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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우리사회상을 배제하고서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제 식민지하에 시름이 깊던 시회였고, 문맹율은 50%에 이르렀으며, 순수문학이외의 장르는 예술적 지위를 얻기가 어려운 문단의 편협성과 아직은 과학적 지성이라는 근대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확산되지 못해 추리소설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미흡한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서야 비로소 서스펜스나 추리의 묘미를 손상시키면서까지 추리소설의 작품에 왜 신파조의 문체와 구구절절한 배경과 사건의 설명을 하여야 했는지 작가적 고뇌를 살필 수 있게 된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장편추리소설이라 하는 이 작품의 문학사적 위치를 떠나서도 작품의 전개속도와 스릴, 복선, 반전의 묘미는 물론이거니와 상징으로서의 은유적 몇몇 소재와 장치들은 오늘의 작품들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오늘의 시선에서 다소 진부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김중배와 심순애, 그리고 이수일식 남녀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당 시대의 시민적 문화코드를 읽을 수도 있으며, 바로 이러한 시대적 낭만성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세계적 무희인 절세가인(絶世佳人), 주은몽이란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연속되는 살인사건과 주변의 모든 인물이 작품의 종반에 치달을 때까지 어느 누구도 범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구조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작품을 내쳐 읽게 만든다. 범인인가 하면 그가 살해당하고,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해월’로 지칭되는 살인귀의 신출귀몰은 독자들의 추리력을 이내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가장무도회라는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선 이벤트로 첫 장부터 추리적 장치에 독자를 긴장하게 한다. 젊은 미모의 무희와 50대 거부‘백영호’와의 혼인을 배경으로 옛 애인인 화가 김수일과 주은몽과의 관계가 드러나고, 이내 김수일의 묘연한 행방과 최고의 탐정 유불란의 등장, 급작스런 거부 백영호의 살해와 거듭되는 백씨 일가의 죽음은 살인마의 종적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주변 인물들과 얽히면서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한다.
일종의 복수극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거부의 죽음으로 인한 막대한 재산에 대한 탐욕 또한 살인의 동기로 작동하는 것은 오히려 진부함의 역설적 충격으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경찰, 탐정, 변호사가 사건 수사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사실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삼각관계와 감성에 휘둘리는 탐정, 세세한 심리와 인물묘사가 더해져 추리적 상상력을 손상시킨다거나, 주은몽의 살인미수로 시작된 사건이 주변인물 들의 피살로만 진행되는 구조는 사실 어지간한 추리소설의 독자에게는 흥미를 상실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 명수대와 광화문, 태평로, 홍제동 등 서울(경성)을 소설 속에서 느끼는 흥미로움을 찾을 수도 있고, “과학을 믿는가” 하는 탐정 유불란과 임경부와의 대화에서 탐정추리소설의 당시 독서시장 저변에 대한 고뇌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장르문학의 진정한 출발이 되고, 소외된 문학으로서의 추리소설분야를 외롭게 열어나간 선구자로서의 작가 김내성 선생의 작품을 70년이 지나 복원판으로 이렇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시각으로, 아니 일제식민지하의 문학에 대한 작품의 비판으로서 많은 잣대를 들이댈 수 도 있다. 그러나 우리 문학시장의 고루함과 편협함, 독자층의 취약성, 추리문학의 바탕인 과학의 불모지에서 선생이 얼마나 분투하셨는지, 또한 고뇌하고 있었는지를 작품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탐정폐업’을 선언하는 작품의 마지막장은 선생이 당시의 문학풍토에서 추리문학을 이어나가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하는 것 같아 뭉클한 감정이 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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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 출간 5년만에 18판, 광복후 30판을 찍었을 정도로 화제였고, 2번의 영화화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절판되서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장르문학 계간지 판타스틱에서 야심차게 재판을 해냈다 책의 배경은 30년대 조선이다. 세계적인 무용가 주은몽은 백만장자 백영호와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려고 한다. 결혼적 성대한 파티를 열던중 섬뜻한 광대 모습을 한 괴한에게 칼을 맞고, 해월(괴한)은 주은몽과의 원한을 밝히며 주은몽을 살해하고, 주변인을 해치겠다며 섬뜻한 경고장을 보내온다. 이 사건에 조선 최고의 명탐정 유불란이 끼어들고, 명석한 두뇌의 오상억 변호사까지 합세한다. 좀 처럼 정체를 알수없고 신출귀몰한 마인 해월을 잡을수 있을까? 책의 배경은 30년대 조선이지만 사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 30년대 식문지 조선에서 가장무도회를 하며, 프랑스 추리소설가 모르스 르블랑을 연상 시키는 유불란 탐정은 마카로니와 오므라이스를 먹고 후식으로는 아이스커피를 먹는다. 당시에는 쉽게 보기 힘든 서구식 묘사와 빈번한 영어 사용은 조금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든다. 식민지 조선의 상황상 그 시대를 배경으로는 소설을 쓰기 힘들었다고 느꼈던것일까? 일본에서 법학공부를 하다 장르소설가로 낭만을 택한 김내성에게는 차라리 비현실적이더라도 더 낭만적인 넓은 공간이 필요했나 싶다. 작가의 묘사가 굉장히 독특한데 서술자의 개입이 빈번하다. 