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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의 《길 위의 풍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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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김병용 작가의《길 위의 풍경》을 귀하게 얻어 읽게 되었다. ‘우연찮게’나 ‘귀하게’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이 따끈따끈한 신간이며, 한글이 그리운 중국 땅에서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여행기들을 찾아 읽곤 하는데, 내가 여행기를 찾아 읽는 이유는 출렁이는 마음결을 일찌감치 붙잡아매려는 심사다. 여행기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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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찮게 김병용 작가의《길 위의 풍경》을 귀하게 얻어 읽게 되었다.

‘우연찮게’나 ‘귀하게’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이 따끈따끈한 신간이며,

한글이 그리운 중국 땅에서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여행기들을 찾아 읽곤 하는데,

내가 여행기를 찾아 읽는 이유는 출렁이는 마음결을 일찌감치 붙잡아매려는 심사다.

여행기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욱하는 그리움을 마모시켜 주니까...

일종의 대리만족일 것이다.


   그런데 김병용 작가의 《길 위의 풍경》은 달랐다.

더욱 ‘그곳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마이산, 섬진강, 지리산, 쌍계사, 선암사, 송강사, 망해사...

고군산열도, 가거도, 강진, 해남, 보길도....

때로는 강 길,

때로는 바닷길,

때로는 산길,

때로는 그 언저리에 들어앉아 있는 산사,

때로는 그 어디쯤을 먼저 거쳐 갔을 작가 시인의 생가에 대해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울림이 생겼다.

“이름을 부르면 지리산이 달려와 당신을 보듬는다.(p.60)”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이름을 부르면 그가 달려와 나를 보듬어 줄 것’같은 그리움을 키우게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그리움은 하염없이 막막한 길 위에서

“무섭고 부끄러운” 순간에 용기를 준다.

이 책 속에는 땅에 대한 사랑이 있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다.

그 땅과 사람들의 풍화되어가고 있는 전설과 역사, 요동치는 삶과 사랑을 읽어가다 보니

문득 주저앉아 있던 내가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 원초적인 “길”의 힘발일 것이며

무엇보다 김병용 작가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웅숭한 깊이를 보여주는 글발의 힘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중국 곳곳을 여행 다녔는데,

이제는 중국이 아닌 고향 길을 걷고 싶다.

이 책 속에 실려 있는 길과 사람들, 그들의 사랑을 만나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그곳들'에 가보리라 다짐해 본다. 


   한편 이 책은 한 컷 한 컷 사진을 보는 재미도 크다.

가끔 한 컷의 사진은 한 편의 소설보다 더 많은 삶의 시공을 말해준다.

나는 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야말로 감상적인 취향의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작가가 길 위의 풍경을 찍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사진은 ‘길’에 대한 작가의 설렘과 진지함이 묻어 있으면서

동시에 풍경과 이미 하나가 되어 있는 작가,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는 작가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작가의 다음 길이 기대된다.

그의 다음 길에도 나는 역시 독자로서 동행이 되고 싶다.

 

d****r 2009.05.27. 신고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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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에세이의 모든 것 -역사, 풍경,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사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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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다. 여행생활자를 비롯해서 왠만한 여행에세이 책은 다 읽어보았지만, 길 위의 풍경처럼 큰 사색을 준 책은 처음이었다.   사진과 글이, 여백과 풍경이 잘 버무러져 있다. 장엄한 풍경들을 산책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인생의 어느 한토막을 툭 내버리고 온 듯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은 깊다. 동선을 따라 읽어나가 기에 문장은 깊고 아득하다. 명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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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책을 만났다.

여행생활자를 비롯해서 왠만한 여행에세이 책은 다 읽어보았지만,

길 위의 풍경처럼 큰 사색을 준 책은 처음이었다.

 

사진과 글이, 여백과 풍경이 잘 버무러져 있다.

장엄한 풍경들을 산책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인생의 어느 한토막을 툭 내버리고 온 듯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은 깊다.

동선을 따라 읽어나가 기에 문장은 깊고 아득하다.

명징한 수사와 깊이있는 여백에 취한다.

강의 유역을 이처럼 멋드러지게 표현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의 언저리...

흘러내려온 모든 것들이 정박하는... 그래서 스산히 아름답게 부서지는...

 

읽고 함께 취하였으면 좋겠다.

섬진강, 보길도, 쌍계사, 선암사, 그리고 소박하면서, 옆집 누이같은 길맥을

함께 보듬어보았으면 좋겠다.

