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당당하고 행복한 땅콩들
"당당하고 행복한 땅콩들" 내용보기
내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집에 안 계신 날이 있었다. 아마도 며칠을 연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한 날은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우물가에 있던 대야랑 비누곽에 화풀이를 해 깨트린 적이 있다. 물론 여태까지 시침을 뚝 떼고 있지만.        누구나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설 때면 으레껏 부르는 말이 ‘엄마~~~’ 인 것은 매 한 가지일 것이다.   <선녀에
"당당하고 행복한 땅콩들" 내용보기

내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집에 안 계신 날이 있었다. 아마도 며칠을 연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한 날은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우물가에 있던 대야랑 비누곽에 화풀이를 해 깨트린 적이 있다. 물론 여태까지 시침을 뚝 떼고 있지만.      

 누구나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설 때면 으레껏 부르는 말이 ‘엄마~~~’ 인 것은 매 한 가지일 것이다.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의 주인공인 보라도 집에 오면 엄마의 신발부터 찾는다.  엄마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니라, 엄마가 집을 나갔을까봐 걱정이 되어 확인하기 위해서다.

 타국에서의 어설픈 생활, 그리워도 볼 수 없는 가족, 농사에 닭 키우는 일, 한국말과 문화를 알지 못해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지 못해 생기는 위화감, 거기에 다정하지 못한 남편, 공연히 엄마에게 툴툴거리며 엄마 속을 후벼대며 아프게 하는 딸... 이는 보라 엄마인 ‘선녀 알마’이다.

 그럼에도 필리핀에서 시집와 시어머니 모시고 시동생들 보살피며 열심히 사는 알마를 동네에서는 마음씨도 예쁘다며 선녀라 부른다.

 얼굴도 이쁘고 춤도 잘 추는 엄마를 보라는 선녀처럼 여기며 산다.  하지만 유치원을 거치며 보라는, 이런 엄마는 선녀가 아니라 다른 엄마들과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다른 필리핀 엄마인 것을 안다. 또한 그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보라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것을 꼬투리 잡아 ‘깜보라, 남보라 피는 짬뽕이래...’라며 놀려대면 그 화를 다시 엄마에게 지른다. 

 한 날, 보라는 ‘깜보라’라며 놀리는 김영태를 피해 우연히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다. 책속의 세상은 아이가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있는 나라다. 보라는 ‘나도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골랐을까?’를 생각하다 엄마를 고르는 꿈을 꾼다. 보라는 꿈속에서도 얼굴이 까만 아줌마의 딸은 되기 싫다고 한다. 보라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필리핀 엄마인 것을 놀리는 것이 싫었던 것인데, 보라는 ‘엄마는 바보야! 필리핀 음식은 싫어!’라며 공연히 엄마  마음을 자꾸 아프게 했던 것이다.

 엄마는 한글도 배우고 공부도 하며 자신을 찾으려 무던히 애를 쓴다. 하지만  어머니 돌아가시면 해, 추수 긑나면 해, 봄 지나면 해 하며 외면하는 아빠 때문에 속상해하며 우는 엄마를 볼 때면 보라는 엄마에게 심통 부린 걸 바로 후회한다. 그러면서 보라는 그런 엄마가 집을 나가기라도 할까봐서 늘 걱정이다. 작가는 이런 보라의 마음을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래 동화를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엄마가 필리핀에서 입었던 오렌지색 드레스를 선녀의 날개옷이라 여긴 보라는 엄마가 집을 나갈까봐 걱정하여 드레스와 여권을 항아리에 감춘다. 엄마에게 있어 드레스는 고향을 상징하는 중요한 물건임을 보라는 알기 때문이다. 드레스를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엄마를 보며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하지만 옛날이야기 나무꾼처럼 허망한 일을 당할까봐서 돌려주기 않기로 한다. 보라는 이런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여 독후감을 써 우수상을 받는다.

 여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주제로 한 책을 보면, 아이들 놀림에 대항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 그런 일을 모른 체 하는 친구들의 모습,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는 어른들의 냉담함이 있어 답답하고 가슴 한 끝이 불편했다. 혹시 나는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싶어서...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한 주인공과 그 옆에서 편들어주는 주변인들이 있어 마음이 훈훈해 진다.  아이들이 놀릴 때 그러지 말라며 보라 마음을 대신해 이야기 해 주는 짝꿍 효진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 까만 피부가 매력이라며 칭찬해 주시는 도서관 선생님,  김영태 감시단을 결성해 보라를 보호해 주는 담임선생님. 그리고 마귀할멈이라 오해했지만 엄마의 상담사 역할을 해 준 순찰대장 할머니도 그렇다.

 이 글을 쓴 작가 오미경 현재 살고 있는 청주의 ‘이주 여성 인권 센터’에서 이주 여성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4년째 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직접 듣게 되었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갈등과 가족간의 화해 과정이 마음을 짠하게 하며 와 닿는다.    작가는 도서관 선생님과 보라의 대화를 통해 ‘혹시 땅나라 사람들이 선녀가 하늘나라 사람이라고 따돌리진 않았는지,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선녀가 하늘나라로 되돌아 간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고향을 잊게 하는 것보다 가족의 사랑이 중요함도 이야기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나도, 작가의 바람처럼 우리 곁에 있는 선녀 땅콩들이 외롭지 않고, 스스로도 당당해 질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땅콩들임을 받아들여 더 이상 ‘다문화 가정’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길 바란다.

YES마니아 : 로얄 g*******3 2011.12.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