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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명론을 그다지 믿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운명의 갈래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의문은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운명의 우듬지처럼 다양한 색깔을 뽐내고 어떤 선택과 결정에 따라 달리 변한다는 것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인간만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운명의 판도라 상자에서 각자의 삶을 결정지으며 받아들이는 몫은 오로지 자신이다.
그로부터 파생된 운명의 향방은 불가피하게 타인과의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에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생명의 존귀와 같은 존엄성의 가치를 넘어 신분의 계층과 지위로부터 오는 양극화는 알게 모르게 엄연한 경계선을 구분한다.
이 책의 모티브는 운명이다. 인간의 심리 속에 내재된 복잡한 상태를 감정의 선을 따라 정체성을 찾아 가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인간 군상의 롤 모델을 통해 열망, 갈등, 반목, 시기, 질투, 부러움, 죄의식을 시립도록 차갑게 소묘하였다. 모니카 벨루치가 열연한 ⟪말레나⟫에서 보았던 대중심리의 이중적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며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대적 어둠 속에서도 끈끈한 가족애의 결정체를 갈망한 오마주의 흔적이 역력하다.
프롤로그의 낯선 총격사건을 뒤로 하고 이야기는 하루 24시간을 따라 째깍거리듯 달려간다. 재선이 불확실 되는 타락한 국회의원 엘리오와 그의 경호 팀장 경장 안토니오의 가족을 중심으로 파상적으로 분포된 갈등의 연결고리를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묶어 전개한다. 구태여 사회적인 신분과 지위를 이분법적인 도해로 나누어 재단하지 않아도 사회적 계층과 경제력의 척도에 따라 운명이 나뉜다는 일그러진 출발이 이 책을 휘감는 얼개이다.
이는 마치 마크 트웨인의 고전 ⟪왕자와 거지⟫의 현대적 해석과 재탄생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속에 담긴 고전의 순수함과 현대적 의미에 맞게 혼합첨가물을 섞어 일차적 영향의 범주를 확장한 것으로도 보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목에서 주는 강한 반어적 의미의 속내는 상당한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킨다. 어느 것 하나 완벽할 수 없는 삶의 편린들을 등장인물들의 사실적 심리묘사를 통해 재구성해 나간다는 설정은 가히 압권이라 할 만하다.
더불어 강한 집착과 강박증세로 인한 편집증과 의처증에 사로잡힌 안토니오를 통해 손창섭의 ⟪잉여인간⟫에서 익히 보았던 현실부적응자를 손쉽게 떠올리게 만든다. 갈피를 잃고 허우적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정서에 낯익은 인간군상과 오버랩되고 행운과 불행의 갈래에서 얄궂은 운명의 양면성을 그대로 재현한 것과 같은 착각과 익숙함을 엿 볼 수 있다.
저자가 창조한 다양한 캐릭터의 사실성을 통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회고하게 되고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녀의 필력을 통해 우리는 대서사적 구조의 지배적 제어와 완벽에 가까운 통제의 정교함에 새삼 놀라게 한다. 진공청소기로 빨아 들이 듯 감각적으로 묘사된 이야기는 우리를 거침없는 몰입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하며 통속적인 관념마저 송두리째 날려 버리게 만든다.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어느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의 몸부림과 손짓은 독자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마음을 훔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립각을 세우는 갈등구조가 조밀하게 짜여 져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볼거리다. 엘리오와 안토니오를 주축으로 한 행복과 불행의 뒤엉킨 삶의 향방은 극과 극의 대립적 관계의 설정으로부터 파생된다. 성공을 거머쥔 계층과 성공을 향한 가지지 못한 자의 열망의 범주가 그들 사이를 지리멸렬하게 관통함을 알 수 있다. 거스름처럼 일어난 가난의 굴레가 안토니오와 엠마, 그의 자녀 케빈, 발렌티나를 향해 끈질기게 괴롭히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오염된 늪처럼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또 엘리오와 마샤, 그의 자녀 제로(아리사), 카멜라의 사회적 신분으로 무장한 이중적 심리세계는 탐욕과 부를 향한 열망과 지독한 집착의 부르주아적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였다.
