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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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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파헤치지 않는 게 좋은 장소,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은 장소란 것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장소라면 반드시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p.310]   주말에 신나게 읽어내려간 온다리쿠의 어제의 세계는 도쿄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던 남자, 이치가와 고로가 상사의 송별회 자리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그 1년 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탑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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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파헤치지 않는 게 좋은 장소,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은 장소란 것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장소라면 반드시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p.310]

 

주말에 신나게 읽어내려간 온다리쿠의 어제의 세계는 도쿄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던 남자, 이치가와 고로가 상사의 송별회 자리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그 1년 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탑과 수로의 고장 M마을, 이 마을의 물이 없는 강에 걸쳐진 다리, 미나즈키 다리에서 복부를 찔린채 쇼크사한 살인인지 사고인지 모를 사건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펌한, 눈을 떼자 마자 금세 기억의 바닥에 매몰되어 잊어버릴 얼굴이지만 한 번 봤던 것을 카메라처럼 기억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은 사람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이 마을의 역사를 가르쳐 달라고 했던 남자. 회사를 퇴사하고 이 마을에 정착해도 됐을텐데 사라지듯 가명을 쓰면서까지 그곳에 살면서 그가 알아내려고 한 것들이 무엇인지 그의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이 마을 찾은 당신. 그는 왜 그렇게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왜 죽였을까 등등 과거와 현재 번갈아가며 밝혀지는 남자의 행적. 

커피숍 여주인, 모닥불 피우는게 취미인 고등학생, 역무원, 전직 고등학교 교사인 향토사,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쌍둥이 할머니, 전직경찰등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되다보니 점점 이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도에 흔적도 없는 세 개의 탑을 둘러싼, 이 마을 사람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이 마을의 특별한 비밀같은 존재에 대한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리고 마는것이 큰 특징인 듯~ 그녀 스스로 '내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책'이라 말할 만큼의 자부심이 물씬 묻어나올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연이은 살인사건 속 하나 둘 밝혀지는 마을의 비밀. 그리고 진짜 범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것이 너무나 의외라 살짝 김빠지기도 했지만 세상 모든일이 사실은 그렇듯 평범한데 받아들이는 우리네들의 마음속 이기심이 그렇게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보고픈대로, 생각하고 싶은대로 ~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 '나비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옛날 드라마 내용이라며 싸움에 지고 도망친 여덟 명의 무사가 어떤 마을을 찾아가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들이 갖고 있던 돈과 칼과 갑옷을 빼앗기 위해 서로 짜고서 환대하는 척하며 그들을 방심하게 만들어 살해한 다음 비밀로 한다는 명탐정에 의해 밝혀지는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내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을 이야기한 것이라 신기하더라.

 

비밀이란 희한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비밀이어도 다른 누군가 에게는 비밀이 아니기도 하다. [p.272]

 

줄거리만 따지자면 정말 별 것 아닌 내용을 500여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온다리쿠.

이번 책 역시나 신비롭고 오묘한 온다리쿠만의 세계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오늘이라는 새로운 하루만큼, 어제까지와는 다른 '온다리쿠'만의 새로운 세계가 막 시작된 느낌이다.

h****0 2009.05.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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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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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소설은 알겠다 싶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어라, 내가 알던 온다 리쿠가 아닌데'라고 놀라게 된다. 공통점이 있다면 어디로 몰아치는지 모를 흡입력이라고 할까.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기 전까지 단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뒷장을 넘길 때마다 궁금함은 더해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역자 후기에서 일본에서는 신문에 연재되어 독자들을 더욱 감질나게 애간장을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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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리쿠의 소설은 알겠다 싶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어라, 내가 알던 온다 리쿠가 아닌데'라고 놀라게 된다. 공통점이 있다면 어디로 몰아치는지 모를 흡입력이라고 할까.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기 전까지 단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뒷장을 넘길 때마다 궁금함은 더해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역자 후기에서 일본에서는 신문에 연재되어 독자들을 더욱 감질나게 애간장을 태우며 연재를 했다고 하는 말을 읽고나니, 이런 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고문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의문의 남자가 '탑과 다리의 고장'이라는 폐쇄적인 마을의 옛 다리 위에서 살해당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조심하며, 이 마을의 예전에 있었던 일을 바라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조망되는 이야기들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되어버린 탑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 불꽃이 켜지면 느껴지는 이질적인 존재, 오래된 가문이 간직한 비밀 등 복잡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이것은 사람이 일으킨 일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흥미로우며, 또 껄끄러웠던 부분은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뜬금없이 사라져 연고도 없는 마을에서 사망한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마을에 닥친 이방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화자는 '당신은, ~을 하고 있다' 라고 서술하며 인칭에 혼란을 가져온다. 화자는 나에게 '당신은'이라고 말을 걸고 있지만 그녀의 행동은 나의 패턴과 다르며, 나와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말은 나의 말과 다르다. 당신은, 이라며 나를 지칭하지만 오히려 그런 지칭에서 나는 그녀와의 거리감을 더욱 더 느끼게 된다. 저자는 '당신'이란 호칭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시도해 았다고 가볍게 말하지만, 이 시도에는 번역이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함이 깃들어 있는듯 하다. 이 부분을 읽을 때면, 비슷한 어휘이긴 하나 느낌이 다르다는 그런 미묘한 느낌을 계속 받곤했다.