독자들이 이 성대모사를 들었다면 유불란 탐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것이다~ 라는 식의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현대 소설에는 거의 보기 힘든 서술자의 개입이라, 고등학생때 배운 고전소설의 느낌도 나고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목소리라던가 다양한 묘사를 독자에게 이해시켜주기위한 장치라 보여진다. 스토리부분은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 반전을 정확히 154페이지에서 알아 맞췄기에 -_-;; 조금 몰입도가 떨어졌고, 요즘 추리소설과 다르게 한 사람죽는데 너무 오래걸린다(?) 글자체는 술술 읽히지만 요즘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한 맛인 빠른 전개는 조금 부족하달까? 물론 3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안에서 재밌는 장치들이 많이보인다. 주인공 유불란 탐정은 책안에서 묘사로도 등장하는 모르스 르블랑 탐정의 이름에서 따온듯 싶고, 여주인공 주은몽에게 버림받은 가난한 화가 김수일은, 김중배의 다이아에게 연인을 빼앗긴 이수일과 이름이 같다. 스포일러지만 유불란과 김수일은 동일인물인데 여기서 당시 대우받지 못한 예술가의 모습과 조선땅안에서는 보기 힘든 낭먼적 탐정의 모습과, 그 둘을 합친 탐정소설의 좋지 못한 대우와 척박한 현실을 한꺼번에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미스꼬시 백화점에서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백화점에서 이상의 날개 주인공은 정오의 사이렌을 들으며 시대상황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를 이야기한다. 김내성은 책안에서 조선을 가상의 세계로 만들어 식민시대 안에서의 한계를 극복한다. 김내성은 책에서 그려지는 조선이 실제의 조선이 되길 바라며, 일본에서 얻을수있는 기득권을 버리고 유불란처럼 신출귀몰하게 조선땅에서 탐정문학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것 같다. 요즘 장르소설수준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잘못 고르면 지뢰터지듯 시간과 돈만 아까운 책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_-; 우리나라 최초의 장르소설이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mine) 지뢰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아니 지뢰가 아니라 이 정도면 자랑스러울만도 하다. 아쉽게도 김내성이 바란 장르문학이 대우받는 시대는 아직 온것 같지는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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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판타스틱 한국 최초의 전문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을 떨친 소설가이자 신문기자였던 김내성 조선의 명탐정 유불란은 해월의 손에서 주은몽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에게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 게다가 유불란의 추리를 반박하는 변호사 오상억의 날카로운 추리. 정면으로 대립하는 두 사람의 결론 중 어느 쪽이 진실인가? 작가는 탐정 유불란의 입을 빌려, 몇 번이고 사건 전개를 뒤집는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몇 겹에 걸친 트릭이 놀라운 결말을 이끌어낼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부부암의 비밀'이라하는 백영호의 오래된 비밀이 밝혀지고, 사촌 백문호와 엄여분의 집안의 원한을 간직한 여분의 사생아인 해월의 복수는 백영호와 백남수가 살해되는 상황으로 박진감이 넘치게 전개된다. 이어서 유불란 탐정이 해월이 주은몽이라고 지목한 가운데, 백영호의 딸 백정란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마인》에서 활약하는 명탐정의 이름은 유불란으로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을 음차한 것이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기까지 한 일반적인 탐정과는 달리, 유불란은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이다. 코난 도일 또는 셜록 홈즈가 아닌 르블랑의 이름을 음차한 이유일 것이다. 유 탐정은 때로는 사랑에 빠져 김수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김수일의 친구라는 이선배로 둔갑하기도 하면서 감정에 휩싸여 추리에 있어 올바른 방향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무능함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로 이해된다. 기기의 오작동으로 비상벨이 울리고, 또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비상구로 탈출하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서 도서관이 순식간에 아수라작이 되었다고 다시 안정을 찾는 헤프닝이 연출되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 책 속에서는 숨 가쁘게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이 난무하며 번득이는 명탐정 유불란의 날카로운 추리가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이 지금부터 80여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조선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릴 만 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듯 하다. 2015.7.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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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이십수년 전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는 마인을 읽고 작가 김내성의 비범함을 익히 알게 되었다.몇번에 걸친 이사로 그 책은 나의 서가에서 종적을 감추었고 이를 애석히 여기던 중 최근 이 책이 나오기 얼마 전에 모출판사에서 역시 마인이라는 책을 출판 하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주문하여 첫장을 본즉 그것은 마인 원본의 일부만을 발췌한 발췌본에 불과한 것이었다.