 

김병용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지만, 대단하다.

과장없이, 이런 책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뭐라 설명할 길 없는,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한 책이다.

 

나만의 공감일까.

함께 읽으신 분들의 추천평이 궁금하다.

t***l 2009.05.25. 신고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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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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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란게 떠나고 싶음의 대리만족감이 아닐까한다. 역시 숨을 쉬는 사람들 만큼이나 여러가지 여행이 있고 여러가지 마음이 있겠다. 그리고 여러가지 책이 있다. 지쳐있었다. 신나고 싶지도 않고 소란스럽게 어디 멀리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를 우리의 풍경과 역사와 소소하고 애닳픈 이야기들을 느끼고 싶었을까... 둥글둥글 익숙한 산하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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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란게 떠나고 싶음의 대리만족감이 아닐까한다.

역시 숨을 쉬는 사람들 만큼이나 여러가지 여행이 있고 여러가지 마음이 있겠다.

그리고 여러가지 책이 있다.

지쳐있었다.

신나고 싶지도 않고 소란스럽게 어디 멀리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를 우리의 풍경과 역사와 소소하고 애닳픈 이야기들을 느끼고 싶었을까...

둥글둥글 익숙한 산하와 이야기들속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다.

교보문고의 여행코너 진열장 그 난리스런 여행들 틈바구니에 그냥 그렇게 앉아있는 책이었다.

혼란스런 마음을 가만히 앉혀주는 익숙하고 애닳픈 풍경이 있었다.

 

언제나 우리는 역사속에 있다.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슬프다.

슬픈.. 눈물 맺힌 밝은 웃음이 우리의 표정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언제까지나 우리 속에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의 풍경 속에 살아숨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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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깊이를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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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 문체의 아름다움에 대해...그리고 무엇보다 그와 같이 길을 걷는 작가 개인이 참으로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첫 장에 붙어있는 김용택 시인이 쓴 추천사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책의 말미에 붙어 있는 '보태는 글'을 쓴 김관영이란 친구분의 글까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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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 문체의 아름다움에 대해...그리고 무엇보다 그와 같이 길을 걷는 작가 개인이 참으로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첫 장에 붙어있는 김용택 시인이 쓴 추천사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책의 말미에 붙어 있는 '보태는 글'을 쓴 김관영이란 친구분의 글까지 이 책은 아름다운 산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산문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지 오래 됐다. 신영복, 유홍준, 김훈과 같은 산문가들에 열광하던 시절로부터, 이제는 훌쩍 떨어져나온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시절 나를 매혹시켰던 산문의 아름다움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시금, 우리 시대에 이와 같은 산문가가 등장한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b********0 2009.05.27. 신고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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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담긴, 시간의 흔적을 더듬이는, 사려 깊은 여행서
"인생이 담긴, 시간의 흔적을 더듬이는, 사려 깊은 여행서" 내용보기
어느 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허투르 휘갈기듯 써내고 찍어낼까만, 유독, 얼마나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아 진심으로 책을 엮었는지 책을 향한 작가의 진정성이 마음 깊이 전달되는 '남다른' 책이 있다. 글을 써내리는 동안의 진심이 묻어나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펼쳐들고 가만 글을 읽어내리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무얼 꼭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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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허투르 휘갈기듯 써내고 찍어낼까만,

유독, 얼마나 공을 들이고 애정을 쏟아 진심으로 책을 엮었는지

책을 향한 작가의 진정성이 마음 깊이 전달되는 '남다른' 책이 있다.

글을 써내리는 동안의 진심이 묻어나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펼쳐들고 가만 글을 읽어내리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무얼 꼭 말해주고 싶어하는지

저자가 얼마나 고심을 하면 엮어냈을지 그 흔적이 뚝뚝 느껴지는 책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어쩐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싱겁고

알 수 없는 오해들로 얼룩진 관계에 지친 기분이 들었는데,

책을 따라 길을 걷는 동안 저자의 사색에 함께 젖어들며

나는 잔잔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풍경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이 글과 사진으로 가득 담겨 있으니

이 책이 여행에세이임에 분명할 테지만,

여행서라는 말만으로는 어쩐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문학가의 글답게

이 책은 인생이 담아 누적된 시작의 흔적을 더듬이는,

사려 깊은 여행서이다.

