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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공원을 산책했다. 봄비 치고는 제법 비가 내렸었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은 떨어진 벚꽃잎과 바닥의 흙 등과 섞여 하수구로 '효율적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는 빗물이 더러운 하수가 되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이렇게 하수구로 유입된 빗물은 어디로 갈까? 폐쇄적이고 좁은 하수관을 길게 통과해서 결국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고, 정화해야 할 '오염물'로서 취급받으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처리된다. 이쯤에서 여름 장마철 또는 태풍이 온 시기를 떠올려 본다. 짧은 시간에 폭우가 내린다면, 이 하수처리 시설은 단기간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오염물'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까? 마침 공원 입구 길에 하수관 정비 공사중 표지판이 있다. "상습침수 지역"과 관련한 공사라는 안내가 있다. 제법 고지대인데, 왜 침수가 일어나지? 공사는 결국 하수 처리 시설의 규모를 늘리는 공사인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비가 내린다면.. 또 도로를 뜯어내서 하수관 크기를 늘려야 하는건지? 작년 여름 서울 강남에서의 홍수 사태가 떠오른다. 일명 '오세이돈' 사태. 홍수라는 자연적 현상을 인공적으로 무조건 막으려고, 처리하려고만 하니까 생겨난 일이 아닐까?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은 없을지..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현상인 빗물, 하수처리, 물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먼저 빗물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빗물이 더럽고 산성이 강하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빗물은 태양에 의해 증발한 증류수이기 때문에(p.13), 원래는 깨끗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더럽다고 느낄까? 바로 바닥에 떨어져서 오염물질이 섞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마시자! 그리고 빗물은 산성비이기 때문에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것도 지나친 편견이라고 한다. 막상 빗물 맞아서 대머리가 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문 제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원래 깨끗한 빗물의 산성도는 5.6이며 비가 내린 뒤 약 20분 정도 지나면 산성도는 훨씬 약해지기(p.18)때문에 빗물을 쓴다 할때 내리는 빗물을 모아둔 다음에 쓰면 된다(p.19) 고 말하고 있다. 화장실 물, 또는 꽃밭에서 쓰는 물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음용수로 정 불안하면 끓여 먹으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빗물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대기가 오염되고 산성비가 심각하다면,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걱정해야 할텐데.. 그것도 아니었으니 저자의 주장이 수긍은 간다. 실제로 과거 상수도가 보급이 안되어 있던 시골에서는 빗물을 받아서 썼다고 하니.. 그럼 이렇게 빗물을 실제로 받아 쓰는 사람들도 있을까? 실제로 서울대학교 기숙사, 건대앞 스타시티, 관악구청 등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상수도 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했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비오는 소리가 돈 내리는 소리(p.86)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빗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쉽게 설명해준다. 홍수, 가뭄, 하천의 건천화의 3가지 문제(p.32~)는 모두 물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얼핏 생각하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빗물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면, 이 세가지 문제들의 해결책이 통합되면서 실마리가 보인다. 비가 내리면 그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고, 지하수가 되어 천천히 강물로 유입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 도시공간에서는 그것이 일어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인공적인 도시 피복 때문이다. 비가 오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강물로 들어가기 때문에 홍수가 잘 난다. 게다가,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서 지하수가 고갈되어 가뭄이 생기고, 하천으로 흘러드는 지하수도 줄어서 평소에 하천이 건천화되는 것이다. 즉, 도시공간은 자연적인 수문 순환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히딩크의 멀티플레이어 전략처럼 수자원 관리를 하자고 한다.(p.113~) 도시든 농촌이든 가능한 모든 곳에 빗물 모으기 시설을 만들어 두고 비가 많이 올 때 모아둔 다음, 빗물로 지하수를 보충하여 마른 하천에 물을 흐르게 하고, 도시열섬 현상도 방지하고, 불을 끌때도 쓸 수 있으며, 생활용수는 물론 먹는 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p.115)는 것이다. 그리고 과자에 구멍을 여러 개 뚧듯이 모든 이들이 각자 지하로 물을 내려보내면 여러 수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하천 건천화 대목을 읽다보면, 청계천 '복원' 사업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하수가 풍부하다면, 평수시에 도시의 말라가는 하천에 '단비'가 될 수 있겠지만, 청계천은 지하수의 유출을 콘크리트로 차단해 버리고 한강물을 멀리서 끌어 오는 '복원'을 했다. 하지만 청계천 사업이 성공(?)적으로 여겨지면서, 이렇게 도시의 생태하천 복원이 거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도심공원적 측면이 아닌, 생태하천적 측면에서는 청계천 사업은 결코 모범사례가 아니다. 자연적 수문순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강물을 인공적으로 끌어쓴 인공하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지자체에서는 청계천에서의 사업 방법을 그대로 적용시켜, 세금도 낭비하고 생태하천으로의 복원 목적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빗물 투수를 통한 지하수라는 싼 하천 유지용수를 놔두고, 멀리서 물을 비싼 비용을 들여 끌어오는 것이다. 댐 부분도 느끼는 점이 많았다. 저자는 대형건설을 통해 지었지만 비효율적인 댐, 하천 물길, 빗물펌프장 등을 큰 솥에 밥을 지어먹넌 신혼부부(p.116) 에 비유한다.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라서 이러한 대형건설을 통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수자원공사나 각종 건설회사에서는 주장하지만, 물부족 국가가 아닌것은 당연히 아닐뿐더러 굳이 이러한 대형 건설로 해결할 필요가 없다. 곳곳에 빗물받이 시설을 설치하고, 사용 후 지하로 흘려 보내면 홍수, 가뭄, 건천화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엄청난 비용을 통해 진행한 '4대강 사업'은 일부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정치논리를 떠나서, 환경적으로도 그러한 대형 치수사업은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치수는 커녕 더 큰 재앙을 예고하면서 말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우리 모두의 삶이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발달의 '방향'이 바람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향을 고민하고 설정하는 것은 과학만으로는 안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자연을 인간발달에 필요한 도구로만 그저 바라보고 당장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근시안적인 해결책만 내어서는 안된다. 자연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연 속에서 인간이 지속 가능하면서도 바람직하게 살아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철학적 성찰이고, 패러다임적 변화이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기존의 물 관련 고정관념을 탈피해서, 빗물과 수자원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패러다임적 변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공학적, 과학적 영역의 어렵게 갈 수도 있는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쉽고 편안한 문체로 책을 썼다. 학생이나 일반 대중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00년 제2차 세계 물포럼에서 선언문으로 채택했다는 구호문은 Water is everybody's business (p.136) 라고 한다. 물 문제는 정말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