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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사는 것의 진심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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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이다.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끝으로, 내게 시는 더이상 없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읽어내려간 책들은 끝없이 풀어놓는 삶의 실타래, 사유의 무장해제였다. 소설, 인문 과학, 사회, 예술... 분야는 달라도 활자의 호흡은 모두들 한 곳을 향해 무리지어 떠내려가는 서사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집어든 창비 시선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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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이다.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끝으로, 내게 시는 더이상 없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읽어내려간 책들은 끝없이 풀어놓는 삶의 실타래, 사유의 무장해제였다. 소설, 인문 과학, 사회, 예술... 분야는 달라도 활자의 호흡은 모두들 한 곳을 향해 무리지어 떠내려가는 서사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집어든 창비 시선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창비시선의 201호부터 299호까지의 시집 중 한 편씩을 추려내어 선집으로 묶은 300호 기념 시선집이다. 엮은이는 '이 시집의 주제를 사람으로 선택한 것은 시가 대화여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 말한다.

 

언제부턴가 시는 독자와의 연결을 잃어가고 독자에게 가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어야 합니다. 시인이 시인을 위해 시를 쓰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고, 사람들을 위해 진흙탕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김수영의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에서부터 김선태의 '조금새끼'까지 100여 편의 시가 실려있다. 한편 한편의 시들이 사람을 향해 있다. 곡진한 삶의 이야기, 뒤늦은 사모곡과 때늦은 우정 되찾기, 내세와 현세를 넘나드는 다양한 상상까지. 시가 빚어낼 수 있는 모든 사람의 감성을 건드린다. 허나 문제는, 시심이 무너져버린 한 초라한 중년 사내가 소리내어 읽어내기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했다는 점이다. 물론 100여 명에 이르는 시인의 작품 중 한 편씩을 골라서 엮은 것이라, 위에서 말한 '사람'의 의도에 부합하는 작품만 골랐으리라. 하여 한 개인으로서의 시인의 삶을 읽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오싹할 정도의 감응은 아니지만, 사람됨과 사람임을 때론 추상적으로, 때론 너무나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중에서

 

"이형, 요즈음 내가 한달에 얼마로 사는지 알아? 삼만원이야. 삼만원... 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모두 거절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고향친구랍시고 겨우 내 손을 잡고 통곡하는 그를 달래느라 나는 그날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날밤 홀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얘기를 내게 했는지를. 그러자 그만 내 가슴도 마구 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혼볼'은 말하자면 그 하기 힘든 얘기의 긴 부분일 것이라고

- 이시영 '최명의 씨를 생각함'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

오늘도 나는 사람 속에서 아우성치지요

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 천양희 '물에게 길을 묻다 3' 중에서

 

시인의 삶도, 우리네 보통의 삶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안테나를 세우고 좀더 삶을 깊고, 넓게 바라본다는 것. 그 바라봄을 몸 속에서 오랜도록 숙성시켜, 결국엔 한 땀 한 땀 온몸으로 밀어올린다는 것. 그것이 '사람'이 주제인 시인인 것이다. 아무래도 시선집은 내가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명 한명 시인들의 시집을 읽고 싶다. 아니다 소리내어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싶다. 눈으로 쓰윽하고 읽어내려가는 것은 시를 대하는, 시를 맛보는 태도가 아님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다음 내가 읽어야 할, 소리내어 읽어야 할 시는 어떤 것일까? 천양희 시인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t******2 2010.01.14.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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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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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는 「창비시선」 300번을 기념하는 시선집이다. 엮은이는 시선집의 주제를 ‘사람’으로 정하고 201번부터 299번까지 여든여섯 명 시인들의 시를 한 편씩 가려 뽑아 실어 놓았다. 한 편 한 편의 시들마다 ‘사람과 삶’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어 엮은이의 안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큰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시를 뽑아서인지, 각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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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창비시선300번을 기념하는 시선집이다. 엮은이는 시선집의 주제를 사람으로 정하고 201번부터 299번까지 여든여섯 명 시인들의 시를 한 편씩 가려 뽑아 실어 놓았다. 한 편 한 편의 시들마다 사람과 삶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어 엮은이의 안목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큰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시를 뽑아서인지, 각 시를 읽다 보면 주제나 소재면에서 통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어 각 시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술술 잘 읽힌다. 여러 시인들의 다양한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사람과 그들이 엮어내는 삶을 다채롭게 그리고 있는 시들을 읽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하다.

