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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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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의 환경론의 기본 입장을 설명하고 문학의 미학적 구조는 영원불변하지만 그와 같은 구조에 이르게 하는 매개체인 환경은 바뀌기 때문에 작가는 이 환경에 대한 앎이 있어야 하며, 그러나 그 지식 자체는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익힌 다음에는 그것을 노래로 바꾸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끝맺었다.(11~12쪽) 60년대를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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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의 환경론의 기본 입장을 설명하고 문학의 미학적 구조는 영원불변하지만 그와 같은 구조에 이르게 하는 매개체인 환경은 바뀌기 때문에 작가는 이 환경에 대한 앎이 있어야 하며, 그러나 그 지식 자체는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익힌 다음에는 그것을 노래로 바꾸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끝맺었다.(11~12쪽)

 

60년대를 마감하는 문학 강연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작가의 문학론, 작가론을 이야기하기 위한 설정일 것이다. 1976년 12월 초판 1쇄가 발행된 이 책은 1969년 동짓달에서 1972년 5월까지를 담고 있다. 제목에서 이미 말하고 있듯 구보라는 소설가의 일일을 15장에 걸쳐 전하며 각 장마다 구보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일상에 대한 구보의 사유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다른 누구가 아닌 소설가인 구보의 사유이다. 바삐 강연을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며 전차와 자동차에 대한 구보의 생각을 말하는 식으로 그의 일상 전반에 걸친 사유이며 소설가이기에 갖는 고뇌이다.

69년이 끝나는 때의 구보는 '한 월남 피난민으로서 서른다섯 살이며, 홀아비고, 십 년의 경력을 가진 소설가'(17쪽)이다. 십 년이라는 시간은 문학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강연을 하고, 출판기념회에 초대되고, 공모전의 심사를 맡고, 문학인을 친구로 두고, 시인의 결혼식에 가고, 잡지사 설문조사에 응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소설가라는 신분의 자기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구보의 이야기는 작가 최인훈의 고백으로 느껴졌다. 구보의 사유는 복잡하고 일상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진다. 창경원의 학인지 두루민지를 보다가 한국사에 대한 인식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한국땅에 몸담고 있는 바에는 한국사는 내 개인사이기도 할 수밖에 없지.'(45쪽) 역사와 나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의식은 자유분방하게 널을 뛰지만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박태원의 그것에서 시작되었 듯 고뇌의 한 가운데는 작가와 역사, 현실, 환경, 정의, 진리를 천착하고 있다.

 

구보씨는 정의를 씩씩한 것이거나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외마디 소리 같은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지키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을까 봐 소스라쳐 지르는 소리 같은 것으로 느낀다. 정의를 이렇게 느낀다는 처지가 괴롭다고 구보씨는 생각한다. 구보씨는 좋아하는 대로 된다면 정의라는 것은 에어컨디셔너 같은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덜 더함이 있으면 스스로 조절하는 그런 종류의 기계들같이 말이다. 에어컨디셔너에 고장이 있을 때마다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피가 흘러야 한다는 것은,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것보다 더 희한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실은 그런 것이었다.(59쪽)

 

옛날 국민학교 시절에, 일본 왕의 '칙어'라는 것을 교감선생이 까만 상자에 넣어 흰 장갑 낀 손으로 받쳐들고 나와서 교장선생에게 전하면, 교장은 역시 흰 장갑 낀 손으로 상자를 열고 그 속에서 칙어를 꺼내 읽는 것을 보았을 때, 구보씨의 가련한 정신은 '진리'라는 것은 그런 상자 속에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 이후 구보씨가 겪은 '진리'는 모두 그 비슷한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구보씨는 진리란 것이 어디에 있는 줄로 알고 찾아다니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인생의 반허리까지 살고 보니 진리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며 더 바르게 말하면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끔 되었다.(217쪽)

 

문학에서 '현실'이나 '사회'가 문제 될 때에는 반드시 그런 의미에서 다루어져야 해. '말'이란 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 사람이 만들어낸 날개, 화살, 그런 게 아닌가. 현실의 지평선을 넘어서 화살이 날아가면 거기서 말은 빛이 되지. 어떤 소설이건 현실을 반영했대서 아름다워지지는 않아. 현실이 끝나는 지평선에 어떤 빛, 해돋이나 지는 해가 지평선을 물들이는 것처럼 현실에 어떤 후광을 뿜게 했을 때 비로소 '현실'은 운명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이럴 것 같은데.(224쪽)

 

소설이라면 알다시피 세상살이 이야기 한 꼭지를 지어내서 세상 이치를 밝혀내고 인물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다. ...... (319쪽)

 

최인훈의 구보는 박태원의 구보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제 강점기의 일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시기의 작가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자기가 쓴 글을 다시 보기가 요즈음 구보씨는 두려웠다. 농군처럼 투박한 데, 생선 가시처럼 걸리는 대문, 겁먹은 똥개처럼 눈치보는 구석, 거지처럼 비럭질하는 심보, 이런 것들이 너무나 잘 보이기 때문이다.(234쪽)' 현재의 구보는 유신(1972년 10월)의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에 있다. 밤을 그리지 못하는 작품이란 말로 통금이 있는 시대를 비꼬기도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를 들어야 하는 것을 탓하지만 그(구보) 역시 역사의 서슬 아래 두루뭉실해지고 비겁해지는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제 강점기의 작가들에 대해서도 그런 면으로 이해하는 것같다.

소설가 구보의 고뇌는 치열하다. 구보가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고뇌를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구보는 무엇이었더라도 이러한 고뇌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뇌가 그를 소설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정의에 대한 그의 정의가 내 뇌리에 박혀든다. "지키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을까봐 소스라쳐 지르는 소리 같은 것"

 

 

o********o 2019.11.30.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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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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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의 원작을 빌려와, 근대화가 한창인 1970년대 서울을 배회하는 소설가의 하루를 그린다. 주인공은 어떤 뚜렷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저 다방, 거리, 전차를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자본주의로 재편되는 도시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분석하고 비판할 뿐이다. 행동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는 지식인의 한계와 겉도는 현실을 과장된 갈등 없이 플롯의 흐름 자체로 덤덤하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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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의 원작을 빌려와, 근대화가 한창인 1970년대 서울을 배회하는 소설가의 하루를 그린다. 주인공은 어떤 뚜렷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저 다방, 거리, 전차를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자본주의로 재편되는 도시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분석하고 비판할 뿐이다. 행동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는 지식인의 한계와 겉도는 현실을 과장된 갈등 없이 플롯의 흐름 자체로 덤덤하게 보여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6.03.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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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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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의 이북에서 내려온 소설가 구보씨17 하루하루 구보씨의 나날을 잔잔하게 풀어간다19 큰 클라이막스 없이 다소 평범한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그리고 그와 마주치는 그의 지인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소설가 구보씨를 통하여 묘사되고있는 당시의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대부분의 구보씨의 사상, 생각, 그리고 약간의 몽상이 주를 이루는데 이 또한 지루하거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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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의 이북에서 내려온 소설가 구보씨17

하루하루 구보씨의 나날을 잔잔하게 풀어간다19

큰 클라이막스 없이 다소 평범한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그리고 그와 마주치는 그의 지인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소설가 구보씨를 통하여 묘사되고있는 당시의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대부분의 구보씨의 사상, 생각, 그리고 약간의 몽상이 주를 이루는데

이 또한 지루하거나 피로하지 않고 마치 고즈넉한 도시를 산책하는 느낌으로 술술 읽힌다.

v********1 2022.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