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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있다. 소년에게는 병들어 죽어가는 아버지와 밤마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외출하는 어머니와 가난이 있다. 어느 날 길에서 문득 마주친 새장 속의 솔개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아픈 몸 속에 갇힌 아버지와, 아픈 몸 속에 갇힌 아버지와 가난과 외로움 속에 갇힌 어머니와 아픈 몸 속에 갇힌 아버지와 아픈 몸 속에 갇힌 아버지와 가난과 외로움 속에 갇힌 어머니 속에 갇힌 소년이 솔개를 갖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는 것은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징이다. 자유에의 의지! 솔개(자유)만 가질 수 있다면 소년은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와 개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쏟아지는 눈(雪)들. 소멸되어가는 것들 속에 소년은 서 있다. 고양이와 개와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늙어가고, 소년은 자라나고, 눈들은 녹아가고, 겨울은 지나간다. 그곳에 삶이 있다.
★ 인상깊은 구절 ☆
솔개는 날개를 펼치려 했다. 하지만 새장에 날개가 부딪치자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그 상태로 있더니, 곧 날개를 천천히 접었다. - p.47
그 돈만 있으면 솔개를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새장'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새장이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 새장은 솔개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을 만큼 크고 커다란 횃대와 물통도 있을 것이었다. 나는 잘 모르는 거리를 몇 번이나 돌고 돌았다. 흰색으로 칠해진 가는 철창으로 만들어져서, 그 안에서 자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멋진 새장만을 생각하느라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한참 동안을 걷고 또 걸었다. - p.71
"제가 사지 않으면 추워서 얼어 죽게 될 솔개가 있어요." - p.73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살폈다.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끝에는 뭐가 있을까? 이곳과 똑같이 정적과 눈 덮인 평원 그리고 별이 보이는 하늘이 있겠지. 나는 떠나고 싶었지만,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 p.108
"아직 얼어죽진 않았군."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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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휴즈의 <아버지와 나="">, 장 루이 푸르니에의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를 연상시킨다. 무뚝뚝하고, 냉정할 것만 같은 부자간에 오가는 애틋한 사랑. <마지막 눈=""> 역시 아버지의 죽음을 겪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지만, 나이 서른이 넘은 나도 생각해봐야할 삶과 죽음,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 밤마다 어디론가 나가는 엄마, 생계비를 보태기 위해 일하는 어린 소년. 내용은 무척 복잡하면서도, 대단히 간단하다.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솔개를 얻으려는 소년, 소년으로써 감당하기 힘든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솔개를 얻지만, 결국 아버지는 죽고 남은 건 아버지의 오래된 부츠. 그 부츠를 닦는 일상의 장면에서 이 책은 끝난다. 하지만 깊은 여운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상깊은구절] 때로 내가 정말로 했던 일이든, 아니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든, 어떤 것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결국 똑같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에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때로 어떤 것들은 정확하게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내가 그것을 했다고, 침대의 나무다리를 껴안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다...마지막>나의>아버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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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내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냥 무거운 바윗돌처럼 마음 한구석에 놓여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세월이 흐르면서 희미해졌다. 가끔씩, 아주 마음이 허전할 때면 후회와 아쉬음과 미안함과 여전히 남아 있는 증오 사이를 오가면서 아버지를 생각하곤 했다. 마지막 눈을 읽었을 때, 나는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왜 모든 아버지들은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일까? 주인공 소년의 병든 아버지도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침대에 못박힌 채 추억의 창고들을 뒤지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밤마다 은밀하게 외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마 행복했던 신혼시절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가 소년과 함께 나누는 솔개 이야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그것이 그가 살아있는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현재성의 담보이기 때문일까? 소년은 말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 곁을 지킨다. 외롭고 고단하고 아픈 삶을 살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라져가는 아버지 곁을 지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남겨준 낡은 구두를 닦으면서 소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인상깊은구절] 갑자기 엄마는 내가 자고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주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도 엄마보다 더 작은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나는 소리 내지 않고 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엄마가 자기와 나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을 때,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얘기들을 꺼냈을 때, 내 눈 앞에는 솔개가 장엄하게 긴 비상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엄마가 말을 멈췄을 때에도 내 솔개는 여전히 날고 있었다. 엄마가 잠을 자러 간 뒤에도 내 솔개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내 눈 앞에서 날고 있었다. 솔개는 풀밭 위에 놓여진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호수의 수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날고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 다음 날엔 눈이 내렸다.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눈이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