 

먼 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강가에 이르렀다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겨울이 되자 물이 얼었다

언 물을 건너갔다

다 건너자 물이 녹았다

되돌아보니 찬란한 햇빛 속에

두고 온 것이 있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시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아이가 벌써 둘이라고 했다.     -장석남, ‘수묵(水墨) 정원 1-()

 

장석남 시인의 수묵(水墨) 정원 1-()은 우리의 인생을 한 폭의 수묵화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지만, 강렬하지 않게 담담히 삶을 관조하고 있다. 대개 우리의 삶이란 2시간으로 압축한 영화가 아니라, 2시간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수많은 단조로운 일상들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는 물이 흘러가듯 흐르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잔잔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강물 속에서도 빠른 여울이 있는가 하면 느리게 흐르거나 고인 곳도 있기 마련이다. 불과 10여 행에 불과한 시 속에는 젊은 시절의 동경과 좌절이 있고, 사랑과 이별이 있으며 아쉬움과 후회도 있다. 그렇게 강물처럼 흐르며 처음 가고자 한 곳은 아닐지 몰라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가족을 이루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시는 일깨워 준다.

나희덕 시인의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는 너무 늦게 놀러 왔기에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는 친구의 영정 앞에서 느끼는 슬픔을, 많은 후회를 남기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있다. 최형철 시인의 성탄 전야와 권혁웅 시인의 독수리 오형제를 읽으면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집에 불이 나 끝내 숨지고 만 어린 어린 남매의 안타까웠던 이야기가 떠올라 마음이 아파온다. ‘성탄 전야에서는 아이들이 화마에 휩쓸리던 날 그 사실도 모른 채 인형을 들고 귀가하는 아빠와 콧노래 부르며 설거지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비극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독수리 오형제에서는 80년대 추억의 만화영화를 패러디하여 쓸쓸하기 짝이 없는 소외된 사람의 아픔을 눈물겹게 재구성하고 있다.

고형렬 시인의 맹인안내견과 함께와 안도현 시인의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신경림 시인의 낙타는 다시 태어난다면 맹인안내견이 되고, 자전거가 되고, 낙타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한다. 맹인안내견과 낙타는 전혀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가장 가엾은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위로하는 삶을 살겠다는 점에서 통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안도현 시인의 바람 역시 앞의 두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약수터에서 산을 떠간다

무덤 많은 산이라 물맛도 좋다며

뼈도 떠가고 눈동자도 떠간다

꽃이 피면 호랑이의 뿌리도 떠가고

민들레의 젖도 떠간다

단풍 들면 불타는 내장도 떠가고

금세 바스러질 듯한 세월의 손바닥도 떠간다

눈이 오면 시퍼런 몸, 최후의 숨결도 떠간다

줄을 서서 차례로 빈 통을 들이밀며

 

우리는 갸륵하게

산 뒤에 차려놓은 구름 한 덩이도 마저 떠간다

 

또 누군가는 나를 떠갈 것이다      -정영, ‘떠간다

 

정영 시인의 떠간다는 약수를 떠가는 행위를 산을, 먼저 떠난 이들을 떠가는 것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굳이 윤회라는 말을 빌지 않아도, 생태계의 순환이라는 용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모든 것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우리들이 떠난 빈 자리는 새로운 세대들로 채워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살아 있는 것들은 죽어 흙이 되고 또 물이 되어 흐르고 구름이 되어 날고, 살아 있는 것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성분이 되어 또 다른 생을 살아갈 것이다. 내가 지금 산을 떠가고 앞선 이들을 떠가듯이, 언젠가 또 누군가는 그렇게 나를 떠갈 것이다.

