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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이 글은 다음블로그에도 포스팅된 글입니다.]
![]() 이제 막 봄을 저만치 보내고 손에 손수건을 쥐고 땀을 닦고 있다. 어린 시절을 두메산골에서 보낸 나에게는 <고향>이라는 말 속에는 아련히 그려지는 그림들이 몇 가지 있다.
방학이 시작되면 첫날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고 방학동안 어떻게 지낼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활계획표를 먼저 그린다. 그리고는 계획표대로 지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김없이 그랬던 것 같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방학내내 물가에서 지냈던 거다. 아침햇살이 뜨거울때면 발가벗고 물에 풍덩풍덩 들어가고 뜨겁게 달구어진 자갈돌 위에 몸을 이리 저리 굽기도 하고, 점심먹고는 한 숨자고 일어나 해떨어지기 전까지 또 물에서 풍덩풍덩하던거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더 어렸을때는 형에게 덤비다가 맞아서는 강가에서 서럽게 울다가 엄마손에 이끌려 아랫도리를 벗은 채 시골장에 돌아다니다가 옷 한 벌 얻어 입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고기잡는다고 그릇위에 비닐에 구멍뚫어 고무줄로 덮어서는 안에 된장발라 흐르는 물속에 걸쳐두면 2-30분에 한 그릇이 가득 들었다. 제법 컸다. 왼손 손바닥을 보면서 오른손으로 엄지손가락으로 왼손 손목을 잡으면서 크기를 이야기해줄 정도로 큰 물고기들이 가득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강가에 소를 몰아 놓으면 알아서 풀을 뜯어먹었다. 소먹이러 다니는 이야기를 하면 신기해 하는 사람들도 몇 있다. 소 먹이러 다닌다고 소를 잡고 내내 지켜보는 것은 아니다. 강가에 풀어 놓으면 알아서들 먹는다. 소먹이러 다닐때는 친구가 중요하다. 그런데 동네가 작아 친구가 별로 없었다. 한 명 있었는데 함께 소먹이러 다녔다. 소를 풀어놓고 강가에 대나무밭에 오솔길을 내고 안쪽에 대나무 몇그루 잘라내고는 두어 명 넉넉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우리들의 아지터다. 사과서리를 해서는 여기서 사과를 먹었는데 사과밭 주인이 우리동네까지 와서 말을 흘리고 갔다. 사과서리 하다가 한 번 걸리기만 걸리면 그동안 없어진 사과값을 모두 물겠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겁을 먹고는 그동안 소먹이러 다니던 다리 아래쪽으로 당분간 가지를 못했다. 함께 소 먹이러 다니던 그 친구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죽었다고 했다.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졸업할 때 18명이 졸업했다. 간혹 도회지로 전학가는 인원을 빼고 남은 인원이다. 이 사람들이 6년간 같은 반에 다니는 것이다. 동네는 틀려도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모두 농사를 지었지만 나는 농사를 잘 모른다. 간혹 지금 시골길을 걸으면서 농사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면 우리 형제들이 듣는다면 웃을 일이다. ‘네가 무슨 농사일을 해 봤냐?’할 거다. 그래도 지금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낫질도 잘하고 괭이질도 잘한다. 이 모든 것을 학교에서 배웠다. 어린나이지만 열 살이 넘어면서 학교에 토끼를 키우기로 했다. 서너마리에서 시작된 토끼는 번식률이 높아 대번에 토끼 사육장을 가득 메웠다. 토끼가 먹을 풀을 베어오는 것이 토끼당번이 할 일이다. 시골학교에 인원이 적다보니 4학년과 5학년이 모두 토끼당번이다. 이때 낫으로 풀베는 것을 배웠다.
6학년이 되어서는 염소를 사육했는데 아침에 등교하면 염소를 학교 뒤 강가에 매어두고 수업마치면 다른 친구들은 교실청소를 하지만 염소당번들은 염소 사육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새 풀을 깔아두고 매우 둔 염소를 사육장 안으로 몰고 오는게 일이었다. 방학때도 염소 때문에 염소당번들은 돌아가면서 학교에 갔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지금 기억으로 약 5일에 한 번씩은 학교에 갔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겨울에는 난로 석탄대신 땔감으로 솔방울 주우러 산에 간 일, 난로위에 도시락 올려서 데워먹던 일 등이다.
나는 어릴때는 고무신을 주로 신고 다녔다. 양말은 겨울에 신는 것이었고, 여름에는 고무신 위 발등이 새까맣게 탔다. 그러니 신발을 벗으면 발가락은 하얗고, 발등위에 고무신 모양따라 동그랗게 타 있었는데 그때 생각에는 원래 발은 그렇게 생긴줄로만 알았다.
