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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젠더'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1995년 9월 5일 북경 제4차 여성대회 GO(정부기구)회의에서 결정했다. 젠더와 섹스는 우리말로 ‘성’이라는 같은 뜻이지만 원어인 영어로는 미묘한 어감차이가 있다.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고, 섹스는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다수 국가가 주장하는 젠더는 남녀차별적인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간의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 있어서도 모든 사회적인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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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국가였던 탓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우리나라에도 성 개방화의 바람이 분지 오래다. 이제는 성이 ‘상품’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10시 이후부터 케이블 채널을 통해 자극적이고 성적인 영상들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되는 추세이다. 성 개방화 추세는 마치 외국 (특히 미국)의 전유물인 것 마냥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일본에서도 한국의 걸그룹을 흉내낼정도로 성 개방화, 상품화의 수준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섹스와 돈, 미디어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다양한 책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본래 '성'이라는 것이 언제 들어도 흥미로운 소재라지만, 시의성을 따져보면 역시 국내 성 개방화/상품화 추세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북스에서 나온 "섹스와 돈" 이라는 책도 그 중 하나다. 책 제목만으로도 한 권 내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쉽게 짐작 가능하다. 그래서 같은 소재를 다룬 더 흥미로운 제목의 책들에게 조금이나마 밀려나지 않았을까 싶다.
음란물이란 사전적으로 음탕하고 난잡한 내용을 담은 책이나 그림, 사진, 영화, 비디오테이프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사실상 ‘음란(음탕하고 난잡함)’의 기준은 애매모호하다. 인류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음란’의 기준은 각 시대마다 다르게 규정해왔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제시한 그림들은 ‘음란물’이 아니었지만, 중세를 거쳐 현재에 이르면서 음란물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최근에는 성이 다시 ‘개방’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보편적 의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음란물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은, 음란물이 매체를 통해 개방되기 때문에 보다 더 넓은 범위로 개방될 수 있고 그 영향력도 크다는 사실을 경계하는 탓이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성인들이 제한적으로 향유하던 ‘음란물’을 인터넷이나 케이블TV 심야방송을 통해서 별 제약 없이 접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음란물 속에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의 개방화 움직임이 매체를 통해 정교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사실을 '흥미롭다'는 감정으로 덮고 '눈가리고 아웅'하며 즐기고 있는 듯하다. 이전까지 접해온 음란한 내용에 적응한 대중들은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원하게 된다. 따라서 컨텐츠 생산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끄는 '성'을 몇가지 차별적 요소를 붙여 재구성한 '껍데기만 다른' 콘텐츠들을 내어놓는다.
최근 걸그룹의 성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그 예다. 17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속옷이 보이고도 남을 짧은 옷을 입고 관능적인 춤을 선보인다. 야한 화장을 한 중고생들이 엉덩이와 가슴을 흔들고 대중은 그에 환호한다. 이 경향은 대개 같고, 그저 걸그룹의 의상, 노래 분위기, 걸그룹 멤버의 개성 정도만 차이를 두었을 뿐이다. 이를 지켜본 청소년들은 자신들도 그 환호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 결과 걸그룹을 상품화 하기위해 투입되는 모든 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이 요구되고 그것이 하나의 '산업'과 같아진다. 미디어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여성의 상품화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화려하게 치장된 듯한 '성 상품'에 현혹되어 다양한 연계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이제 '선호'되는 사업이 아닌가 싶다. 그 과정을 학문적으로 재고하고, 사회학적 관점에서 아우른 책이 바로 아일린 R. 마헨과 엘렌 리오던의 "섹스와 돈"이다.
책에서는 "반드시 그러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은 없다. 가치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만약 "상품화를 막아야해!" 라고 적극적으로 책이 외쳤다면, 이는 곧 교과서의 정체성을 갖게되는 일이다. 이 책엔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미디어를 통해 발현되는 '섹스'란 정확히는 '돈'을 부르는 주문인 셈이지.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정확히는 이런 기제에 의해 작동되고 있어." 하고 상황을 정리한 후, "그래서, 넌 어떄?" 하고 말이다.
음란함이란 콘텐츠마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중매체라는 채널을 거친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미칠 영향력의 무게는 같다. 아주 약한 수준의 성 콘텐츠라고 해서, 그것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미디어를 통해 인간의 의식이 누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미디어 관련 전공자라면 필히 알고 있을 터. 일반 대중들이 미디어의 성 콘텐츠에 대해 성급하게 "아이들이 따라할 것이다"라고 경계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함께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이 책은 사회학, 경제학의 거시적 관점에서 책이 담는 상황이 초래할 '누적적 효과'를 경계하기만 할 뿐이다.
Larry Flynt는 이에 대해 “애들이 몰래 술 먹었다 들켰다고 해서 버드와이저 회사가 그 책임을 물지는 않는다.”라는 말로 자신의 음란물 생산을 정당화하려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대중매체 및 콘텐츠라는 특수재화가 갖는 사회‧윤리적 의무를 간과한 발언이다. 대중매체는 사람들의 인지구조 형성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과 전파를 활용함으로써 얻는 공공‧공익성을 갖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자극적인 성적 표현을 방송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고자 하는 관련 사업자들의 행위는 이성적 판단이 흐린 청소년, 어린이들이 잘못된 성 가치관을 갖게 만든다.
물론 해당 사업자들은 이들이 미래의 (현재일지도 모르지만)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현재 아이들와 청소년이 성 콘텐츠에 익숙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책 "섹스와 돈"이 우려하던 대로 미디어 속 수많은 성 상품들에는 경제논리와 사적 이익이 절실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공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방송 산업 영역도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원칙적으로 대중매체는 음란물처럼 대중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컨텐츠가 있다면, 선별적으로 제공하거나 경계하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책에서는 '현상'을 말해줄 뿐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