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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중해 5,000년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그렇게 고심했던 5,000년 역사의 마무리는 어떤 사건이 되었을까. 그건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다. 그리하여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 하권은 세계 제3대 해전 중 하나로, 1571년 베네치아군, 교황군, 에스파냐군들의 기독교 동맹군들과 투르크족의 대결전이었던 레판토 해전에서 시작하여 제1차 세계대전으로 종결된다.
사실 지중해는 이미 이 책의 상권에서 15세기 말 희망봉을 도는 인도 항로가 발견되어 대서양이 또 다른 해양 교역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래저래 잊혀져가는 바다로 밀려나게 되고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다 에스파냐 왕위 계승 전쟁으 계기로 영국과 프랑스가 혈안이 되어 지중해 유역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거기에 나폴레옹까지 등장하면서 다시 지중해는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다 1869년,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지중해는 다시 전략적 위치의 중심에 서 있는 지역으로 대우받게 되는 것이다.
옮긴이 이순호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 반만년 묵은 무채색의 바다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살아 움직이고 피가 튀고 논쟁이 벌어지는 유채색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
그만큼 이 책에서는 우리가 휴양지로만 알고 있는 지중해라는 바다가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을 지녔을 시기에, 그래서 지중해의 존재 이유가 분명했을 시기에, 지중해라는 무대에 등장했던 이집트인, 그리스인, 로마인, 페니키아인, 비잔티움인, 아랍인, 베네치아인, 에스파냐인, 프랑스인 등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상권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저자의 능수능란함으로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펼쳐보여주고 또 아무리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이라도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사건들, 즉 지중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건들은 배제함으로써 철저히 전문가다운 태도로 집필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충분히 방대한 분량이 더 이상 쓸데없이 곁가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함이 엿보여 읽는 독자로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역사서는 뒷편 부록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책은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등장 왕가들의 가계도와 지도도 좋았지만 나는 특히 [찾아보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책을 다 읽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먹을만큼 먹은 나이를 지닌 두뇌로서는 모든 사건들을 기억하기에 무리인 법이다. 그래서 찾아보기가 꼭 있어야 하는데 가끔 이런 작은 친절을 잊어버리는 무심한 역사서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어 여러모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은 책이다.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 상,하권을 모두 읽고 나니 느껴지는 이 뿌듯함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