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사회는 지금껏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화를 경험해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또 버려지는지라 이에 적응하는 것에 현대인들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곤 한다. 세대 차이라고 하던가. 변화의 속도에 밀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도 사회를 판단하는 나름대로의 잣대, 기준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적용, 특정 변화에 대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는 평을 내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아마도 성 윤리는 사회변화의 급속한 속도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주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인터넷 서핑을 할 때마다 수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성적인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매일 성추행, 성폭행 등 성과 관련된 적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성은 인간의 삶과 깊은 관련을 지녀 왔다. 굳이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종족보존과 번식을 위해 성은 인류의 역사에서 제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성행위의 목적은 점차 변화, 자녀 출산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프랑스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행해진 성생활과 관련된 이 연구를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남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듯한 묘한 죄책감을 느끼는 까닭은 바로 여기게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무려 14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을 만나 그들의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범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는 그들은 말 그대로 보통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적 취향에 따라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으로 분류할 수 있었으며, 인종, 성장배경 등에 따라 프랑스에 출생한 남녀,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에서 출생한 후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남녀, 종교는 이슬람이지만 전적으로 프랑스인화 된 남녀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개개인의 성생활 패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타인과 나를 구분 짓는 수많은 기제들이 존재하며, 성과 관련되어서도 이러한 기제는 작용한다. 동성을 좋아하는 이들을 향한 멸시에 가까운 시선은 이성 아닌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이 아님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수많은 이들의 성생활은 모두 '정상'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아마도 우리에게 타인의 성생활과 관련, 무엇이 옳고 또 무엇이 그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이끌리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람들, 이에 대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사랑을 나누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될 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이들이 함께하는 것은 가능할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