이런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떠 다니면서도 싫지 않은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고 추억이 되었기 때문일거다. 어릴때는 그게 뭔지 몰랐고,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빨리 여기 농촌 시골을 떠나는게 꿈이었다. 그렇게 출세하는게 꿈이었다. 지금은 그런 시골을 떠나와 살고 있지만 늘 마음은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왜 일까? ![]() <김용택 산문집 - 오래된 미래> 김용택 시인의 <오래된 마을>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꿈을 대리만족시켜주고 있다. <1부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난다>에는 꽃을 주제로 이야기가 많다.
봄을 가만히 느껴보면서 이리도 꽃을 보고 환장했던 적 있던가 싶다. 그냥 달력넘기며 세월만 죽이는가 싶었는데 내게도 이런 어릴적 감수성이 남아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 봄꽃이 매화가 피고 산수유꽃이 피고 진달래 피고 물싸리꽃, 벚꽃, 배꽃, 사과꽃 순으로 피는 것을 모르고 그냥 봄에는 꽃이 피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봄을 보내곤 했었다.
학교회비를 내지 않아 먼 길을 다시 돌아와 회비를 마련해 간 이야기는 40대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공감할 이야기일게다. 집이 넉넉해 이런 어려움 겪어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누구도 이 이야기 들으면서 회비마련하느라 아등바등 했을 어머니의 분주함과 마음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지 않을 수 없다.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 난다>의 글에서는 김용택시인이 농촌에서 살긴 살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아닐진데 농사일을 제대로 알기는 아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섬세하게 이웃농부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그려내고 있다. <아내>의 가슴 먹먹한 따뜻한 행동들을 보면 참 남자들은 철들때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그리 다른것도 없기 때문에 감히 말한다. <두 할머니>의 긴 여백이 있는 대화는 답답함이 아니라 여유라는 느낌마저 든다. 글이 그래 써여져서 그런게 아니라 그 사이 전해오는 느낌이 그렇다는거다. 요즘처럼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터넷이나 메일을 통해서 금방 금방 대답듣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서는 이해가 안되겠지만 두 할머니의 모습은 그 자체가 우리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2부 봄날은 간다>에서는 이웃집 사람들과의 삶, 가르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만나는 글들이다. <지렁이 울음소리>에서는 욕이 통하는 친구들과의 삶이 부럽다. <왼손과 오른손>에는 좌파 우파 등으로 나눠 싸우는 시대의 아픔도 이야기했다.
이런 시를 쓰는 아이의 마음들을 읽으며 시골에서 선생님으로, 시인으로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몇몇은 부러울 수도 있을게다.
우리들에게 부러운것들은 도시가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우리들은 발전이라는 이름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앞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도 토목공사를 대대적으로 벌려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계획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옛날의 추억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들의 미래가 되고 있다.
산에서 어떤 새가 어떻게 울고, 들에는 어떤 풀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면서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쳐다도 보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제대로 가고 있을까 두려움마저 든다. 모두가 가는 갈이라 함께 휩쓸려 달려가고 있지만 거기가 벼랑끝인지 아무도 모르는 그 길을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것도 뒤질세라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오늘 김용택의 <오래된 마을>을 덮으며 지난 추억을 곱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지금 내가 선 자리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일 내 디딜 발걸음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편으로는 그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불러보고 아버지를 안아드리면서 수고하셨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게도 이런 어린시절이 있었다~ 하시는 분들은 추천한번 클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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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덥고 눈을 감습니다. 처음엔 어둡다가 금새 어디선가 빛이 새어들어옵니다. 그리고 가로등 불빛아래 따스한 느낌을 주는 반가운 마을이 환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누군가 뒷짐을 지고 걸어옵니다. 분명 그 손에는 하얀 들꽃이 들려 있을겁니다. 이렇게 꽃향기가 진한걸보니,.. 언제부터 숨어있었는지 아이들이 뛰어나와 그의 꽃을뺏어갑니다. 어느집문인지를 지나 마당을 쓸고 있는 여자에게 건넵니다. 그여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김용택의 아내입니다. 아내 따라 괜히 나도 웃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어린 아이가 무거운 발검음을 터벅거리며 걸어옵니다. 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오는 길입니다. 그런 아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엄마가 나섭니다. 엄마는 역시 예나 지금이나 용감하십니다.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장에 내다팔고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고 버스를 태워 보냅니다. 그런데 엄마는 걸어갑니다. 버스비가 없어서,,, 그런 엄마를 뒤로하고 아이를 태운 버스는 멀어집니다. 하지만 아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더듬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김용택! 나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그것이 눈시울을 적십니다.