 

요즘처럼 마음 헛헛한 나에게는

이 책의 한줄 한줄이 쓰디쓴 소주 한 잔의 목넘김보다

더 코끝 찡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 삼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는 평온히 좋은 곳에서 쉬세요,, 

t*******0 2009.05.29.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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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주는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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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막 넘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종종 나를 힘들게 했다. 다 털어내고 떠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할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여행서적들이었고 그래서 이병률의 끌림이나 유성용의 생활여행자 같은 책을 찾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습관처럼 기웃거리던 서점에서 발견했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늘 떨림을 주는 '길'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주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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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막 넘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종종 나를 힘들게 했다.

다 털어내고 떠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할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여행서적들이었고 그래서 이병률의 끌림이나 유성용의 생활여행자 같은 책을 찾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습관처럼 기웃거리던 서점에서 발견했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늘 떨림을 주는 '길'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주저없이 선택했던 책이다. 가볍게 읽을 마음은 없었으나, 그래도 이 책은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과 깊이 면에서 달랐다. 김용택 시인의 추천사에 나온 말처럼 이 책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닌 사람과 자연 문학과 역사까지 어우러진 진귀한 기록물이었다. 길과 풍경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깊이를 품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이제는 나도 부러워하며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길 위로 나서 봐야겠다. 

h****7 2009.05.28.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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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풍경, 그 너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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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풍경, 그 너머에는     1.   김병용의 『길 위의 풍경』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신의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여행기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 문학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소설가인 그가 ‘다채롭게 변주되는 풍경과 인상, 그 미묘한 무늬결의 차이를 더듬는 것이 문학’이라며, 여행기도 문학의 범주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전제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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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풍경, 그 너머에는

 

  1.

  김병용의 『길 위의 풍경』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신의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여행기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 문학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소설가인 그가 ‘다채롭게 변주되는 풍경과 인상, 그 미묘한 무늬결의 차이를 더듬는 것이 문학’이라며, 여행기도 문학의 범주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의 책 마지막 장에 할애하고 있는 여행 문학의 계보를 보면, 『길 위의 풍경』이 자리 잡고자 하는 여행 문학으로서의 시공간적 좌표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여행기는 대설(大設, 역사)과 소설(小說, 문학) 사이, 그 팽팽한 변증의 자리에서 탄생한다며, 《대당서역기》의 현장, 《왕오천축국전》의 혜초, 《입당구법순례행기》를 쓴 엔닌의 기행 문학의 파장이 문학과 역사 너머에까지 미친 일이며,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 카이사르의 《갈이아전기》,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문학사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일을 말한다. 우리 문학의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대동여지도》 《산경표》 연암의 《열하일기》 등도 유교적 인문 정신의 맥놀이 속에서 출현한 견문 문학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여행욕이 분출되고 실현되었던 지난 두 세기 동안 세계문학사에서 《80일간의 세계일주》 《로빈슨 크로소》 《걸리버 여행기》 《해저 2만리》를 쏟아낸 점, 괴테, 헤세, 도스토예프스키, 지드, 마크 트웨인, 로르카, 카뮈, 카잔차키스, 오웰, 하루키 등이 기행 작가로서도 높은 이름을 문학사에 남기고 있는 점을 들어, 장소의 시학, 공간 이동의 시학은 20세기 문학이 가장 집요하게 열광적으로 탐구했던 주제라고 말한다. 김찬삼과 한비야, 이희철이나 이주헌, 유홍준, 곽재구와 김훈과 이병률 등의 기행 에세이를 떠올리고 박태순의 《국토와 민중》 같은 기행 에세이가 더 많이 넘쳐 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처럼 해박한 여행 문학에 대한 그의 지식이나 그가 탐독했을 법 싶은 여러 서적에 대한 애정 어린 언급은 이 『길 위의 풍경』이 지향하는 여행 문학으로서의 오롯한 위치를 의심치 않게 한다. 따라서 『길 위의 풍경』을 읽을 때에는, 길 위의 풍경 그 너머, 김병용이 바라보고 있는 인문학적 풍경까지, 풍경과 인상 그 미묘한 무늬결의 차이를 더듬는 김병용의 마음의 풍경까지 두루 아울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지리적 풍경

