혀 나간다. 강원도 출신의 노처녀 김선우는 자위라는 민망한 시적 소재를 들먹이면서 나를 자극하더니, 이내 여성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단편소설을 필사하며, 문장법과 소설 기법을 공부했던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에서 느꼈던 인물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와 짜임새 있는 폴롯, 누구나 다 공감하게끔 만들어 내는 대사와 대사들. 신경숙의 소설이 여성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넘친다면 김훈은 짧게 감아치는 단문은 과히 남성적이다. 힘이 과하지 않고 적당한 세기로 독자를 강타한다. '칼의 노래'의 처음 제목이 '광화문 사내'였다는 뒷담화는 작품의 탯줄을 알게 한다. 작품을 쓰기 위해 전라도 나주에서 홀로 생활하며 이순신의 자취와 숨결을 몸소 느끼고자 했던 현장 중심의 창작열정. 나는 그의 매니아이며 그를 사랑한다. 황석영의 작품은 현대사 그 자체이다. 70년대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 버린 고향과 소외돼 버린 잉여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객지'와 '삼포가는 길'로 형상화되고, 작가 자신이 직접 참전한 베트남전이 소재로 등장하는 '무기의 그늘' 그리고 80년 광주항쟁의 역사적 비극을 그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너머'를 다큐 형태로 기술했다. 또한 이념의 금기를 깨고 작가적 양심으로 방북을 함으로써 그의 문학적 자양분은 분단에서 통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손님'과 '바리데기'가 세상에 나왔다. 이토록 역사의 한 궤를 온몸으로 뚫고 헤쳐온 그의 삶이 고스란히 이책에 담겨 있다. 그의 생각을 앎으로써 작품은 더욱 눈 앞으로 다가온다. 조세희는 딱 한 편의 연작소설을 남겼다. '난쏘공'. 그는 실제 70년대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 쇠망치를 들고 난입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취재노트에 곧바로 소설을 적었다고 한다. 지금도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낮은 자들의 팍팍한 삶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니고 있다. 물질과 경쟁 중심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안개가 유명한 무진으로 떠난 주인공을 통해 자아와 삶의 본질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김승옥의 소설은 소설의 서정주의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안타깝게도 하느님을 보았다는 이적에 가까운 경험을 한 후 절필을 하였다고 하니. 다시는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고은의 본명은 고은택이라고 한다. 끝자 '택'을 뺀 것은 불행한 가족사와 개인사에 연유한다.-----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