슬며시 실눈을 뜹니다. 겨울을 보낸 청둥오리가 봄이 왔는데도 갈 생각이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의아한듯 오리가 미쳤다고 말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리가 집위를 날아다니고 정자아래에 앉아 있습니다. 게다가 어느날은 오리가 전깃줄에 앉으려 합니다. 김용택 아저씨는 외칩니다. "야! 야! 야들아! 너그는 참새가 아니고 오리거든," 하지만 오리들은 들은채도 안합니다. 지구가 너무 따뜻해져 점점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청둥오리입장에서도 어쩌면 따뜻한 세상이 좋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감지 안아도 보입니다. 아직도 순박한 시골 아줌마들이 밭을 메는 오래된 마을! 서로 나누고 보태고 지지고뽁으며 사람사는 향기를 느끼게 하는 진메마을! 그런 고향마을에서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김용택아저씨가 부럽습니다. 나이들어 오래 묵어갈수록 서로 뜻이 통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그가 부럽습니다. 지렁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연에 취해사는 그가 무척 부럽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오래된 마을의 이야기들이 바쁜 도심속에 한점 훈훈한 바람이 되어 불어오는것만 같습니다. 훗날 내게도 오래된 마을로 추억할수 있는 서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을 책]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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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 나는 도시에서 태어났고, 생애 모든 시간을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보냈다. 부모님의 고향이 시골이었기에 여름방학이나 명절에 그곳에 가는 것은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얼어있는 개울에서 미끄럼을 타다가 넘어져 울기도 하고 그렇게 즐겁게 보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할머니도 큰댁으로 옮겨오시면서 더 이상 시골에 내려갈 일이 없었다. 명절을 처음 도시에서 맞이하던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사촌들과 나간 극장가가 어마어마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던 것이다. 명절을 떠올리면 항상 시골을 향하던 내 모습만 생각을 해서인지, 귀향으로 붐비는 뉴스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도시에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힘든 기차여행도, 사용하기 어려운 화장실도 없이 지하철 한번에 쉽게 찾아가는 명절 움직임이 금세 익숙해 졌다. 그렇게 부모님의 고향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시골이라는 공간, 그 곳에서의 기억은 말 그대로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만난 ‘오래된 마을’은 옛추억을 떠올려주는, 오래전 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느림, 아늑함, 따스함 같은 것들... 이 책의 저자 김용택은 몇 달간의 도시생활을 제외하고는 쭈욱 섬진강이 흐르는 마을 임실의 진메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눈앞에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섬진강은 유유자적 흐르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다. 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몇 안남은 아이들이 산이며 강이며 뛰어다니며 지칠 때까지 노는 곳. 하지만 이런 나는 오래된 마을이 간직한 다른 모습도 보게된다. 예전에 비해 반 넘게 줄어든 마을사람들로 인해 어둠과 함께 적막함이 찾아오는 곳 고된 농사일과 집안일로 나이든 손에 여전히 낫과 호미를 들어야 하는 곳 개발의 바람은 피해갈 수 없어 불도저와 굴삭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곳 오래된 마을에 앉아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용택 시인은 변해가는 세상이, 소중한 무언가를 잊어가는 사람들이 안타깝고 무섭다고 한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휴식을 떠올릴 때 한적한 시골마을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바라볼 때만 가능한 일인가 보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시간은 흐르니 변해간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그의 애정어린 시선이 한껏 묻어나는 오래된 마을. 그의 고향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잊혀진 고향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 변해갔어도 내 속에서 변치 않는 그 고향을 돌아본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
| 간만에 빗소리를 들으며 오래된 마을책을 벗삼아 늦게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했습니다.서울에서만 자랐던 제게 자연이 베푸는 위대한 손길을 느끼지 못했는데 평생 아름다운 마을에서 해맑은 아이들과 이웃들과 존경하며 위로하며 웃으며 울으며 사신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같습니다. 오래된 마을이지만 우리모두의 고향이요,어머님품같은 이곳은 오래오래 우리곁에서 마음속에서 남아있어주기를 바랍니다.봄날을 가도 여름날도 달려가고 가을은 가을처럼 머물다 겨울을 만나겠지요.오래된 손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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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진메마을을 지난 적이 있었다. 자운영꽃이 논마다 가득가득 피어나던 때였다. 마을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섬진강으로 이어졌다. 낮게 내려앉은 다리 위로 맑은 물이 남실거렸다. 