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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대향로>라든가 고구려 고분벽화 서적 등의 책에서, 고대 한국의 미술품을 동시대 다른 지역의 미술과 비교할 때 '화상석'이 자주 언급된다. 이런 책들을 읽어보다가 자연스럽게 화상석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화상석 속의 신화와 역사>를 읽게 되었다.
화상석은 약 2천여년 전 고대 중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건축 구조물이다. 돌에 얕은 부조를 새긴 것인데, 무덤의 벽화나 건물의 기초구조 장식 등으로 주로 쓰였다. 얕은 부조라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아서 언뜻 보면 종이그림을 겹쳐놓은 것처럼 생긴 것이 조각 형태를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화상석의 형태와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화상석 형상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화상석의 표피만 더듬을 수 있을 따름이다. 화상석이 어떤 모습을 표현했는지, 그 표현이 당시 중국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비로소 화상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화상석이 다루는 테마는 실로 다종다양하다. 고대 중국 설화와 민간신앙이 오롯이 농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중국인이 생각한 우주의 모습, 각종 신과 신령들 등을 새긴 화상석을 보노라면, 중국 신화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그외에 미담으로 회자되는 역사적 사건, 존경받는 역사인물 등 교훈적 주제를 다룬 화상석도 많고, 일상생활이나 연회의 모습을 담은 유물도 여럿 있다. 화상석을 보면 중국 설화가 옛날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옛날 중국의 역사 인식은 어떠했는지, 나아가 당시 생활모습이 어떠했는지도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고대 이집트 벽화를 통해 고대 이집트의 생활상과 신앙 체계를 복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화상석 속의 신화와 역사>는 단순히 화상석 유물 사진을 나열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화상석이 다루는 테마가 어떤 것인지, 고대 중국과 오늘날 중국의 민간신앙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테마인지를 폭넓고 깊이있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해하기도 쉽고 글도 쉽게 썼기 때문에, 비단 화상석 분야에서뿐만이 아니라 중국 설화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고구려 벽화 등 다른 지역의 미술 문화재와 비교하는 대목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특히 고구려벽화가 동서남북 사신 등 중국 설화의 요소를 채용하면서, 고구려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변용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란 서로 교류하면서 발전하는 것이고, 외부의 요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고유 문화 발전의 주춧돌이 될 때가 종종 있는데, 화상석과 고구려 벽화 사이에서 이런 관계를 읽어낼 수 있어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