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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할린의 연출이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깎아내리고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한해서라면 존 맥티어난에 별로 떨어지지 않는 경쾌한 터치가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바로 총격전과 육박전부터 벌이는 서두도 그렇고, 재앙에 가까운 눈발이 휘날리는 공항을 거대하면서도 부지런한 앵글로 남김 없이 다이내믹하게 잡은 솜씨만 봐도 그렇다. 매클레인 경사는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눈빛과 손발놀림(그리고 유명한 그 '혀'까지)을 보여 주며, 주변 인물들도 혐조자이건 방해꾼이건 그 독기와 재치 면에서 전혀 지려 들지 않는다. 이 연작이 신개념이라 평가 받은 배경에는 단순한 컨셉 전환이 전부가 아니라, 이처럼 영화의 본질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 하나하나 진지한 개조, 개선의 고민이 기울여진 이유가 매우 크다. '다이 하드(영화 제목을 떠나 이전부터 있던 idiom이다)'라고 하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 몸으로 때우는 분투의 마인드가 이미 내장되어 있는 개념이겠다. 전편에서 매클레인 경사의 개성 형성에 있어 이 점은 특히 강조되지는 않았는데, 이 2편에서는 반(反) 테크놀로지 유머 코드가 곳곳에 심어져 부각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고, 2007년에 제작된 4편과의 연계 접점 하나를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4편은 아예 주제부터가 이쪽이다). '다이 하드'도 그렇고, 비슷한 시기(까지는 아니겠다. 5년 차이가 나니)에 개봉한 '코만도'의 제목에 쓰인 그 단어도 그렇고, 본디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전쟁'류에 last resort로 동원되는 물리력 만빵의 용병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1980년대의 시대, 정치적 분위기가 대중문화 종사자들에게 주었던 압박은 실로 견디기 어려웠던 류였는지,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영상적, 혹은 픽션상의 레지스탕스를 다름 아닌 이 적대적 상징(용병)을 통해 대중에게 계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에스페란사 장군(프랑코 네로 분)이 대변하는 이 흘러간, 혹은 빨리 흘러가야 할 썩은 시대에의 조사는, 이처럼 액션 장르에서도 예외 없이 낭송되고 있고, 우리가 사후적으로 배우고 있는 바처럼 현대 리버럴리즘의 추세적 승리는, 결국 이처럼 '람보를 매클레인이 압도, 대체하는 흥행사의 기록'으로부터도 일찌감치 예고되었다면 지나친 확장 해석일까? 다만 레니 할린의 한계가 언제나 그렇듯, 시대가 많이 지난 후 다시 관람하는 영화에서 특히 여성상에 대한 뚜렷한 인식의 후진성은 안타깝게도 가릴 길이 없다. 의욕적이긴 하나 성과를 잘 내지 못하고 어딘가 좀 지능이 부족하게까지 보이는 방송인 샘 콜먼(쉴라 매카시 분)이나, 매클레인에게 얼척 없는 작업을 걸다 가벼운 무안을 당하는 프런트 걸의 모습을 보면, 감독이 이 당시 커리어우먼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어느 레벨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감이 온다. 이는 연작 '다이 하드'가, 그 주인공 캐릭터의 본질적 마초성을 유머와 풍자의 요소로 어느 정도나 그 희석에 성공했는지와 trade-off 관계에 놓이는데, 사실 이 2편은 액션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 해학의 구현 면에서는 연작 중 가장 미흡한 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