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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미술과 그 시대사적, 미술사적 의의를 쉽게 전해주고 있는 만화이다. 예술사를 최초로 기술했다는 평가를 받는 바사리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실제 화가들의 그림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본따 등장인물을 그려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사보나놀라와 마키아벨리의 경우, 정말 인물의 개성을 잘 표현해서 무릎을 치며 웃었다. 실제 작품 사진과 저자의 그림을 섞어서 만화 구성의 장점을 잘 살려 설명했다고나할까.
마사초의 원근법이라든가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 등 전공자 아닌 일반독자에게는익숙치 않은 개념을 풀이해서 왜 그 작품이 미술사에서 중요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당시 로렌초 일 마니피코 등 메디치 가의 인물들과 더불어 피렌체의 정치적 상황을 역사속에서 작품, 작가와 더불어 논해주고 있어서 이분야 입문서로 딱 좋은 책이다.
단점은, 실제 에피소드를 만화식으로 웃기게 처리해 버려서 초심자의 경우 이 부분이 실제 사실인지 저자의 부드러운 진행을 위한 허구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 예를 들어 위대한 로렌초의 아들 피에로가 미켈안젤로(저자는 미카엘 천사의 의미를 살려, 또 서구의 통용 발음을 살려 미켈란젤로를 미켈안젤로로 표기하고 있음)의 진가를 몰라보고 그에게 눈사람을 만들라고 하며 웃는 대목 등등.
바이외 태피스트리의 그림체를 본따 그린 <십자군 이야기>와 중국 고대 화상석의 그림을 본따 그린 <한나라 이야기>의 경우보다 그림체의 매력은 덜하다. 하지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기본으로 읽고나서 바사리의 책과 피렌체 역사를 읽으면 딱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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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읽으라고 하면 어려울 듯하다. 물론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선후를 따지기 힘든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내 생각으로는 세계사의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 뒤에 이 책을 보면 훨씬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내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하는 말이고, 어쩌면 거꾸로 이 책을 먼저 본 뒤에 르네상스의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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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책을 읽다 보면 꼭 언급되는 책이 한 권 있다. 조르즈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이 그것이다. 항상 궁금했지만, 읽을 엄두가 안 나 - 우리나라에 번역이 됐나? - 미뤄 왔는 데, 이번에 김태권 씨의 만화로 나왔다. 책도 궁금하고, 더구나 김태권이라는 만화가가 그렸다고 하니, 그 궁금증은 더했다. 이런 경우를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이라고 말하나? 읽을 싶을 책을 만화로 그것도 좋아하던 만화가의 그림으로 읽으니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원전을 만화로 번역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주석을 달고, 재해석 하고, 서로 다른 미술과 만화라는 미디어를 융합시켜 놓았다. 전에도 이런 그림이 있었는데, 그 책은 오히려 두 미디어의 융합 과정에서 독자를 혼란시키는 면이 있었으나, 이 책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한 것 같다. 핵심만 다루는 단순화를 통해 깔끔한 정리가 되엇는지도 모르겠다.
주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로렌초 가문을 중심으로, 로렌초 가문이 후원하는 미술가들이나 그 주변 미술가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에서 시작했고, 더구나 이탈리아 중에서도 피렌체라는 도시를 중심에 놓다보니, 당대 미술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그 이야기를 미술가와 미술가의 라이벌 구도를 중심으로 놓기 때문에, 그 흥미는 더한다. 만화가의 역량이 미치는 영향인가 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원전이 가진 지루함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한 것 같은데, 각 미술가들을 특정한 관점으로 다루다 보니, 미술가들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원전이 워낙 중요한 책이다 보니 많은 책에서 다루어져 그런가, 읽다 보면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도 아쉽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교양 수준에서 미술책을 접하는 독자들이 보통 갖는 문제인데, 미적인 관심으로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접한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불만 없는 책이 어디 있겠는가? 다 떠나서,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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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대해 마지않던 김태권 작가의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를 봤다. 작가 연보를 보니 원래 만화전공이 아니라 미학 전공이었노라는 글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대학 졸업 즈음해서 만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하고, 사물을 보는 내공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미 <십자군 이야기>와 최근에 읽은 <어린왕자의 귀환>을 통해 김태권 작가의 비범함을 알아채고는 있었지만 그리스어와 라틴어에까지 통달해서 이번에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중세 암흑기를 지나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예술로 돌아가자는 문예부흥 운동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가 책의 중심무대이다. 