  김병용은 『길 위의 풍경』의 첫 장에서 길을 떠나기 전에 지도를 먼저 보는 일에 대해 말한다. ‘무한한 시공’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진 최초의 순간이 바로 초등학교 시절 《사회과부도》를 펼쳤을 때였음을 상기하며, 우리는 지도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고 말한다. 세계를 정의하는 지도가 가진 힘은 순수 추상과 인간 경험의 오랜 교직으로부터 발생한 것이어서, 지도가 실재 이상으로 우리 삶을 규정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홀수는 국토 종단선, 짝수는 국토 횡단선인 우리나라 도로 번호 체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길을 나선다. 분단이라는 역사의 개입으로 홀수 번호가 붙은 도로는 한반도의 부러진 상처이자 닿지 않는 열망을 상징하는 도로이며, 짝수 번호를 단 내륙을 관통하는 횡단 도로들은 ‘시대 횡단’을 상징하는 도로임을 일깨워 준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한반도 지형상 횡단 철도는 건설이 불가능하므로 전라-경상도와 같은 지역감정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며 이 시대를 지형적인 관점에서 가치중립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1965년 섬진강댐 공사의 완공으로 전북 임실군에 새롭게 생겨난 ‘옥정호’로 인해 전라북도의 지도가 새로 그려지게 된 일, 비슷한 시기에 일제 때의 계획을 재개한 ‘계화도 간척 사업’이 바로 자신의 고향 진안군의 ‘용담댐’으로, 군산의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자기 복제, 확산되면서 새로운 물길이 20세기 한반도의 삶 위로 흘러갔음을 인식한다.

  그는 지도와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삶터’의 전후좌우, 동서남북, 이 땅의 산과 들과 물, 자연과 사람을 만나 거기 스며들어 온몸으로 체득한 것들을 다시 『길 위의 풍경』에 지리적 풍경으로 남겨 놓는다. 2005년 전북의 동남부 산악지대 1,500리를 도보 답사한 바 있던 그가 마이산,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섬진강 물줄기, 지리산길, 선암사-송광사, 망해사, 고군산열도, 어청도, 가거도, 강진-해남-보길도, 장흥-벌교, 남해-통영, 덕유산길, 금강의 공주-부여, 논산-군산, 부안, 백양사-내장사, 정읍-고창 등의 길을 걸으며 그의 글에, 사진에, 몸에 지도를 새겨 놓은 것이다.

  3. 역사적 풍경

  길은 길의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다. 그는 물길, 산길(숲길), 들길, 골목길, 신작로, 고속도, 철도 등의 길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통과한 시간의 터널, 역사적 풍경을 『길 위의 풍경』에 그려 놓는다. 그의 발길 닿은 곳에 찍혀 있던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드러내며 이 땅 곳곳에 새겨진 역사를 환기하고 있다.

  지리산 이현상 루트를 따라 그는 빨치산 활동터가 있었고, 이현상의 시신이 발견된 '빗점골' 일대를 탐사한다. 이현상의 주검이 발견되었다는 너덜강과 빨치산들이 축전지용 소규모 발전을 했다는 폭포를 찾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이현상의 유시遺詩를 읊으며 ‘강철 같은 의지, 불꽃 같은 삶’에 대한 생각에 젖는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유적이 발굴되었고, 삼한의 중심지, 백제의 수도였으며, 서부 한반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요충지였던 공주에서는 신라 때의 정변이었던 웅진도독 김헌창의 난이나 고려 때의 민중봉기인 망이,망소이의 난이 불붙었던 것을 떠올린다. 근세 동학교도들의 교조신원운동이 시작되어 1894년 무장봉기한 동학군이 치명적 패배를 맞이한 곳이 바로 금강변 이곳 공주 우금치였음을 말한다.

  나당연합군과 맞선 계백의 5천 결사대가 죽을 자리로 선택한 논산 황산벌이 또한 왕건의 군대와 마지막 대치를 벌인 견훤이 죽은 곳이며, 6.25 와중에 남한 최대의 신병훈련소인 ‘제2훈련소’가 들어온 곳임을 들어 역사의 짓궂음에 애석해하기도 한다. 발길을 돌려, 일제에 의해 항구로 개발된 후 미군 진주와 함께 ‘아메리카타운’이 세워진 군산을 20세기 한국 근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라 부르며, 이 군산에 환경 파괴라는 희생을 치르고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마뜩치 않아 한다. 금강 휘돌이가 마지막으로 서해와 합류하며 크게 물지는 자리, 우리 역사, 우리 시대의 모든 절망과 희망이 쏟아져 들어가는 군산에서.

