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소리 풍경이 살아 있는 마을
"소리 풍경이 살아 있는 마을" 내용보기
작곡가 머레이 셰이퍼가 개념화한 소리 풍경은 개인이나 특정 사회가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강조점을 둔 소리 환경이다. 따라서 소리 풍경은 개인이 그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서 규정된다. 머레이 셰이퍼는 주변의 소리 환경 전체를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파악하고 이를 세계라는 무대에서 연주되는 가장 중요한 음악 작품으로 본다. 소리 풍경으로 살펴본 지
"소리 풍경이 살아 있는 마을" 내용보기

작곡가 머레이 셰이퍼가 개념화한 소리 풍경은 개인이나 특정 사회가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강조점을 둔 소리 환경이다. 따라서 소리 풍경은 개인이 그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서 규정된다. 머레이 셰이퍼는 주변의 소리 환경 전체를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파악하고 이를 세계라는 무대에서 연주되는 가장 중요한 음악 작품으로 본다. 소리 풍경으로 살펴본 지금의 우리 세계는 시각과 콘서트홀의 음악에 갇혀 있다. 귀는 너무 좁은 세계에 머물고 있고 눈은 크게 뜨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소리 풍경을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청각을 복권해야 하며, 청각의 복권을 통해 감성의 복권을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곧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다. 소리를 통해 일상의 환경과 생생하고 풍부한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이다.

 

문순태 선생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살고 있는 고향 생오지 마을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소리 풍경의 세상이다. 자연의 소리가 옴씰하게 살아 있는 건강한 생명의 공간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들(「작가의 말」 )이 바로 책에 실려 있다. 특히 「생오지 뜸부기에서 여름날 아침 동틀 무렵을 묘사한 새 소리는 압권이다. 오랜 세월 소리 풍경에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묘사가 길게 이어진다.

 

새들의 오케스트라 단원 수가 가장 많을 때는 여름날 아침 동틀 무렵이다. 이 시간이 지나 안개가 걷히고 구리철사같이 뾰쪽뾰족한 햇살이 숲 속에 꽉 차 빈틈없이 퍼지기 시작하면 새들은 서서히 무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새들은 해가 떠오르기 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저마다의 음색으로 한껏 목소리를 뽐내며 바이올린과 피아노, 하프,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피콜로, 심벌즈 등의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낸다. 딱새는 힛힛힛, 삐쭈삐, 찌이히찌, 쇠솔새는 쪼-리, 쪼-리, 쪼-리, 쪼-리, 큐-웃, 큐-웃, 소쩍새는 솥-적다, 솥-적다, 박새는 뽀로로로로, 쬬쬬, 쯔-비, 쯔-비, 쯔쯔비, 개개비는 개개개개개 개액개액, 굴뚝새는 초르-초르-초르 하고 소리 낸다. 검은등뻐꾸기는 뒷산에서 호올-딱 버엇-고, 호올-딱 버엇-고 하며 트럼펫 역할을 하고 뒷마당에 내려앉은 산비둘기는 구국구욱 구국구욱 작은 북소리를 낸다. 개울 건너 앞집 홰치는 수탉의 장대한 울음소리는 영락없는 심벌즈 역할이다. (104 - 105쪽)

 

표제작에서 주인공은 도시 아파트에서 두통과 어지럼증에서 시달리다 생오지 마을에 들어가 비로소 자연의 소리에 두통과 어지럼증이 치유된다.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생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생오지 가는 길」「황금 소나무가 더 있다. 베트남에서 생오지 마을로 시집 온 쿠엔과 베트남 파병 군인이었던 조 씨, 그리고 생오지 마을을 몇 백 년 동안 지켜오다 지금은 죽어가는 소나무 들이 등장한다. 소리 풍경이 살아 있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 담겨 있다.

 

연륜 깊은 작가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감동은 생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탄피와 호미」「눈향나무」가 그렇다. 아내가 죽고 탈북인 간병인과 노숙하며 떠돌던 소녀와 동거인이 된 할아버지가 탄피로 회와 숟가락 세 개를 만드는 이야기, 400년 동안 누워 있던 향나무가 관음보살이 되었다가 목숨을 살리는 불이 되어 언 사람을 녹인다는 이야기가 가슴 느껍게 다가온다. 그리고 소꿉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그를 염하는 장면이 나오는 「그 여자의 방」은 눈물겹다.

 

솜뭉치를 갈아 꽃물을 듬뿍 적셔 목 아래와 쇄골에 거듭 찍어 바른 다음 되도록 손끝에 힘을 주지 않고 쓰다듬듯 가볍게 문질렀다. 양어깨며 팔과 손, 겨드랑이, 옆구리를 차례로 닦았다. 다시 솜을 바꾸고 꽃물을 적셔 뭉긋한 가슴 부위에 발랐다. 어쩌다 손끝이 피부에 스치듯 아주 살짝 닿는 순간이면 미세한 떨림이 골수까지 전달되면서 나도 모르게 숨이 멎는 듯했다. 한 번도 젖을 빨리지 않아서인지 앵두의 유두는 엷은 핑크 빛을 띠고 있었다. 치마의 말기끈을 풀 때는 가슴이 떨렸다. 다시 숨을 고르고 나서 치마를 살짝 내리고 오랫동안 굶어서 허리에 찰싹 달라붙은 복부를 닦았다. 아랫도리를 닦을 차례가 되자 치마를 긁어내리고 한껏 시선을 돌리며 미리 준비한 타월로 치골 부위를 가린 다음 홑이불로 몸을 덮었다. 그때 나는 오른쪽 허벅지 깊숙한 곳에 군살처럼 도드라진 흉터를 보았다. 살이 말라붙어 이끼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띤, 버섯 모양의 흉터가 선명하게 보였다. 술래잡기할 때 내가 대작대기로 찔러 만든 상처 자국이 분명했다. 흉터를 보자 미안한 생각보다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본 것처럼 울컥 반가움이 앞섰다. 유년의 앵두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그 순간부터 앵두의 알몸이 눈에 들어와도 아무렇지가 않았다. (26 - 27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18.03.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