이렇게 그들에게서 얽힌 관계의 틀은 운명의 큰 울타리 속으로 쉴 새 없이 돌고 도는 쳇바퀴 속 다람쥐를 연상케 하며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시나브로 넘나든다. 인생의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채 인식하기도 전에 아스라이 사라져 버리는 삶의 오묘한 진리는 인간을 고뇌하고 사색하게 만드는 영원한 화두인지 모른다.
정상과 바닥의 간극이 반드시 존재하듯 황폐한 침묵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안토니오의 가족들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성찰하고 삶의 목적을 회고하는 계기를 생산할 것 같다. 첨언컨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이 책의 내용을 음미한다면 숨은그림찾기의 재미와 같은 흥미로움과 묘한 느낌을 오롯이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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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든지 완벽하지 않은 하루는 없다. 24시간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하루’를 살아가는 ‘불완전한 내’가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 ‘어느 완벽한 하루’에는 이런 불완전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겉에서 보기엔 행복하고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는 가족일지라도 그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그들이 어떤 고민과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말해서는 안 되고, 말할 수도 없다. 2001년 5월 4일 밤, 총성과 다툼소리를 들었다는 신고로 경찰이 한 낡은 아파트로 출동하고 시간은 다시 5월 4일 새벽1시로 돌아가서 앞으로 펼쳐질 하루를 여러 인물들의 복잡하고 솔직한 심리와 상세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성실하고 듬직한 체구의 경찰관 안토니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아내 엠마, 그들의 아이들 발렌티나와 케빈. 부유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엘리오,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마야, 그들의 아이들 아리스(엘리오와 전처 사이에 낳은 아들)와 카밀라. 그들 각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은 너무나 솔직하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이룬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대치(믿음직한 정치인, 우아한 귀부인)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에게 보여지는 모습(의처증에 걸려 광기에 사로잡힌 남편, 반항적인 딸)이 어떻든 밖에서 직업인으로서는 성실히 자신들의 역할(경찰, 뛰어난 학생)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세계는 아슬아슬한 벼랑위에 날림으로 지어진 모래성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 부싯돌 역할을 해 그들 사이에서 잠재되어 있는 문제의 심지에 불을 붙일지 읽는 동안 조마조마했다. 돈과 명예, 가족을 다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 행복해 하지 않고 관계에 지쳐 있는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것에서 놓여나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숨 쉴 수 있을까? 어제와 다름없고, 내일 역시 마찬가지로 흘러갈 것만 같은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사실은 항상 같은 날을 없다라는 발견이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때그때 달라도 ‘큰 사건’이 없는 이상 지나고 보면 그날이 그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큰 일이 지나고 나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평범하기도 어려워’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 하루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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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모든것이 한순간, 어느 로마의 하루 이야기!
조심스럽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단 하루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주자는 단연 미국 드라마 ‘24시’, 잭 바우어의 하루 일과가 상당히 혼란스럽고도 복잡했다. 과연 그 일들이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들이란 말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느슨하기 짝이 없는 영화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인 ‘멋진 하루’가 그것이다. 주인공 둘의 감정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하루에 대해 자연스럽게 담아내었다. 또 반대로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처럼 하루가 수십 번 반복되는 삶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에게 주어지는 단 ‘하루’가 주인공이다.