  4. 문학적 풍경

  소설가인 김병용은 문학 기행의 목적이 바다와 산과 길과 사람들 사이에서 내 문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길 위의 풍경』 도처에는 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구나 그의 친구가 천생 시인이라고 생각했던 김병용의 시적 감성 덕분에 우리는 시심으로 가득 찬 그의 글과 사진들을 만나게 된다.

  우석대 문예창작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그는 해남-강진-보길도로 가는 문학 기행에 학생들과 동행한다. 문학 기행을 통해 그는 문학의 육체성에 대해 생각한다. 작품은 작가의 육체적 노동을 통해서 탄생되고 그가 살고 있는 현장의 시공간과 정직하게 결부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김영랑 생가, 김남주 생가, 고정희 생가, 보길도 부용동, 윤두서 자화상을 볼 수 있는 녹우당, 영암 월출산과 해남 대흥사, 미황사, 땅끝마을 갈두리를 지나치면서 김지하, 황석영, 황지우와 같은 당대의 문학 거장들의 문학적 성장을 지켜 본 땅이 바로 이곳이었음에 숙연해 한다.

  장흥 천관산에서는 조선시대 ‘장흥가단’을 형성했던 ‘관서별곡’의 백광홍 이래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등의 대형작가들이 이 천관산 그늘에서 컸다며, 문학은 전통의 창조적인 계승 혹은 상호 영향 관계없이 저 홀로 서지 않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문화 도시’ 통영에서는 청마 유치환, 대여 김춘수, 초정 김상옥, 《토지》의 작가 박경리, 20세기 세계음악의 거장 윤이상, 화가 이중섭을 떠올리고, 무명의 젊은 화가들이 벽화를 그려 거대한 전시장을 이루고 있는 동피랑 골목에 서서, ‘통영오광대’로 이름 높아 춤꾼들이 모여드는 이곳, 나전칠기 장인들이 모여 있는 이곳, 서호시장 ‘시락국’을 먹기 위해 좁은 시장통에 모여드는 사람들에게서 문화적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지리산과 섬진강을 따라 남행하는 길을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도라 부르며, 《춘향가》《토지》《태백산맥》《지리산》《혼불》과 같은 굵직굵직한 한국문학사의 대하장편들의 흔적들을 이 길에서 읽는다. 또한 지리산은 현재 박두규, 박남준, 이원규 시인이 살고 있는 땅이면서 20세기 초엽에는 매천 황현의 땅이었다 말한다. 길에서 문학과 예술의 근원을 탐색하는 그의 눈빛은 밝고 깊으며 전시대든 동시대든 문인들에 대한 그의 애정은 넓고도 크다.

  5. 마음의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을 넣지 않는다는 김병용. 그러나 『길 위의 풍경』은 결국 대대로 이어지는 우리 국토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사람살이의 흔적들인 것이다. 『길 위의 풍경』에서는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마음’의 풍경이 쉽게 읽힌다. ‘여행의 귀착지로 사람, 그리운 사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그, 일찍 소설로 등단하였으나 해찰한 시간이 더 많았다던 그,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고 선후배의 뒤치다꺼리가 남의 몫이 될까 두려웠다던 그, 전북대에서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지만, 그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그곳 사람들의 삶과 풍광의 윤곽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일을 더 좋아한다는 그의 책에서 우리는 사람 좋아하는 그의 ‘마음’에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에겐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기에.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는 『길 위의 풍경』에 자신의 마음결도 숨김없이 담아 놓는다. 진안 ‘촌놈’이었던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가출했던 전주 모래내 시장이 정든 고향을 버려도 좋을 만큼 그를 매혹시켰던 장소였음을 잊지 않을 때, 무명 화가로 요절한 고모와 함께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타 보았다는 기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저 먼 안데스 산지까지 헤매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김병용의 역마驛馬의 내면 풍경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 후로부터 떠나고 보고 듣고 겪은 길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 그가 학생으로 등록했다던 전주천에서부터 전주 고덕산 아래 자리 잡은 자기 동네의 골목과 담벽, 대문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사진과 단상을 보고 읽노라면 가장 먼저 김병용의 마음의 결이 눈에 선연히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책의 발문! 『길 위의 풍경』 발문의 자리에 그는 유명한 문인 대신에 그의 여정에 내내 동행했던 친구 김관영을 초대한다. 글쟁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발문을 거절하는 친구에게(그러나 김관영의 발문 역시 손색이 없는 글이지만) “너 안 쓰면 나도 책 안 낸다!”고 협박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의 무늬를 우리가 감동 없이 읽기는 힘든 것이다.