 

 

 소설은 진행될수록 점점 급박해지고, 휘몰아치며 폭풍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마지막에 있는 것은 잔잔한 고요. 그 고요함이 어떤 것인지는 읽어본 사람만이 알겠지만, 마지막을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뚜껑을 열었더니 아무것도 없었던 허탈함과 아쉬움, 또 개운함이었다.



a***a 2010.05.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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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어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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きのうの世界 :: 恩田 陸 환경을 바꾸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내내 시달리다 급기야 이사를 했다. 사람은 좀 살지만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이고 아무 연고도 없어 기대했던 이상의 해방감을 느꼈다. 그동안 내내 연연해왔던 문제도 이곳에 와서 다시 들여다보니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며 평소 주저되던 일들마저 하고 싶은 의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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きのうの世界 :: 恩田 陸

환경을 바꾸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내내 시달리다 급기야 이사를 했다. 사람은 좀 살지만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이고 아무 연고도 없어 기대했던 이상의 해방감을 느꼈다. 그동안 내내 연연해왔던 문제도 이곳에 와서 다시 들여다보니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며 평소 주저되던 일들마저 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정말 예전과 다르게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짐 정리를 하다 몇 뭉텅이로 묶여져 있는 옛 사진들을 발견했다. 처음엔 재미삼아 보다가 점점 경악스런 기분이 되어갔다. 이 사진들 속의 인물이 정녕 나란 말인가. 10대 때와 20대 때의 내 모습은 그동안 기억해오던 것과 지질 단층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어떤 이는 과거 사진 속의 자신에게 연민과 그리움을 느낄지 몰라도 내가 옛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혐오감이었다. 지금과 전혀 다른 내가 거기에 있었기에, 그 이질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단순히 퍼스널리티적인 것만이 아니라 외양마저 줄곧 기억해오던 것과 전혀 달랐다. 분명 사진 속의 인물은 나인데도 지금이라면 결코 첫인상에 호감을 갖지 않을 것 같은 타인처럼 보였다. '이래서 미움 받았던 거구나' 제일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관계 해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졌다. 용서받고 싶을 만큼 용서할 수 없는 내 자신이라니, 아연한 충격이었다. '어제' 의 나는 왜 이 지경이었나. 왜 이땐 그토록 몰랐을까. 도대체 '어제' 의 나와 '오늘' 의 나를 연결짓는 다리는 어디에서 끊겨 버린 것일까.

좋은 기억만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대체로 과거의 자기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 때 그 순간만을 사진 속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부근의 사람들과 기억들을 함께 보는 것이기에, 행여 아프게 헤어진 사람이 있거나 결코 되돌이켜 보고 싶지 않은 일이 당시에 있었다면 나이를 먹은 사진은 결코 추억이라고만 부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그러한 경험으로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 부근의 사진들을 소각하거나 폴더를 삭제해서 기억을 함께 지우는 것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은 묻어두는 것일 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자신을 존재케 하는 기반이 바로 기억이기에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가 없는데, 애써 사라지게끔 하려 하다보니 변질된 기억의 폴더가 임의 생성되어 거기부터 다시 '오늘' 의 자신으로 이어져 온건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와 실제의 과거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되면 변질된 기억이 진정 진실이었는지, 지금의 자신은 가짜 위에서 생성된 것인지 곤혹스러워진다. 완전한 가짜는 아니겠지만 완전한 진실도 아니다. 그때 내가 보고 느꼈던 진실과 지금 기억하는 진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럼 어느 쪽이 진정한 진실이란 말인가. 그때의 나에서 지금의 나로 달라진 것이 자기 부정의 연속이라면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진실도 미래의 내 앞에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토록 자신의 일마저 진실이 불분명한데 하물며 타인의 일에 관해선 그 무엇을 단정 지을 수가 있을까. 우리가 타인을 보고 어떻게든 제멋대로 단정 지어 안심하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알 수가 없어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는 절박함의 발현이 아닐까.

