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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청소년'+'철학'+'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이 세 가지를 한 권의 책에 이렇게 잘 녹여냈다니 대단하다. 깊이 이해한 사람일수록 잘 가르쳐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푸코 철학에 관심은 많았지만 두껍고 어려워 보였던 저작들에 손 델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듯 느껴졌던 푸코 철학의 맥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디딤돌에서 나오고 있는 '청소년 철학 소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생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감시와 처벌"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의 철학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소설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난독증이 있는 주인공은 비정상인으로 분류되어 언더그라운드에 감금되어 사회 생활에 적합한 '정상인'이 되기 위한 특별 교육을 받게 된다. 역시 동성애자이자 비정상인 취급을 받던 형과 함께 언더그라운드의 부조리와 싸우는 내용이다.
수재였던 형은 광기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던 차에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중세까지 광인은 적어도 하늘의 소리를 전해주는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배에 태워 여기 저기로 떠돌아다니게 했다. 이성이 인간이 가져야할 필수적 요소가 되고, 이성을 가졌느냐가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된 근대 이후 광인은 감금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는 많은 재정을 들여 지은 '구빈원(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든 시설)'에 광인을 감금하고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치료법을 자행했다. '이성'을 가진 '정상인'들에게 광인을 '전시'함으로써 '정상인'들로 하여금 '나는 광인이 아닌 합리적인 인간'임을 안도하도록 했다. 이러한 전시는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근대가 가졌던 가장 큰 문제점은 불연속과 단절이었다. 우리와 함께 살던 광인은 철저하게 분리되었고 하나의 질병으로 여겨졌다.
'말과 사물'에 대한 그의 철학에서 '에피스테메'라는 단어를 기억할만하다. 에피스테메란 한 사회 안에서 이상으로 여겨지는 기준이고 인식의 질서, 사물의 질서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유사성'이, 고전주의 시대에는 동일성과 차이에 따른 '표상'이, 근대에는 객관적 '실체'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에피스테메라 할 수 있다. 에피스테메는 담론으로 이어지고 담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된다. 근대는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이므로 지식이 권력이 된다. 근대에 광인을 비정상인으로 '분류'한 것도 담론에 의해 가능했다.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옥 파놉티콘은 효율적인 감시와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도 이 감옥의 존재 의의는 크다며 소설 중 등장인물 '제레미'는 뿌듯해한다. 근면이 최고의 덕목 중 하나였던 근대에 감옥 뿐 아니라 공장, 학교, 군대 등 사회의 그 어떤 분야에서도 이러한 감시의 장치는 유용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감시와 통제의 장치가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는 주인공과 형처럼 파놉티콘이 가진 허점 또한 알고 있다. 그러한 허점을 역이용한다면 사회의 부조리한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권력을 감시할 수도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시대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아야만 그 시스템을 역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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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푸코는 정신의학과 감옥의 체계 비판에 대한 담론을 이끌었던 프랑스의 철학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철학서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하면 철학서라기보다는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왜냐 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듯 시공간의 틈새를 이용하여 현대와 중세 유럽시대를 왔다갔다한다. 유럽 중세시대를 거니는 주인공을 머릿속에 그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주인공의 친구가 되어 주인공과 함께 19세기 정신병원과 감옥 속을 구경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어가노라면 ‘광인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비롯하여 이 소설의 곳곳에서 푸코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게 쉽고 재미있게 글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상적으로 무거운 철학자 푸코를 이 책에서는 장수풍뎅이에게 붙여준 이름으로, 그것도 ‘푸른 코뿔소’, ‘푸른 코끼리’ 그것도 모자라 ‘푸짐한 코딱지’를 줄여서 만든 이름이라는 둥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기려 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시랍’, ‘광인들의 배’, ‘구빈원’ 및 ‘파놉티콘’ 등에 대해서도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이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미셀 푸코의 철학사상을 마치 소설 읽듯이 들여다보는 흥미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