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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LP 음반을 듣던 20대 초반에 가끔 헤비메탈을 들었다. 헤비메탈이라도 서정적인 기타 선율이나 맑은 목소리가 끼어 있어야 했다. 사이키델릭 록보다는 블루스 록을 좋아한 셈이다. 그나마 30대에 들어선 뒤부터는 거의 록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 딸아이가 중학교 때 록을 가까이 하더니 학교 밴드 보컬을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지금은 학교 밴드에 들어가 베이스를 연주한다. 록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의 록 밴드 ‘비트 키즈’ 이야기다. 드러머 에이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한다. 아빠는 주정뱅이이고, 엄마는 병약하며, 여동생은 불치병에 걸려 있는 가난한 집 학생이다. 새벽에 신문을 돌리며 학업을 병행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 팍팍한 현실에서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때가 밴드를 할 때다. 밴드의 리더는 베이스를 치는 키무라 시게하루. 음식점 집 아들이다. 보컬은 매일 철딱서니 없는 악동 짓만 하는 통에 여자애들에게 ‘악마 겐따’라는 별명을 얻은 미나모또 타이찌. 아무리 못된 소리를 해도 미움을 받기는커녕 여자애들에게 최고 인기를 얻고 있다. 기타는 오오즈까 사또시. 베이스를 치는 시게와 중학교 때부터 함께한 사이다. 소설은 ‘비트 키즈’가 ‘록 키즈 콘테스트’에 참가하려고 신청서를 내기 위해 아메리카 마을에 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사용료를 내지 않고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즉 라이브 하우스 전속 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혹한 겐따의 주장으로 이루어진 일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회에 신청서를 내지 못한다. 공원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밴드가 잠깐 쉬는 틈을 타서 라이브 강탈을 하고 도망가기 때문이다. 이들이 라이브를 강탈하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고등학생 밴드만이 할 수 있는 사건이라서 안타깝기도 하다. 라이브 강탈을 계기로 이들은 전국 아마추어 록밴드 제전의 칸사이 지구 예선에 참여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심벌즈가 금빛 불꽃을 리드미컬하게 흩뜨린다. 베이스 드럼의 폭발음은 온갖 색깔이 뒤섞인 소리의 입자를 쏘아 올리며 홀의 공기를 밝고 화려하게 물들인다. 몸을 뒤흔드는 불꽃 같은 울림이 아까까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사또시의 기타가 흐르는 듯한 멜로디에 록의 강렬함이 깃든 인상적인 리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시게의 베이스도 또 다른 선을 그리면서 미묘하게 기타의 멜로디와 겹쳐지고 나의 비트와도 멋들어지게 얽히며 곡을 받쳐준다. 그 모든 것이 어울려 만들어낸 소리의 구름 속으로 한 줄기 빛이 파고들듯 겐따의 목소리가 힘차게 홀의 공간을 울린다. 창문을 닫고 컴컴한 방 안 무릎을 끌어안고 잠겨 있는 너. 밖으로 나가지 않겠니, 파란 하늘이 기다리는데. 꿈도 없는 헛된 세상이라고 그리 말하기 전에 창문을 열어봐.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밝은 미래를 느끼며. (136 - 137쪽) 에이지가 기세 좋게 라이드 심벌즈를 내리치는 오른손에서 스틱을 날려버리는 사고를 겪기도 하지만 이들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특별상을 수상하며 전국 대회에 나가는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으니 에이지의 가정환경이 복병이다. 아버지가 실직하여 주정을 부리는 바람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입원하게 된 것이다. 에이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전국 대회 참여는 물론 학교와 밴드 모두를 그만두려고 한다. 아주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때 같은 밴드 동무들은 전국 대회 기차를 탔다가 참가를 포기한다. 에이지를 두고 대회에 참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들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결정은 전국 대회 참가 대신 학교에서 하는 문화제 옥상 공연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우정은 분명 하늘의 푸른빛까지 닿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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