이것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는지는 몰라도 '진실은 한 가지가 아니다' 라는 테제를 줄기차게 써왔던 온다는 추리소설의 구조를 이용해 그 맹점을 찌른다. 1년전 돌연 실종된 남자가 갑자기 뜻밖의 장소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어 그 범인을 찾아나간다는 줄거리는 추리소설의 플롯 그대로지만,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의도적으로 독자의 기대를 어긋나려고 한다. 만약 소설을 끝까지 읽고 '뜻밖의 범인이었다' '맥빠지게 하는 인물이다' 고 한다면 온다가 펼쳐놓은 덫에 제대로 걸린 것이리라. 애초에 온다는 시작하는 주인공을 '나' 가 아닌 '당신' 이라는 인칭을 사용함으로 독자를 한 손아귀에 움켜쥔다. 얼핏 '당신' 이라는 호칭은 독자에게 주도권을 쥐어준 것처럼 보여도 오히려 '나' 라는 1인칭 호칭보다 객관화를 떨어트리고 작가의 컨트롤러 대로 시선을 이동시키기에, 방심하는 사이 작가의 의중에 걸려들기 쉽다. 게다가 '당신' 이라는 호칭은 현장을 조감시키는데 보다 더 효과적이라 작가로선 연출의 반사이익마저 얻을 수가 있다.

독자가 '당신' 이라는 인칭을 유지한 채 다른 3인칭 캐릭터들의 진술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이런 저런 과정이나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보통의 추리물에서도 읽는 도중 범인을 예상한 뒤(최근엔 반전 코드에 대한 기대로 구체적인 반전까지도 상상한 뒤) 그것이 맞았을 때의 쾌감을 즐기지만, 슬슬 그 예상을 해볼만한 내용의 중반 무렵 돌연 온다는 여태껏 '당신' 이라 칭해왔던 존재를 3인칭으로 느닷없이 독자에게서 뜯어내 버린다. '당신' 에서 3인칭이 되버린 그 캐릭터의 결말은 더 당혹스럽다. 이런 갑작스런 인칭 변화에서 작가는 무엇을 돌출하려 했을까. 독자가 자기 관점에서 '객관화' 라는 것의 할 때의 괴리, 혹은 자기 착각을 객관화 하여 보게 하려는 목적이었을까.

등장하는 다른 3인칭 캐릭터들간의 단편적인 이야기에서도 그 의중이 감지된다. 사건을 목격하거나 들은 등장인물들 하나 하나는 각기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진실의 파편을 조금씩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전체 그림을 조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조각들을 모아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던 독자들 역시 상상했던 그림과 결말의 그림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끔 유도된다. 어째서 온다는 이야기 전개 중에 내보인 조각들을 독자 앞에서 친절히 맞춰주지 않고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내용을 맺었을까. 각각의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 개개인조차 진정한 진실을 보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려함 이었을까. 아마도 그 까닭은 '당신' 이었다가 3인칭이 된 캐릭터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살해된 남자와 아무 연고도 없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 을 알려했던 그는 어쩌면 진짜 사건의 진실보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했을 거라는 작가의 의도적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 개개인은 살해된 남자와 대부분 별 연관이 없다. 그들이 살인사건에 대한 진상과 범인을 추측하는 것은 진실이면서도 진실이 아니다. 진실일 수 있는 부분은 그 생각과 추측 속에 등장 인물 당사자들의 개인적 진실이 함께 뒤섞인 부분일테고, 진실이 아닌 부분은 모든 일은 오직 피해 당사자만이 알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수수께끼로 남겨진 타인의 일을 궁금해 하고 파고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것이 온다가 강조하고 싶었던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등장했던 인물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과 관계된 일들, 특히 과거에 묻었던 기억들은 회복하지만 끝내 죽은 남자의 살해 연유는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다. 그나마 남자의 1인칭 시점으로 진짜 진실 이야기를 에필로그식으로 남겨준 것이 독자에 대한 작가의 배려라고 볼 수 있을지도.