최명숙의 비망록 2’는 지금은 사라지거나 남아 있더라도 구시대의 유물인 양 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우두망찰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들을 소재로 한 시다. 시는 우리의 삶이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우리가 떠날 때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진명 시인의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본다와 차창룡 시인의 고시원은 괜찮아요’, 김성규 시인의 독산동 반 지하동굴 유적지는 각각 지체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도시빈민 등 우리 사회의 상대적 약자들의 삶과 죽음을 읊고 있다. 고영민 시인의 싸이프러스 사이로 난 눈길을 따라와 김기택 시인의 옛날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두 편의 시는 바로 이 시집을 엮은이의 주제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때로는 한없이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없이 우울할 수 있는 우리의 삶,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사람으로 산다는 것과 사람같이 산다는 것은 어떻게 다른지를 묻고 있는 천양희 시인의 물에게 길을 묻다 3’, 서울에 사는 장조카를 그리워했지만 부담을 주기 싫어 아무 연락도 안 하고 하늘로 떠난 큰고모님을 떠올리는 맹문재 시인의 안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깨나 등을 내맡긴 길이라는 정우영 시인의 우리가 밟고 가는 모든 길들은등 이 시집에 실린 시 곳곳에서 사람들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다. 결국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는 시를 읽는다는 것이 무엇이고, 시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를 읽는 것은 사람과 그들이 어울려 이루어내는 삶을 읽는 것이고, 시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j***g 2014.10.3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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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까지는, 차마 지우지 못한다
"별빛까지는, 차마 지우지 못한다" 내용보기
1994년 봄, 최영미 첫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통해 창비시선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시선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기억나는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신현림 시집 <세기말 블루스>, 박성우 시집 <거미>,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권혁웅 시집 <마징가 계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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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봄, 최영미 첫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통해 창비시선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시선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기억나는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신현림 시집 <세기말 블루스>, 박성우 시집 <거미>,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권혁웅 시집 <마징가 계보학> 등등 30여 권 구입했다.


  2000년 가을, 창비시선 200 기념 시선집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가 출간되었고, 일 년 전 창비시선 300 기념 시선집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가 출간되었다. 200권 기념 시선집처럼 100여 권에서 가린 주옥같은 작품이 실렸다. 간혹 반가웠던 시도 눈에 띄고 미처 몰랐던 감응과 낯설어 하기도 했다. 컨필네이션 음반을 감상할 때와 흡사하다.


  시인들의 발자국을 조심스레 모았으나 표지 디자인의 광활한 사막처럼 모래바람은 그 흔적들을 한순간에 지우고 만다. 발자국을 외롭지 않도록 빛났을 별빛까지는, 차마 지우지 못한다.


  고르고 골랐을 작품 중에 한 편만 옮겨본다.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빛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고운기 시, ‘익숙해진다는 것


 

 



YES마니아 : 골드 a*****4 2010.04.30. 신고 공감 2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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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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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일까.   시집을 산 게.   대학 다닐 때는 서점에서 서성거리며 책 읽다가 나올 때면   시집을 사오곤 했다.   Yes24에서 4만원을 채우기 위해 사던 것도 시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시집이 내곁에서 멀어졌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티비에서 창비시선에서 새책이 나왔다고   그리고 그렇군 하면서 지나쳤는데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부름을 받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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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일까.

 

시집을 산 게.

 

대학 다닐 때는 서점에서 서성거리며 책 읽다가 나올 때면

 

시집을 사오곤 했다.

 

Yes24에서 4만원을 채우기 위해 사던 것도 시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시집이 내곁에서 멀어졌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티비에서 창비시선에서 새책이 나왔다고

 

그리고 그렇군 하면서 지나쳤는데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부름을 받은 사람처럼 주문했다.

