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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마음을 가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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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인지 이 시집에서는 자꾸 식물들이 눈에 밟힌다. 시인은 자신부터 식물로 분류하는 것 같다. 그에게 자신은 흔들리는 연약한 모종 또는 나뭇가지이다. 뿌리를 내린 그 자리를 영원히 지켜야하는 식물에서 그는 수동적이고 외로운 기다림에 익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
"식물의 마음을 가진 시인" 내용보기
 

왠일인지 이 시집에서는 자꾸 식물들이 눈에 밟힌다. 시인은 자신부터 식물로 분류하는 것 같다. 그에게 자신은 흔들리는 연약한 모종 또는 나뭇가지이다. 뿌리를 내린 그 자리를 영원히 지켜야하는 식물에서 그는 수동적이고 외로운 기다림에 익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같이

비닐 봉지를 밀고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 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자화상> 중에서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어여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 같이> 중에서


시인에게는 사람의 일도 모두 식물의 변화로 말미암아 인식된다. 자신의 집도 가족도 오동나무를 통해 기억하는 그를 보자.


막 오동꽃이 필 무렵 누이는 그 장독대에서 떨어져 다리가 깨졌고 치매와 함께 할머니를 묻었고 나는 그 집 골방에서 몇 번의 겨울을 나고는 병을 얻고 시를 써서 시인이 되기도 했다.          -<오동나무가 있던 집의 기록 1> 중에서


유난히 넓었던 오동나무 잎이 일찍 지더니 아버지는 아팠다. 아버지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그늘을 거두었다.      - <오동나무가 있던 집의 기록 2> 중에서


누이가 다치고, 할머니를 묻고, 자신이 병에 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하는 쓸쓸한 삶의 이야기들이 오동나무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할 것처럼 오동나무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오동나무가 피고 지는 것처럼 사람의 삶도 피어나고 또 진다. 이렇게 말하며 견딜 수 없는 인생의 큰 사건들이 마치 다음 해에 오동나무 잎이 새로 피면 잊혀질만한 무게인 듯 무심한 척 한다.



햇빛이 오고

햇빛이 또 가고

그 오고 가는 여정이

다는 아니어도 감꽃 아래서는

얼핏 보이는 때가 있다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감꽃>


오동나무, 감꽃, 살구꽃, 봉숭아꽃, 파꽃. 시인이 마음을 빌어쓴 식물들이다. 마당이 있고, 뒤뜰이 있었던 옛날 집들에 있었던 익숙한 식물들이다. 우리네 삶을 대대손손 늘 훔쳐보고 있었을 식물들이다. 삶의 무게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린 우리네 젖은 눈을 보았을 식물들이다.


YES마니아 : 로얄 l*****a 2009.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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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읊어낸 삶의 조각들
"소박하게 읊어낸 삶의 조각들" 내용보기
사람은 경험한 만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책이라도 읽는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감상이 나올 수 있다. 일반 소설들도 그러한데 시는 오죽할까. 그 자체로서도 이미 수십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열려있는 글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넓은 독서를 가능케하는 '경험으로 읽기'가 독서에 독이 될 때도 있다. <젖은 눈>을 읽을 때의 나와 같이 경험 부족자의 독서에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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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경험한 만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책이라도 읽는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감상이 나올 수 있다. 일반 소설들도 그러한데 시는 오죽할까. 그 자체로서도 이미 수십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열려있는 글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넓은 독서를 가능케하는 '경험으로 읽기'가 독서에 독이 될 때도 있다. <젖은 눈>을 읽을 때의 나와 같이 경험 부족자의 독서에 있어서는 말이다.

 

살가운 해석도 없다. 그저 독자에게 툭 하니 던져놓은 언어의 집합만이 마치 풀지못하는 수학 공식마냥 내 앞에 던져져 있다. 집중하려 소리내서 읽어봐도 단어는 마음 속이 아닌 허공을 떠돌 뿐이다. 그렇게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비 오는 토요일, 홀로 방에 앉아있다 구석에 박힌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내 고독에 친구가 되어주지 않으련? 이란 속말과 함께.