'각자가 보는 진실은 파편에 불과하며 그것을 다 모은다해도 진실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는 주제에 대한 천착은 사람간의 영원한 소통 부재라는 고민을 작가에게 안겼을 것이다. (혹은 독자가 고민하게 된다.) 섬나라 태생이라는 민족 정체성에서부터 '고립' 이라는 근원적 공포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온다 리쿠의 모든 작품 세계에 베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고립과 단절의 세계가 기반이 되어 그 안에 갇힌 인간들의 불안과 혼란을 조명하고 어긋난 소통에 대한 좌절과 극복하기 힘든 자기 체념을 객관적인 모양새로 고해한다. 아마도 글을 쓰는 동안 그가 얻은 해답은 '과거와의 조우' 인 것 같다. 자국의 대중적 소재를 이용하다보니 다소 국지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자기네 고유의 전통을 소중히 하자는 말로만 그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 어느 곳의 사람이건 스스로의 과거를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주려하는 게 아닐까.

그것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M마을의 비밀에서도 미니멀하게 그려지고 있다. 마을은 잊혀진 과거 위에 불안하게 세워져 있고 그 안에 고립된 사람들은 외부를 경계하며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로 편협한 진실 속에 살아간다.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하면 현재의 마을이 언제 붕괴할지 모른다. 한정된 내부에서가 아니라 바깥의 외부에서 진실을 보려고 해야 한다. 좁은 세계에 틀어박혀 손쉬운 커뮤니티만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과연 진실다운 진실을 볼 수 있을까? 덮어두고 외면하며 잊으려는 과거로 현재를 안전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다만 보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M마을 사람들은 지금 고립을 자처하는 우리 자신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자기 자신을 안다 하면서도 모르겠을 것은 결국 과거를 목도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은 채 넘어간 탓이 아니겠는가.

'내 문학 세계를 집대성한 책' 이라고 호언한 것이 어쩐지 과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온다 리쿠로서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소재다. 다만 고립된 마을이란 배경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작에 걸쳐 베이스로 자리잡고 있고, 거기에 초인간적인 기억력을 가진 캐릭터는 도코노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진실에 대한 모호함을 설명하는 것은 [유지니아] 에서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을 거쳐 좀더 이해하기 쉽게 독자에게 말하고자함이 느껴진다. 이젠 온다 리쿠의 상징어처럼 되버린 '노스탤지어' 는 적어도 그에게 있어 아련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반드시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목표물과도 같아졌다. 어제의 자신이 있어 오늘의 자신이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진 진실이 전부가 아니기에 반드시 타인의 진실을 들어야만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끊임없이 추측하려 든다는 것, 추측하는 타인의 진실이 사실은 자기 자신의 진실이라는 것, 그것이 단절된 이 세계에서의 소통의 발로이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는 기도문 이라는 것, 그리하여 오늘이라는 어제의 진실을 내일로 무사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YES마니아 : 로얄 q****e 2009.05.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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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車 현상을 얼렁뚱땅 갖다 써먹은 서스펜스 소설이라고밖에!
"下車 현상을 얼렁뚱땅 갖다 써먹은 서스펜스 소설이라고밖에!" 내용보기
첫 문장도 좋고, 첫 장도 좋다. 아니, 물경 520쪽이나 되는 긴 소설의 절반까지도 흥미와 긴장은 계속되었다. 이른바 탑과 운하의 도시에 대한 신비로운 정경 묘사와 알쏭달쏭한 캐릭터들에 대한 심리 묘사들로 그러한 박진감을 유지하는 온다 리쿠의 능력이 과연 대단해 보일 따름이다. 그러나 중반 이후 그러한 긴장은 크게 떨어졌다. 등장인물들의 괴이한 면들이 사실은 이런저런 사
"下車 현상을 얼렁뚱땅 갖다 써먹은 서스펜스 소설이라고밖에!" 내용보기

첫 문장도 좋고, 첫 장도 좋다. 아니, 물경 520쪽이나 되는 긴 소설의 절반까지도 흥미와 긴장은 계속되었다. 이른바 탑과 운하의 도시에 대한 신비로운 정경 묘사와 알쏭달쏭한 캐릭터들에 대한 심리 묘사들로 그러한 박진감을 유지하는 온다 리쿠의 능력이 과연 대단해 보일 따름이다.

그러나 중반 이후 그러한 긴장은 크게 떨어졌다. 등장인물들의 괴이한 면들이 사실은 이런저런 사정들 때문이었다는 설명, 이를테면 이 신비로운 도시에서 일어난 미제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온 에이코가 사실은 휴가중인 사회통계학 연구원이었다는 사실은 좀 어색했다. 운하의 도시가 수 백 년이나 품고 있던 비밀이 우연한 일기(日氣)에 의해 폭로되는 결말 역시, 그 '설명'이 매우 과학적이고 개연적일수록 오히려 흥미는 반감됐다. 아마, 이것이 상업소설의 한계가 아닐까?