 

주문액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며

 

한 장 한 장 읽었다.

 

시린 시가 가슴에 박혔다.

 

이렇게 시를 잘 쓰는 인간들이 많단 말인가

 

하며 속상하기도 하면서

 

마음 하나 하나 아직 내가 시를 읽고

 

예전 그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w*****p 2009.04.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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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들의 보금자리, 창비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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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00선 기념시선집이 나왔다. 젊은 시절 시 한편 읆퍼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창비 시선을 제쳐놓고 국내 시인들을 논할 수 있는 이는 없으리라. 시집의 판매는 비록 지렁이가 땅바닥을 기어가는 모양새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시의 심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 단지 모를 뿐이다.    기성 시인의 우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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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00선 기념시선집이 나왔다. 젊은 시절 시 한편 읆퍼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창비 시선을 제쳐놓고 국내 시인들을 논할 수 있는 이는 없으리라. 시집의 판매는 비록 지렁이가 땅바닥을 기어가는 모양새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시의 심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 단지 모를 뿐이다.

 

 기성 시인의 우직한 시상과 신인 시인들의 반짝이는 시상을 두루 어우러지게 출간해온 창비시선집 300선은 우리의 정서와 문학을 아우른 거름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그렇기에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매를 했다. 도착한 시집을 손에 들고 바로 몇 편을 읽어보았다. 역시 기대 이상이다. 그 중 재미있고 살가운 시 한편을 적어본다.

 

 

 

           국수

 

 

이재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 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y*****m 2009.04.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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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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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를 읽고 솔직히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는 이상하리만큼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 비해서 손이 들 가는 분야이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 어렵다는 내용일 것이다. 시인들의 창작열의 발로이겠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접근하기가,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그 간의 내용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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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를 읽고

솔직히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는 이상하리만큼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 비해서 손이 들 가는 분야이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 어렵다는 내용일 것이다. 시인들의 창작열의 발로이겠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접근하기가,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그 간의 내용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좋은 시 한 편에는 모든 것이 농축되어 있을 정도로 작가의 많은 체험과 창의력의 집합체라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통한 내 자신의 내적 성장은 물론이고, 뭔가 깊은 의미를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내 자신도 지금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좋은 시를 대하려고 노력을 한다. 내 자신이 아는 지인 중의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지인은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좋은 시 한 편씩을 외워서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외우지 못할 경우에는 벌로 식사 및 음료를 사는 것으로 한단다.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만큼 좋은 시 한 편은 우리들이 생활해 나가는데 있어서 엄청난 용기와 살아가는데 있어 정과 사랑을 주기 때문이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300권의 시집 발간 기념 선집으로 간행된 이 시집은 바로 ‘사람’을 주제로 하여서 사람과 관련해서 그 동안 발간된 시집에서 뽑은 시만을 선별하여서 만든 기념시선집이어서 다른 어떤 시집보다도 더 의미가 있었다. 정말 우리 사람은 서로가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바로 그런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살아가기가 폭폭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우리들이 생활해 나가는데 있어서 좋은 마음과 즐겁게 생활을 통해서 행복은 얻어내는 그런 주인공으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좋은 시를 읽는 그런 캠페인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는 마음이었으면 한다. 얼마 전 동료교사가 48세에 운명을 달리하였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이때 떠오른 시가 바로 천상병의 ‘귀천’이란 시였다. 하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 더욱 더 건강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며, 언제 죽더라도 내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하여서 그 이름을 당당하게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 뜻 깊은 시간이었다.


m***3 2011.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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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이 걸었던 자리들을 되짚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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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00번 째를 맞아 기념으로 출판한 시집.    주요시집에서 한 편씩을 끌어다 모았는데도, 절창의 향연이 되었다.  이것이 창비시선의 목록인가, 한국시의 굵은 줄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일품이다.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선생들이 걸었던 자리마다 떠 있는 별들을 되짚어오는 길, 그 길이 눈부시게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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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00번 째를 맞아 기념으로 출판한 시집. 

