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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지인께서 '<아즈망가 대왕>의 은근한 힐링 효과'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것은 일견 여고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는 척 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이 굉장한 판타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미성년과 성인의 경계에서 가장 치열할 수도 있는 고교시절을 다루면서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굳이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체계가 비슷한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대개 겪었을 만한 고교시절인지라 감정을 대입하기 쉽지만, 정작 입시 같이 실제로는 피비린내 물씬 풍길만한 시기에서조차도 적당한 무게를 나누어 실으면서 또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4권(기존판 기준)의 1월 두번째 파트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유카리가 혼자 교무실에 앉아 차를 홀짝이면서 '토모, 오사카, 카구라 모두 다 합격이라...'라고 중얼거리며 혼자 핫핫 웃다가 잠시 후 '이상하네'라고 멍한 표정을 짓는 건 작가도 그런 사실을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모르긴해도 고교시절의 좋았던 추억, 이런 고교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바람 같은 게 적당히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달달하지만도 않고 살짝 짠한 구석 또한 있기 때문에 한층 더 매력적이기도 하고. 이 '신장판'은 원래 네 권으로 구성된 기존판을 학년별로 한권씩 다시 엮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작가인 아즈마 키요히코는 <아즈망가 대왕>을 거치면서 근작인 <요츠바랑!>을 통해 그림체나 연출 면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을 한번 완성시켰다고 보는데, <아즈망가 대왕>은 그 과정에서 어쩌면 과도기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처음과 마지막의 편차도 제법 있기 때문인지, 신장판을 내면서 상당부분 다시 손을 대는 큰 작업을 거쳤다. 연재만화를 단행본으로 내거나 예전 작품을 다시 내면서 부분부분 수정을 가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아즈망가 대왕> 신장판은 그 양이 매우 많은지라 특기할 만 하다. 특히 1학년 시기를 다룬 신장판 1권은 일일이 언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손을 많이 댔다.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그림만 새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에 따라 부분적으로 컷이 완전히 바뀐 것도 있고 아예 빠지거나 새로 들어간 것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오가 좀 갈릴 것 같은데, 기존판과 비교해서 일장일단이 있으며 한편으론 그 때문에 기존판과 신장판 모두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컬렉터로써의 핑계도 마련된 셈이다. 각 에피소드의 수정과 가감에 더해, 매 권마다 '보충수업'이라는 형식의 완전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두 챕터씩 더 수록되었으니 <아즈망가 대왕>의 팬이라면 사실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굳이 따지고 보자면 초기의 그림체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이미 완벽하게 캐릭터가 잡혀 있기 때문인지 묘하게 위화감 없이 잘 맞물려 있는 것도 꽤 흥미롭다. 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형식적인 면이나 디자인적인 센스도 <아즈망가 대왕>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학년별로 1명(오사카), 2명(치요, 사카키), 3명(카구라, 토모, 요미)을 표지에 둔 직관적인 배치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극도로 단순화된 그림체는 <요츠바랑!>을 거치면서 정립되어 온 작가의 최근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4컷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아즈망가 대왕>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1권 띠지에 적힌 '21세기의 4컷 만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데 정작 맛 자체는 밋밋해서 물 한잔 마시고 나면 혀끝에 맛조차 남지 않지만 불현듯 한번씩 못견디게 먹고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게 만드는 음식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원래 그런 음식은 잘 안 질리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