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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입체파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내가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된건 아마도 책가방을 매고 등교하던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교과서이긴 하나 교과서같지 않은 미술책에서.. 아마 미술책을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은사람이 많을 것이다. 난 늘 그 컬러플하고 빳빳한 미술책 속 사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 속에서 그림같지 않은, 강렬한 색체와 동시에 무슨 퍼즐 조각처럼 완성적이지 못한 그림들이 얽히고 설킨 모양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것이 내가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본 느낌이었다. 미술에 대해서 내가 뭘 알겠는가? 난 한낱 교과서나 들여다보는 작은 꼬맹이었는데..
이 책은 훼르낭드라는 피카소의 '한때' 연인이었던 여자가 일기를 쓴 것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첫사랑 피카소. 제목 그대로 이 여인은 피카소를 첫사랑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이 여인은 한번의 원하지 않는 결혼과 임신. 늙은 화가, 젊은 화가 할것 없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사랑을 할 수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하고 사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사를 치를만큼(?) 사랑에 있어서는 무감각한 여자이다. 그런 여자에게 피카소는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남겨졌다.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돈없는 막막함 속에서 로렌 드비앙이라는 화가로 인해 모델계로 입문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피카소도 알게 된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딘지 병적인 데가 엿보였고 혼란스러웠으나, 사람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었다.' 피카소의 그림을 접한 그녀의 느낌이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였던가?.. 지금 그는 사람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입체파의 거장이 되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몹시 힘들었지만, 피카소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그림을 위해 살았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세속적인 모든 근심 걱정은 다 잊어버린 듯했다.' 진정한 예술가란 그 일을 천성으로 알고 얼마나 즐길 줄 아느냐의 존재라 본다. 그런 점에서 파카소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조건을 손색없이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책 초반부 부터 피카소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훼르낭드의 자서전(?) 정도로 볼 수도 있을법하다. 초반부는 훼르낭드의 기막힌 인생과정이 펼쳐지고 그녀의 연애사가 이어진다.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는 그녀가 모델이 되어주었던 화가들의 소개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 그들의 모습,인생이 그려진다. 이런점에서 이 책이 출판되고 지금까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난 어떻게 보면 '남(他)의 일기(日記)'를 본 것이다. 다른사람의 일기 즉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재미있다. 또한 이것 처럼 그 사생활을 통해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 보는것은 더더욱 재미있는 일이다. 피카소와 사랑하고 피카소와 살아갔던 그녀. 사랑했지만 늘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한 죽음을 맞이했던 훼르낭드의 일기 덕에 피카소의 일상적인 삶을 들여다 본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삶이 규격화되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돈 버는 것만 빼면 우리들의 삶은 모두 특별한 것이다' 는 훼르낭드의 글을 생각하면서 난 오늘도 특별한 삶을 살아간다. |
| 훼르낭드 올리비에라는 여인의 젊은 시절은 참 불쌍한 것 같다. 19살 때 굉장히 안 좋은 사건을 거쳐서 이기도 하겠지만 피카소를 만나고 부터는 행복했음을 알 수 있다. 납치 강간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해서 모진 구박을 견뎌 내다 지쳐 나와 파리라는 곳에서 자유로이 산 훼르낭드 올리비에... 9년 동안 사랑했지만 둘은 결국 헤어졌다. 그 후에도 서로를 조금은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피카소는 바람둥이라 말할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는 늙은 나이에도 젊은 여인을 애인으로 두었다. 거의 70이 넘었는데도, 연애하는 걸 보면 정력이 남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력으로도 많은 그림과 많은 작품 활동을 하셨으니까... 첫사랑이란 제일 처음으로 좋아했고 잊을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첫사랑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일지도 모른다.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사랑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져 버린 거니까... 어느 이유를 달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니까. 이루어 질 수 없어서 더 아프게 느껴진 건 아닐까... 피카소와 올리비에가 9년간의 사랑은 잊을 수 없었던 것이고,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