 

주요시집에서 한 편씩을 끌어다 모았는데도, 절창의 향연이 되었다. 

이것이 창비시선의 목록인가,

한국시의 굵은 줄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일품이다.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선생들이 걸었던 자리마다 떠 있는 별들을 되짚어오는 길, 그 길이 눈부시게 환했다.

b*********o 2009.10.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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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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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우리가 믿는 그 능력 덕에 인류는 과거보다 현재 좀더 나은 위치에 서 있다.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도 우린 조금 더 나아졌다는 사실에 뿌듯해하거나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주객전도의 안타까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우리 삶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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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우리가 믿는 그 능력 덕에 인류는 과거보다 현재 좀더 나은 위치에 서 있다.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도 우린 조금 더 나아졌다는 사실에 뿌듯해하거나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주객전도의 안타까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우리 삶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우린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인간이 소외 당하고 있다는 우려는 최근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주체로서의 위치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문제를 알기에 해법을 제시하려 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한 번 시작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이 그리워해야만 하는 무언가가 되어 버린 지가 오래다. 믿음은 한낱 깨어지기 쉬운 것으로 전락했고 그래서 우린 외롭다.

 

시인이 애초에 나타내고자 한 의미를 백 퍼센트 이해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시는 여느 장르의 글보다도 어렵다. 적어도 내겐 그렇기에, 난 시집을 읽을 때면 해제 부분을 빠트리지 않고 읽는다. 내가 읽으며 느꼈던 바가 바람직한지 확인 받고픈 욕구 때문이다. 여러 시인의 글을 엮은 이 책에는 대신 엮은이의 말이 있어 나는 그 부분을 통해 이 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 보아하니 엮은이가 중시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란다.

어딘가 모르게 애틋한 느낌을 시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면 당신은 성공적인 독서를 한 셈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대인이 망각하고 있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도드라져 버리는 시들로부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문제인 것이다.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가? 혹 잊고 살았던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 추억의 아름다움에 눈이 시리진 않았는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고향으로 알고 자란 나에겐 딱히 그리워할 만한 대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을 읽으며 무언가, 정체 불명의 것을 그리워하는 내 자신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난 비록 아니지만 내 선대의 누군가가 디뎠을 푸르른 땅이 내 눈을 향해 다가왔다. 난 사용치 않지만 억세면서도 결코 차갑진 않은 억양의 말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그렇게 난 가상의 공간에 나를 세웠고, 시를 통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안의 원시성과 만날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신유한은 성대의 산유화 시를 보고 너무 기뻐 일어나 춤을 추고 친구를 맺었다고 합니다. 그는 친구의 시가 물 위로 살며시 솟아나온 연꽃 봉오리가 깊은 골짜기에서 은은히 향기를 풍기는 천궁과 같으니 천하의 일품이다라고 했답니다. 오늘날 시에 대한 감응은 인쇄된 책에서 시를 읽고 이해하려는 수준에서 멈추고 맙니다. p 155

 

마음 깊이 공감치 못한다면 시를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익숙한 활자에 기대어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시는 다 읽었다며 덮는 그 순간부터 진정한 읽기가 시작된다. 머릿속에 맴도는 광경들을 억지로 부여잡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열렬히 밀어내는 것 역시 아니다. 떠올리며 흐뭇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중심에 놓인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것이어야만 한다. 미처 그립다 말 못한 이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는 것마냥 그렇게