 

온다 리쿠의 문장 쓰기 자체는 매우 높은 경지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가 남의 생각이나 일반상식을 끌어다 쓰는 지점에 들어갈 때면 작가의 문장의 품격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예컨대 가즈네와 슈헤이가 이 탑과 운하의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상적이고 복잡한 사건사고들에 대하여 '나비 효과' 운운하는 대목은 가히 코믹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애당초, 주인공인 이치가와 고로의 캐릭터 자체가 보르헤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푸네스와 너무도 똑같은 데다가, 그렇게 아무 것도 망각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의 운명의 전개 방식까지도 답습하는 모습 자체가 온다 리쿠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소설의 461쪽에서 슈헤이가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를 읽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슈헤이가 이 환상적인 소설에 대해 거의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읽어나가는 모습이 어쩌면 온다 리쿠의 고전에 대한 이해 수준이 아닐까, 염려되었다, 주제 넘게도.) 

 

독자로서 나의 안타까움이랄까 쓸쓸함이랄까 분노가 극에 이른 것은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치가와 고로의 '실종'을 하필이면 내가 끔찍히 사랑하는 '下車현상'에 갖다 붙이고 있는 대목에서였다. (나 자신도 이 하차현상을 소재로 습작하기를 즐기는데, 공교롭게도 여기 예스24블로그 게시물에 바로 이 '하차' 운운하는 습작을 올린 것이 있다: 물불이 쓴 소설 [소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어느 칸에 꽂아야 했을까?(1회))

온다 리쿠의 '설명'은 이렇다 (p.322)

 

'증발'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평범하게 살던 평범한 사회인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모습을 감추어 버리는 것이다.

우연히 마음의 틈새로 무언가가 몰래 들어와서.

앞으로도 줄곧 반복될 평범한 일상을 견딜 수 없어서.

 

그리고 사회통계학 연구원인 에이코는 이런 '실종'에 큰 관심이 있고, 그래서 이런 현상의 당사자인 이치가와 고로의 살인사건의 현장을 찾았다가 본인도 죽음을 맞는 다는 식이다. 글쎄, 나라고 해서 이보다 더 훌륭한 픽션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역시 이런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좀더 격조 있게 하차현상을 소설로 구현해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r******a 2013.02.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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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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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온다 리쿠의 글을 좋아하는데 처음 읽기가 이렇게 쉽지 않은 책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처음을 지난 후에는 잘 읽혔다..   글자가 적힌 모든 장면을 기억하는 남자 이야기..   그 남자가 보낸 마지막을 함께한 동네 사람들 이야기..   그 남자의 마지막 행동을 쫓아 다닌 여자 이야기..   마지막이 좀 허무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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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온다 리쿠의 글을 좋아하는데 처음 읽기가 이렇게 쉽지 않은 책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처음을 지난 후에는 잘 읽혔다..

 

글자가 적힌 모든 장면을 기억하는 남자 이야기..

 

그 남자가 보낸 마지막을 함께한 동네 사람들 이야기..

 

그 남자의 마지막 행동을 쫓아 다닌 여자 이야기..

 

마지막이 좀 허무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묘한 신비감이 도는 이야기였다..

a*****4 2011.01.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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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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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는 이야기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커피처럼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그녀가 요즘 좀 옅어진 느낌이 든다. 가벼워진 것은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옅어지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계속 진한 향을 뿜어내며 책장 사이로 흥미로움과 다채로움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데, 최근에 읽은 몇몇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듯 했다. 안타까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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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는 이야기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커피처럼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그녀가 요즘 좀 옅어진 느낌이 든다. 가벼워진 것은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옅어지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계속 진한 향을 뿜어내며 책장 사이로 흥미로움과 다채로움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데, 최근에 읽은 몇몇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듯 했다. 안타까움. 그녀의 이름이 책장에서 이젠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기운과 함께 나는 그녀의 또 다른 책을 집어 들고 있다. [어제의 세계]

표지에선 한 남자가 짙은 코트를 걸친 채 뒷모습을 보이며 서 있다. 유리도 거울도 아닌 어떤 섬을 바라보면서. 왜 이 그림을 보면서도 이야기를 유추해내질 못했을까. 답은 다 현장에 있는데. 명탐정 코난의 말처럼. 답은 보여지고 있었는데.