그런 작품들의 맥을 이어가듯, 이탈리아의 톨스토이라 불리는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의 <어느 완벽한 하루>가 등장하였다. 이탈리아 소설은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나의 궁금증이 증폭되어 있었다.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상당한 호평을 받는 작가인 듯하다. 이탈리아 평론가들은 그녀의 작품을 톨스토이의 소설 같다고 평하면서 19세기의 건축 기술로 현대적인 건물을 지은 것과 흡사하다고까지 말했다. 현대 이탈리아 문학계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이 작가의 소설, 생각 이상으로 읽기 시작하자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2001년 5월 4일 하루 동안 아홉 명에게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배경은 로마로써, 저자는 도로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매우 세밀하게 배경 묘사를 하였다. 그래서 소설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나름 로마를 다녀왔던 기억을 내뿜으면서 읽어 내려갔다. 한 밤중에 옆집에서 들린 총성 때문에 경찰을 부르게 되고, 경찰들이 들이 닥친다. 그 경찰은 다름 아닌 안토니오 부오노코레. 이 소설의 축을 이루는 한 사람이다. 그 장면에서부터 본격적인 24시가 시작된다.
사실 그는 엠마라는 이혼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소설에서 그의 사고는 거의 스토킹과 분노, 그리움이란 감정이 뒤죽박죽 된 느낌이 강하다. 엠마에게는 중학생 발렌티나도 있고 일곱 살 아들 케빈도 있다. 그 케빈의 여자친구 카밀라는 안토니오가 경호하는 국회의원 엘리오의 딸이며, 그 엘리오는 두 번째의 젊은 부인인 마야랑 함께 살고 있다. 엘리오는 꿈에서 자신이 낙선한 꿈을 꿀 정도로 권력에 대한 압박도 있었고 아내와의 삶이 지겨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는 대학생인 아들 제로도 있다. 제로는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폭탄까지 제조한다. 그리고 엠마에겐 동성애자인 사샤라는 친구도 등장한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나열이다. 그들 어느 누구도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이들의 관계에 대한 것은 시간에 따라 교차되어 보여준다.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이야기가 꾸려나가기 때문인지, 처음엔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시선 속에서 얽혀 빠르게 전개해 가는 스토리의 흡입력은 상당히 좋다. 그리고 배경 묘사와 감정 표현이 뛰어난 것 같다. 상당히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특별한 주인공도 없지만 모두가 같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흔할 것 같은 소재를 두고, 이야기를 멋지게 엮어간 작가의 시선이 부럽기도 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가의 매력이 푹 빠지게 되는 아주 멋진 어느 소설. 완벽한 하루를 통해 적나라한 우리의 인생을 실컷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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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을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부터, 현진건님의 《운수 좋은 날》을 떠올렸다. 그냥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완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 단어가 『어느 완벽한 하루』의 표지에 보이는 삐둘삐둘하고 일그러진 사람들의 얼굴과 결합되면서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의 5월 어느 날 밤, 어느 아파트에서 총성과 함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은 카를로 알베르토 가의 아파트로 출동을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그날 새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전개되는 여러사람들의 이야기들 ㅡ.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가면서 그들의 얽혀진 이야기들은 하나씩 정리가 되어간다.
이혼한 아내를 찾길 원하는 안토니오 부오노코레와 그의 아내 엠마, 그들의 딸 중학생인 발렌티나, 일곱살 짜리 아들 케빈 ㅡ. 이렇게 한 가족의 이야기와,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엘리오 피오라반티, 그의 두 번째 아내 마야, 딸 카밀라,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 제로로 구성된 또 다른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환경면에서 상당히 대조적인 가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 실상은 결코 대조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현실에서도 결국 모든 인간의 삶은 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ㅡ.