이달의 사락 q*****2 2009.05.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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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무슨 말이든 할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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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았다. 어린 시절, 내가 흥미로워 하는 것들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한 시의 어구를 노래하곤 했다. 시와 노래는 나를 어찌 표현할 줄 모르던 때에 부르던 노래였다. 학교를 다니고 시가 ‘분석’ 되면서 시랑 멀어졌다. 시인의 마음이 그렇게 편협하게 해석 되는 데에 대한 반감이었을까. 나는 꾸준히 4개의 보기 중에 하나만을 고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시집을 왜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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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았다. 어린 시절, 내가 흥미로워 하는 것들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한 시의 어구를 노래하곤 했다. 시와 노래는 나를 어찌 표현할 줄 모르던 때에 부르던 노래였다. 학교를 다니고 시가 ‘분석’ 되면서 시랑 멀어졌다. 시인의 마음이 그렇게 편협하게 해석 되는 데에 대한 반감이었을까. 나는 꾸준히 4개의 보기 중에 하나만을 고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시집을 왜 읽을까. 시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고모가 나에게 시집을 생일선물로 주었을 때 나는 고맙다고 가만히 받아다가 책장 구석에 깊숙이 묻어 두었다. 이후로 이사하면서 한번 만져 보았을 뿐 켜켜이 쌓인 먼지는 책장을 정리하는 대청소날이나 들려 치워지곤 했다.

 

이름도 모르던 새들의 지저귐이 어느덧 노랑머리할미새, 뻐꾸기, 쏙독새, 곤줄박이, 물까지 하며 멀리 보이는 그네들의 노랑, 파랑 색과 실루엣으로 제법 구분하여 부르게 되고, 마트에서 포장지에 써있는줄만 알았던 나물들의 푸르고 싱싱한 본모습을 보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그때 쯤, 시가 읽고 싶어졌다. 그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 와 닿는 듯 한 느낌이었고, 나도 내 감정과 주변의 작은 일렁임을 언어로 그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를 읽고, 써 보았다.

 

책을 구입한 것, 나의 호기심이자 작은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시들이 가득한 작고 가벼운 시집은 우리 대중과는 멀어져 있는 그들의 세계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나에게 있는 ‘마음’과 ‘일’을 그린다.

 

답답하고 어둡기만 한 오늘의 이 땅을 보며 읽는 시는 쾌감을 불러온다.

 

 

  적막/ 박남준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샇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 빛에 갇힌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곳으로 이어져 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내가 기인하는 모체, 부모님. ‘피붙이’라 불리는 형제자매. 옆집 이웃보다 더 멀기도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그리움의 원인이기도 한 가족.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나과 내 가족의 관계만큼이나 설명하기 힘든 것이 또 있을까.

 

 

 서창, 해장국집/ 전성호

 

비 오다 그친 날, 슬레이트 집을 지나다가

얼굴에 검버섯 핀 아버지의 냄새를 맡는다

 

양철 바께쓰에 조개탄을 담아 양손에 쥐고 오르던 길

잘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언 손으로 얼굴 감싸쥐어도

겨울 새벽은 쉬 밝아오지 않고,

막 피워낸 난로 속 불꽃은 왜 그리 눈을 맵게 하던지

닫힌 문 작은 구멍마다 차가운 열쇠를 들이밀면

낡은 내복 속 등줄기 따라 식은 땀 뜨겁게 흘러내렸다

 

한달치 봉급을 들고 아들이 돌아오면

아버지는 마른 정강이를 이끌고 해장국집으로 갔다

푹 들어간 눈 속으로 탕 한 그릇씩 퍼담던 오후

길 끝 당산나무에 하늘 높이 가슴치는 매미 울음소리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껴안을수록 멀어지는 세상

 

우산도 없이 젖은 머리칼을 털며

서창 해장국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습기 찬 구름 한덩이 닫힌 창 밖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검버섯 핀 손등 위로 까맣게 아버지 홀로 걸어가신다

 

살다 허기지면 찾아가는 그 집

금빛 바늘처럼 날렵한 울음 사이로

까마귀 한 마리 잎을 흔들며 날아간다

 

‘사람과 대화를 꿈꾸는 독자’를 위한 시집이라는 엮은 이의 말이 없더라도 시를 읽으면 ‘사람’을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농촌이 나이들고 소외받고 있고, 도시에 쌓이는 빈부의 격차가 날로 커져 계급화 되고 있으며, 가진자들이 더 가지기 위해 ‘물’을 파헤치고 ‘공구리’를 처 바르고 있다. 노동자는 ‘인권’이 아니라 ‘부품’으로 취급받기 일쑤고,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라치면 그들과 동지가 되어야 할 우리는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거나 심지어 욕을 한다.