처음에 이야기는 살인사건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외부인이 거의 없는 마을에 나타났던 한 낯선 남자. 그것도 경계지역의 산장같은 집에서 살면서 마을의 명물인 탑을 연구하고 돌아다녀서 눈에 띄였던 남자. 타인을 경계하는 시선을 견뎌내면서도 무언가에 몰두하던 그는 무엇을 찾아냈던 것일까. 어느 날 그는 다리위에서 시신이 되어 발견된다. 한 번 눈으로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남자가 마지막에 찾아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마을에서 남자가 잊혀질때쯤되어 한 여자가 나타난다. 남자의 동료였던 미모의 여자. 이 여자는 남자가 찾던 것을 찾아 마을을 헤매고 다닌다. 그리고 여자는 어이없이 호텔방에서 살해된다. 이번에도 범인은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

그러면 그 다음은 다른 살인으로 이어질까? 연쇄살인? 연속살인? 아니다. 이젠 이 마을이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야 할 차례가 다가온다.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듯 하지만 누구도 진실을 바로 내뱉지 않는 곳. 그 곳에 진실이 숨어 있다니 아주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궁금증을 따라 간 곳에서 발견한 것은 의외의 사실이었다. 탑의 비밀이 바로 열쇠였던 것이다. 탑의 모양이나 탑이 숨기고 있는 것들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탑의 기능이 키포인트였다. 탑의 기능. 누가 탑을 그런 용도로 세웠다고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진실은 언제나 가까이 있으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말이 바로 정답임이 증명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책 속에서 주인공은 제일먼저 등장했던 살해된 남자인 듯 했다. 하지만 시선의 이동에 따라 주인공은 자꾸만 변해갔다. 시점도 변하고, 시간도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하지만 묘하게도 어지럽혀지지 않는다. 너무나 잘 정돈되어서 마치 한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마을을, 탑을 바라보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역시 뛰어난 작가의 손을 거쳤다. 이 작품은.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왔다기 보다는 시점과 필체가 나를 사로잡는 작품이다. 역시 온다 리쿠여사!!

i*****i 2009.06.25.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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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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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한번 본 것을 절대로 잊지 못하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가 실종되고 1년 후 죽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형태는 피해자가 있는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온다 리쿠의 스타일답게 정통 수사물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상당히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띠지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를 '집대성'했다는 표현을 작가가 썼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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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한번 본 것을 절대로 잊지 못하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가 실종되고 1년 후 죽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형태는 피해자가 있는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온다 리쿠의 스타일답게 정통 수사물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상당히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띠지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를 '집대성'했다는 표현을 작가가 썼습니다. 온다 리쿠는 어느 작가보다도 더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데 주목할만한 부분은 그런 세계관이 존재해도 각각의 소설 속에서 각기 다른 색채로 보여진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전통, 초능력, 다수의 등장인물들, 상상할 수 없는 큰 스케일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공포와 적절히 조화시켜 풀어냅니다.

 

이번 이야기도 역시 그런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던 조용한 중년 남성이 실종됩니다. 그 후로 1년이 지나 전혀 연고가 없는 마을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살인인지 자살인지, 사고인지 전혀 밝혀내지 못하고 한 여성은 이 '이치가와 고로'의 뒷조사를 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은 단순히 이 여성을 통한 수사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체를 발견한 전직 교사인 할아버지와 쌍둥이 자매인 두 할머니, 이치가와의 동료에 의한 회사 생활의 단편, 이치가와가 나타났던 커피 가게와 모닥불을 필때 누군가 등장한다는 소녀의 이야기와 어느 날 훌쩍 사라지는 양조장 가문의 경영자, 어릴 때 헤어진 이치가와의 동생, 이 마을의 유지인 집안과 탑을 관리하는 이야기, 전직 경찰과 기차역 직원의 이야기가 마치 전혀 상관없는 듯 화자를 바꿔가며 이어집니다.

 

이 각각의 사람들이 보고 겪은 일들이 하나로 엮어져서 마지막에 왜 그런 상황이 언급되었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은 이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고 감추어진 비밀을 통해서 왜 죽었는지를 추리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하는 점에서 추리 소설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다 리쿠의 서술 방식에 익숙한 분들에겐 단순한 '범인찾기용 소설'로 끝나지 않을 예상을 하고 읽게 되지요.

