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5%
  • 리뷰 총점8 2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1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9.0
  • 50대 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어느 토끼띠 일본 작가의 마음 엿보기 - [유리문 안에서]를 읽고
"어느 토끼띠 일본 작가의 마음 엿보기 - [유리문 안에서]를 읽고" 내용보기
어느 토끼띠 일본 작가의 마음 엿보기 <유리문 안에서>를 읽고     잡지사의 남자는 토끼해의 1월호니까 토끼해 사람들의 얼굴을 죽 나열하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상대방이 말한 대로 토끼띠가 틀림없었다.(11쪽)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늘 그렇듯 새해는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맞이하게 된다. 따뜻한 집 안에서 카톡창(窓)으로 새
"어느 토끼띠 일본 작가의 마음 엿보기 - [유리문 안에서]를 읽고" 내용보기

어느 토끼띠 일본 작가의 마음 엿보기

<유리문 안에서>를 읽고

 


 

잡지사의 남자는 토끼해의 1월호니까 토끼해 사람들의 얼굴을 죽 나열하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는 상대방이 말한 대로 토끼띠가 틀림없었다.(11쪽)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늘 그렇듯 새해는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맞이하게 된다. 따뜻한 집 안에서 카톡창(窓)으로 새날의 첫 태양을 맞이하며 묵은 해에 읽었던 <유리문 안에서>를 다시 펼쳤다. 그땐 무심히 지나쳤던 부분인데, 저자가 토끼띠라는 사실에 눈길이 멈췄다. 그는 바로 1867년생 토끼띠로 일본 근대 문학가를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다. 스무살 즈음에 처음 만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작가의 이름과 묘지적 시점이라는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뇌리에 박힌 작품이다. 그러고 나서 스무해가 넘도록 『도련님』, 『풀베개』, 『그 후』, 『마음』 등 그가 쓴소설들과는 제목 정도만 아는 사이로 지내왔다. 이번 기회에 둘만의 어색함을 덜고자 소세키의 수필'집' 유리문 안으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나눈다. "이제 병은 다 나으셨습니까?"

 

아무리 좁은 세계일지라도 좁은 대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자그마한 나와 드넓은 세상을 격리시키는 이 유리문 안으로, 이따금 사람이 들어온다.(7쪽)


  당시 그는 병치레가 잦아 바깥 출입보다는 집 안에 머물며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혼자 같은' 시간 속에서 <유리문 안에서>를 써내려갔다. '아무리 담백한 생활을 보내는(93쪽)' 소세키라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는 살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 자기와 다른 세계에 사는 그들을 기꺼이 유리문 안으로 초대했다. 책은 그가 직접 서로 마주하거나 오랜 기억 속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와 동료, 이웃, 비인간동물 등 타인을 소환하여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주제에서부터 일상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가운데 몇 가지 일화를 옮겨본다.

  유복한 집안의 늦둥이이자 막내로 태어난 소세키라서 유년 시절을 남 부러울 것 없이 보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릴 적 남의 집에 양자로 갔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온 뒤 줄곧 조부모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이 하녀가 귀띔해 주고서야 부모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를 기쁘게 한 것이 부모의 존재가 아니라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하녀의 '친절'이었다는 점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을 가혹하게 대한 아버지와 왠지 무섭게 느껴진 어머니 아래에서 그에겐 부모의 사랑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는 원망 어린 마음과 함께 그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헛되이 세월을 보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다행히 소세키는 자녀들과 괜찮은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반려견의 이름을 '헥토르'라 짓고 그 유래를 설명해준다거나 모닥불을 쬐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얼굴이 새까매질 수 있다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이 그러하다. 여기서 반려묘 얘기도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 그가 실제로 키웠던 제1대 고양이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소세키는 흡사 병세가 차츰 회복되는 자신을 따라하듯이 가려움증이 심해 털이 한 움큼 빠졌다가 다시 털이 자란 제3대 고양이를 (책표지에 그려진 자세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시월에 들어서야 나는 겨우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새까만 녀석을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녀석의 흉측한 빨간 살갗에 예전처럼 까만 털이 돋아나고 있었다.(82쪽)

   

  인간이든 비인간동물이든 생로병사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지만, 비인간동물은 몰라도 인간은 조금 더 살고 조금 덜 아프길 바라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젊은 나이에 죽은 큰형과 사촌형을 떠올리거나, 자기보다 어리지만 먼저 죽은 지인들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소세키는 어째서 그들은 죽고 자신은 아직 살아있는지 의아해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아는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정작 본인에게 죽음이란 아주 먼 얘기처럼, 마치 "죽을 때까지는 누구나 살아 있는 거니까.(65쪽)"라는 심정으로 태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죽음에 대해 계속 의심하고 짐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평한 '시간'은 소중한 보물을 그녀의 손에서 빼앗는 대신, 그 상처도 서서히 치유해 주는 것이다. 격렬한 삶의 환희를 꿈처럼 아스라이 지워 버리는 동시에 지금의 환희에 따르는 생생한 고통을 덜어 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27쪽)