  6.

  죽장망혜竹杖芒鞋라는 단어가 있다. 대지팡이와 짚신이란 뜻으로, 먼 길을 떠날 때의 아주 간편한 차림새를 이르는 말이다. 한 손에는 대지팡이를 들고 어깨에는 한 꾸러미의 짚신을 메고 여행했던 옛 사람들과는 달리, 오늘날 우리들은 차를 타고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한다. 김병용 역시 자기보다 더 나이가 든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마음을 빈구슬같이 해야 세상의 풍경이 다 들어온단다. 그 빈구슬 같은 마음으로 그가 보고 전해 주는 『길 위의 풍경』이, 이제, 우리를 호출한다. 때 묻은 일상을 부려 두고, 우리도 우리의 빈 마음에 파문을 새겨 놓을 풍경 하나를 찾아 떠도는 길손이 되는 게 어떨까.

k*******2 2009.06.21.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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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풀, 사람 냄새 나는 기행산문 그리고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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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으로 나는 올해 여름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이름난 곳은 아니지만 발길과 시선을 머물게 하는 그곳들을 저자는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직접 찍은, 멋지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포장되지 않은 사진과 글이 실려 있다. 풀 냄새, 물 냄새, 사람 냄새나는 이 책을 특히, 일행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에게 나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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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서 선물받은 이 책으로 나는 올해 여름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이름난 곳은 아니지만 발길과 시선을 머물게 하는 그곳들을 저자는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직접 찍은, 멋지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포장되지 않은 사진과 글이 실려 있다. 풀 냄새, 물 냄새, 사람 냄새나는 이 책을 특히, 일행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에게 나는 추천하고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d*****e 2009.06.1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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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풍경"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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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 때문인지 가끔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는 나에게. "길 위의 풍경"이란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내가 잠깐 쉬어갈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하였다.   그런데 역시나... 가보지 못한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뭐라고 할까, 여행을 가더라도 무엇엔가 쫓기듯이 지나간 그 길을 다시 한번 보고 사색이란걸 할수 있게 했던거 같다.   사색이란거 참으로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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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 때문인지 가끔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는 나에게.

"길 위의 풍경"이란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내가 잠깐 쉬어갈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하였다.

 

그런데 역시나...

가보지 못한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뭐라고 할까, 여행을 가더라도 무엇엔가 쫓기듯이 지나간 그 길을 다시 한번 보고 사색이란걸 할수 있게 했던거 같다.

 

사색이란거 참으로 오랜만에 해보게 되었다.

바삐 책장을 넘기는게 아닌 사진과 함께 한줄 한줄...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고향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기억해보는 앨범과 같은 책이다.

 

김병용 작가를 잘 알지 못하지만 "길 위의 풍경"이란 책을 통해 만날 수있어 넘 감사하다. 나의 고향이 이렇게도 아름다웠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책장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며 나도 작가와 그곳에 함께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길위의 풍경"이란 책을 통해서 

"책과 함게 떠나는 사색의 길"이란 여행코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쉬어갈 수 있게....

 

머리에서 쥐가 나는 세상에 살면서, 힘들고 지칠대로 지친 나에게 산소와 함께 쉬었다가 지나 갈수 잇게 해준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m****3 2009.06.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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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안을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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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잘 만든 책을 보았다. 잘 만들었다는 말은 아끼고 싶다는 말이다. 마음에 든 책은 함부로 접지 않는다. 한장한장 넘겨보는 것이 아까워서 천천히 읽는다. 작가가 갔던 길을 따라가며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삶에 매인 몸. 떠날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견디었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에 견딘 것들이 풍경이 된다. 오래전에 그랬듯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리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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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잘 만든 책을 보았다. 잘 만들었다는 말은 아끼고 싶다는 말이다. 마음에 든 책은 함부로 접지 않는다. 한장한장 넘겨보는 것이 아까워서 천천히 읽는다. 작가가 갔던 길을 따라가며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삶에 매인 몸. 떠날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견디었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에 견딘 것들이 풍경이 된다. 오래전에 그랬듯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리움의 속도를 느낀다. 언젠가 나도 풍경에 들 것이다. 길 위에서 길 안을 볼 것이다.
m*******a 2009.06.1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