 

이치가와가 한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능력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단순히 그가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 능력이 이야기에 사용된 것이 아닌 면이 바로 '온다리쿠식' 장점 같습니다. 흔히 이런 능력이 있는 캐릭터를 내세운다면 1차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사나 범죄에 관한 부분이겠지요. 그러나 이 능력은 거기까지가 아니라는 점이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밌는 요소입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그가 이러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이 한 사람의 인생이 지니는 역할을 더욱 중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애착이 가는 등장인물은 없다고 어느 인터뷰를 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이 소설도 그런 취향이 두드러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작가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보여주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위험은 소수만이 부담하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소문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막을 수 있었던 현명함은 또한 감탄이 되더라구요. 3개의 탑이 있는 마을, 그러나 언젠가부터 신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도는 탑, 그리고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탑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소설을 보기 전에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시체가 발견되고 그 사람의 죽음을 추리하기 위해 그의 발자국을 뒤좇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요소가 증거물이 되고 트릭을 밝히는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니듯 이 소설은 그 어떤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추리 소설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끼셨던 분에겐 이 소설이 너무 재밌을 것 같고,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에겐 이 소설이 너무 허무맹랑할 것 같습니다.

 

제게는 작위적인 부분을 반대하며 이런 시도해줬던 면에서, 그리고 기발한 생각을 해냈고 이런 끈질긴 서술을 해냈다는 것에, 마지막으로 신이 될꺼라는 이치가와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낸 그 점에서 별 다섯 개를 매겨봅니다. 음모론은 언제나 아무도 모르게 살해되거나 입막음 당하는 큰 세력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런 비밀도 세상엔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마을 사람들이 공포감없이 편안히 일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한 집안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때의 내게 어제까지의 세계는 이미 다른 세계의 사건이었다." (p. 483)

 

 

 

 

책 정보

 

Kinou no Sekai by Riku Onda (2008) 

어제의 세계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곳 미래엔 컬처그룹 (북폴리오) 

초판 1쇄 발행 2009년 5월 10일

초판 2쇄 발행 2009년 5월 18일

옮긴이 권남희 

 

 

 



YES마니아 : 로얄 e*******d 2011.07.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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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거울 ★ 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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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먼저 말하자면.....마지막이나 이야기의 진행등에 대하여 불만족하신분이 계시다면,[어제의 세계]의 단면만 보고계신건 아닌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온다리쿠만의 시점 설정!! 최고조로 느낄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당신"이라는 설정에 내가 점점 동화되어 가도록 만들고,사건의 중심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도록 전개에서바로 얼마전에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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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마지막이나 이야기의 진행등에 대하여 불만족하신분이 계시다면,
[어제의 세계]의 단면만 보고계신건 아닌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온다리쿠만의 시점 설정!! 최고조로 느낄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신"이라는 설정에 내가 점점 동화되어 가도록 만들고,
사건의 중심인물들의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도록 전개에서
바로 얼마전에 읽었던 [초콜릿 코스모스]의 영향으로,
M 마을이 나의 무대가 되고, 내가 "당신"이 되어 빠르게 흡수 되었습니다.


<간략줄거리>
탑과 수로의 명소로 M마을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
이치가와 고로가 탑과 수로의 고장 M마을에서 복부에 피를 흘린채 죽는 사건을 접한
당신은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아, 그곳의 미스터리를 증명하고자 휴가를 내어
고로의 흔적을 찾으며 사건의 전말에 근접해간다.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크게 한쪽으로 흔들리면 반드시 반대쪽으로도 그만큼 흔들린다.
말에도 그것과 비슷한데가 있어서,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은 그 의미가 강할수록

반작용으로 반대 의미도 강해진다.
-페이지 8-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진실들.....

그러나, 그 본래의 시초도 그러한지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문구였습니다.
[어제의 세계]속에 나오는 많은 비유적 사물들....
너무나 닮은 두 할머니 자매, 알지도 못했지만 쏙 닮은 동생, 그녀석과의 만남등은
본연, 각 사람마다에 숨어있는 다른 면을 일깨워주는 당신의 거울같은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을 손에 놓는 순간!! 
각박하고 갇혀있던 어제의 세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세계에서 시작하고 싶어집니다...


g******0 2009.07.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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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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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당신이란 말로 독자를 소설 속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독자는 당신이란 말에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미나즈키 다리를 보기 위해 어느 마을에 간다. <어서 오십시오. 탑과 수로의 고장입니다.> M마을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조용한 어투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찾아가는 목적지인 미나즈키 다리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다. 살인사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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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당신이란 말로 독자를 소설 속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독자는 당신이란 말에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미나즈키 다리를 보기 위해 어느 마을에 간다. <어서 오십시오. 탑과 수로의 고장입니다.> M마을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조용한 어투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찾아가는 목적지인 미나즈키 다리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다. 살인사건의 현장이란 곳을 빼더라도 첫 시작부터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은 강하다.