즉시 돌려보내고 환불을 요청하여 받았으나 지극히 실망하고 있던 중 이번에 판타스틱에서 출판한 제대로된 마인을 읽고 다시 한번 벅찬 감격을 느꼈다.이제 보니 내가 이십수년 전에 읽었던 마인 역시 불완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939년 한국에 추리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최초로 발표된 탐정소설이라는 역사적 의의는 차치하고라도 마인은 그 내용에 있어 인터넷이 난무하는 오늘날 읽어도 전혀 과거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현실감을 주고 있다.그것은 이 소설이 하나의 추리나 탐정적인 서스펜스와 반전을 독자에게 선사함에 그치지 않고 인간내면의 문제도 아울러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소위 말하는 순수문학의 범주에도 넣을 수 있겠다.
일본에 마쓰모토 세이쵸가 있다면 한국엔 김내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양자 모두 내가 가장 탐독하는 작가로 이들의 작품에서는 억지로 꿰어맞추는 트릭이 없다.사건의 전개나 수법 그리고 동기가 리얼리티 그 자체다.리얼리티야말로 모든 문학의 생명이라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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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추리소설은 이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스릴러, 추리소설 하면 영·미권 소설이나 일본 소설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쁘게 말해 큰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마인』을 접할 기회가 있어 읽게 되었는데 처음엔 책 두께에 놀랐고 두 번째엔 재미에 놀랐다. 김내성의 『마인』은 1930년대의 우리나라 문학을 지식인들의 고뇌와 가족사, 도시문명의 병폐 등으로 한정 짓고 있던 나의 무지에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위)과 대표작 ‘마인(魔人·1939년 출간)’의 19판 표지 (출처 서울신문 2009-03-13일자) 김내성은 누구인가? 김내성은 일본 유학시절부터 잡지에 추리소설을 연재해 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었다. 고국으로 돌아와 조선일보에 『마인』을 연재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우리나라 문단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보자니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이다. 어렸을 때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같은 작가의 책이라니 깜짝 놀랐다. 거기다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은 추리소설과는 내용이 먼 책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장르의 소설이라니 흥미로운 부분이다. 천구백삼십X년, 사월 십오일 세계적 무용가인 공작부인 주은몽이 결혼을 앞두고 저택에서 성대하게 생일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곳에서 은몽은 주홍빛 광대 옷을 입은 어릿광대에게 습격당해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지만 그 광대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상한 일은 결혼식에서도 일어나고 신출귀몰한 광대는 또 다시 사라지고 마는데... 그 뒤 광대의 정체가 은몽이 어렸을 때 할머니와 방문한 금강산 백도사의 애기 중 해월이라는 게 밝혀진다. 철없던 시절에 정을 나누던 일을 못 잊은 해월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는 은몽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해월의 복수로 남편 백영호를 잃고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한명한명 잃으면서 은몽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사건을 풀기 위해 명탐정 유불란과 미남 변호사 오상억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점차 해결 되는 듯했지만 희생자만 더 늘어갈 뿐이었다. 해월은 어떤 자인가? 사흘 안에 해월을 잡겠다는 유불란의 약속은 지켜질까? 이야기는 은몽, 유불란, 오상억의 삼각관계와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풀어간다. 인간의 탐욕과 복수, 애정이 주요 요소인데 탄탄한 스토리와 극적인 반전이 이 소설이 나온 지 7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도록 뛰어나다. 1930년대 당시 경성의 거리와 과학수사가 도입되기 전 발로 뛰는 수사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그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인물은 탐정 유불란이다. 아르센 뤼팽을 만들어 낸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을 따 만든 이름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뤼팽처럼 변장에 능한 것으로 나온다. 