 

여전히 아리송하다. 아니, 아리송은 조금 알것 같을 때 쓰는 말이지... 모호하기 그지없다. 장석남이란 시인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 그가 살아온 시대를 공유하지 못하는 무지, 그와 같은 나이대의 공감조차 갖지못한 무지, 무지, 무지. 그래서 결국 난 내 마음에 그의 언어들을 쑤셔넣는다.

 

그러다 마음이 이거 괜찮네라며 집어준 구절 하나가 눈에 박힌다.

[늦은 밤에 뭘 생각하다가도 답답해지면 제일로 가볼 만한 곳은 역시 부엌일밖에 달리 없지.

... 내가 빠져나오면 다시 사물을 정리하는 부엌의 공기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아도 또 시 같고, 공기 속의 그릇들은 내 방의 책들보다 더 고요히 명징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읽다가 먼데 보는 오 얄팍한 은색 시집 같고.

부엌 中]

어려운 말, 내가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만 주르륵인가 싶더니 이런 편안한 시도 한켠에 숨어있다. 아, 이 사람 모를 말만 풀어놓는 영감이 아니구나 싶으니 이제부터 좀 더 많은 단어가 마음으로 행진하기 시작한다.

 

이제보니 장석남이란 이 시인 참 소박한 아저씨같은 인상이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이미지가 아니다. 부엌을 저리 친근하게 그려내는 걸 보니 그러하고, 인생을 한낱 오동잎 너울거리는 모습으로 비유하는 걸 보니 그렇다.

[그렇지, 밤비 후득이는

오동잎이

우리 생이지

후득여도 너울대는 게

그게 생이야

소주 생각 간절한 밤비 속

우리 생이야

밤비 中]

 

그런데 이 소박한 분, 인생의 단맛 쓴맛 어느정도 쏠쏠히 맛보셨나보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 속에는 고독이 가득하다. 그런데 슬퍼 몸부림치는 그런 고독이 아니다. 인생에 이런 맛도 있어야지 싶은 유유자적한 고독이다. 외로움도 내 친구려니 하는 신선같은 태도랄까. 그래서 그의 글들은 외롭지만 슬프지 않다.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같이

비닐봉지를 밀고 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자화상 中]

 

그리 지내온 삶이나 적적하게 옮겨적어놨나 싶었는데 어느 새 그의 글은 지난 사랑을 추억하는 장이 되어 있다. 문학청년이었을 그 시절의 풋풋한 소심함이 가득 담긴 시구를 보니 웃음이 풋 터져나온다.

[내 작은 열예닐곱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이제 겨우 막 첫 꽃 피는 오이넝쿨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의 닷 마지기 땅을 빼앗기어 허둥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中]

 

이 얼마나 소박하고 솔직하며 정직한 표현인지. 왠지 이 시인은 지금도 그 고운 표현 낳은 마음 그대로 지니고 있을 듯 싶었다. 그의 이런 고운 말장난은 시집 이 곳 저 곳에서 빛을 발하는데, 어딘가 메모해뒀다 아끼는 사람들 편지에 한 구절씩 넣어 보내고 싶게 만든다.

[파래진 창 모퉁이에

만간 손톱달이

갸글갸글한 숨결에 씻기고 있다

낯선 방에서 中]

 

시집이지만 마치 한 편의 조용한 수필집을 읽은 기분으로, 서툰 감상을 마친다. 책은 덮었는데 아직도 한참을 더 읽어야 할 듯한 기분. 언젠가 내가 그의 나이만큼 찰 때, 나의 경험이 지금보다 풍요로워질 때 다시 만나면 그 아쉬움이 좀 덜어질까. 그 땐 내 눈가도 촉촉히 젖어들지 모를 일이다.

