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이 독특해서 미술학원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고른 책이다. 4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고루 보여주었는데, 5-7세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약간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의 세계와 이 그림책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접힌 부분의 책을 펼치면 상황을 뒤집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신기해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만만한 돌멩이가 만만한 돼지로 변신한 장면 하나하나의 돼지 모양이 이만저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길고 날씬한 돼지의 등장, 많고 많은 돼지의 등장에 환호하는 아이도 있었다.
글밥이 없어서 읽어 주기 아쉬운 책이라 생각했는데, 글밥이 적어서 오히려 할 얘기가 많은 책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깨주는 책이었다. 어려운 장면 한 두개를 제외하면 쉽고 즐거운 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니 이 책에 대해 거의 이해를 하는 듯했다. 아이들 보는 그림책이 이렇게 쉽고 철학적일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돼지 따라 그리기를 했는데, 역시 유치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이 책의 상대성이랄까 하는 어려운 의미를 쉬운 그림스타일로 보여준 듯 하다. |
|
‘돼지 안 돼지’ 사실 내가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건 좀 뜻밖의 이유에서였다. 요즘 들어 부쩍 동생에게 “이러면 돼? 안 돼?” 하고 잔소리(?)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때때로 실수한 일에 대해서도 “안 돼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게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돼지 안 돼지’라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가 자주 하는 ‘안 돼지’라는 말에 신경이 쓰이던 차에 마침 이 책의 제목이 비수처럼 꽂힌(?) 것이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는’,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아이들이 그 답 안에서 살아가기만을 바랐던 나에게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사실 ‘미리보기’와 ‘상세이미지’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책소개’와 ‘출판사리뷰’를 통해 내가 처음 생각했던 ‘된다’ ‘안 된다’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구매를 결심하게 된 것은 ‘한 가지 물음에는 한 가지 답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답이 있다는 얘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이다. 사실 처음에는 다섯 살 큰아이나 세 살 둘째에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아이들이 깜짝깜짝 놀라며 너무 재미있어했다. 주말에 놀러온 열 살 조카의 반응은 훨씬 더 뜨거웠다. 동생들 반응을 재미있어 하며 반복해서 읽어주더니 나중에는 혼자서 다시 보면서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조용한 시간에 나도 천천히 다시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와는 동떨어진 주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의 생각에도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져준... 아이들이 보기에는 흥미롭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철학적인... 4-7세에게 뿐 아니라 훨씬 더 폭넓은 연령대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
표지를 보았을 때 처음에는 이게 무슨 책일까? 하고 궁금증에 펼쳐 보았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평소 많이 접하는 이야기 형태의 그림책도 아니면서 있다. 없다. 짧다. 길다. 등 툭 툭 던지는 한 마디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생각의 전환과 반전, 앞인 줄 알았는데 뒤일 수도 있고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 수도 있고 이 심오한 철학을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그림책에 담을 수 있다니 이 작가의 사고의 깊이를 어디까지이며 그림책이란 분야의 확장성은 과연 어느 영역에까지는 와 닿을 수 있는 걸까? 우리 아이들은 훌륭한(?) 엄마 덕택에 어렸을 때부터 이런 창의적 발상의 그림책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