또 그 능력으로 이중생활을 즐기면서 여러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점은 여느 탐정과는 다르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탐정은 절대로 사건 중의 이성과 연애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칙을 따라야 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은몽에게 끌리는 자신에 대해 고민 할 때는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오상억에게 질투를 하면서 은몽을 끝까지 지키려하는 모습은 남자 중의 남자요, 큰 키에 사건을 해결하는 비상한 머리까지 갖추다니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가 아닐까? 하지만 너무 자주 나오는 애정 씬은 극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뒤에 정혜영 대구대 교수가 쓴 해설을 보니 그 당시 조선이 <장한몽>같은 신파극이 휩쓸고 있었고, 이 이야기와 인물의 차용이 조선 사람들로 하여금 탐정소설에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한 장치임을 추정하는 글이 나온다. 순수문학이 꽃 피우던 시절, 정통탐정물을 쓸 능력이 있는 작가가 작가로서의 고민 끝에 추리소설에 신파적 요소와 친절한 설명을 어쩔 수 없이 넣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또 읽으면서 식민지 현실 같지 않게 일본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다는 점과 너무나 화려한 등장인물들의 생활이 이상하게 생각됐지만 1930년대는 문학이나 언론에 대해 검열이 심했던 시기였다. 글 하나가 신문사를 문 닫게 할 정도로 감시가 심했으니 섣불리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됐다. 작가가 역사성을 배제한 판타지적인 1930년대의 경성을 창조해 냈지만 그리도 곳곳에 시대를 반영한 요소들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계보를 몰랐을 것이다. 다른 작품 『쌍 무지개 뜨는 언덕』을 보았지만 김내성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인』을 봄으로써 조선 말기 우리에게도 추리소설을 쓴 작가가 있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올해는 김내성 작가의 탄생 백주년이자『마인』이 나온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크게 기념을 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늦지 않게 김내성이라는 광산에서 마인이라는 금을 캐준 판타스틱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금을 캐주시길. 그리고 김내성 걸작 단편선이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태풍’이 속해있는지 궁금하다. 탐정 유불란이 나오는 첩보소설이라니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는다. 덧) 책을 읽다 보면 생소한 문어체의 말투가 나온다. 일러두기를 보니 원문의 어감과 어투를 살리기 위해 가능하면 수정하지 않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이 품은 나의 피난처, 피난처!” 라든가 “유 선생님의 말씀은 정신병자!” 같은 말이다. 생소함도 잠시. 어느 샌가 따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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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추리소설을 아주 좋아했었다.. 학창시절 여타한 외국 추리소설은 다 읽어낼 만큼 .. 추리 소설에 아주 마니 빠져서 산적도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나라 추리소설을 살짝 비웃으며 약간 한단계 아래로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본적도 많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추리소설을 끊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추리소설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허황된 망상들을 제시하고 엉뚱한 상상들을 동원하게 만들어서 안그래도 다소 생뚱맞은 행동들이 잦은터라..스스로 절제하고 있었다.. ㅎㅎ
그러다 접하게 된 이 책.. 김내성의 마인..
우리나라 장편 추리소설이라... ㅎㅎ 나는 살짝 한단계 낮추어서 그리 많은 기대없이 .. 아이도 이제 젖을 뗄때가 되었고.. 나도 밤에 조금 색다른 흥미로움에 빠지고 싶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ㅎㅎㅎ 하지만 나의 완패다.. 이 책은 나를 일주일간... 포옥...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갈때도 기저귀가방에 기저귀.물티슈.마인 .. 이렇게 들고 나갈정도로... 정말루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구구절절 ... 시대를 논할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최초 장편추리소설이란게 믿기지 않을만큼.. 그런 시대적인 설명들이 무색할만큼.. 그냥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추리소설이 그거면 됐지.. 뭐 구차하게 말이 많이 필요하겠는가?
정체불명의 해월... 그에게 쫓기는 공작부인 주은몽...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백영호 그리고 오첨지.. 조선에서 보기 드문 가장 무도회를 열게되는 주은몽.. 거기에서 시작되는 이 끔찍한 쫓고 쫓기고... 죽고.. 또 죽고.. 또 죽으면서 점점 미궁속으로 뺘져들어가는 사건들.... 그리고 그 비밀을 풀어가는 유불란..