뚝 너머로 소와 염소가족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느릿느릿 엄마소는 되새김질을 하며 여기저기 바쁜 송아지의 뒷모습을 계속 따라다닌다. 할머니 한 분이 다슬기를 잡는지 강물에 몸을 담그고 강물 속만 바라보신다. 마을은 염소울음소리뿐이었다. 낮은 다리 위로 남실거리는 물에 발을 담그고 우리는 먼 길 가는 나그네임을 잊고 그 마을에 흠뻑 젖어있었다. 문학답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1박 2일로 보성과 광양을 가는 바쁜 길속에서 찾아온 한담같았다. 가는 길이 바빴지만 진메마을의 아늑함은 우리를 고향에 온 사람들처럼 푸근하게 만들어줬다. 그 마을이 바로 이 책 김용택 시인의 집이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평생 그렇게 살고자 젊은 날의 생각대로 살아온 시인은 제 뜻대로 산 삶에 만족한다고 한다. 그저 평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 시인. 2대를 한 교실에서 가르치면서 그 아이의 부모님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떠드는 선생님. 그가 살아온 마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참 좋다. 그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았고 내 부모님이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 농사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려주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땅에 살고 땅을 일구고 땅을 의지해서 사는 삶의 모습들이 그리도 닮았는지...., 늙어가는 그 모습까지 닮고 싶은 내가 터 일구고 산 그 마을의 이야기 때문이지 싶다. <쑥떡>에서 마을 어른들의 오가는 이야기는 우리 동네 어른들이 <모내기>를 하면서 하던 이야기 내용이 생각나 좋았다. 나도 그런 어른들의 농담과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한다. 진한 사투리가 섞인 그 말들 속에는 그 분들만의 통하는 통속이 있다. 그 통속은 저속하지 않고 구수하며 에두르지 않으면서 삶의 정곡을 찌른다. 그 정곡엔 애정과 유머가 함께 있어 서로를 기분 좋게 웃게 한다.
돈을 주고도 행복한 일상. 어머니가 알려주는 지렁이 울음소리, 풀을 꺾어 뽀얀 뜸물이 나오면 먹어도 되는 풀, 노란색이나 다른 색의 뜸물이 나오면 독초여서 먹으면 안 되는 일, 소쩍새 울음의 의미 등. 그 삶의 지혜는 자연과 일치되었을 때 알 수 있는 인디언의 지혜와 같은 것이다. 일기예보를 듣지 않고도 아빠는 안다. 새들이 낮게 날거나 개미들 집이 땅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비를 예견한다. “꽃만 피면 뭐 한다냐 사람이 있어야지.”라고 말하는 그 말에 가슴이 아프다. 비단 진메마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60년쯤 산 시골 쥐들도 넘지 말아야 할 일상의 선쯤은 알고 있지요. 설익은 지식으로 고양된 인격이 얼마나 우멍하고, 엉큼하고, 과장되고, 간사하고, 비루하고, 지루한지 모릅니다. 그런 교양, 우! 우! 하품 나오지요. 어깨 걸면 다정하고 정답고, 모진 세월 견디고 살면서 땅에서 삶의 지혜와 인내를 배운 농사꾼들의 그 못나서 평화로운 자연의 얼굴들이 나는 좋습니다.” 일상을 존중하며 살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닮아가고 싶다. 알면 좋지만 모르면 또 어떻겠냐고 말하는 그 너그러움을 닮고 싶다. 이 감성을 이해하는 촌것들이 좋다. 참 좋다. 안다는 것을 실천하고 사는 것이라 착각하며 척하는 것들... 우! 우! 하품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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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될까?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중에는 거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나 도시에 살다가 노후를 고향에서 보내는 사람 또는 귀농을 한 사람들의 경우에나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요즘 세대들은 태어난곳과 자라난곳이 다른경우가 많은거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내가 태어난 곳과 성장한 곳은 다르다. 성장한 곳에서의 추억은 많은데 태어난곳에 대한 기억은 아예 없다. 그때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이런 동네에서 태어났구나 싶지만 어릴적 이사를 했으니 기억이 없는게 당연한거 같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 가면 그런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부모님의 고향에 가보면 그곳엔 아버지 어머니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지금도 고향을 지키고 있고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지켜봐왔던 동네 어르신들도 여전히 그 지역에 살고 계시니 말이다. 나의 아기때 모습을 지켜봤던 동네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나의 어린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오래된 마을' 이 책은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이다. 김용택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중 한명인데 그 이유는 섬진강이라는 시때문이다. 섬진강은 나에게 정말 익숙한 곳이다. 바로 부모님의 고향이 모두 섬진강과 접해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에 섬진강가에서 뛰어놀곤 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도 명절때면 섬진강을 지나곤 한다. 이번엔 시집이 아닌 산문집인데 산문집은 언제 접해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오래도록 접해보지 못한거 같다. 