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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정자체를 글씨를 무척이나 잘 쓰는 남자동기가 있어서 상당히 부러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이어리 꾸미기란 게 인기였고, 중학교 때는 이쁜 글씨체를 잘 적는 여자 아이들은 상당히 멋져보였다. 누구나 이쁜 글씨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요즘은 컴퓨터로, 워드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시 급하게 뭔가 적거나, 감성과 정성을 전하기 위해선 손글씨가 최고다.
초등학생 때, 다이어리 꾸미기나 펜팔과 같은 것을 하면서 본래 나의 글씨를 뒤로하고 남이 쓰는 글씨를 따라썼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친구의 글씨, 저 친구의 글씨를 따라하다보니 내 글씨는 온데간데 없고, 글씨쓰는 습관도 좋지 않아 진 것 같다.
여하간 이러저러하여 최근에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게 남의 글씨를 따라하는 거라 어느 글씨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정자체부터 익히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동영상CD가 붙어 있고, 저자가 대한글씨검정교육회 이사란 걸 보고, 무난할 것 같은 이 책을 골랐다. 책 표지에는 한글 정자체 쓰는 비법, 단어를 균형있게 쓰는 비법, 문장을 보기 좋게 쓰는 비법, 영문&숫자를 세련되게 쓰는 비법이 제시되어 있다.
주로 '한글 정자체 쓰는 비법+단어를 균형있게 쓰는 비법'으로 184p 중 154p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모자를 익히고, 자모가 결합된 형태를 익히고 154p 이후는 실전! 단어쓰기가 있다. 166p~175p는 긴문장 연습이며, 2바닥에 걸쳐 영어 대문자와 소문자 익히기가 있으며, 마지막 장으로 숫자 예쁘게 쓰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맨 마지막 장에는 펜글씨 자격검정시험안내에 대한 정보도 있다.
동영상은 1시간 17분 짜리로 듣다보면 무척 짧다. 필기구와 잡는 자세, 자모음 중 몇 몇개로 대표적인 쓰기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58분을, 숫자 쓰기에 17분, 영문 쓰기에 대해서 2분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영문자 필기체는 낯선 사람이 많아서 더 설명해주었으면 했지만, 결국 별 다른 방법이 없고, 책에 있는 내용을 베끼는 것밖에 수가 없다는 계산에서 별 설명을 안 붙인 것 같기도 하다. 정자체로 ㄷ,ㅈ 자는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진다. 흔히 우리가 보는 책은 바탕체인가? 그래서인지 ㄲ,ㄸ,ㅉ 같이 겹쳐쓰는 방법에서 번거로운 글씨체를 제시하고 있다. 여하간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글씨체가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다. 단 하나의 글씨체만 제시되기에 이점은 감안해야할 것 같다. 이 책에 글씨체를 아주 잘 따라한다고 좋은 글씨체가 아니라고 저자도 동영상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책을 통해 기본적인 팁만 숙지하고 자신의 글씨를 잘 다듬는 버릇을 들이는 게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비결을 잘 익히면, 확실히 악필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렇~게 악필은 아니지만, 속기를 하다보면 악필이 되는 형이라서 동영상을 보면서 제시되는 팁과 비결들은 나도 아는데~라며 뻐기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악필인지,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에겐 꽤나 괜찮은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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