 

  한 여자가 그를 찾아와 자기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로 써달라는 청을 한다. 여러 차례의 만남에서 여자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는 게 나을지 아니면 살아가도록 쓸 것인지 묻는다. 늦은 밤 여자를 배웅해주며 소세키는 그동안 삶보다 죽음이 더 고귀하다고 믿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불쾌함으로 가득한 삶을 초월할 수는 없음(27쪽)'을 인정하며 여자에게 죽지 말고 살아 있으라고 조언한다. 앞서 유리문을 열었을 때로 돌아가보자. 병은 다 나았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항상 "글쎄요. 그럭저럭 살아 있습니다.(85쪽)"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자에게 건넨 말처럼 몸소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찾아온 T군으로부터 재발되는 병은 나은 게 아니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그 후 같은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병은 아직 '계속' 중입니다.(86쪽)"

  "건강이란 단지 '병에 걸려 있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병이 나도 괜찮은 상태'라고 한 어느 작가의 말을 소세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반려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평한 시간만큼 병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통을 주는 동시에 내 몸이 전하는 신호에 귀 기울일 시간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소세키도 반려병이 가져다준 칩거생활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기록이자 결과물로 <유리문 안에서>를 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책 말미에 이 책은 참회록이 아닐 뿐더러 자신의 솔직함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삶과 죽음이라는 세계를 건너는 여정에서 때로는 고독자로서, 때로는 동반자로서 어떠한 태도로 지녀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소세키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독자는 저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는 스스로 꿈결에 제조한 폭탄을 제각기 품에 안은 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하면서 걸어가는 건 아닐까. 다만 무엇을 그러안고 있는지 타인도 모르고 자신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한 거겠지.(87쪽)

 

k*****o 2023.01.22. 신고 공감 1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 내용보기
소세키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또 다른 작품 없나 보다가 수필집이 있길래 사 봤어요!소세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깊이 생각하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만한 소박한 사건이더라도 자신의 상황과 맞대보면서 비교해보는 등, 이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세키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고, 그의 철학에 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재미었어요! 소세키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세키" 내용보기
소세키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또 다른 작품 없나 보다가 수필집이 있길래 사 봤어요!소세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깊이 생각하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만한 소박한 사건이더라도 자신의 상황과 맞대보면서 비교해보는 등, 이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세키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고, 그의 철학에 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재미었어요! 소세키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간다면 추천드려요!
YES마니아 : 로얄 j*******y 2025.01.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나쓰메 소세키는 언제나 옳아!
"나쓰메 소세키는 언제나 옳아!" 내용보기
나쓰메 소세키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참 좋습니다.왜 이 작가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했을까,기억에 대한 표현은 어떻게 이렇게도 애틋하면서도 객관적일 수 있을까,그에게 돈이란 무슨 의미이기에 이렇게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제겐 찐득거리지 않는 진중함과 유머러스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소설과다는 다른 그의 생각을
"나쓰메 소세키는 언제나 옳아!" 내용보기

나쓰메 소세키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참 좋습니다.

왜 이 작가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했을까,

기억에 대한 표현은 어떻게 이렇게도 애틋하면서도 객관적일 수 있을까,

그에게 돈이란 무슨 의미이기에 이렇게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제겐 찐득거리지 않는 진중함과 유머러스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소설과다는 다른 그의 생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a******7 2019.05.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유리문안에서
"유리문안에서" 내용보기
유리문안에서와 석별을 거의 같이 읽었다.밝고 따뜻한 것이 좋다는 나쓰메 소세키와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다자이 오자무의 책. 같은 나라의 작가들이지만 이토록 다른 느낌이 나오다니 신기하다.게으른  독서와 생활을 끊어 줄 만큼 재미있었던 책들이다.신경쇠약을 앓아서 나쓰메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정도였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멋진 글들을 써냈다니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유리문안에서" 내용보기

유리문안에서와 석별을 거의 같이 읽었다.

밝고 따뜻한 것이 좋다는 나쓰메 소세키와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다자이 오자무의 책.
같은 나라의 작가들이지만 이토록 다른 느낌이 나오다니 신기하다.

게으른  독서와 생활을 끊어 줄 만큼 재미있었던 책들이다.

신경쇠약을 앓아서 나쓰메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정도였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멋진 글들을 써냈다니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h*****5 2018.02.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