나는 아버지가 살았던 것과 다르게 사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살 거예요. 난 당신의 반대자가, 거부자가 될 거예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동의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전을 하고 얼굴을 주먹으로 갈기며 살고 싶어요. - P204~5
개인적 관심(?) 때문에, 내용 중에서 한 가지 주목해서 봤던 인물이 있다. 제로, 혹은 아리스 피오라반티라는 인물 ㅡ. 제로, 그가 아버지이자 변호사이자 정치가인 엘리오를 향한 외침은 그만를 향한 것이 아닌 세상을 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도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겉으로 말로만 번지르하게 하면서 실제 행동은 자신도 모르는 (혹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틀에 갇혀 살아가는 오늘날 많은 지식인(?), 또는 키보드 워리어(!)들을 향한 비판으로 바꿔서 생각 해봐도 괜찮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가는 대로》라는 마음에 쏙~드는 소설이 있었다. 작가가 이탈리아의 작가여서 그런지, 또 다른 이탈리아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에 대한 느낌도 상당히 좋게만 다가왔다. 작가에 대한 느낌을 말하자면, 이탈리아 작가가 모두 그런 것인지 내가 뛰어난 두 작가의 글만 읽어서 그런지, 세밀하고 너무 치밀한 듯한 그녀의 필체에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어렵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신없는 현실과 과거의 뒤섞임으로 다가오는 혼란스러움. 현실이 그렇기에 내용도 그렇게 혼란스럽게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멜라니아 마추코」와 그녀의 작품 『어느 완벽한 하루』는 매력적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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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알게되고, 결국 두 손에 받았을 때, 로마를 배경으로 하루동안 펼쳐지는 일을 어떻게 특별하게 담아내는지 궁금하면서도 흥분되었다. 그 흥분과 기대감속에서 또다른 삶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 궁금증, 흥분과 기대감은 현실에 대한 벽으로 다가 오기도 했다. 결국에는 또 다른 희망을 살짝 비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삶이란 것이 과연 무엇에 의해 이루어 지고 무엇에 의해 의미지어 지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도 하게끔 하였으며, 그 결론에 다다르기 까지는 더 많은 삶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옮긴이의 글을 통해서 알게되기도 했지만, 책에 관한 자료를 검색을 통해서 찾다가, 우연히 페르잔 오즈페텍이라는 터키 감독의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책이 아닌 영화로 만날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듯 하다 ㅡ. 근데, 아직 개봉은 안한건가..?! ㅡㅡ^ |
![]()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웬지 "완벽한"이라는 세 글자에서 주는 의미가 반어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운수좋은 날"이 생각이 났다.
어느 완벽한 하루... 사람이 살아가면서 완벽하다고 느끼는 날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과연 그런 날이 있기나 할까? 완벽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마냥 행복하면 되는 것일까? 아무리 좋았던 날이라고 해도 곰곰히 되돌아보면 그 하루 중 어느 한 순간에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존재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완벽한 하루를 풀어갈 지 기대가 되었다.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것을 보니 이 책 제목만으로도 반은 성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멜라니아 마추코의 소설은 처음일 뿐더러 이탈리아 소설은 처음이다. 그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인 특색이 느껴지곤 했는데 이탈리아 소설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다고 느껴져야 할까.. 이탈리아 소설의 특색인건지, 멜라니아 마추코의 특색인건지.. 굉장히 촘촘하게 잘 짜여진 듯한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책을 받고 페이지가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읽다보니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양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써낸 것으로 느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하루라는 시간적 제약을 통해서 말이다. 하루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이 책 속에서의 하루(24시간)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4시간동안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일.. 그것을 낱낱히 파헤쳐가며 두 집안의 얽힌 일들에 대해, 그 속내에 대해 세밀하게 그림을 보듯이 묘사한 점이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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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한 변두리 지역에서 어느 날 밤 들려온 한 발의 총성, 그리고 살려달라는 누군가의 비명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 사건의 24시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주변을 낱낱히 파헤친다. 이 책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각각의 사람들의 감정을 눈에 보이게 세밀하게 묘사해놔서 관찰해가며 그 사람들의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감정선을 따라 읽을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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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심에는 안토니오 부오노코레 가족들과 엘리오 피오라반티 가족들이 있다. 두 가족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모두 행복하지는 않다.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 완벽하지 않게, 불행하다고 느끼며 탈출을 꿈꾼다. 이 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모두 각자의 삶에 만족하지 못 하며 사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듯 보이는 말단 경찰관 안토니오 부오코레 그는 의처증을 가진 때문에 부인과 이혼했지만 여전히 부인 엠마의 곁을 맴돈다. 미련을 버리지 못 하며 맴도는 안토니오와 그의 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엠마와 엘리오의 두번째 부인인 마야가 참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 마야 였지만 속으로는 마야 역시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 하면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이 대조적이면서비슷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안토니오 가족과 엘리오 가족을 대조하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사람, 완벽한 가족은 없으니 각자의 삶에 좀 더 만족하라는 것일까? 모든 것을 가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불행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가지지 못 해 불행하다.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사람들은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다.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 로마..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언젠가 여행으로 꼭 다녀오고 싶다고 느꼈던 곳이었는데 그 곳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것이라는 말이 공감이 왔다. 비단 로만뿐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작가는 세밀하게 잘 파헤쳐가며 글을 썼던 거 같다.
