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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알찬, 진짜배기 여행기
"짧지만 알찬, 진짜배기 여행기" 내용보기
내가 처음으로 읽은 '여행기'는, 사실 여행기가 아닌 소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아마도 50%는 읽었을, 혹은 내용을 알고 있을 이 여행기는 바로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로,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어린이용 소설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는 풍자소설이다(몇 년 전에 문학동네인가에서 완역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내가 기억하는 한, '여행기'라는 제목을
"짧지만 알찬, 진짜배기 여행기" 내용보기

내가 처음으로 읽은 '여행기'는, 사실 여행기가 아닌 소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아마도 50%는 읽었을, 혹은 내용을 알고 있을 이 여행기는 바로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로,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어린이용 소설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는 풍자소설이다(몇 년 전에 문학동네인가에서 완역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내가 기억하는 한, '여행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 중에서 '이 책 참 잘 샀다'고 느낀 처음이자 마지막이 바로 이 걸리버 여행기였다. 나머지 '여행기'들은 전부 그저 그런, 별다른 감흥 없는 여행 정보 책들이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장삼이사라고 이름 붙여도 좋은,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보면 더 잘 나와있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굳이 '괴테'라는 단어를 넣지 않더라도 어딘가 예술가 냄새를 풍기는 듯한 이 이름의 소유자는,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독일 문학의 거목이다.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중학교까지만 마쳤다면 누구나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터, 저자에 대한 부연 설명은 생략한다. 독일이 낳은 이 천재 작가 괴테가 쓴 이탈리아 여행기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알찬 내용들을 많이도 담고 있으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명료한 번역과 깔끔한 편집의 힘으로 높은 전달력을 보여준다.

 

여행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길에서 벌어진 해프닝들, 여행을 통해 깊어진 자아 성찰과, 보너스로 당시 로마에서 벌어진 사육제에 대한 생생한 묘사까지. 아마도 로마에 한 번 가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코르소 거리 풍경을 떠올리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풍경에 사육제 장면을 오버랩시키거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마치 자신이 다시 로마에 와 있는 듯한 상상에 빠지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괴테는 어린 시절 꿈꿔왔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작품들을 새로 쓰고, 퇴고하고, 개작했다. 그의 많은 명작들이 이 여행을 통해서 완전한 모습을 찾았다.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이 작가는 왜 굳이 로마를 선택했을까? 그는 로마를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여기에서는 무언가가 되는' 도시라고 느꼈고, 로마에서 '삶이란 로마의 사육제처럼 한이 없는 것이므로, 아직은 다 향유하지 않은 채로, 아니 깊이 생각하는 자세로 남아'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했다.

 

'로마를 볼 준비는 오직 로마에서만 가능하다'고 외치며 준비조차 하지 않고 떠난 여행길, 그 여행길에서 괴테가 남긴 명작들을 만나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PS. 사진은 콘도티 거리에서 1706년 개업, 지금까지 성업중인 카페 그레코(Caffe Greco) 안쪽에 자리잡은 '괴테의 자리'이다. 괴테는 저 자리에 주로 앉아서 글을 썼고, 지금은 그를 기념하여 초상화를 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