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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인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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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찾아다니던 책이었으나, 시중에 번역본이 없어서 읽지 못하던 차에 근래에 번역본이 나와서 아주 반가워 하면서 읽었다. 주위의 추천도 있었고, 줄리 델피와 샘 셰퍼드가 주연한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이라는 사실도 흥미를 갖는데에 일조했다. 소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버지와 딸의 비극적이고 뒤엉킨 사랑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계기부
"합리적인 인간의 한계." 내용보기
예전부터 찾아다니던 책이었으나, 시중에 번역본이 없어서 읽지 못하던 차에 근래에 번역본이 나와서 아주 반가워 하면서 읽었다. 주위의 추천도 있었고, 줄리 델피와 샘 셰퍼드가 주연한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이라는 사실도 흥미를 갖는데에 일조했다. 소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버지와 딸의 비극적이고 뒤엉킨 사랑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계기부터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리고 딸의 죽음까지 모든 것은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운명(혹은 숙명)에 의해 진행된다. 주인공인 발터 파베르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딸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고서 방황과 좌절을 겪고, 결국 그도 역시 죽음을 맞는다. 적어도 여기까지 보면 이 소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로맨스 이야기이다. 반면, 소설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다. 연인이었던 발터와 한나는 각각 합리적인 이성과, 합리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여기서는 예술)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다. 발터는 모든 것을 통계적, 법칙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성이 항시 옳다고 생각했던 발터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운명적인 상황 앞에서 발터는 무엇인가 결여된 인물형태로 계속 그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소설의 말미에 가서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신념체계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결국 작자가 계속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고, 한나가 붙여준 별명으로서의 "호모 파베르"는 산업화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합리적인 인간의 실체를 조롱하는 결정적인 어구이다. 어쩌면, 사건의 개연성이 없이 우연들로만 이루어지는 소설의 서사구조가 눈에 거슬릴 수 있지만, 오히려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부닥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나타내 주는데에 쓰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나와 발터가 너무 이분법적으로 갈려서 지나친 전형성을 보여준다는 한계를 갖는 면도 있지만, 역시나 소설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다. 독일 전후문학의 최고봉 중의 하나라는 명성은 허명이 아니고, 저자의 매력적인 문체와 좋은 번역이 함께 어우러져 한번 손을 대면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이 있다. 여유가 있다면 꼭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사족을 달자면, 영화는 (원제는 Voyager) 소설을 보고 난 뒤에는 소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시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더불어, Faber를 독일어로 발음하게 된다면, 파베르가 더 맞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알고 있어요? 그애가 당신의 아이라는 걸" 그녀가 말한다. 나는 그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중략) "왜 그런 사실을 내게 숨겼지?" 내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e********t 2003.06.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합리적 사고와 신화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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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권 대표적 현대작가 막스 프리쉬의 수작 를 전문가의 깔끔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합리적인 계산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파버는 그가 예기치 못했던 숙명적인 만남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근친상간을 범하게 되고 강제적으로 다시 자신의 과거의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계산, 통계, 확률과 같은 현대인의 일상적,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는 우
"합리적 사고와 신화적 운명" 내용보기
독일어권 대표적 현대작가 막스 프리쉬의 수작 <호모파버>를 전문가의 깔끔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합리적인 계산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파버는 그가 예기치 못했던 숙명적인 만남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근친상간을 범하게 되고 강제적으로 다시 자신의 과거의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계산, 통계, 확률과 같은 현대인의 일상적,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는 우연과 숙명은 극적으로 현현하고, 이는 다시 삶의 의미를 묻게 한다.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상막하고 병적인 관계들은 사랑하려 하나 그것이 불가능해진, 충일한 관계가 예외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반영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을 예쁜 표지의 자그마한 이 책은 간결한 문체로 파리에서 그리스로까지의 아름다운 여행과 아우르고 있어 봄날의 밤을 미묘한 감정의 교차 속에서 쉬이 가게 한다.
g****y 2003.03.25. 신고 공감 1 댓글 0