 

 

 

 

 

YES마니아 : 골드 z*****x 2009.05.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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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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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응시  >     시인의 이름은 장 석남 시인은 이제 마흔 다섯, 흰머리가 나올 나이다.작은 눈은 언제나 애수에 젖은 듯 아름답다.예닐곱 살 때는 연애 깨나 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눈이다.거기에 있는 듯 없는 듯 보조개가 있을 것 같고,귀여움이 그득한 미소 띤 얼굴,  얄팍한 눈매와 보조개에 푹 빠지면맑고 순수한 호수 같은 눈 속에 헤맬 듯하다 .그 연애의 파탄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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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응시  >

 

 

시인의 이름은 장 석남
시인은 이제 마흔 다섯, 흰머리가 나올 나이다.
작은 눈은 언제나 애수에 젖은 듯 아름답다.
예닐곱 살 때는 연애 깨나 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눈이다.
거기에 있는 듯 없는 듯 보조개가 있을 것 같고,
귀여움이 그득한 미소 띤 얼굴,  얄팍한 눈매와 보조개에 푹 빠지면
맑고 순수한 호수 같은 눈 속에 헤맬 듯하다 .그 연애의 파탄과 기록의 글자들이 아름답다.


어느 한적한 물가 낚시터에서 고기가 아닌 시어를 낚다가,
십 년 전 그리움을 다시 펼쳐냈다.
그리운 사연이 못내 아쉬워
두어 글 다시 다듬어
젊은 시절 까만 머리숱이 반짝이던 시절
그 아름다운 물빛 흐르는 시어를 다시 그렸다.
섬세한 진실과 여운이 담겨 있다.
새 동네 때깔 좋은 옷으로 말끔히 차려 입고,


그때 시인의 가슴에 밀려 왔던 물결과,
가슴에 울리던 누군가의 기다림이,
여리고 순한 것을 못 잊어 하던
눈물이 그득하던 젖은 눈을 떠올리게 한다.
젖은 눈으로 응시하는 풍경에는 나무도 있고,
멧새와 바람도
봉숭아 어린잎도
결국엔 풍경과 동화된 그곳에 마음이 있다.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_ p 15「봉숭아를 심고」 중에서 -

 


섬세한 시인의 마음은 조심조심
물을 뿌리고,
슬픔이, 외로움이 이내 서정이 된다.
시선의 끝에는 새로운 세계로
빈자리를 향해 응시 할 곳을 찾는다.
그 곳이 새움 티 우는 곳 일 수도 있고,
위로해야할 풍경에 다시 옮겨 간다.
세상의 아픔까지 껴안은
풍경은 시인의 마음 속 에 머 문다


 
시인은 달과 별, 집과 길, 저녁 해와
숨 쉬는 소리와 쌀 안치는 소리, 배호의 노래,
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 하는 소리도 듣는다.
이것이 젖은 눈의 시학이라고 하나 ?
현대 문학상이며
김수영 문학상이 오래 전에 인정해 준
낮은 목소리의 소삭임과 함께
여전히 시는 유효하다.

 
새 빨간 노을 속에 번져가는 저녁 예불 소리 따라
신과 진리를 찾던 울림이 있었고,
손재주 좋던 시인의 손에선 장난감 대신에
가슴에 달빛 넘나드는 조용한 집을 짓고,
시어로 다듬은 자신의 세상을 꾸몄다.
강이며 바닷가의 풍경에 비치는 물결도 그린다.
십 년 전 물위를 건너가는 물결처럼.
애정 어린 응시가 눈에 그립다.

 
시인이 느릿하게 말을 아끼던
아름다운 서정 속 깊은 사랑이
감 꽃 , 파 꽃, 가을 빛 사랑에까지 물이 들고,
시로 부터 배운 삶과 애틋한 사랑이 가득 고여 있다.
어린 날의 기억과 성장의 아픔과 환희들에 대한 상념을,
그리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을 엿본다.
수묵화처럼 여운이 남는 이 시집을
십 년 전 기회를 놓친, 시를 사랑하는 연인에게
꽃다발처럼 안긴다.
세 번째 사랑의 숨결을 추억하면서,

  -   <장석남 시집  젖은 눈, 문학 동네 , 2009 >에 붙여.-

 

e*****1 2009.05.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