나는 사실.. 사건 중반쯤에서 대강의 감을 잡았다.. 하지만.. 이책은 또 다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나의 뒷통수를 한번 쳐준다.. ㅎㅎ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려니 머리가 아련해지고 또 다리에 소름이 돋아오는 것이 .. 우리집 거실복도를 못 지나갈것 같으다. 엥... 이 리뷰를 낮에 적을것을 후회막심..이다..
여하튼... 난... 이 두꺼운 책을 정말 아이를 재워가며 단숨에 읽었으며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정도로 책속에 깊이 빠졌다...그렇다고 해서 그정도로 잔혹하거나..포악하게 묘사된 부분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묘한 비주얼이 눈앞에 펼쳐지도록 아주 잘 쓰여진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사건의 결말을 말하면..절대.. 안되므로.. 여기서 총총..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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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 소설인 '김내성'작가님의 '마인'을 만나게 되어 너무 영광이었고 어렸을 적 거의 추리소설에 심취해 공부보다도 추리소설을 먼저 보던 저였기에 성인이 되고는 그 추리소설을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을 잃고 있다가 이 책을 선물로 받고 너무나 기뻤네요. 하지만, 읽으려고 했더니 솔직히 책을 보는 순간 너무 두껍다는 생각에 과연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쓴 작품인데 그 당시 상황으로 봐서 과연 제대로 된 작품일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던지라 그런 맘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네요. 그런데 읽는 내내 그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고 그 작품의 글체에 너무나 놀라웠고 정말 '김내성'이라는 작가분은 천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보면서 원체 추리를 좋아해서 영화와 드라마 책들을 거의 섭렵한 나에게 중간마다 범인을 짐작해 내기는 쉬웠지만 그 내용이 탄탄하게 이어지는 부분이라거나 반전의 반전이 거듭 대는 부분은 정말 최고였네요.
무엇보다도 현대에 와서 쓰인 것이 아닌 1930년대에 쓰였다는 생각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작가님의 노련한 글솜씨는 정말 감탄밖에 할 수 없었고 그 당시 미디어가 없는 서민들을 배려하는 친절한 설명들까지 그대로 살려내서 써놓은 글들이 단연 돋보였고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부분은 정말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속에 들어가서 그때의 상황을 보면서 빨리 범인이 잡히기만을 바라는 한 시민이 된 듯한 모습으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얼마나 가슴이 초조했는지 정말 주부이다 보니 바쁘고 피곤해서 편하게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정말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눈을 비비면서 정말 어렸을 적 추리소설에 광분해서 읽었던 모습처럼 너무나 푹 빠져서 며칠을 보냈네요. 정말 1930년대 작품이 별 볼일 있겠어라는 저의 생각을 너무나 부끄럽게 만들어 버렸고 제가 읽었던 외국 추리소설보다도 어찌 보면 더 나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아직도 유불란, 주은몽, 오상억의 모습들이 살아서 제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세계로 빨리 복귀해야 되는데 이 감흥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만나서 너무 감사드리고 천재작가님의 글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영광스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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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의 정밀하고 과학적인 본격 추리소설에 길들여진 매니아들 중엔 이 책에 대해 실망을 나타내는 분들도 있는 듯하지만, 해설을 쓴 정혜영 교수의 표현대로 이 소설이 씌여진 시대적 상황, 문학적 배경 등을 감안한다면 기적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 작품의 가치는 분명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듯하다.
나는 탐정소설의 마니아는 아니지만, 작품을 읽어 가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 추리를 하여 보았지만, 대부분 빗나가고 말았다.
공작부인 주은몽이 범인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어릿광대로 변장한 이는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홍서방의 벙어리 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서방의 벙어리 딸은 곡예단에서 지내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곡예단과 어릿광대가 어딘가 관련이 있으리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은몽과 벙어리 딸이 공범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상억 변호사와 홍서방의 뒤를 쫒아가서 홍서방을 죽이고 오변호사에게 총을 쏜 인물도 바로 벙어리 딸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어설픈 추리는 완전히 빗나갔다. 이 또한 작가의 트릭이었을까.