과연 이 산문집에서 김용택 시인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김용택 시인의 자신의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매화가 피어나는 주변의 자연환경의 이야기부터해서 부모님의 이야기, 형과 형수,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듯이 그의 이야기는 딴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시골냄새가 가득 베어져있는데 정말 정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편안한 농촌 생활의 모습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지는 삶의 속에서도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김용택 시인의 오래된 마을도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향이 주는 편안함이 이런것이구나 느끼게 된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재개발로 인해 예전 모습과는 전혀 달라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오래도록 살아온 공간에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김용택 시인이 너무도 부러울뿐이다. 그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마도 이것이 시와는 다르게 산문이 가지는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살고 있다는 진메마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오래된 마을에 간다고 해서 그가 느끼는 것들을 내가 느낄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 마을의 정감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그의 오래된 마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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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김용택님의 글을 접한다. 시로 몇 번 글을 접할 때마다 느낌은 언제나 김용택님의 시는 따뜻함이었다. 많은 글이 있었음에도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은 각박하게 살아온 나의 삶이었으리라 치부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오래된 마을 무언가 모를 정겨움과 고즈넉함을 우리에게 안겨 줄 것 같은 제목과 김용택님이라는 이름에 끌려 책을 들고 읽는다. 덕치초등학교, 진메 마을을 중심으로 김용택님이 살아오신 세월과 소고 그리고 시가 나오게 한 풍경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글을 만들어 내셨다. 덕치초등학교에서만 33년을 지내신 김용택님의 학교에 대한 애착과, 진메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이 시골 풍경을 그려 나가며 글이 흘러간다. 등록금과 닭에 얽힌 어머님에 대한 추억, 소를 유난히 사랑하신 아버님에 대한 추억 빠르고 급하게 살아가는 도심의 생활을 못내 아쉬워하는 작가의 한탄 섞인 글에서 시골과 자연이 주는 이치를 알아가고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 표정 속에 얽힌 인생의 지혜를 풀어 나가고 계신다. 책 중간에 나온 우산살이 꺽인 우산을 쓰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사진은 표정에서 인생을 말씀하시는 듯하다. 며느리밥풀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핑경(워낭)의 모습도 실제로 본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하고, 오리가 전깃줄에 올라앉으려고 푸덕대는 모습도 궁금하다. 글 중간 중간에 나에겐 낯선 풍경을 표현한데서 시골 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글이 주는 평안함을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이 뭉클하다. 지금은 이런 시골을 알고 찾아 가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진메 마을에는 모두 14가구가 있다고 하니 어딘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김용택님이 말씀 하시는 풍경도 담아 보고 싶다. 느리게 산다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순리에 따라 산다고, 삶이 부족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연에서 배우고, 이웃에게 배우고 상서로운 욕을 하는 친구들이 어우러져 사는 그런 마을을 지키고 싶어 하시는 듯 하다. 책 말미에 맨 마지막 구절은 “배는 돌아오리라!”이다. 많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진메 마을 사람들을 말씀하시면서 김용택님은 자연으로 시골의 정취에 담긴 풍부한 감성의 세계로 나를, 그리고 독자들을 유혹하시는 것 같다. 더 이상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오래된 마을이 없어지지 않기를 고대하시는 김용택님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어지럽고 세상살이에 필요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세상에 아직도 따뜻함을 전해주는 정감 있는 글체와 간간이 섞여있는 전라도 사투리를 읽으면서 가능하다면, 아니 세상의 손을 덜 탄 마음의 고향과 같은 오래된 마을 하나 만들고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오랜만에 따뜻한 사람냄새 나는 글을 읽었더니 사람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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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런 글이 좋다. 얼마 전 작가가 초등학교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기에 그 분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였을까도 짐작해보았다. 그즈음에 쓴 글이니 아마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으리라. 이 시인의 글을 읽으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그 속에 뭔가 울림이 있다는 것은 안다. 시인과 함께 한 아이들의 시를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렵지 않은 글들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말을 끄집어내고 시로 만들어내었다. 참 고슬고슬해서 읽기가 좋았다. 오래된 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