![]() "로마의 대부분은 지하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것은 모두 층층이 쌓여 접근 할 수 없는 이야기의 마지막 일화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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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하루
24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24시간이라는 하루를 완벽하게 살아간다는 것. 짧게는 오십, 길게는 팔십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루라는 존재는 보잘것없고 가치 없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하루하루가 겹쳐지지 않고 시간 시간이 만나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불완전한 삶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24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런 시간이다. 멜라니아 마추코. 현 시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류작가이며 영화, 연극, 라디오 드라마 작가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녀의 책들은 다양한 주제와 끝을 알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 오묘한 인간 심리의 묘사 또한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또한 13개 국어로 번역된 이번 작품 어느 완벽한 하루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 로마의 일상을 이야기함으로 우리의 즐거움의 감흥을 더 한다. 이 소설은 24시간이라는 단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엔 52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손에 잡았을 때 어떻게 24시간의 시간만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펼쳐 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작가의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글 솜씨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만들 수 없을 텐데 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책이 중반을 넘어서고 부터는 이런 의심과 걱정도 그만이었다. 책의 끝부분까지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그런 책인 것이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표면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한 가족들이 등장을 한다. 전형적인 서민 가정층인 안토니오와 엠마의 가족. 20대 시절 불 붙는 듯 한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었지만, 여느 가정처럼 불안과 만족감이 같이 맞물려 가는 모습이다. 비록 안토니오의 극단적인 의처증으로 서로를 불편한 관계로 만들었지만 말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 가족 피오라반티가. 그들은 상류층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겉으로는 풍족해 보이지만 실상 그들의 내면은 그렇지만은 못하다. 안토니오와 피오라반티를 대조함으로써 인간 내부의 만족감과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 이루어지는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을까? 로마의 어느 날 밤에 총성이 올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24시간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시간을 로마에 머문 것처럼 느껴진다. 다혈질 적이고 즉흥적인 이탈리아 로마인들의 다양하고 치밀한 이야기로 우리는 이 시대에 잃어버린 가족애와 진정한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여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것 같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작은 것들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멜라니아 마추코 특유의 글 솜씨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상의 특별함을 멋지게 선물한다. 자 이제 이탈리아 소설의 극치 어느 완벽한 하루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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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단 하루의 이야기이다.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하루를 거슬러 올라간 후, 매 시간마다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소설로 상당히 그 구성이 독특하고 치밀하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막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일본 소설 풍의 책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조금 심각한 소설을 읽는 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본다. 매 시간별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서술하면서 조금씩 그들의 사생활과 성격, 그동안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주는데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보다 이렇게 관찰하면서 그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 처음에 아예 등장인물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진정한 그들을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매 시간의 단편적인 모습과 그에 연계되는 기억들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앞에서 서술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보다 증가시킬 수 있다.