퀴즈를 푸는 듯하고 미로를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을 잠시 거쳐 니레타 요코의 시선을 거친다. 그후로도 여러 사람의 시선을 거치면서 당신은 어느새 어느 여자로 바뀐다. 그 여자는 미나즈키 다리 위에서 살해당한 이치가와 고로라는 사람의 뒤를 쫓고 있다. 이치가와 고로는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도쿄에서 실종되어 이 곳, M마을에서 죽은 그 남자. 그 남자의 능력이 과연 살인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고 읽기 시작했던 ‘어제의 세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꾸만 늘어나게 했다. 바로 뒤에 풀릴 것 같은 예감에 시점이 바뀌면서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읽지 않고 바로 넘어가고 싶지만 그러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 계속 읽어나간다. 왜냐하면 ‘어제의 세계’는 퍼즐과 같아서 어느 한 조각이라도 빠뜨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점차 퍼즐이 맞춰져 간다. 독자가 잠시 맡았던 당신이란 그녀는 죽는다. 비밀을 알고 난 후 호텔로 돌아간 그녀는 죽는다. 탑은 불타오른다.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놓을 수 없는 긴장의 끈. 정말 충격적인 결말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담은 듯한 M마을의 모습. 마지막으로 이치가와 고로의 마지막 사연. 그 사연을 이야기하는 데도 정말 독특하다. 정말 알 수 없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려 있었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퍼즐이 완성된 그 순간 반할 수밖에 없다. 온다 리쿠가 “내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책.”이란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d********5 2009.06.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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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어제 그리고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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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은 이제 한번들면 다시 내려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빠져든다는 것, 중독된다는 것을 오랜만에 또 느끼게 해준 작가 "온다 리쿠". 삶에 있어서 얼마나 나에게 느낌을 주는 글을 전해줄 수 있는 작가와 만날 수 있을까? 온다 리쿠의 장르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바꾸어 놓았다. 이젠 온다 리쿠하면 그녀가 열어준 나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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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은 이제 한번들면 다시 내려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빠져든다는 것, 중독된다는 것을 오랜만에 또 느끼게 해준 작가 "온다 리쿠".

삶에 있어서 얼마나 나에게 느낌을 주는 글을 전해줄 수 있는 작가와 만날 수 있을까? 온다 리쿠의 장르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바꾸어 놓았다. 이젠 온다 리쿠하면 그녀가 열어준 나만의 온다 리쿠 방으로 이끌어 준다.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그녀가 자신있게 자신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했다고 감히 말하는 책이다. 그래서 궁금증이 더 컸다. 또한 미스테리인 이 책은 나에게 호기심 이상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래서 그 사건이 그 사람이 특별해진다는 것! 사실 어떤 사건을 파헤치다보면 그 사건에 집중하는것보다는 겉다리로 딸려오는 것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물론 미스테리에서는 그것들에 집중해야하지만 사실 온다 리쿠의 어제의 세계에서 범인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평범했던 "이치가와 고로"의 실종사건 그리고 그의 죽음. 시작은 그렇게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오지만 실상 사건을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다보면 엄청난 것이 들어있는게 사실이다. 나는 바로 이런 실타래를 풀어가는 온다 리쿠만의 방식과 문체가 너무 좋다. 누군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표현해주는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어제의 세계에서 그는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어 놓았다.

 

어제의 세계에서는 당신이라는 나일지도 또 타인일지도 모르는 인물을 지칭하면서 각자 포커스에 맞춰서 진행이 된다. 이때 이 시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시점에서 무언가를 행하거나 본다는 것은 타인이 봤을때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이 점이 온다 리쿠가 표현해내는 공간과 시점을 넘나드는 쾌감을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책을 따라서 길을 찾아가면 갈수록 길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 바로 온다 리쿠만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이였다고도 할 수 있다. 남자가 찾고자 했던 세 개의 탑 그리고 수로까지 왜 그것들에 대해서 찾아야만 했고 또 그 남자는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일까? 역시 호기심이 죽음을 부른 것인가?

역시 이 소설은 이런 점때문에 온다 리쿠만이 쓸 수 있고 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그녀가 어제의 세계를 자신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했다고 했지만 난 그녀의 이런 류의 책들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a********k 2009.06.01. 신고 공감 0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