 

‘고독’을 통해서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시를 통해서 마음을 위로받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 엮은이의 소박한 기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가 아닌 네가 울때 나도 울고 네가 웃을때 나도 웃을 수 있는 ’연결‘을 꿈꾸는 시집이다. 2000년도부터 발간된 창비시선 201부터 299까지의 관련 시들을 모아 엮었다.

 



YES마니아 : 골드 s******e 2009.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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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노래하는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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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문학의 점유률이 높아지고 있는 출판계에 대해 누군가는 한국문학이 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창비 시선 300번 기념시선’을 마주하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시집은 몇 몇 유명 시인의 시나 방송에 언급된 경우를 제외하곤 시를 읽는 이는 소설에 비해 많지 않다. 시에 대해 어렵다는 편견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가진 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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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문학의 점유률이 높아지고 있는 출판계에 대해 누군가는 한국문학이 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창비 시선 300번 기념시선’을 마주하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시집은 몇 몇 유명 시인의 시나 방송에 언급된 경우를 제외하곤 시를 읽는 이는 소설에 비해 많지 않다. 시에 대해 어렵다는 편견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가진 함축적 의미에 대해서만 학습한 결과이다.

 

 학창시절 밑줄 그으며 교과서적 일관된 해설에 의해서가 아닌 읽는 이의 느낌대로 해석하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그때 알지 못했다. 물론 문학을 전공하는 자에게는 다른 일지지만, 일반적으로 시를 읽는 이들에게 시는 시일뿐, 그 이상의 뜻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시를 읽는 즐거움으로 시는 그 의미를 다하는 것 아닐까.

 

특별히 창비 시선 300번 기념시선은 201번부터 299번의 시인들이 자신의 시집에서 사람이라는 주제로 하나의 시를 선택하여 엮었다. 시인이 고른 시, 시인의 각별한 애정이 담긴 시가 아닐까 싶다. 몇 몇 시가 나를 사로 잡는다.

 

우리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나 왔어./문을 열고 들어서면/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이봐. 어서 나와./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조등(弔燈)하나/꽃이 질 듯 꽃이 질 듯/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전문

 

나희덕의 시는 우리가 얼마나 무심한 사람들인지 생각하게 한다. ‘전화할께, 언제 한 번 보자, 밥 먹자’ 라는 빈말로 우리는 무심함을 대신하며 살고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의 부재로 인한 슬픔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시가 슬프다.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밤비뿐이랴/젊음도 사랑도 기회도/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유안진- 비 가는 소리> 전문

 

유안진의 시는 비가 오는 밤 소리내어 읽어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구절(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 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을 중얼거린다. 친구가 그리워지는 밤, 때마침 비라도 내린다면 학창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게 분명하다. 소원해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시를 들려주고 싶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오늘도 나는 사람 속에서 아우성치지요/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천양희- <물에게 길을 묻다 3>의 일부

 

바쁘다는 핑계로 밥먹고 살기 버거워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삶, 하여 사람같이 살고 싶다고 시는 아우성친다. 예술을 위한 시가 아닌 사람들을 노래하는 시라면 시는 어렵지 않은, 우리네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로 존재할 것이다.  문득 좋아하는 정현종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도 꺼내본다.

 

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앉아있거나/차를 마시거나/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어떤 때거나// 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내가 그리는 풍경인지/그건 잘 모르겠지만//사람이 풍경일 때처럼/행복한 때는 없다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전문

r*********s 2009.06.24.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