'어느 완벽한 하루' 라는 제목은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반어적이다. 겉으로는 굉장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정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그 속들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삐걱거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가정은 안토니오와 엠마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묘사한다. 사실 나는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는 이 또한 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에 상당히 폭력적인 장면들도 묘사되어 있다.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남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리 쉽게 살 수만은 있지 않을 것 같다. 먼 나라 유럽을 배경으로 그려진 소설이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도대체 그 사건이 있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쓰여져 있는데, 두툼한 책두께에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조금만 속도를 붙여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많은 것에 불안해하고 안정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배경과 문화는 다르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생각들은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모순적인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꼼꼼한 상황 묘사와 함께 뛰어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사실에 근거한 현실적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오랜만에 만난, 참으로 잘 쓰여진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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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만족을 모른다. 완벽해지기 위해 성형외과를 다니고 헬스클럽을 다니고 학원을 다닌다. 완벽한 외모를 원하고 완벽한 부와 명성을 갖길 원한다. 멜라니아 맞추코의 소설 [어느 완벽한 하루]에서의 ‘완벽’은 반어적 표현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어느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1년 5월 4일 밤, 이탈리아의 도시 로마에 총소리가 들린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총소리가 들린 시점부터 거슬러 총소리가 난 후의 24시간을 다룬다.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기억하는 로마는 영화 [로마의 휴일] 속에 나온 모습이 전부다. 아름다운 그녀와 멋진 그가 사랑의 추억을 만들었던 곳. 2001년의 로마는, 2009년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꿈꾸는 변호사 출신의 현 국회의원도 있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혼한 아내의 주변을 맴도는 경호관도 있다.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건만 정규직에 채용되지 못했는데 전 남편은 계속 주변을 맴돌아 괴로운 이혼녀도 있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임시교사도 있다. 아버지가 유명인사여도 존경하지 않는 아들도 있고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딸도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받은 아이들도 있고 커다란 꿈을 꾸고 그걸 이룰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커다란 꿈을 꾸지 않는, 꿈꾸는 자를 보좌하는 일에 만족한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이혼을 준비하는 아내도 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는 더 이상 활기가 넘치지 않는 도시, 로마. 그들에게 로마는 한때는 꿈과 사랑을 주었던 곳이지만 이젠 아무런 것도 줄 수 없는, 희망이 없는 도시다. 그들은 한때 서로의 꿈을 나누고 열렬히 사랑했지만 이젠 그들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꿈을 꾸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스트레스로 가득하고 부와 명성, 여자와 가족, 애인 등 모든 것을 갖췄지만 행복하지 않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가져도 불행하고 누군가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해 불행하다. 하루 동안에 벌어진 일을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담아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작가는 굉장히 세심한 사람이고 부지런한 사람인 듯 하다. 사람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사람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었을 것 같다. 너무 상반되어 무관한 듯 보이는 두 가족의 이야기가 날실과 씨실로 얽히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각각의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존재한다. 소설 속 로마의 모습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취업은 어렵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고 이혼율은 높다. 부모에게, 가족에게 버려지며 뉴스는 매일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도한다. 요즘엔 특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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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탈리아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아울러, 로마는? 로마제국, 찬란한 역사와 유적, 뛰어난 예술가들, 낭만적인 관광지. 실제는 전혀 다르다. 범죄 집단의 천국, 서유럽에서 가장 전근대적인 사회 구조, 극단적인 좌우대결이 벌어지는 정치 문화의 후진국, 퇴폐와 방종이 물결치는 곳. 이탈리아와 그 중심 도시인 로마는 피상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실체를 지니고 있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중심인 로마의 오늘을 묘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두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하루 동안의 매우 암울한 이야기다. 이혼한 아내에게 광기어린 애정을 품은 남편, 자유를 원하지만 무분별한 아내, 반항적이며 철부지인 중학생 딸, 내성적이며 의존적인 어린 아들, 이런 한 가족. 한물 간 정치인이자 변호사, 위험한 일탈을 꿈꾸는 부인, 의붓어머니에게 애정을 품은 얼치기 무정부주의자 아들, 자신 만의 환상을 지닌 어린 딸, 다시 한 가족. 그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패배자들. 인생의 낙오자들이다.