영웅사관은 이제 식상하지만 어쨌든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 중에는 누구나 다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 이 천재 삼총사가 있다. 김태권 작가는 책에서 미켈안젤로라고 표기를 하는데 난 굳이 미켈란젤로라고 쓰겠다. 내 맘이니까. 최근 어찌 하다 보니 르네상스 시대를 다룬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들이 김태권 작가의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를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 읽은 <마키아벨리의 눈물>,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의 <르네상스의 여인들>, 작년에 읽었던 <체사레 보르자> 그리고 일전에 본 역시 체사레 보르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르히아>가 특히 도움이 됐다. 김태권 작가는 500년 전의 시간여행에 역시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자 건축가 그리고 미술사가로 <미술가 열전>를 저술한 조르지오 바사리라는 인물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이용한다. 근대미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투시원근법의 창시자라 불리는 마사초가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그린 <삼위일체>는 1차원에 3차원의 재구성이라는 획기적인 기법을 선보인다. 1401년 피렌체 세례당의 청동문 프로젝트를 두고 당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의 라이벌전을 필두로 해서 도나텔로, 보티첼리 그리고 미켈란젤로에 이르는 천재들의 행진들이 이어진다. 한편 금융업을 통해 막대한 재력을 확보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정치경제적으로 피렌체를 지배하면서 르네상스 부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게 되는 예술가들과 인문학자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메디치 가문의 최고 절정기를 구가했던 로렌초 데 메디치(일 마니피코로도 알려진)는 소년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싹수를 미리 알아보고 그에게 금전적 지원과 더불어 학문적 소양을 기르게 한다. 한편 피렌체 공화국의 번영을 시기한 로마교황과 나폴리 왕국의 침공으로 피렌체는 한 때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일 마니피코의 활약으로 공화국의 주권을 지키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비로소 피렌체에 예술지상주의가 그 찬란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김태권 작가는 훗날 미켈란젤로가 조각하게 되는 <다비드>상에 이런 당시의 시대상과 정치적인 개연성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책의 후반부로 들어가면서도 르네상스의 두 천재들인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회화의 대가인 레오나르도보다 조각가로서의 미켈란젤로를 더 좋아하는데, 르네상스의 명탐정 바사리 역시 미켈란젤로의 손을 들어준다. 책에 소개된 여러 작품 중에서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바로 미켈란젤로가 24살에(1499년) 조각했다는 <피에타>였다. 그 젊은 나이에 자신의 작품이라는걸 인정하지 않을까봐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작품에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실제로 산피에트로 성당에서 피에타상을 대면했을 때의 그 감동이란 정말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육신의 아들의 죽음에 대해 비통해 하는 어머니의 슬픔이 절절히 묻어 나오는 지상최고의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한편, 죽은 예수 그리스도보다 성모 마리아가 더 젊어 보이는 사실에 대해, ‘영원히 슬기로운 젊음’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덧붙여서 성삼위일체라는 신학적 논리에 기반해서 어머니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딸이기도 한 성모 마리아의 재현이라고 해야할까. 1972년 5월 21일 헝가리 출신의 지질학자 라슬로 토트가 “내가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다”라고 외치면서 망치로 피에타상을 공격했다고 한다. 바티칸의 천재적인 문화재 복원팀들이 피에타상을 감쪽같이 복원해낸 후로,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다. 바티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레플리카가 전 세계에 딱 7점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점이 우리나라 분당 성요한성당에 있단다.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예전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체험하러 가봐야겠다. 이렇게 미켈란젤로가 남성적인 힘과 박력을 강조하는 테리빌리타를 강조했다면, 라이벌 레오나르도는 라파엘로로 이어지는 그라치아, 우아함의 미덕을 중시했다. 빛과 그림자의 대가답게 다빈치는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모나 리자>에 안정적인 삼각구도를 바탕으로, 멀리서 은은하게 보이는 전원배경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소와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눈을 마주치게 되는 시선처리를 담아냈다. 눈꼬리와 입가의 색조가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스푸마토 기법이 돋보인다. 이렇듯 이 두 대가의 선의의 경쟁이야말로 각자를 자극시키며, 자신의 능력 이상을 뛰어 넘는 예술혼의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보면 딱딱할 수도 있는 예술에 얽힌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쉽게 소화해낼 수 있도록 편하게 풀어내는 김태권 작가의 내공에 새삼 놀라게 됐다. 아울러 핵심적인 주요사항들을 하단 박스로 처리하면서 짚어 주고, 또 각 장 말미에도 엑기스들을 다루는 편집의 묘미 또한 일품이었다. 이번이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가 한판 대결을 벌였던 피렌체편이었다면 아마 다음 편에서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그 무대를 로마로 옮겨 숙명의 라이벌전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