그리고, 유불란이 죽은 은몽의 눈을 보고 흥분한 장면에선 은몽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로미오와 쥴리엣에 나오는 것처럼 은몽이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 같은 것을 먹고 죽은 척한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가사 상태에서 깨어나서 몰래 도망가려는 은몽 앞에 유불란이 짠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추리도 엉터리였다.
또, 백영호의 실종된 장남 백남철이 마지막 부분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 독립운동을 하러 중국에 갔다가 죽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탐정소설 마니아가 아닌 나에겐 이 작품은 꽤 흥미있고 재미있었다.
정혜영 교수가 작품해설에서 삼십년대의 금광개발 열풍, 일본의 중국침략에 대비한 만주개발, 민족사학 운영 등의 시대적 배경을 작품의 에피소드로 활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내 생각엔 한 가지를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경 박영태의 집에서 음독자살한 주은몽이 아버지 황세민(백문호)과 죽기 직전 기적적으로 만났을 때, 자신은 아직 처녀라고 말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삼십여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자신은 처녀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는 은몽의 모습은 아마도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유교적 문화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던 시대의 반영이 아닐까.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에 유불란은 임경부에게 탐정폐업을 선언하며 탐정의 혈관에는 피가 흘러서는 안 된다, 강철이 흘러야 된다고 말한다. 이 또한 정혜영 교수의 해설처럼 본격적인 탐정소설을 쓰기 어려운 당시의 문화적 토양, 탐정소설이라 해도 추리보다는 해설, 신파적인 요소가 섞이지 않으면 먹혀들기 힘든 당시의 문화적, 지적 배경하에서 더 이상 탐정소설을 쓰기 어렵게 된 작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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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문학의 시조인 김내성. 그에 대해선 오래 전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만 자세히 되어 있지도 않았고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월간에서 계간으로 바뀐 장르 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의 지난 호에 다뤄진 기사를 반갑게 맞이 했고 (아직 다 읽지는 않았다) 곧이어 그 유명했던 <마인>의 단행본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책이라면 추리 소설의 팬으로서도, 그리고 그 작품 자체로도 훌륭하다 하니 일반 독자로서도 꼭 읽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예상보다 훨씬 두툼한 분량의 이 책을 즐겁게 집어 들었다.
고등학생 때 대입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나라 근대 문학을 읽어갈 때도 낯선 어휘와 문체.. 다른 시대를 반영하는 여러 가지 이해안됨..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난 그 책들을 즐겁게 읽는 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우던 이해조니 누구니 하는 이들의 신소설부터, 우리 나라 문학사에 이름을 남겨 놓은 대작가들의 단편들을 난 너무 재미있게 읽어 내린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런 류의 서술 자체가 나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가 보다..
이 책 역시, 1939년 작품 답게 지금 우리가 쓰는 문체와 어휘와는 좀 다른 문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추리 소설로서는 결점이 될 수도 있게 끊임없이 화자가 독자와 대화를 하고, 여러 가지를 풀어주는 면이 많아 극적 긴장감을 많이 떨어뜨림에도 불구하고 난 큰 어려움 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해설에 의하면, 이러한 서술 방식은 추리 소설, 나아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문맹률이 아직 높아 많은 이들이 이해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작가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렇게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면서라도 독자를 끌어주며 써내려가야만 하는,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재미있고 신문 연재 소설 답게 어서 뒷 이야기를 읽고 싶도록 각 장마다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책이 나온지 70년이 흐르다 보니 추리 소설 팬으로서 많은 트릭의 작품들을 읽어, 이 책의 트릭 또한 금방 눈치는 챌 수 있어 추리 소설을 읽을 때의 그 긴장감은 중반 이후부터 덜했으나, 르블랑을 연상시키는 이름의 주인공 유불란 탐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계속되는 살인의 연속이 긴장감을 내려 놓게 하지는 않았다.
주인공들인 유불란, 주은몽, 오상억, 임경부 등등의 많은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가 뛰어나 각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은 비록 방식이 투박하여 약간은 촌스럽다 할지라도 작가인 김내성이 소설 창작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했음을 보여 주어 기분이 좋았다.. 일제 지배의 암울한 시대에도 우리 나라에 이런 추리 작가가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한계는 있었겠으나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여 마치 조선과 경성의 이름과 공간을 빌어 불특정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상정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책이 가진 한계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지닌 문학사적 가치와 어느 정도 갖춰진 문학적 완성도에 결정적인 흠이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책날개에 '근간'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내성의 단편집 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