멜라니아 마추코는 매우 냉정하게 현실을 그려낸다. 특정한 주인공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오늘날 로마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작가는 어떤 연민도 드러내지 않는다. 잔인한 현실을 극대화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섣불리 희망이나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극적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할 뿐이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극히 문학적인 작품이다. 고전적인 문학적 형상화에 충실하다. 현대적인 소설임을 나타내기 위해, 억지로 속도감 따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어리석은 군상들을 느리지만 밀도 높은 필치로 진중하게 표현한다. 문학적 전통에 충실한 전개는 고전을 연상시킨다.
물론, 문학적인 작품 특유의 단점은 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고, 줄거리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말은 이미 서두에서 예측이 가능하며, 실제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파국의 조짐은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각 인물들의 파멸도 직설적으로 나타낸다. 분석해 보면, 가볍거나 오락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재미를 위해 읽는 소설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모든 설정이 인생의 진실을 나타내는데 맞추어져 있다. 사실 인간의 삶은 고통의 무대다. 생채기를 얻기 위해 거치는 악랄한 고문에 가깝다. 작가는 그런 인생의 잔인함을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로마라는 공간적 배경과 24시간이라는 시간적 설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현대인들, 아니, 인간 자체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편적이다. 크고 작은 문화적 차이나 시대적 상이점이 있다고 해도, 인간의 삶이란 대개 흡사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오늘날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삶의 벼랑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에게.
멜리니아 마추코는 뛰어난 작가이다. 진지한 문학의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격렬한 주의나 주장보다는 자연스러운 길을 택한다. 고급 문학이 어떤 형태로 전개되어야 하는지 뚜렷하게 제시한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결국, 진지한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문학적 탐구의 표본이자, 문학의 본질을 보여주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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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설은 그다지 자주 읽지는 않는다. 영미권 소설과 일본소설보다는 더 적게 출판되기 때문일거라 생각된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소설과 일본 소설들이 거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소설이야 상관없지만 일본소설들이 우리나라 것보다 더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서 가끔씩 일본 문학을 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으로써 유럽이나 기타 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이탈리아 문학을 읽게 되었다. 물론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이다. 두께도 마음에 들었고 뒷표지에 있는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열어 책을 읽다보니 로마에 총성이 들렸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들이 있고 그 하루동안 벌어지는 주인공등의 이야기에 처음 몇장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묘사되는 인물들이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아 자꾸 앞페이지를 들춰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주요인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인물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뺏겨 어떤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게 되었다. 아주 재미있는 책도 집중하지 않고 몇일을 걸려서 읽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내용도 저만치서 둥둥 떠나니게 된다. 그래서 재미있는 작품도 '별로' 또는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 되어 버려서 되도록이면 빠른 시간내에 읽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로마 경찰이자 피오라반티의 경호담당인 안토니오 부오코노레의 가족 구성원들인 안토니오, 그의 아름다운 아내였던 엠마, 배구선수인 중학생의 딸 발렌티나와 아들인 케빈의 이야기. 그리고 국회의원인 엘리오 피오라반티와 임신한 아내 마야, 케빈을 좋아하는 카밀라, 아들인 아리스이자 제로의 하루동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각자의 아픔들이 보였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의처증과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안토니오는 정말 싫었다. 이런 남편을 만난다면 나도 이혼하고 말리라. 여러가지의 총을 가지고 있고 아내를 믿지 못하고 사귄 사람의 이름, 이름만 알고 싶다고 얘기하는 절규에 가까운 안토니오의 모습은 정말 두렵고 질리게 만들었다. 내 남편이 이런 성격이 아닌것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나 외국 어느 나라의 가정이든 문제없는 곳이 없는 것 같다. 각자가 처한 아픔들을 가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화목하다고 생각될 마야마저 자유를 꿈꾸지 않는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자기 마음먹기 나름인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고민하나 없을것 같은 사람들도 나름의 고민들을 안고 있기 마련이듯이.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라고 느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